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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티아 이담 2 - 열사의 레퀴엠, V Novel
타케오카 하즈키 지음, 루나 그림, 김정규 옮김 / 길찾기 / 2020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하시고, 글이 매우 깁니다.
딱히 보답받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고, 영웅으로 떠받들어지길 바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소환되었으니 도와주기로 했을 뿐, 11살의 나이에 이세계로 떨어져 대뜸 마신을 쓰러트리라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만은. 그래도 나를 보살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힘을 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이슈안'이 걸핏하면 놀려댔던 것도 사실 모르는 땅에 떨어진 '리히토'의 마음이 불안해지지 않도록 분명 신경을 쓴 것이겠지. 엄격하면서도 자상한 검술 스승 '라나'의 가르침과 백발 노승의 지혜의 주머니는 그(리히토)의 마음을 이끌기에 충분하였을 것이다. 무서운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마신의 성에서 최후의 결전을 치르며 '이슈안'이 돌아오지 못하는 구멍에 떨어지기 전까진. '살려줘'라는 그녀의 마지막 말은 '리히토'에게 PTSD'를 안겨주기엔 충분하였으리라.
그리고 6년 후, 주인공 리히토는 어째서인지 또다시 6년 전 그 땅에 다시 불려 와 있었습니다. 마신의 부활, 또다시 동료를 모아 마신을 봉인하기 위해 길을 떠나나 6년 전 동료는 더 이상 없습니다. 어째서인지 돌아오지 못하는 구멍에 빠졌을 '이슈안'만이 그와 여행을 함께 하였죠. 그리고 6년 전의 마음을 이어 그녀에게 연심을 품어가는 리히토에게 들이밀어진 진실, 부활한 마신을 쓰러트리는 장소에서 운명의 여신은 리히토에게 가혹한 시련을 내렸습니다. 6년간 줄곧 그녀(이슈안)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살아왔던 그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만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는. 가짜 '이슈안'을 내 손으로 성불 시키는 것, 여행을 하며 현실을 부정해봤고, 가짜의 달콤한 말에 기댈 뻔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만 떠나보내야 할 시간.
이로써 부활한 마신을 다시 봉인하게 되었습니다. 공허한 마음이란 이런 것일까요.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운명의 여신은 시련을 뛰어넘은 자에게 보답을 내리기로 합니다. 이제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나뭇잎처럼 나 자신의 마음을 죽이며 살아갈 일만 남았던 그에게 내려지는 단 하나의 보답. 6년 전 구하고 싶었지만 구하지 못했던 그녀(이슈안)의 생환, 개선하여 민중의 열열한 환영이 무엇이더냐, 공주와 맺어지는 미래 따윈 없어도 된다. 금은보화 따위 없어도 된다. 그저 그녀가 옆에만 있어준다면, 6년이나 마음속에 맺혀져 있었던 응어리를 풀게 된 리히토는 이 상황이 꿈만 같았을 것입니다. 그녀의 정신이 11세에 머물고 있다는 걸 알기 전까진. 이슈안에게 6년이라는 공백은 리히토의 마음에 어떤 작용을 하게 될까.
마신을 무찔렀으니 왕이 치하하겠다며 부릅니다. 왕은 용사의 활약을 칭송의 말로 바꾸어 만인에게 퍼트리고 두둑한 보상을 내리지 않을까? 사람들은 이제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준 용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할까? 원래라면 그래야 정상적인 사회일 겁니다. 도움을 받았으면 고맙다는 말은 기본이죠. 하지만 바라지 않은 도움은 민폐일 뿐이라는 것마냥 주인공 리히토에게 들이밀어진 현실은? 어디서 굴러먹던 야만인일까라는 시선 일색이라는 것에서 이세계는 제대로 된 세계는 아니라고 역설하기 시작하죠. 아니 그전에 용사 일행의 생활상을 보여줬던 1권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겪지 않은 일에서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지 알지 못합니다. 왕궁에서 멀리 떨어진 깡촌에서 벌어진 싸움 따위 내 알 바는 아니죠.
그래서 '제멋대로인 세상'인 것입니다.
마신은 용사만이 무찌를 수 있음에도...
하지만 주인공 리히토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습니다. 왜? 눈앞에 놓인 진상품의 물품 속에서 게임기를 발견해버렸거든요. 이것은 원래의 세계에 있던 물건, 그리고 이 게임기는 같은 학교를 다니던 '미치바 쿄코'의 것이기에. 그녀가 이세계에 와 있나? 원래의 세계에서 도서위원으로 함께 활동하며 리히토의 마음을 붙잡아줬던 유일한 존재인 그녀가 어째서 이세계에? 얄궂게도 운명의 여신은 또다시 그에게 시련을 던집니다. 리히토처럼 용사의 힘을 가지지 못한 그녀가 이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찾지 않으면, 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물리게 되죠. 그래서 길을 떠납니다. 뜬금없지만 이슈안의 애절한 마음을 모른 채 말이죠. 가짜와 사랑의 속삭임까지 주고받은 주제에 진짜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 리히토 덕분에 대환장 파티가 시작됩니다.
괴리감일까요. 가짜와의 사랑을 진짜에게 대입 시키려니 괴리감이 생기고 그러다 보니 조금 멀리하게 되고, 그게 마음에 안 드는 이슈안과의 대립. 심약한 주인공 리히토 때문에 고구마가 트럭째 몰려 오기도 하죠. 결단을 내리는데 우유부단한 모습, 그리고 당초 이 여행의 목적은 미치바 쿄코를 수색하는 것이었으면서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그녀를 언급조차 하지 않습니다. 갈피를 못 잡는다고 할까요. 가짜와 지냈던 시간과 진짜와 지내는 시간 사이에서 소실한 감정, 가짜에게 속삭였던 마음을 진짜는 알리가 없기에 오는 괴리감, 이것만 해도 벅찬데 새로운 히로인 '우르스라'의 등장으로 리히토의 마음을 더욱 갈피를 못 잡게 합니다. 어찌 보면 참 현실적인 용사라고도 할 수 있죠. 용사라고 마냥 마음이 강한 존재가 아니라는 메시지랄까요.
맺으며, 사실 이 작품은 1권에서 끝내야 했습니다. 1권에서는 그나마 주인공 성격에 문제가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2권에 들어서서는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더라고요. 야만인이라든지 공을 가로챈 나쁜 놈 등 온갖 비아냥을 들어도 헤실헤실 웃기나 하고, 이슈안과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지 않아 이야기를 난잡하게 만듭니다. 새로운 히로인 우르스라를 만나 그녀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움직이면서도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 우르스라로 하여금 움직이게 하는 미덥지 못한 모습이라던지, 마신을 쓰러트려 더 이상 세상의 혼돈은 없다고 기개 있게 말을 전달하면 좋으면만 우물우물하니 누가 믿어주나.
제일 황당한 건 우르스라를 책임질 거 같은 행동을 보였으면서 이슈안과 다시 만났을 때 저뇬은 아무것도 아니고 자기가 멋대로 따르는 거라는 뉘앙스를 보였다는 것, 끝까지 미치바 쿄코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 뭐 이런 주인공이 다 있나 싶더군요. 아무튼 이런 주인공도 목숨이 노려지는 복선이 투하되었군요. 제발 판타지의 틀을 깨서 주인공이 죽는 장면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PS: 1권 리뷰를 잘못 쓰는 바람에 이번 2권 리뷰는 망해버렸군요. 1권에서 주인공 리히토와 이슈안의 관계를 보다 직접적으로 썼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번 2권 리뷰 중반부까지를 1권 리뷰에 썼었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2권 히로인 우르스라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언급하지 못했군요. 꽤나 애절하게 하는데... 이걸 다 말아먹는 주인공도 주인공이고... 그러고 보면 아닌 것처럼 행동하지만 이 작품도 은근히 주인공 하나에 히로인이 꽤 들러붙는군요. 이슈안과 우르스라, 그리고 3권에서 나올 미치바 쿄코, 덤으로 이번에 통역으로 등장한 토토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