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포 현자의 이세계 생활 일기 6 - L Novel
코토부키 야스키요 지음, John Dee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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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하세요.





아저씨는 이세계에 떨어지고 신세를 졌던 공작가(家)의 자제 '츠베이트'의 호위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철천지 원수였던 친누나를 만나 법률이 느슨한 이세계라면 죽일 수 있겠다며 사악한 미소를 머금었지만 작가가 기승전결을 팔아먹는 바람에 물 건너 가고 말았죠. 아저씨는 사람들을 괴롭히던 정령(페어리)들을 소탕하고 거대한 크리에이터를 만드는 등, 여전히 자신으로 인해 이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안중에도 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냉장고를 만들어 보급하더니 이번엔 세탁기를 만들겠다고 설치는데 어째서 원심분리기가 되는지 모르겠고, 남자가 35세 넘어서까지 동정이면 흑마법사가 된다더니만 이걸 인증이라도 하듯이 40살이 넘은 아저씨가 동정으로 밝혀졌을 땐 뜨악!!! 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뭐, 40살 넘어서도 동정일 수 있겠죠. 불쌍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관심 있는 분야가 다 다를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아저씨는 친누나에게 시달림 받은 끝에 여자 알레르기가 생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야 누나를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번에 수녀 '루세리스'와 여행하면서 보인 반응을 보면 딱히 여자를 싫어하는 건 아닌 듯하였습니다. 근데 40 넘은 아저씨가 동정티를 내니 참 뭐랄까 기분 나쁘다고 해야 할지, 징그럽다고 해야 할지. 분위기상 루세리스와 맺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놓였는데도 숟가락을 뜨지 않는 만행은 보는 이를 답답하게 하는데요.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이제 개도 거들떠 안 볼 소재인 목욕탕에서 알몸으로 조우는 작가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나 하는 의문을 들게 하였습니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루세리스가 보살피고 있는 고아 4인방과 뭘 잘못 먹어 사무라이의 길을 들어선 엘프녀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저씨가 기르던 치킨(꼬꼬)들과 맨날천날 대련을 하며 실력을 기르던 아이들이 느닷없이 실전을 치르고 싶다는군요. 그래서 장비를 맞춰주고 인솔자가 되어 숲으로 들어가 동물들을 잡아대는 아이들을 뒤를 봐주게 되죠. 이때 수녀 루세리스와도 같이 가는데요. 이전부터 루세리스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아저씨는 기회가 생겼음에도 누가 동정 아니랄까 봐, 그런 아저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루세리스 또한 무슨 절차를 그리 찾아대는지 보고 있자니 풋풋함이 솟아난다기보다 짜증이 솟구치게 되더라고요. 필자의 감성은 메말랐습니다. 아저씨가 하다못해 20대였다면 감정이입이라도 했을 텐데, 40대 아저씨가 이러니...


그래도 이 여행에서 시사하는 건 꽤 있었습니다. 실력을 믿고 설치다간 제명에 못 산다는 것, 파티에서 누군가가 죽으면 남은 사람들도 괴롭다는 것, 사냥은 철저한 정보전이라는 것등, 자기들끼리 진지한 의견을 모으고 군더더기 없는 행동에서 오히려 아이들이 어른인 아저씨와 루세리스보다 똑똑하고 현명하게 다가옵니다. 칠칠치 못한 어른들보다 아이들을 전면에 내세우면 이 작품은 분명 대성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요. 근데 문제는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있을텐데도 처음부터 아이들을 성공만 시키는 건 우려스럽다고 할까요. 이 부분을 메꾸기 위해 아저씨 나름대로 훈련을 시키는 거 같았습니다만. 그보다 아저씨를 자기 앞가림이라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누가 동정 아니랄까 봐 이번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닥돌이라니 차여서 우주로 날아가버렸으면 좋겠건만.


그건 그렇고, 아저씨 드디어 용사 일행과 조우합니다. 친누나와 버금갈 정도로 철천지 원수인 4신(死 아님)을 신봉하는 [메티스 성법신국]에서 소환한 용사들 또한 아저씨에게는 달갑지가 않았죠. 게다가 용사들이 하는 짓은 사람들을 구원하는 게 아니라 이웃나라를 침공해서 사람들을 죽이고 있으니, 본말 전도를 몸소 실천 중인 용사들이 기꺼울 리가 없었어요. 이세계에 용사로 소환되었다는 기쁨에 눈에 뵈는 게 없는 학생들의 만행은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인격이 덜 발달한 아이들에게 칼과 권력을 쥐여주면 큰일 난다는 메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할까요. 내가 선이라며 떼로 몰려가 떼로 몰살 당해놓고도 정신 못 차리는 용사들을 보고 있자니 기가 막히죠. 그런 용사들과 아저씨가 만났습니다. 아저씨의 성격은 말보다 주먹, 예의를 모르는 자에겐 가차가 없어요.


세상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찮습니다. 고대부터 꾸역꾸역 용사들이 소환되면서, 쉽게 표현하자면 차원의 벽에 구멍이 생겨 이세계가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시나리오가 나와 버렸습니다. 이게 다 4신 때문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4신은 만악의 근원이 되어 가죠. 이세계를 창조했다면서 망가트리고 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 상황이랄까요. 이세계를 한번 멸망 시켰다는 사신(邪神, 간사한 신?)의 부활도 가깝고(왠지 아저씨가 하는 실험에서 탄생할 거 같은 복선이 나왔죠), 느긋하게 이세계를 만끽하려던 아저씨는 싫어도 4신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뭐, 원래 4신을 철천지 원수로 대했던 아저씨니까 싫어하진 않을 테죠. 


맺으며, 좀 아쉬웠습니다. 용사들과 만나 피 터지게 싸우나 했더니 훈계나 하고 자빠진 아저씨라니 실망입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주변 인물에 왜 이리 포커스를 맞추는지 모르겠더군요. 주변인들이 나와서 앞으로의 복선이나 이야기에 있어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장면들이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그냥 일상적인 생활을 굳이 써서 지면을 갉아먹는 건 대체. 뭔가의 상황을 놓고 늘어놓은 설명도 지리멸렬하고, 그러다 보니 기승전결은 내다 버리게 되고, 강자의 오만함에서 오는 자신감인지 아저씨가 만나는 사람마다 훈계질 하는 모습은 인터넷 비속어인 꼰X를 연상 시키기도 했군요. 거만함이랄까요. 이러니까 주변에 여자가 없지. 루세리스도 애들만 아니었으면 아저씨와 엮일 일도 없어요. 진히로인일 거 같았던 '세레스티나'는 거의 완전히 공기가 되어 버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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