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술사의 재시작 2 - ~즉사 마법과 스킬 카피의 초월 힐~, J Novel Next
츠키요 루이 지음, 시오콘부 그림, 문기업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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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느 만화 리뷰에 달린 어떤 댓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 만화는 용사의 피를 잇기 위해 각국의 왕녀들이 몰려와 차례로 동침을 한다는 건데요. 용사는 왕녀들을 맞이해 허구한 날 그것만 해대요. 그래서 보다 못했는지 댓글 중에 '용사의 거기는 아다만티움 광석으로 되어 있는가'라고 해서 실소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야 매일을 동침하면 복상사로 죽지 않는 한 거기가 망가질 테니까요. 그러고 보면 우리네 조선시대 이전 세계나 중세 시대 왕족들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작품도 이와 비슷해요. 용사는 체액을 통해서 타인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죠. 여기엔 남자, 여자 구분이 없어요.

 

그래서 주인공 캐얄은 첫 번째 생에서 죽도록 빨리기만 했죠. 거기에 배추에 소금 뿌려 절이듯 약에 절여져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용만 당했으니 그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을 겁니다. 그리고 회복술사(힐러)는 마법사는커녕 천민에도 못 낀다는 온갖 부조리를 당해야 했고요. 그렇게 살다 갈굼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어떤 힘을 손에 넣어 두 번째 생을 시작한 게 지금입니다. 그리고 다시 첫 번째 생과 같은 일을 반복하다 어느 순간 반란을 일으키게 되었죠. 반격의 서막이라는 것입니다. 그 첫 번째로 첫 번째 생에서 자신을 갈궜던 왕녀 프레아를 개조(?) 해서 동료로 만들고 빙랑족(늑대족)의 세츠나를 두 번째 동료로 맞아들였는데요.

 

그런데 이 주인공이라는 녀석 말입니다. 첫 번째 생에서 그런 일을 허구한 날 당해서 트라우마가 있을 법도 한데 둘을 맞이해서 매일을 그것만 해대요. 오죽하면 인터넷에서 평들이 이런 쪽으로 만 몰려 있으니 꽤 심각하다 할 수 있죠. 거기에 세츠나는 우리 나이로 12~3세, 이거 아청법 괜찮은 건가요. 물론 대의명분은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용사의 체액은 타인의 한계를 초월하게 해서 멈춰버린 레벨을 올려주는 능력이 있거든요. 왜 하필 체액인지는 모르겠지만 피로는 미미하고 정X이 확실하다나요. 그걸 핑계로 허구한 날 해대니 언젠가 적에게 맞아 죽는 것보다 복상사로 죽는 게 빠르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주인공이 아직 맨정신일 때 처음으로 회복술을 시행했던 왕국 제일 가는 검성 크레하를 맞이해 또다시 그의 업적(?)에 시동을 걸기 시작합니다. 크레하는 자신의 유파가 사람 죽이는데 이용된다는 것에 괘심해 하며 주인공의 뒤를 밟아온 거까진 좋은데 그녀 성격 자체가 하나를 믿으면 맹신으로 빠지는 구석이 있어서 친애 마지않던 왕국의 어둠을 알고 나서는 개조(?)를 하지 않아도 냉큼 주인공의 동료로 들어와 바로 그 행위로 이어지는 장면은 순간 동인지를 보는가 싶었습니다. 물론 주인공이 미약이라는 꼼수를 쓰긴 했지만 미약의 효과가 떨어져도 계속해서 주인공 곁에 있는 거 보면 주인공에게 걸리지 않아도 어느 못된 기동 서방에 걸려 고생 꽤나 할 거 같더라고요.

 

그렇게 왕국에 크레하라는 첩자를 심어놓는 등 조금식 반격의 기회를 잡아 가요. 주인공의 목적은 최종적으로 왕국 멸망,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는 게 이쪽 세상사라고 지금은 프레이아로 이름을 바꾸고 주인공의 충실한 시종이 되어버린 프레아의 여동생이 등장하면서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천재적인 지략으로 언니와 왕(킹)을 제치고 실세로 등극해 왕국을 좌지우지하는, 1권에서는 언급조차 없었던 새로운 여동생 보스가 등장해요. 그녀의 성격은 언니 크레하를 넘어서고, 세계에 군림하기 위해 타인의 아픔 따윈 안중에도 없는 냉혹하기 그지없어요. 먼치킨이 되어 버린 주인공조차 여동생하고는 싸우길 거부할 정도죠.

 

그러다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아요. 여동생 보스는 주인공 출생지 마을을 멸망 시키고 마을 사람들을 잡아와 그를 끄집어 내기 위해 희생양으로 삼기 시작한다는 것인데요. 사실 주인공은 타인이 죽든 말든 나와 상관이 없다면 관여를 안 해요. 그러나 어릴 때 자신을 돌봐줬던 사람의 죽음을 들은 순간 걸어온 싸움은 받아 처 주는 게 예의가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여동생 보스와는 언젠가 결판을 내야 될 적으로 인식하게 되요. 그리고 이런 작품의 클리셰인 능욕 코스는 덤으로 따라오겠죠. 하튼 주인공은 자신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 다치거나 하면 반드시 복수를 해준다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그는 복수만 하는 악귀가 아닌 착한 심성도 가지고 있다고 은연중에 비추기도 해요.

 

어쨌건 그래서 이 작품에서 악은 누구인가? 그건, 주인공 < 왕국이라 할 수 있겠군요. 단순히 용사(주인공)가 복수에만 미쳐서 날뛰는 것이 아닌, 첫 번째 생에서 자신에게 위해를 가했다고 두 번째 생에서는 아직 아무 짓도 안한 사람들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건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걸 작가도 인식하고 있는지 왕국 이면에 감춰진 어둠을 신랄하게 까발리면서 주인공에게 면죄부를 줘요. 가령 아인의 마을을 병사들이 습격해서 아인들을 노예로 팔아버린다던지, 아무 잘못이 없는 마을을 사교로 지정하고 멸망 시켜버린다던지, 평온하게 잘 살고 있는 마족에게 싸움 걸어서 침공하게 만들고는 마족에 대항한다고 세계 여러 나라에 원조를 받아 착복한다던지...

 

거기에 마을을 습격하고 여자들을 겁탈하는 것을 즐겁다고 평하는 병사들, 여긴 진정으로 인간의 마을인가 악마의 마을인가 헷갈리게 한다는 거죠. 그런 놈들에게 천벌을, 그런데 딱히 주인공도 좋은 소리 못 듣긴 해요. 싸우는데 있어서 비겁함이 병행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크레하와 싸울 때 그가 보여준 행동은 가히 칭찬받을 일은 아니죠. 미약을 원액채로 들이 붙다니 크레하가 서큐버스 속성이라도 있었으면 어쩌려고, 어쨌건 그 대가로 팔이 잘리는 아픔을 맛봤으니 쌤쌤이지 않을까도 싶지만 정상적으로 맞붙어서는 이길 수 있는 상대가 별로 없는 주인공 입장에서는 비겁함만이 승부처이긴 합니다.

 

맺으며, 크게 요약하자면 악마의 집단인 왕국을 타도하는 용사쯤 되지 않을까 합니다. 타도할 대상이 마왕에서 왕국으로 상대가 바뀌었다고 할까요. 크레하와 프레이아를 적절히 이용해 덫을 놓고 그러다 실패를 맛보기도 하는 등 조금식 싸움이 격해지고 있는데요. 그러고 보니 첫 번째 생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죽어간 마왕에 대한 복선이 미묘해지고 있군요. 다음 에피소드에서 그녀(마왕) 찾아 3만 리가거 같은데 어차피 나와도 주인공과 또 그것만 해대겠죠. 그리고 결국 여동생 보스도 같은 절차를 밟지 않을까 싶고요. 이런 작품은 미래를 유추하기 좀 쉬운 편인지라...

 

추신 형식으로 조금만 언급을 더 해보자면, 문제점이 좀 많이 보입니다. 완벽한 작품은 없다지만, 이전에 전혀 언급이 없었는데 느닷없이 다 꾸며둔 일이다 같은 급히 설정한 듯한 내용이 언 듯 언 듯 보여서 날로 먹는 게 이런 건가 싶기도 하였군요. 그 예로 상인과 크레하 에피소드가 그렇고요. 후반부에 나름대로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긴 하는데, 또 먼치킨이면서 먼치킨이 아니라며 날뛰는 것, 그리고 주인공도 좀 험한 꼴을 당하면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지 않을까 싶은데 첫 번째 생에서 굴렸으니 그건 됐다 싶은지 전혀 없는 게 아쉽달까요. 여자들과 맨날 그거 하는 건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 같으니까 넘어간다지만. 어쨌건 이번엔 좀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19금 안 받은 게 정말로 용하다고 할까요.

 

좀 더 추신하자면, 주인공의 최대 굴욕도 있어요. 크레하 왈: "전부 들어갔어?" 주인공 왈: "이게 다야" 물론 본편엔 굴욕이니 뭐니 같은 언급은 없지만요. 필자의 뇌가 썩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주인공은 좀 더 많이 세상을 경험해야 된다고 봐요. 아니 여기선 작가라고 해야 하나, 좌우지간 이런 적나라한 것도 꽤 있습니다. 앞으로도 늘어나지 않을까 싶군요. 필자는 일명 신사물보단 아예 솔직하게 나가는 것도 괜찮을 거라 봐요. 그래서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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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제로 1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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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마왕을 쓰러 트리기 위해 길을 떠난 용사가 동료를 모아 레이드를 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판타지 세계에선 잘만 모이던 동료들을 비웃듯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 줘요. 사실 마왕을 쓰러 트리러 가자고 한다면 목숨을 걸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러면 세상 어느 누가 목숨을 내놔라 하는데 '그렇게 하마'라고 할까요.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과 생이별을 넘어 다신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가 쓰러트려 주겠지, 하지만 그런 안일한 생각을 비웃듯 이 작품은 내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이 걸려 있다면?라는 물음을 던져요.

 

그리고 또 하나, 능력이 있다고 그걸 세상 사람들을 구하는데 써야 할까?라는 물음을 던지기도 하는데요. 예전 어느 히어로가 이런 말을 했어요. 히어로도 용기라는 마음으로 포장은 했어도 껍질만 벗기면 평범한 사람과 다르지 않는, 맞으면 아프고 찔리면 죽는다. 적과 싸우며 고통과 공포를 느낀다고,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용사니까 히어로니까 그걸 감내 하라거나 없는 줄 안다고, 참 비정한 세계가 아닐 수 없어요. 이 작품도 그런 면에서 참 비정하게 다가옵니다. 이 세계엔 신(神)이라는 마왕이 존재해요. 신이 세상 모든 걸 장기판에 둔 말로써 움직이고 기분에 내키는 대로 생사여탈을 쥐락펴락하는 그런 세계

 

그런 세계에 반기를 들고 마왕을 타도하기 위한 작은 태동이 시작돼요. '밀레디' 훗날 라이센 대미궁을 만든자, 신에게 대항했다 패배한 해방자, 약관 15세(추정)에서 출발하는 그녀의 라이프 스토리가 지금 여기에, 뭐랄까 필자는 이 작품(외전)을 참 가볍게 생각했군요.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본편하고는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짜임새 있는 이야기였는데요(물론 주관적). 신에게 대항하기 위해 동료를 모으는 과정은 한마디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처절하다 할 수 있어요. 그 첫 번째 타깃으로 오르크스 대미궁을 만든 오스카를 찾아가는 장면부터 범상치 않게 다가오죠.

 

밀레디, 그녀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머리에 꽃 꽂은 희대의 광녀(狂女)가 사람 파멸 시키는 재주 하나는 뛰어나더라'고요. 그녀의 광녀 기질이 얼마나 심하냐면요. 누구에게나 신사적인 오스카가 자신이 먹던 커피를 그녀의 얼굴에 뿌려 버릴까라고 할 정도죠. 두 번째 동료는 그녀의 머리를 쥐어서 쪼개 버리려고 하고요. 아! 물론 악녀와는 다릅니다. 나쁜 쪽의 광녀가 아니라 가령 남자의 일터에 찾아가 여친 행세하며 뒤집어 놓는다거나 마을 처자들에게 이상한 생각을 심어주는 언동을 한다거나, 그만하라는 오스카에게 싫은데?라고 말하는 등 사람 속 긁는데 천재적인 능력을 보여준다는 거죠.

 

그 유명한, 때릴 거야? 때릴 거야? 포로리를 바라보는 너부리의 심정이 이랬을까 싶은 게요. 결국은 두들겨 맞기도 하지만 포로리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부활해서 또 사람을 긁어대요. 사실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참 안타까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국내 굴지의 대귀족 백작의 딸로 태어나 집안 대대로 이어지는 처형인이라는 막중한 임무 때문에 인격을 내다 버리다시피 자라온 그녀, 어느 날 벨타라는 시녀를 만나 이 세계에 대해, 신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하죠. 그게 발단이 되어 폐기처분 받은 벨타와 그녀, 절대적인 신앙만이 진리인 세계에서 신에 대해 의문을 품는 건 그거 하나만으로 이단으로 치부되는 세상

 

도움을 받아 고맙다고 말하지 못하는 세상, 종족이 다른 사람을 사랑했다는 죄, 은혜로운 호수를 찬양했다는 죄, 히어로를 용납 못하는 세계, 누가 그럽니다. "그런 세계, 잘못됐어" 당연한 걸 당연하다고 말 못하는 우리네 어두운 과거를 빗대듯 세계는 신앙이라는 어둠 그 자체로 다가옵니다. 그걸 타파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밀레디를 주축으로 한 해방자들, 하지만 혼자선 힘들고 우선 동료를 모아야 되지 않겠어요. 그래서 오스카를 찾아온 밀레디, 하지만 그녀의 사람 속 긁는 스킬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바람에 첫인상은 가히 최악이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동료로 들어오라는 밀레디, '거절한다'를 듣고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그녀의 성품은 지고지순일까?

 

무엇이 그녀를 움직이는 걸까. 아마 죽은 벨타라는 시녀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원래는 감정 없는 인형에 지나지 않았던 그녀가 발랑까지고 사람 속 긁는 머신이 된 원인이 되었던 그녀(벨타), 신을 타도하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게 하는 도화선으로 작용했던 그녀가 죽은 지금, 왜 밀레디는 그런 성격을 유지하고 있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신의 농간으로 벨타를 지켜주지 못한 일과 자신의 손으로 집안을 멸족 시켜버린 게 원인이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요컨대 그녀의 마음은 부서지기 쉽다고 할 수 있어요. 항상 밝은 모습으로 사람 속 긁는 것도 어쩌면 톡 건드리면 무너지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군요.

 

어쨌건 동료 모으는 건 참 쉽지가 않습니다. 신대 마법이라는 격세유전을 타고났지만 가족을 위해 조용히 살아가고픈 오스카를 동료로 끌어들이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는 모습은 위에 언급한 히어로를 연상시키죠. 왜, 힘이 있다는 이유로 나서서 싸워야 되는가, 지금의 생활에 안주하며 팔 안에 들어온 사람들을 지키며 사는 게 뭐가 나쁜가 하는 철학적인 의미를 보여줘요. 이건 두 번째 동료로 들어오는 '나이즈'도 마찬가지로 작용해요. 지금의 가족을 지키고 싶은 오스카와 과거 가족을 지키지 못했던 나이즈, 그런 마음들을 알면서도 보다 거국적으로 행동해주길 바라는 밀레디와는 물과 기름을 보는 듯하죠.

 

하지만 세상사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기 마련이고 국방부 시계는 돌고 돌아 언젠가 전역할 날짜를 알려 주죠. 요켠대 오스카와 나이즈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만다는 겁니다. 신의 놀이판일뿐이고 신의 말씀이라면 그 무엇이든 통용되는 세계에서 오스카의 가족이나 나이즈가 지키려 하는 사람은 둘의 바람과 상관없이 무력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것은 사실 밀레디가 찾아오지 않았으면 당하지 않을 부조리였을 수도 있고, 그녀가 찾아왔기에 비로소 탈출구가 보였다고 할 수 있어요. 또한 그녀가 찾아옴으로써 오스카와 나이즈의 시계는 비로써 움직이기 시작했다고도 할 수 있고요.

 

야자열매 까듯, 야자열매 속에 감춰진 그들의 마음을 꺼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될까. 껍질을 까고 까고 또 까는 수밖에 없죠. 진심을 담아 호소하는 수밖에요. 하지만 발랑까지고 사람 속 긁는 스킬이 만렙인 그녀로 인해 이걸 보는 독자는 다들 너부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거 한대 안 패고는 도저히 못 참겠다 싶을 정도로 약 올려대죠. 결국 나이즈가 못 참고 그녀의 머리를 잡고 쪼개버리는 모습에서 시원함을 느낄 정도이니 말 다했지 싶습니다. 물론 진짜로 쪼개는 건 아니고 압력을 가해서 짜부려트리려고 할 뿐입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게 그녀의 이런 모습이 옥에 티이자 활력소라 이중적인 요소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맺으며, 전형적인 마왕 타도를 위한 동료 모으기이긴한데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좀 억지스러운 면이 많았던 것도 사실인데요. 우선 밀레디의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모습에서 거부감이 좀 심했어요. 오스카가 그녀의 제의를 거절 했음에도 계속 나타나 사람 속 긁어대는 것이나,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며 안주하려는 오스카에게 자신의 신념을 종용하는 듯한 모습 등은 좋지 않게 다가왔군요. 설득하려면 뭔가 근본적으로 다가가야 될 텐데 넌 지금의 세상이 마음에 들어? 만족해? 이대로 좋다고 생각해? 아니 만족해서 살고 있는 사람에게 어쩌라고요. 두 번째 동료에게도 마찬가지의 일들이 벌어져요.

 

사실 밀레디의 성격 때문에 이 작품이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만. 포로리 같은 성격을 싫어하는 독자는 삼가야 될 작품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근데 사실 밀레디의 성격에서 파급되는 개그는 시종일관 몰입도를 높여주는 아이러니도 가지고 있기도 해요. 오스카와 지지고 볶고 하는 일상 등 슬레이어즈의 리나와 가우리(ガウリイ=ガブリエフ)의 만담 커플을 보는 듯해서 정겹기도(?) 하죠. 그 외에도 절대 악으로 나오는 사교(교회)와의 짜임새 있는 전투신도 볼만합니다. 오스카나 밀레디 그리고 나이즈 모두 신대 마법을 쓰는 먼치킨이긴 하지만 이세계 먼치킨과는 다른 맛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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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칸방의 침략자!? 24 - L Novel
타케하야 지음, 원성민 옮김, 뽀코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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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트제에서 일어난 쿠데타를 진압하기 위해 거기로 몰려갔던 106호 단칸방 거주자들의 모험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험은 모험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모험은 아니군요. 그냥 소꿉놀이 내지는 날씨 좋은 날 소풍 같은 거라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피가 튀고 살이 분리되고 사이드 3가 궤멸된다거나 콜로니 떨어트리기 같은 우리가 아는 그런 전쟁은 없어요. 사실 이 작품은 아기자기한 쪽이긴 하죠. 등짝 가려운 표현으로 써보자면 파스텔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어요. 이 작품의 모토가 희생은 최소한으로, 태어나자마자 나쁜 놈은 없다. 같은 거니까요. 물론 진짜 나쁜 놈이 있긴 하지만 그런 놈들조차 죽이지 않으니 동화 같다는 표현은 맞을지도 몰라요.

 

좌우지간 주인공 코타로와 히로인 9명 + 유부녀 1명은 포르트제 해방을 위해 알라이아 행성에서 전초전을 치르며 교두보를 확보하고 조금식 반격의 실마리를 찾아 가요. 이 과정에서 주인공 코타로는 정부군을 맞이해 싸우면서 희생자를 내지 않는 등, 그 옛날 알라이아 곁에서 보좌했던 청기사의 그림자를 티아 곁에서 다시 한번 보여주게 되요. 그래서 코타로가 진짜 청기사가 아니냐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죠. 이것은 사실 2천 년 전 이야기를 다룬 7.5권과 8.5권의 재림이라 할 수 있어요. 그때도 쿠데타로 인해 쫓기던 알라이아와 샤를(둘이 자매)을 도와 왕권을 회복하고 흩어진 민심을 바로잡고 세상을 안정 시켰죠.

 

이번 쿠데타에 대항하는 에피소드도 그와 비슷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할 수 있어요. 2천 년 전 쿠데타를 모의했던 장본인의 후손으로 보이는 인물이 이번 쿠데타 주역이기도 하고, 알라이아 역으로는 하루미가, 샤를 역으로는 티아가 맡아 하고 있죠. 그리고 2천 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조금식 흩어진 민심을 바로잡고 쿠데타 세력과 싸워 가요. 자, 그러면 여기서 우리는 이들의 싸움에서 2천 년 전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건데요. 단도직입적으로 언급해보자면 그런 거 없어요. 2천 년 전 알라이아와 샤를이 떠나가는 코타로를 배웅하며 애달프게 그를 부르는 장면이라던가 손을 흔들며 다음을 기약하며 가슴 아프게 했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어요.

 

그야 이미 그를 사모하는 마음은 보상받았기에, 그리고 다시 헤어진다는 루트는 없어졌으니까요. 이야기를 길게 늘려서 쓰는 폐해가 여기서 나오는 게 아닐까 해요. 알라이아의 환생체인 하루미는 일찌감치, 샤를의 환생체라 여겨지는 티아도 이미 그를 향한 마음이 완성되었죠. 이걸 아꼈다가 여기쯤에서 2천 년 전 기억을 되살리는 이야기를 기용했더라면, 조금만 더 순애적인 요소를 가미했다면 이야기는 극적을 넘어 참 대단했을 거라 봐요. 그야 2천 년을 뛰어넘어 사모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거니까요. 헤어지며 안타깝고 애달프게 했던 장면을 여기서 다시 만나는 걸로 완성 시켰더라면 좋았지 않았나 싶어요.

 

어쨌건 23권은 외전이었고 본편을 다루는 22권이 발매된 지 1년하고 1개월이 흐른 뒤에야 24권이 나와서 앞의 이야기를 모르겠습니다. 거기다 그 사이 필자의 감성을 관장하는 세포들이 많이 죽어 버렸는지 좋은 점 보다 지적하고픈 점이 엄청 눈에 띄었군요. 아마 22권에서도 신랄하게 비판했지 싶은데 이번 24권에서도 그와 유사하게 비판 좀 해보자면요. 전쟁을 애들 소꿉놀이같이 한다는 것입니다. 전쟁은 정보전이고 물량전이고 눈치 싸움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비참하죠. 그런데 그런 거 없고 애들이 숨바꼭질하는 것마냥 아기자기하게 흘러가요. 물론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그렇긴 합니다만.

 

그런데 여기서 큰 문제점이 적들은 정보전과 전술에 어두운 바보들이고 주인공 일행은 일당백인 용사들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항성계를 운영할 정도의 고도의 문명을 자랑하는 포르트제 군대엔 정보전과 지략과 전술에 능통한 놈들은 하나도 없는지 키리하의 지휘에 농락당하기나 하고, 기믹에 넘어가 엉뚱한 곳으로 쫓아간다던지, 전쟁 중인 걸 알면서 연대급 기지(쿠데타군)의 방비가 허술해서 그냥 뚫리는 등, 대체 어느 당나라 군대면 이럴 수 있는가 하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이 많아요. 주인공 일행은 불살을 외치며 싸워요. 이래야 여론에서 유리하다나요. 전쟁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닌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반드시 승리하는 주인공 일행과 덜떨어진 적(쿠데타군), 상황은 핑크빛이 만연해요.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중간에 이름만 올려놓고 작가가 바뀌어 버렸는지, 청기사 이후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지구인은 지능이 높고 아는 게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은 인종이고 이세계인은 수준이 낮은 덜떨어진 존재들이라는 이세계 전생물 처럼 비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작가 지식이 부족한지 아니면 한번 실수한 걸 되풀이하는 습성이 있는지 지략과 전술은 어디다 팔아먹고 줄곧 괴수 대혈전으로만 주인공을 상대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곤 늘 깨지죠. 적들은 배우는 게 하나도 없어요. 이번에도 괴수 대혈전이 펼쳐지고 주인공에 의해 끝을 맺죠. 그러곤 오!! 청기사님?! 이러고 자빠졌으니 미치고 졸도할 노릇이죠.

 

맺으며, 글 표현력이 떨어지다 보니 24권을 읽은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주인공은 짱짱맨이고 적은 아둔하다. 그 이상은 안 되어 보였군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고리타분한 소년 영웅물 같다고 할까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실망한 게 진도가 안 나갑니다. 예전엔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기승전결'이었는데 이젠 없어졌어요. 하나의 주제를 놓고 대체 몇 권에 담으려는지 24권에 와서도 아직 포르트제는 물론이고 쿠데타 주역 발치에도 못 갔어요. 청기사의 전설의 시작인 7.5권과 8.5권 때의 기승전결은 아득한 꿈만 같은 일이 되어 버렸죠.

 

작가가 초심을 잃어버린다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단어를 놓고 설명은 왜 그리 많이 해대는지, 가령 핑크빛이라는 단어가 있다 치면 이건 분홍도 되고 연분홍도 되고 핫핑크도 되고 하트에 잘 어울린다 같은, 끝이 없어요. 어디선가 그러길 일본에서 이 작품이 꽤 인기가 있나 보더라고요. 판매량에서도 중상위권에 진입하기도 하는 거 같던데, 예전부터 일본 엔터테인먼트의 고질병이 좀 잘 나간다 싶으면 이야기를 엄청 길게 늘린다는 겁니다. 물론 출판사의 입김도 있겠지만 무슨 병이 만연하는지 꼭 초심을 잃는 작가가 나오데요. 이 작품의 작가도 그런지.. 참 안타까워요. 그래서 필자는 24권을 끝으로 하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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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대비해 이세계에서 금화 8만 개를 모읍니다 2 - Novel Engine
FUNA 지음, 토자이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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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리뷰 부제목으로 '타키 찾아 이세계에미츠하'는 사실 '너의 이름은'이라는 작품을 빗대어 본 것입니다. 너의 이름은이라는 작품은 등장인물 미츠하와 타키가 서로 다른 세계에서 서로의 존재를 알아가는 로맨스 드라마이죠. 그걸 바라고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지만, 일단 이름이 미츠하인데다 이세계로 넘어간다길래 혹시나 타키에 해당하는 남자 애를 찾게 되고 그렇게 로맨스로 흘러가나 하는 바람도 없잖아 있긴 했지만 사실 그렇게 흘러갔다면 필자는 2권을 구매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자는 등 가려운 건 못 참거든요. 그런데 이번 2권에서 복선이 뜨면서 전혀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기도 하더라고요.

 

그건 그렇고 이번 2권 표지는 상당히 센세이션 한 느낌을 선사하는데요. 필자는 새로운 등장인물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미츠하'라지 뭡니까. 1권 표지는 물론이고 속 일러스트하고 갭이 상당해요. 드레스 하며 헤어스타일 등 꽤 청초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하죠. 하지만 하는 짓은 뺀질이 그 이상은 아니어서 겉모습만 놓고 판단했다간 언제 소리 소문 없이 제거될지 모르는 아주 무서운 아이가 아닐 수 없지요. 저 드레스 안쪽에 각종 총기류와 칼이 내장되어 있어요. 시비 걸어오는 놈들에겐 문답 무용으로 불을 뿜습니다. 거기에 주변 권력 이용엔 도가 터있기도 하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방법은? 들은 말을 그대로 고자질을 한다. 한 번은 대상인이 자신(미츠하)의 몸과 가게를 내놔라는 말을 고대로 재상(왕 보좌관)에게 건네면서 대상인을 몰락 시켜버린다거나, 몰락 일직선을 타버린 식당을 살리는 프로젝트 중에 방해하는 옆 식당 점주의 횡포를 왕(킹)에게 고대로 고하면서 그 점주의 일가를 패가망신 시킨다거나, 얘와 얽히면 3대가 망하게 돼요. 거기에 도적같이 무조건 빼앗으려 드는 사람을 만나면 다짜고짜 총을 빼들어 문답 무용으로 쏴버리죠. 사실 도적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건 현실세계에서 계급 사회에 익숙지 않은 주인공이 이세계의 계급 사회라는 질서를 뭉개 버리고 교란하는 그 이상은 아니라 생각 해요.

 

좀 진지 빨고 싶지만 글이 길어지니 모순에 대해선 이쯤하고, 하여튼 간에 이번 이야기는 왕녀(작중에선 공주라지만 등짝이 가려운 관계로)가 유괴될뻔한 상황에서 구해주고 나아가 옆 나라의 침공에 맞서 용감히 싸워 승리를 쟁취하는, 중2병의 끝을 보여줍니다. 현실 세계에서 총기 관련으로 도움을 받은 용병 집단을 이세계로 전이 시켜 대군에 맞서 같이 싸워요. 그 과정에서 표지의 모습으로 등장해서 귀염을 터트려 줍니다. 그리곤 필자가 자주 써먹는 포위 섬멸진을 구사해서 미츠하 포함 59명인가(다시 찾아보기 귀찮은 관계로)로 2만 대군의 적을 맞아 몰살 시키면서 독자의 쌈짓돈을 날로 먹으려 들죠.

 

이 부분에서는 게이트를 연상케 하였군요. 사실 그런 느낌이 좀 강해요. 그렇다고 우익인지는 판단이 서지 않지만요. 그리고 아웃 브레이크 컴퍼니와 비슷한 짓을 벌여 줍니다. 이젠 대놓고 현실 물품을 이세계에 가져다 퍼트리기 시작해요. 왕녀와 나라를 구해준 보답으로 자작이라는 작위와 영지를 받게 된 그녀는 왕도에 오픈한 가게를 일시 휴업하고 받은 영지로 가서 부흥을 꿈꾸게 돼요. 영민 600백몇십 명인 영지를 일으켜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땅 파서 가제 잡는(이게 아닌가) 일을 벌여 가죠. 이 부분은 심시티의 그것과 유사합니다. 필자는 해보지 않았지만요.

 

그런데 얘 머리 참 똑똑하네요. 물론 주인공이 그래야 정상이지만 앞으로 살아가야 될 목표를 정하고 불리할 거 같은 일은 처음부터 잘라버리는 수완이 꽤 좋습니다. 하기야 나이는 18세라지만 외견은 12세인 그녀가 이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독하지 않으면 안 되겠죠. 얕잡아 보이지 않기 위해 허세로 선수 치기도 하고 권력을 이용해서 사전에 위험을 차단하는 등, 사실 전이 능력과 치료 능력이 있으니 여차하면 도망가면 되니까 따지고 보면 거리낄 게 없으니 막 나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요컨대 얘는 적을 많이 늘리는 타입이죠. 사람이란 타협을 하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억수로 피곤할 수밖에 없어요.

 

좋은 말로 타일러서 돌려보내도 될 일을 허세를 부리며 권력에 기대어 해결함으로써 자신이 정의라 믿고 있는 사람은 그녀에게 원한을 품을 수밖에 없죠. 이건 작중에서도 언급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기거하는 건물이나 방은 세이프티 장치로 도배를 해요(물론 물건 도난을 막는 것도 있지만). 잠자리엔 항상 권총을 휴대하기도 하고요. 이런 타입은 궁극적으로 적만 늘릴 뿐 친구와 동료는 한정될 수밖에 없게 되죠. 이번에도 영지에 취임하면서 부정한 메이드라던가를 대거 잘라 버림으로써 원한을 사게 돼요. 왕도에서는 대상인이라던가, 물론 지나가는 해설로 위험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친절한 메시지를 첨부하기도 합니다만.

 

결국은 우려하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우선은 그녀의 전이 능력을 알아챈 현실 세계의 나라들이 있겠군요. 이것은 아웃 브레이크 컴퍼니와 아주 유사해요.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각국 정보부가 움직이고, 여기서도 그녀는 허세로 난관을 돌파하죠. 여느 작품처럼 잡혀가 실험을 당하거나 해부를 당하거나 그런 일은 없습니다. 좀 기대는 하였지만, 사실 이 작품은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같은 누구나 꿈꾸는 이상향을 근본으로 하고 있어서 심각한 이야기는 없어요. 글자 그대로 가볍게 읽는 용도일 뿐이죠. 따지고 들어가면 한정이 없게 돼요. 진지 빨지 말고 그냥 그녀의 뺀질이와 허세에 맞춰져 있는 웃음 포인트만 즐기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맺으며, 사실 사람은 좌절을 겪어 봐야 성장을 한다잖아요. 그런 면에서 이런 류의 작품들은 그런 게 일절 없다는 것에서 허황된 꿈이라 지칭할 수 있어요. 좀 많이 비꼬면 작가의 망상이랄까요. 하지만 망상이 있기에 글을 쓸 수 있는 것이기도 하죠.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어요.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깨닫기도 하고 동료의 도움도 좀 받고 그러면 조금은 이야기가 진지해질 텐데, 아무리 치트를 받았다곤 해도 영지 경영이 쉽게 쉽게 흘러간다는 거 자체가 현실의 창업자들을 욕보이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리고 나쁜 사람 기준이 이세계가 아니라는 것이 더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군요. 도적을 빼더라도, 뭐 라이트 노벨이라는 게 가볍게 읽는 거니 이런 거 꼬집어 봐야 소용이 없겠죠. 그래서 3권이 정발 되면 조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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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대비해 이세계에서 금화 8만 개를 모읍니다 1 - Novel Engine
FUNA 지음, 토자이 그림, JYH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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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작품은 '악마가 돌아왔다!'로 정의할 수 있어요. 본 작품은 FUNA 작가의 작품 중 연재 순서를 따지면 이 작품이 최초이긴 한데 발매 순서를 보면 세 번 째인데요. 전작(아직 발매 중이라 애매하지만)에 해당하는 포션 빨(1)에서 주인공 카오루가 포션을 만들어 자기가 있을 자리와 몸을 지키는 수단을 그리는 과정은 한마디로 악마라 칭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이 작품의 주인공 '미츠하'도 그래요. 그녀는 부모님과 오빠를 차 사고로 잃고 졸지에 고아가 되어 버렸어요. 어느 날 바닷가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를 생각하다 양아치에게 끌려갈 위기에 놓이게 되고 저항 중에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고 말아요.

 

그리고 눈을 뜨니 이세계, 이 작품은 이세계물입니다. 흑자는 질리지도 않고 이세계물이냐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거기다 우리나라에 정발중인 FUNA 작가의 작품 세개(2)가 이세계물이니 변명할 여지도 없는 게 사실이기도 하죠. 하지만 능균은 읽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전작인 포션 빨을 읽어 보신 분이라면 작가 특유의 뻔뻔함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본질은 이세계로 넘어간 주인공은 먼치킨에 해당하는 능력을 얻어 아등바등 살아간다는 클리셰의 기조를 유지하나 FUNA 작가는 여기에 뻔뻔함과 악마 기질을 추가 함으로써 개성만점의 주인공을 탄생시킨다는 것이죠. 이 말인즉슨 내가 살기 위해 널 이용하겠다 와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어요.

 

물론 겉으로는 배려해주는 척하지만 본심은 내가 살기 위해 이 정도는 괜찮잖아? 식으로 남을 이용하는데 도가 터 있죠. 이 작품의 미츠하도 이세계로 넘어가 후견인을 만들기 위해 백작(귀족) 집에 쳐들어가 현실에서 가져온 진주 목걸이로 낚시하는 장면은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어요. 참, 미츠하에겐 능력이 하나 있는데요. 그녀는 무려 현실과 이세계를 무한정 왕복할 수 있어요. 이세계로 넘어가다 미확인 생명체와의 조우로 그 능력을 얻게 돼요. 모 작품에서도 이와 유사한 주인공이 있지만 그는 빵 셔틀이나 하는 모질이이고 이 작품의 주인공인 미츠하는 장사 수단으로 이용하는 똑똑한 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입 때 부모님과 오빠를 잃은 충격으로 대학에 떨어지고 앞 길이 막막했던 그녀, 거기에 유산 문제로 삼촌과 학교 불량배들의 노림도 받는 처지였었죠. 이 정도면 자/살하지 않은 것만 해도 용하다 할 수 있어요. 그런 그녀가 이세계와 현실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면서 현실의 물품을 이세계에 가져다 팔아 금화를 장만해 노후를 편하게 살자는 프로젝트를 시작을 하게 돼요. 일명 문화 침공이 시작되는 것이죠. 그동안 여타 작품에서는 주인공의 지식만으로 이세계 침공하였으나 이 작품은 대놓고 현실의 물품으로 침공을 감행하죠(3). 이세계 발전을 저해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노골적으로 물품을 가져다 파는 게 맹랑하기 그지없어요.

 

전작인 포션 빨에서 카오루가 귀족들을 농락하고 사제들을 벌하는 용도로 포션을 이용했다면 미츠하는 현실의 물품으로 농락과 신벌을 감행하려 들어요. 아직 신벌은 내리지 않았지만 곧 시간문제로 다가오죠. 그래서 포션 빨을 읽은 분들이라면 이 작품은 무리 없이, 몰입도는 상당할 거라 봐요. 후견인을 만들기 위해 진주 목걸이를 이용한다던가 귀족 영애가 사교계에 데뷔하는 날에는 대놓고 이벤트 대행업체를 흉내 내 온갖 기기를 이세계로 끌고 가 잔치판을 벌이는 과정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이세계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따윈 안중에도 없어 보이기도 하죠. 그런데 귀족에게 찍혀 소리 소문 없이 잡혀가 출처를 강요 당하지나 않을까...??

 

그런 거 없어요. 위험하다 싶으면 현실 세계로 도망 와버리면 되니까요. 무책임이랄까요. 그래서 악마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싶어요. 얘가 자신의 외모를 칭찬하는 또래의 귀족 자식(차일드)에게 우리나라에선 다 이래요.라며 격침 시키질 않나, 속옷을 팔려 들지 않나, 그걸 산다는 귀족 자식하며, 진짜 가볍게 읽고 웃기엔 이보다 좋은 작품은 찾기 힘들다는 식의 진행 방식은 혀를 내두르게 하더라고요. 거기다 얘가 오빠에게서 거의 베어그릴스급으로 훈련받은 것에 힘입어 갈수록 기관총과 권총, 나이프 다루는 지식이 남달라져요. 이것은 이세계로 떨어졌다고,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기죽을 쏘냐는 식으로 당차게 살아간다고도 할 수 있어요.

 

사실 이런류의 이야기는 처음은 아니긴 합니다. 신선도로 따지면 유통기한이 반쯤 남은 생선과 같다고 할까요. 로또 400억 당첨(4)이라는 작품에서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으니,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아낌없이 나눠주는 나무가 로또 400억이라면 나무를 잘라서 팔아버리는 건 이 작품(금화 8만 개)라 할 수 있어요. 미츠하는 결국엔 왕도에서 가게를 차려 현실 물품을 가져다 노골적으로 장사를 시작하죠. 박리다매도 아니고 여느 주인공처럼 나눠주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폭리를 취하면서요. 악덕업주랄까요. 당연하게 손님이 있을 리 만무하게 되죠. 그럼에도 귀족 영애가 사교계에 데뷔할 때 보여준 이벤트 대행업체 흉내 덕분에 만선을 기대 중이기도 합니다.

 

맺으며, 이용할 건 철저하게 이용한다. 현실에서 재산과 유산을 노리는 악덕 삼촌과 학교 불량배를 처치한 실력은 우연이 아니라는 듯 철저한 계산과 두뇌를 보여줘요. 오빠에게서 배운 베어그릴스식 생존법이 유효하기도 했고요. 다만 18세임에도 12세로 오해받는 체격이 트라우마급이라나요. 어쨌건 영화 점프를 보셨다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한번 간 곳의 이미지가 있으면 언제든 다시 갈 수 있는 능력, 미츠하도 그래요. 나중엔 점프의 주인공처럼 사진만 보고도 거기에 가는 능력까지 보여주죠. 이제 팔라딘(점프 능력자를 처단하는 기관)만 등장하면 완벽... 참, 마법은 나오지 않고 대신에 총이 등장합니다. 주로 미츠하에 의해...

 

사실 딴지 걸려면 이보다 많이 잡을 수 있는 작품도 없긴 해요. 가장 큰 딴죽을 걸자면, 이세계물 대부분이 그렇듯 이세계 사람들은 수준 낮다라고 돌려 까고 있다는 걸 들 수가 있어요. 못 보던 문물에 우와 한다거나, 주인공이 앉아서 밥 먹는 모습에 아니 그런 방법이? 같이 놀란다거나, 따지고 들면 한정이 없죠. 그런 면에서 이 작품도 자유롭지 못하지만, 사실 그렇게 머리 아프게 보지 말고 이 작품은 가볍게 읽고 웃고 넘기는 용도로 보면 이보다 좋은 작품이 없을 거라 생각해요. 특히 미츠하의 자기 보신을 위주로 한 타인을 이용하는 삶의 방식은 무엇보다 맹랑하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후견인을 얻기 위해 없는 일 지어내고 우리 돈으로 천만 원이 넘는 진주 목걸이로 귀족을 낚시하는 장면은 일품이 아닐 수 없어요.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노블엔진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노블엔진 감사를 드립니다. 

  1. 1, 포션빨로 연명합니다!
  2. 2, 능균, 포션 빨, 금화 8만개
  3. 3, 사실 게이트나 아웃 브레이크 컴퍼니도 있지만 일단은 넘어 갈게요.
  4. 4, 로또 400억에 당첨되었지만 이세계로 이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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