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이브 & 로드가 되는 여관 1 - Novel Engine
이나리 류 지음, 카토 이츠와 그림, 조아라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2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필자의 주관적인 해석 주의, 매우 안 좋은 평이 있습니다.
장르: 블랙 코미디, 이세계 전생, 먼치킨, 하렘
노블엔진에서 발매된 신작으로 "블랙 코미디"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표지 보면 아시겠지만 부제목으로 ~레벨을 초월한 전생자가 여관에서 새내기 모험자 육성을 시작한다네요~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이세계 먼치킨을 다루고 있어요. 주인공은 전생자로서 그의 능력은 세이브와 로드라고 하는데, 콘솔 게임에서의 그 기능이 맞습니다. 세이브를 해놓고 죽었을 때 세이브한 시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능이죠. 주인공은 이걸로 능력을 키우죠. 여기서 무서운 점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능력치를 잃지 않고 로드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10의 경험치를 얻고 죽어서 로드를 해도 10의 경험치는 그대로 가지게 된다는 뜻입니다(먼치킨 양산). 두 번째는 세이브&로드가 가능하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싸울 수 있다는 것인데요(반자이 돌격). 단순히 좋잖아?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윤리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초보 모험가에게 세이브 시키게 하고, 죽으면 로드해서 다시 시작하게 하고, 이렇게 죽자 살자 육성해서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게 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얼핏 보면 좋은 일 하잖아?라고 할 수 있죠.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작품에 보면 판타지에서 초보 모험가의 사망률은 끔찍하다고 하니까요. 요컨대 무한으로 살아나게 해서 수련하게 하고 그에 따라 성장하는 시스템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런데 문제는 주인공의 교육 방식이 사이코 패스급이라는 거고, 중도 포기는 없다는 것입니다. 웃는 얼굴로 절벽에 뛰어내리라 하고, 피통 키운다고 볶은 콩 먹고 위장이 터지고 숨이 막혀 죽으라고 합니다. 세상에 콩 먹고 죽는 사람이 이 작품에 있어요. 세이브했고, 죽으면 로드하면 되니까 괜찮데요. 여기까지 언급하면 이건 뭐 아포칼립스급 재앙이라고 느끼실걸요.
필자는 이 작품이 아기자기한 파스텔톤 내용인가 했습니다. 그야 여우 수인이 화사하게 그려진 표지와 시놉시스는 그런 착각을 불러오기 충분했거든요.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웬 사이코패스 시키가 웃는 얼굴로 사람을 재앙의 구렁텅이로 밀어 놓고 있지 뭡니까. 사이코패스도 비유적이 아니라 그 자체라는 건데요. 예로 히로인 로렛타가 그의 교육을 받으며 몸도 마음도 망가지고 죽고 싶지 않아 하는 걸 농담으로 치부해버리죠. 대련 중이든 교육 중이든 사람을 진짜로 죽여요. 그래놓고 로드하면 되니까 죄가 아니라고 합니다. 상대 스테이터스를 다 까발려 창피를 주면서 배려의 차원을 난 거짓말을 못하니까로 포장을 하죠. 이렇듯 이 작품의 주인공은 성격에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요. 이는 개그를 위한 포장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할까요.
그리고 잘난 채 레벨은 또 어찌나 높은지, 난 강합니다. 레벨은 1이지만 세계 최강입니다. 이 세계 사람은 평생 던전 하나 제패할까 말까지만 나는 50개나 제패했습니다. 나에게 맞는 무기와 방어구가 없습니다. 요약하면 난 흉기 그 자체랍니다. 그러니 당신도 할 수 있어요. 절벽에 뛰어내려서 죽음을 극복하세요(수십 번 죽임). 배 터지고 숨 막혀 죽을 때까지 볶은 콩 먹어서 피통 키우세요. 주먹으로 1초에 몬스터 6마리 잡으세요. 도망은 용납 못하고 나에게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합니다. 상당히 극단적이죠. 죽음은 극복했지만 마음이 망가집니다. 이미 그를 거쳐간 많은 수련생들이 마음이 망가졌죠. 거기에 주인공은 입만 열었다 하면 해대는 잘난 채를 길이로 환산하면 지구에서 달까지 왕복도 할걸요? 알아듣지 못한 말을 해놓고 왜 알아듣지 못하냐며 남 탓합니다. 진짜 실미도를 넘어선 광기가 느껴진다고요.
말은 또 얼마나 싸가지 없게 하는지.
???? 왈: 이렇게 하다간 죽을 거 같은데?
주인공 왈: 그런데요? <- 이걸 입에 달고 삼
필자는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당신(주인공)은 칼 맞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칼을 맞고 살지요~"
대체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단순히 개그 픽션이니까 웃고 넘어가야 될까요. 일부는 넘길 수 있지만, 윤리적으로 너무나 큰 문제점을 안고 있어요. 로드하면 되니까 죽어도 되고, 죽여도 죄가 안 된다는 논리, 게임은 정신에 나쁘니까 하면 안 돼!식 고리타분한 꼰대 기질로 언급하는 게 아니라 이게 정식 발매되었다는 것에서 상당한 충격을 먹었군요. 그래놓고 사실 주인공은 엄청 착하고 남을 위한다는 포장은 포장대로 다 해놓고, 대체 영문을 모르겠어요. 초반에 읽으며 주인공 시키 분명 전생전에 분명 방구석 폐인일 거야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중후반에 언급이 되더라고요. 세상을 자기중심으로 생각해서 평범한 사람은 죽어도 못하는걸, 자기 기준을 적용해서 왜 못할까라고 의문을 가지는 인간이 제대로 된 인간인가?라는 고찰하기까지 했군요.
맺으며: 사람은 죽을 위기를 넘겨 강해진다고 하죠. 그러나 이 작품은 죽음으로부터 강해지는 걸 표현합니다. 일단 기본이 죽어서 공포를 극복하고, 경험을 살리라 조언하죠. 문제는 너무 극단적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세상에 볶은 콩을 먹어 배 터지고 숨 막혀 죽으라는 게 제정신인가 싶죠. 그 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는 제외됩니다. 개그로 치기엔 너무 살벌해요. 설명을 통해 이해를 얻기 보다, 설명은 하나도 안 하고 왜 안 하는데? 왜 이해를 못 하는데?로 주인공 기준으로 이 상황을 당연시해버리니 어찌 된 일인지 필자의 정체성에 의문까지 오더라고요. 어릴 적 어른들이 만화(이 작품은 라노벨이지만)를 보지 말라고 했던 이유가 이건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군요. 개그로 받아들이기에 필자의 나이가 너무 많아졌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상식과 윤리는 이 작품에서 찾을 수가 없어요.
아무튼 먼치킨 요소는 다 들어가 있습니다. 먼치킨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환장할 작품이죠. 기본적이 되는 주인공 레벨 1 먼치킨, 부인은 수인이고, 노예 소녀(종업원으로 기용 중), 길드장하고 친구 먹고, 여왕과 베프 먹고, 자기는 와이프만 본다고 그러지만 주변은 온통 여자들뿐이고(심지어 길드장도 여자), 그리고 상냥해. 방구석 폐인들이 바라는 요소는 거의 다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되는데 반대로 말하면 필자와는 아주 상극이 되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웬만하면 좋게 쓰려고 했는데요. 쓰다 보니 출판사에서 고소 들어오지 않을까 싶은데, 진짜 본 리뷰는 정말 순화해서 쓴 겁니다. 본 작품을 출시한 출판사 작품 중에 비교를 하라면 '외톨이의 이세계 공략'을 들 수가 있겠군요. 필자는 이 작품(외톨이) 리뷰하면서 2권은 발매 해선 안 된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 말을 이 작품(세이브&로드 여관)에도 적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