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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야근! 2 - L Novel
와가하라 사토시 지음, 아리사카 아코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사실 길 가다가 봉변을 당하는 사람이 보이면 구해주는 게 인지상정이긴 할 겁니다. 그게 봉변 당하는 사람은 여성이고, 내가 남자라면 더더욱 그래야 하는 게 세상 상식이죠. 거기에 사람 좋은 성격을 가졌다면 물불 가리지 않는 건 덤이고요. 그래서 이 작품의 주인공 '토라키'는 대낮에 봉변 당하는 히로인 '아이리스'를 구해주는 건 당연한 일이었죠. 그러나 그 댓가는 참으로 혹독했는데요. 선의를 폄하해선 안 되지만 나중에야 괜한 참견이었다는 걸 알게 되어 땅을 치고, 거기에 사람이 재가 되어 못 볼 꼴 당하며 구해줬더니 예비키까지 만들어서 어느새 내 집에 들어앉아 있는 걸 본다면 내가 왜 그때 구해줬을까 하고 후회를 해봐도 이미 늦은 겁니다. 주인공은 흡혈귀고 그녀는 흡혈귀 등 인간이 아닌 존재의 총칭 [팬텀]을 사냥하는 '성십자 기사단'의 정사원이거든요. 그러니 그녀를 구해준 순간부터 주인공 토라키는 인간으로서 권리를 잃은 것입니다. 이래서 노란머리(?)는 구해주는 게 아니라죠.
이번 이야기는 아이리스로부터 시작된 여난을 더해 여기에 기름 붓듯이 히로인 '리앙 쉬이링'이 주인공을 찾아오면서 그의 인간관계를 파탄 내는 걸 그리고 있습니다. 평범한 면상에 돈 벌어 놓은 건 없고 그렇다고 집안이 좋나, 어디에나 있을 법한 청년에게 어느 날 영국에서 온 노란 머리가 달라붙고,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집안의 미하루가 들러붙는 거에 더해 중국에서 온 미녀(리앙)까지 들러붙으니 주인공이 일하는 편의점 점장은 죽은 생선 눈이 되어 인기 많아서 좋겠다?라며 볼 때마다 질척 거리지. 이번엔 '아이리스'가 몸담고 있는 성십자 기사단(전부 여성)에서 주인공 정보 캔다고 편의점에 떼로 몰려와 소란을 피우니, 점장은 너의 스트라이크 존은 어디까지?라며 또 질척거리고. 집은 흡혈귀 조사한다고 성십자 기사단에 의해 초토화되어 버렸고, 주인공을 주인공으로 해서 재난 블록버스터를 찍는다면 몇 편이나 찍을 사태가 벌어집니다. 이게 다 '아이리스'를 구해준 것에서 비롯된...
히로인 '리앙'이 왜 주인공을 찾아왔는가가 이번 2권의 핵심입니다. 그저 여난을 더하기 위해 찾아왔나. 아님 1권에서 '무로이 아이카' 퇴치에 실패한 주인공을 어떻게 해보려고 무로이 아이카가 그녀(리앙)를 붙인 것일까. 주인공은 경계를 하지만, 그녀가 찾아온 이유는 전혀 엉뚱한 것이었으니. '무로이 아이카'는 주인공을 흡혈귀로 만든 '고요 스트리고이(진조, 순혈)'로 주인공이 반드시 쓰러트려야 할 적입니다. 그녀 때문에 주인공은 70년 넘게 청년의 모습으로 살아와야 했어요. 동생은 이미 늙은 할아버지가 되었고, 조카들도 흘쩍 커서 주인공보다 더 늙어버렸죠. 사실 주인공은 인간관계를 중요시하지만 이렇게 혼자 남겨지는 세상이 두려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인간 제대로 된 관계를 구축하지 않으려 하고, 아이리스가 흙 발로 들어왔을 때 경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고요. 이번 이야기에서도 주인공과 아이리스는 거의 감정싸움 직전까지 가게 되죠.
사실 필자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도 리뷰 쓰기에 조금은 난도가 높은 편입니다. 처음엔 여난을 주제로 해서 코믹스럽게 흘러가다 본격적인 내막(그러니까 이 작품으로 치면 '리앙'이 주인공을 찾아온 이유)이 밝혀지고 흑막(여기선 무로이 아이카)과 싸움으로 넘어가는 구조를 담고 있는데요. 참고로 '무로이 아이카'는 엄청나게 강한 존재고, 이 작품의 최종 보스가 될 거 같더군요. 이걸 기본 베이스로 깔아두긴 했지만, 본질적인 이야기는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주인공)을 양지에서 살아가는 인간(아이리스)이 끌어올려 햇빛을 보게 해주는 그런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입니다. 주인공은 흡혈귀라서 햇빛 보면 재가 되죠. 그러나 어딘가 성격에 문제 있어 보이는 아이리스 때문에 쉽게 진행되지는 않아요. 솔직한 성격이 아니라서 마음속에 꿈쳐두고 주인공이 '리앙'을 신경 쓰자 토라져서 막말 쏟아내는 등 조금은 갈 길이 멀기도 한데요.
그렇담 액션 쪽은 어떤가. 이 작품은 다크 판타지의 일종입니다. 시대 배경은 현대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판타지로서, 현대 문명과 중세 시대의 판타지가 양립하고 있죠. 이런 만남에 조금은 괴리감이 있기도 합니다만. 흡혈귀, 강시, 늑대 인간 등 픽션에서 등장하는... 이거 명칭이 있었는데 생각이 안 나는군요. 아무튼 이런 호러에 등장하는 괴수(이 작품에서는 팬텀)들과 이들 퇴치하는 전문 기관이 있고, 이런 세계관이 다 그렇듯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죠. 주인공은 흡혈귀로서 퇴치 대상이지만 아이리스가 몸담고 있는 성십자 기사단과 협력이라 읽고 착취 당하며 사람들에게 해가 되는 팬텀들을 퇴치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려지는 액션은 호들갑스럽지 않고 간결하게, 가령 미하루가 칼 휘두르는 표현은 머리로 그려질 만큼 잘 표현하고 있는데요. 맛으로 표현하면 담백하다고 할까요. 다만 최종 보스가 될 '무로아 아이카'와의 싸움에서 기승전결이 없어 좀 아쉽습니다.
맺으며: 솔직히 히로인 '아이리스' 성격 때문에 하차할까 말까 고민 중이군요. 오직 팬텀만을 퇴치하기 위해 살아와서 그런지 사람의 감정에는 매우 서툴러서 자신의 마음이 어떤 걸 가리키는지 몰라 신경질적으로 나오는 부분이 제법 있는데요. 가령 히로인 리앙이 무로이 아이카가 보낸 자객 같은 거 아닐까 감시하는 데에도 나보다 그뇬 우선? 같은 반응을 보이고, 리앙이 일으킨 어떤 일에 대해 추궁하면서도 하다 하다 의처증까지 보이는 것에서 질려버렸군요. 개연성이 좀 부족하다고 할까요. 나이는 먹을 대로 먹은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연애 감정엔 서툴다 같은, 풋풋함보다는 냉정함이 먼저 오더라고요. 차라리 주인공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머리에 꽃 꽂은 광녀처럼 자신의 마음에 솔직한 미하루 같은 행동을 했더라면 시원하기라도 할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런데 엔딩을 보니 작가는 아무래도 그녀(아이리스)를 온화한 주인공과 만나게 함으로서 성격이 고쳐지고 감정을 보다 밝게 변화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지 않나 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문제는 주인공의 감정이 상당히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고요.
사실 히로인 리앙이 찾아온 이유를 리뷰에 언급하고 싶지만 그것만으로 스포일러가 되어 버리는지라 빼고 쓸려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밝힐 수 있는 부분은 주인공이 흡혈귀라는 것이고, 자신의 출신 때문에 주인공(흡혈귀)을 동경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입니다. 정작 본인(주인공, 흡혈귀)의 고충은 모른 채 말이죠. 그리고 그런 마음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고요. 결국 범죄에 이용당하고, 학대를 받아온 캐릭터가 양지를 동경하며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을 그린다고 할까요. 그런 이야기에서 작가가 마련한 그녀는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같은 추리를 하게 하는 부분도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그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가, 이번 이야기에서 핵심이 되는데 그런 그녀가 사건에 휘말리지 않을 리는 없을 테고, 그렇다면 그녀는 결과적으로 양지에서 살아갈 것인가 음지에서 살아갈 것인가 같은 조금은 가슴 아픈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왜 의문형이냐면, 정작 정말 중요한 후반에서 작가가 분량 조절을 잘 못했는지 조금 엉뚱하게 흘러가버려요. 리앙에 대해 이야기 잘 하다가 왜 갑자기 주인공 이야기로 선회하는지 이해불가의 일이 벌어져요. 한꺼번에 많은 설정을 집어넣은 폐해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