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드 월드 2 - 상 - 구영역 접속자, Novel Engine
나후세 지음, 긴 그림, JYH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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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과 알파는 도시로 진군하는 몬스터 대군을 무찌르고 좀 쉴 수 있을까 했지만 쉬는 것도 다 돈이 들어가기에 오늘 밤 길거리에서 노숙하지 않으려면 일을 해야만 합니다. 숙소부터 해서 먹을 것, 몬스터를 쓰러트리기 위한 총알 하나라도, 각종 장비 등 뭐하나 공짜로 되는 일이 없어요. 그래서 오늘도 황야로 나아가 구시대 유물을 줍는 일을 하지만 '알파'의 서포트가 있다고 해도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새로운 장비의 적응 훈련도 해야 하고, 먹고살기 위해 돈도 벌어야 하고, 그 돈을 벌려면 하루라도 빨리 헌터로서의 능력을 얻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불철주야 훈련도 해야 하는 등 맨땅 헤딩하듯 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그럴수록 주인공을 가스라이팅 하듯 더욱 통제하는 '알파'는 대놓고 주인공 몸을 노리나 같은 복선을 뿌려대는데 작가가 2~3중으로 복선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좋다고 할까요. 아무튼 주인공은 얻어걸리는 행운처럼 황야를 누비는 몬스터들을 차곡차곡 쓰러트리면서 도시 상층부의 눈에 들기 시작하죠.

이번 이야기는 숨겨진 구유적을 찾기 위해 가설 기지 건설에 동원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슬럼가에서 오늘내일하던 주인공은 출세하기 위해 헌터의 길에 들어섰고, 운 좋게 '알파'라는 유적 내비게이터까지 얻은 결과 그녀의 인도에 따라 실적을 쌓으면서 도시 상층부의 눈도장을 찍었고 그에 따라 그가 바라던 출세의 길이 조금씩 열려가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죠. 이번 가설 기지 건설에 동원된 것도 도시 상층부가 그를 눈여겨봤기에 이뤄진 일이었는데요. 보통 헌터에게 있어서 이건 행운과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주인공은 내켜 하지 않죠.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열혈스럽고 용감한 용사 타입이 아니라 언제나 신중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최선의 길만 찾아가는 조금은 몸을 사리는 타입이라 할 수 있어요. 그것이 지금까지 주인공이 살아 있는 이유이기도 한데, 그래서 그와 대조되는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1권 상하(上下) 편에서 엑스트라로 보고 리뷰에서 언급을 안 했던 열혈 소년이 갑자기 주인공 라이벌이 되어 등장합니다. 이번 2권 상(上)편에서는 주인공 '아키라'에게 열등감을 가진 '카츠야'라는 캐릭터의 반발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는데요. 1권 하(下)편에서 대규모 몬스터의 습격으로부터 주인공의 활약을 접한 '카츠야'는 나도 저렇게 강했으면 하는 선망과 동시에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되죠. 여기서 이런 성격을 살려 성장하는 발판으로 삼으면 주인공과 좋은 쪽으로 라이벌이 되었을 거지만 실상은 그 반대로 흘러갑니다. '카츠야'는 헌터로서 실력은 일류이나 성격은 자기중심적인 데다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어서 매번 트러블을 일으키고 적을 만드는 타입인데 오죽하면 그를 가르쳤던 선배마저 등을 돌릴 정도였죠. 그래서 필연적으로 무관심해 보이지만 합리적인 판단으로 신중하고 일을 그르치지 않으려는 주인공과는 부딪히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근데 정작 주인공은 그런 카츠야의 행동을 소 닭 보듯이 한다는 것이군요.

이 작품은 멸망한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벽을 쌓아 도시를 만들었고, 벽 밖 황야엔 구시대가 낳은 괴물 몬스터(에이티 식스로 치면 레기온)가 우굴 거리고 있습니다. 빈민층 등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은 헌터가 되어 황야로 나가 구시대 유물(손수건 한 장도 유물로 여겨 돈이 됨)을 손에 넣어 돈과 바꿔 일용할 양식을 구입해서 살아갑니다. 주인공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운이 좋은 점은 유적 내비게이터 알파(사람 아님, 주변 사람들에겐 그녀가 안 보임)를 만났다는 것이고요. 그녀의 서포트를 받으며 값나가는 유물을 찾아 돈을 벌고 그런 과정에서 엘레나와 사라 같은 히로인들과도 안면을 트는 등 조금은 치트 같은 삶을 영위하고 있죠. 그래서 알파를 잃거나 그녀가 주인공 곁을 떠난다면 주인공은 어떻게 되나 같은 조금은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알파의 서포트가 없으면 도시 벽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주인공에겐 무리이거든요.

맺으며: 위에선 언급하지 않았는데 카츠야와 같은 헌터 조직에 있는 '레이나'라는 히로인이 나와요. 아마 1권의 셰릴 포지션이 아닐까 싶은데요. 끼리끼리 모인다고 이 캐릭터도 카츠야와 비슷하게 자기중심적인 데다 판타지에서 귀족 영애 같은 히스테릭을 보여 주는데 흥미로운 건 카츠야는 성격이 불변인 반면에 '레이나'는 주인공을 만나면서 극적으로 성격이 바뀐다는 것이군요. 1권에서 셰릴(히로인)이 슬럼가 조직의 빽을 믿고 안하무인처럼 설치다가 조직이 와해되고 버림받을 위기에 놓이자 성격을 바꿔 비굴하게 주인공에게 들러붙은 것과 비슷하게 '레이나'도 어느 편에 붙으면 살아갈 수 있을까 같은, 그 어느 편이 주인공이 되고 주인공을 깔보고 욕 해놓고 손바닥 뒤집듯 카츠야를 떠나 순종적이 되어 주인공에게 기대는 장면들은 비굴함에 있어서 이 작품의 백미에 해당하죠. 그러해서 주인공은 카츠야와 더욱 대립하게 되는데, 이 대립이 열등감도 있지만 주인공에게 여자들이 몰리는 것에 질투심이 더 큰 거 같은,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몰입도를 상당히 올려줍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들이 이 작품의 주류는 아닙니다. 주류는 어디까지나 황야의 구유적에서 유물을 찾고, 몬스터와 싸우는 것이죠. 이번 가설 기지 건설에서도 많은 몬스터와 싸웁니다. 필자는 웬만해서는 추천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적극 추천합니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어서 난해하고, 하렘이나 약간 벗방도 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짜임새가 대단히 좋아요. 캐릭터들 사이의 대립도 이번 카츠야와 주인공처럼 흥미롭게 잘 표현하고 있고요. 주인공이 어리다는 이유로 깔보던 어른들이 그의 실력을 보고 인정하며 대우해 주는 장면도 볼만하죠. 다만 전투씬에서는 인간 측이 갈려 나가는 장면들이 별로 없어서 흥미 본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주인공이 위기를 먼저 발견하고 해결하는 장면들을 많이 보여줍니다. 그래서 주변은 더욱 주인공의 실력을 인정하고, 그럴수록 카츠야와 대립이 커져가는, 인정받고 싶어서 한 게 아닌데도 인정받고, 인정받고 싶은데 인정해 주지 않는 캐릭터의 존재가 불러오는 대립이 볼만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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