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연의 성자 2 - L Novel
마사미티 지음, 이코모치 그림, 이경인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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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아무래도 1권을 다시 읽어봐야 할 거 같은 2권입니다. 사실 1권은 시빌라(히로인)의 복선이 너무 노골적이었고, 거기에 넘어가는 주인공이 어리숙하게 보여 좋게 보이질 않았거든요. 거기다 정통 추방물의 계보를 이어가듯 파티에서 쓸모 없어진 주인공이 쫓겨나는 구조는 여느 추방물과 비슷한 흐름이어서 식상한 부분도 있었고요. 하지만 1권 중후반부터는 여타 작품에서는 잘 없는 요소를 넣어 흥미를 끌려고 노력하기도 했었죠. 가령 뒤늦게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기로 한 '에미(히로인)'의 분투는 그야말로 희생이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 주었었습니다. 그러나 초중반까지의 이야기들이 클리셰 덩어리라는 이미지로 고착화되어 버려서 반전 시키기엔 늦어버렸지 않나 하는 그런 느낌도 있었군요. 그래서 2권을 구입할까 말까 많이 망설였습니다만, 결론적으로 언급해 보자면 1권 클리셰적인 부분만 견딘다면 이 작품의 진짜 이야기를 볼 수 있다고 감히 말해봅니다.

사실 1권에서 받은 이미지 때문에 집중이 잘 안될 거 같았는데 의외로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건 어딘가 모르게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줄여서 내청코)" 같다는 생각이 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판타지를 제1 장르로 하고 있지만 그걸 기반으로 해서 청춘 러브 코미디를 그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내청코와 완전히 같다는 뜻은 아니고, 그만큼 한창 청춘을 구가하는 나이대에 맞게 풋풋하고 애틋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인데요. 가령 사망 플래그나 다름없는 선물 이벤트도 준비했는데 사뭇 진지한 모습을 보이죠. 그리고 겨우 주인공과 만나 화해하고 합류하게 된 '에미'의, 좋아하는 사람 곁에 있고 싶은 마음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부풀어 올라 그녀에게 성기사(직업)로 있게 해주는 원천이 되고, 그런 '에미'의 마음을 보게 된 주인공의, 그녀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은 최고위 마법을 쓸 수 있게 하는 원천이 되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들이 상당히 인상적이죠.

그래서 '에미'를 보고 있으면 내청코의 '유이' 같은 느낌을 어느 정도 받게 합니다. 좋아해서 곁으로 왔지만 내색은 못하는, 지금의 관계가 파탄날 지 몰라 속으로만 마음을 키우고 그 마음이 너무 커져서 파탄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그런 아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그리고 아직 주인공과 합류하지 않은 '자넷(히로인)'은 흘러가면 흘러가는 대로 내 의지로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유키노' 같은 성격이 강했군요. 가장 흥미로운 건 내리는 비를 사람의 마음으로 표현하는 부분인데 완성도 높은 시를 보는 듯했습니다. 주인공에게 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마음, 소꿉친구 '에미'를 응원하는 마음, 홀로된 마음을 표현한 부분들은 구구절절해서 이 작품 유일하게 가슴 먹먹하게 만들었군요. 이 작품 최대 키 메이커인 '시빌라'의 경우는 그냥 '잇시키'가 성장하면 이럴 것이다는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대와 싸울 때 90%는 말로 죽일 정도로 독설을 날리고 깐족거리는데 당하는 쪽은 멘탈을 붙잡을 수가 없어요.

어쨌거나 저런 이야기들만 있으면 내청코 만큼이나 흥미진진했을 것이고 몰입도는 더욱 높았을 것이나 이 작품의 제1 장르가 판타지다 보니 이쪽에 많이 집중합니다. 시빌라+주인공+에미가 파티가 되어 던전에 들어가고, 유기적으로 협조하며 던전 최하층에 있는 마왕을 쓰러트리는 이야기를 주된 골자로 잡고 있죠. 이 과정에서 주인공을 바라보는 에미의 마음은 터질 거 같이 커지고(어릴 때부터 키워온 거라 개연성은 있음), 시빌라는 그걸 올바르게 잡아주는 등 어떻게 보면 하나의 인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거 같기도 했습니다. 최강의 조합으로 던전을 클리어하는데 아무런 문제점은 없고, 그래서 청춘 러브 코미디 같은 이야기를 빼면 솔직히 좀 지루합니다. 그래서 고아 소녀 한 명을 투입해 개연성을 높이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기도 하죠. 겸사겸사 놀러도 다니고, 선물이라는 이벤트도 벌어지고 그러다 마음은 더욱 커지고, 그런데 알고 보니 주인공은 상당히 둔하군요. 지키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그게 호감인 줄 모르는...

맺으며: 일단 러브 코미디 측면에서 보자면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겠습니다. 이 부분 그러니까 러브 코미디 분량만큼은 표현력에 있어서 내청코를 뛰어넘지 않을까 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비를 사람의 마음으로 표현하는 대목은 정말 대단했습니다(물론 필자 주관적이지만요). 여기에 '하치만'의 독백까지 더해졌으면 좋았을 텐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그런 기특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군요. 어쨌거나 판타지 부분은 100점 만점에 30점을 주겠습니다. 마왕을 쓰러트리는 과정이 나무 지리멸렬합니다. 던전 난이도가 높거나 마왕이 워낙 강해서 질질 끄는 게 아닌, 이 세계 모험가들은 꿈도 못 꾼다는 던전 하층에서 위기감 없이 널널하게 다니고, 기껏 만난 마왕은 성격이 급해서 주인공 일행을 기다려주지 않고 놀러나다니고(이것 때문에 이야기는 계속 반복됨), 그걸 또 못마땅하게 여기고 자기 취미에 심취한 귀족 같은 마왕이 꼴불견이라며 적대 운운하는 주인공은 약간 마이너스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시빌라의 진짜 목적이 참으로 궁금해진다고 할까요. 어둠의 여신으로서 주인공을 권속으로 만들려고 하는 느낌은 있는데, 마왕이 복선 띄우기도 했고요. 근데 그런 거 치곤 정성을 너무 많이 들이고 있거든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고 조언해 주고 힘까지 줘서 주인공이 주인공으로서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줘놓고 댓가를 바라지 않는, 그래서 가스라이팅이 보다 쉽게 먹혔는지 주인공은 완전히 시빌라를 철석같이 신뢰하게 되었죠. 이걸 노리나 싶기도 합니다만, 아직 복선은 없군요. 아무튼 보통 이런 장면들에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동료를 신뢰하고 주인공을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닐까 싶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느낌보다 뭔가 꿍꿍이가 있을 거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마치 '리빌드 월드'의 히로인 '알파'를 보는 듯했습니다. 뭔가 꿍꿍이가 있어서 주인공을 보살펴주고 자기 말 듣게 조절해서 내(알파)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게 '시빌라'에게서도 엿보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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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르테니아 전기 1
호리 료타 지음, bob 그림, 송덕영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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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요즘 구입할 것도 없고, 재고(읽을거리)도 바닥을 보이고 있어서 별생각 없이 구입한 작품입니다. 알아보니까 일본에서는 21권이 나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3권 이후 소식이 없군요. 그 이유를 찾아보려고 열심히 읽어 봤습니다. 일단 내용은 이세계 전이를 다루고 있고요. 주인공은 학교 옥상에서 밥 먹으려다 소환 당하고, 도착한 곳은 중세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세계였습니다. 보통 이런 소환이 이뤄지면 으레 나오는 말이 용사여 마왕이 어쩌고저쩌고, 이 세계가 위기이니 뭐니 지들이 알아서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주인공 보고 열정페이를 하라고 등 떠미는 세계가 정석이잖아요. 근데 그런 건 식상했는지 마왕은 애초에 없었고, 사람 보기를 돌 같이 하라는 명언을 탄생 시키려는지 소환한 주체는 주인공을 노예로 만들어 전쟁에 써먹을 생각 만땅이지 않겠습니까. 하필 소환된 세계는 일본으로 치면 전국시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국가 간 전쟁을 밥 먹듯이 하는 곳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이세계 전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용사가 되어 이세계를 구하는 것이 아닌, 도망자가 되어 전란에 휩싸이고 궁극적으로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개고생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복수물 하고는 조금 다른, 소환 주체가 추격해오면 잡아 족치고, 전장에서 만나면 싸우고 뭐 그런 이야기 같더라고요. 여기서 특기할 만한 것은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에게 매일 아침마다 진검으로 승부하는 실전 무술을 전수받았고, 주인공 덩치는 드웨인 존슨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우람하여 일단 기본적인 패시브는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환 직후 노예 목걸이를 걸려던 영감과 일단의 기사 무리들을 쉽게 제압해버리고 탈출하는데 성공하죠. 그런데 여기서 주인공은 탈출한답시고 너무 철두철미하게 일처리를 하는 바람에 영감과 기사들을 몰살했다는 것이고, 영감은 나라에서 굴지의 영향력을 가진 정치가이자 마법사였다는 것에서 주인공은 졸지에 쫓기는 신세가 되어 버립니다.

1권은 성(城)에서 탈출 후 이웃나라로 국경 넘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여기서 안타까웠던 건 라노벨계 이세계 물 역사가 상당히 길 텐데도 왜 같은 이야기들을 넣어 놨을까 입니다. 그러니까 이세계 물정을 알아보고, 길드에 가서 모험가로 등록하고, 모험가로 활동하기 위해 여러 물품을 구매하는 틀에 박힌 이야기들이 상당수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하다못해 현대 일본과 비교해서 위생문제 등을 언급했더라면 그나마 나았을 거라 생각이 들었군요. 그나마 차별을 두려는지 현실의 은행 시스템을 적용해서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신선했습니다. 다른 좋은 점으로는 길드 마스터와 안면을 튼다든지 실력 보자며 뒷마당에 가서 결투한다든지 길드 여직원과 눈 맞는다든지 이런 건 없어서 좋았는데요. 이세계에 신문물을 퍼트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이건 주인공 몫이 아니군요. 소환은 꾸준히 이어져 그중에 누군가가 이세계에 신문물을 퍼트리고는 있나 봅니다.

그리고 약간 비평해 보자면요. 주인공은 자기가 살고자 하는 목적 때문이긴 하지만, 무의미한 살생을 이어간다고 할까요. 갑자기 이세계에 소환 당하고 대뜸 노예가 되어 죽을 때까지 전장에 나가 싸우라고 하면 누구라도 화낼 테죠. 그러니 주인공이라고 화내지 말란 법은 없지만, 그 죄를 물을 거면 소환 주체인 당사자들만 없애면 되지, 탈출하려고 큰 상처를 입은 것처럼 연극 중인 주인공을 걱정해 주는 선량한 병사와 의사까지 죽이는 건 너무하지 않나 싶더라고요. 물론 얼굴이 알려져 탈출할 때 특정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는 개연성을 심었지만 어차피 국경도 봉쇄되었고, 추격자가 엄청 많이 붙은 시점에서 붙잡히는 건 시간문제였거든요. 거기다 얼굴 알려지는 걸 꺼린 주제에 마을 옷 가게에 들어가 옷을 구매하는 건 또 뭔가 싶더군요. 성에서 탈출할 때 병사의 옷을 빼앗아 변장했고, 변장한 채로 마을에서 옷 가게에 들러 옷을 사 가면 특정되는 건 시간문제인데 이걸 간과하나? 근데 추격자는 이걸 간과함.

모험가로 첫발을 내디디며 열심히 의뢰 수행 중에 노예 자매 둘을 구해서 수하로 두는데, 이것도 좀 개연성이 부족했군요. 하필 주인공이 가는 길에 노예꾼 마차가 있었고 하필 도적떼가 노예 자매를 겁탈하려 하고 그걸 주인공이 구해주고 구해주니까 주인님 코스, 거기에 구해준 은혜도 모른 채 오만하고 거만한 노예꾼 돼지는 하늘나라로 보내주는 건 덤이고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클리셰적인 이야기를 넣으니까 라노벨의 인식이 안 좋지 않아 싶더군요. 물론 작가는 운명의 만남 같은 이야기를 쓸려고 했겠죠. 은연중에 그런 이야기도 있고요. 뭐 사실 이 작품이 연재되었던 시기를 생각해 보면, 이 작품도 사실 이세계 전이의 물계에서 선구적인 위치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합니다. 다만 국내 정발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식상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고요.

맺으며: 아무튼 1권을 읽으면서 왜 3권에서 정발이 끝났을까 하는 걸 찾아봤는데 결국 발매 시기가 늦어 그렇지 않나 싶었습니다. 내용은 정석적이고 클리셰적인 이세계 전이 +@로 주인공 먼치킨(이건 어릴 때부터 수련 해왔다는 개연성이 충분했지만)은 이제 식상하거든요. 그렇다면 차별점을 두어야 하는데, 이 작품에서 차별점은 주인공은 도망자 신세라는 것과 머리가 상당히 비상하다는 것이 있습니다. 실제로 전투와 전술면에서 꽤 그럴싸한 모습을 보이죠. 근데 할아버지에게서 실전 무술은 배웠지만 전술은 언제 배웠데? 같은 개연성 부족이 생기고, 어떻게 보면 참 희한한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그 외에는 문화적 관점이 있군요. 현실에서 어떤 나라의 풍습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면 대립이 생기듯, 이 작품에서 주인공을 소환해서 노예로 부리려는 것 또한 풍습에 지나지 않다는 것, 그래서 그 풍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대립할 수밖에 없는, 상호 존중이 없는 이런 설정은 선과 악을 명확히 해서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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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게이트 7 - 07. 데몬의 태풍
카자나미 시노기 지음, 김진환 옮김 / 라루나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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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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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격적으로 PK 유저가 거론되고, 마왕 부활이 목전인 거 같고, 그로 인한 데몬들의 활발한 활동에 의한 히로인들의 수난시대가 열렸습니다. 이 작품에서 귀여움으로 꼬마 여우 '유즈하'와 더블어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꼬마 히로인 '미리'가 교회 어쩌구라고 하는 뚱돼지에게 납치되어 제물로 받쳐질 위기에 빠지게 되었죠. 사실 주인공 능력을 알았다면 감히 엄두도 못 내었을 테지만 워낙 수줍음을 타는 주인공이 실력을 드러내지 않은 통에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악당들은 주인공의 실력을 알 길이 없었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이번 7권에서 데몬 한 마리가 얼추 주인공을 알아보는 듯하지만 설마 해버렸고, 그 설마 덕분에 데몬은 분자 수준으로 분해되어 버리죠. 아무튼 어찌어찌 꼬마 히로인 구출하러 교회 총본산에 쳐들어 갔더니 어찌 된 일인지 '성녀(히로인)'도 붙잡혀 있지 뭡니까. 게다가 게임 시절 주인공 거점이었던 건물은 교회로 리모델링 되어 있는 등 주인공으로서는 영문 모를 일이 한꺼번에 들이닥칩니다.

그런데 꼬마 히로인(+@ 성녀) 구출하면서 주인공이 게임 시절 때 부하(히로인)에게 준 무기가 어째서인지 악당의 손에 들려 있는 걸 보게 됩니다. 주인공 부하라고 하면 웬만해서는 적수가 없을 정도로 강한데 누가 주인공 부하를 제압하고 무기를 빼앗았을까. 이렇게 이 작품은 주인공을 먼치킨으로 만들어 두면서도 적들도 그에 못지않다는 걸 보여주기 시작하는데요. 거기에 게임 시절 주인공만큼이나 강했던 PK 유저 '밀트(히로인)'까지 적의 손에 넘어가 조종당하는 걸 보여주며 적들도 만만찮다는 걸 시사합니다. 아무튼 여기서 좀 희한한 일이 벌어져요. 이제 어딘가 붙잡혀 있을 부하(히로인)를 구출하러 가야 하는데 작가가 그만 까먹었나 봐요. +@로 구출되었던 성녀가 글쎄 다시 납치되어버리는데요. 여기서 성녀가 주인공 부하보다 임팩트가 더 있었는지 작가는 이후 부하(히로인) 구출에서 성녀 구출로 미션을 변경해 버리고, 그 부하는 주인공이 발견할 때까지 작가로부터 잊혀진 존재가 되어 버리죠.

이번 이야기는 부하 구출하려다 까먹고, 성녀 구출하러 가서 봉인된 부하와 조종 당하는 밀트(히로인)가 보이길래 겸사겸사 구해주고 납치 주모자인 데몬들과 싸우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여기서 마왕이 처음으로 언급되고, 곧 부활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느낌을 보입니다. 그것도 3마리나 된다는군요. 이건 아직 본 이야기는 안 나오고 있으니 나중에 다시 언급해 보고요. 아무튼 좀 안타까웠던 건 사실 성녀는 주인공과 접점이 거의 없는 인물로서 그로 인해 구출극은 그렇게 극적이지가 않다는 것인데요. 그것보다 뜬금없이 '티에라(세컨 히로인)'를 노리는 데몬에게 주인공의 역린이 발동되고 날아 차기를 한다는 것인데, 이번 7권의 주역인 히로인들(성녀, 부하, 밀트)의 존재 의의는 대체 뭘까 싶죠. 작가는 메인 히로인 '슈니'보다도 세컨 히로인 티에라(히로인)를 우선시하는 느낌이 꽤 강하더라고요. 아마 주인공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듯한데 이것도 좀 두고 봐야겠군요.

맺으며: 이전부터 언급하곤 했지만 여전히 신규 히로인들 엄청 나옵니다. 그렇다고 남정네가 보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건 히로인들이 엄청 나온다고 판치라를 연출하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이랬으면 진작에 하차했겠죠. 다들 선은 지키고 있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라면 포인트죠. 주인공도 히로인들이 많이 나온다고 헤벌쭉 하는 것도 아닌 마음의 벽을 이따시만하게 쌓아 놓고 있어서 아예 관심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자칫 고자로 비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엔 아마 게임 시절 옛여친과 관련이 있는 거 같은데 이것도 나중에 다시 언급해 보겠습니다. 어쨌거나 이제 데몬들도 본격적으로 움직이는데 이번에 싸우는 걸 보니 주인공만큼이나 강하다면서 또 그렇지도 않는, 작가가 이런 표현에서 좀 서툴다고 해야 할지 그렇게 흥미진진하고 피 튀기는 싸움은 없더라고요. 그보다 악성 PK 유저들이 본격적으로 나오면 좀 볼만해지지 않을까 싶은데 언제 나올지 모르겠지만 좀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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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것을【패리】한다 1 - ~역착각의 세계 최강은 모험가가 되고 싶다~, L Books
나베시키 지음, 카와구치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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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3년 도합 15년을 학업에 매진했다면 웬만큼 지식은 얻는다고 봐야겠죠? 대학 나머지 1년은 뭐 돈이 없어서 중퇴할 수밖에 없었다 치고요. 누구 이야기냐면 이 작품의 주인공 '노르'의 이야기입니다. 자라면서 아버지에게 귀에 딱지 앉을 정도로 모험가 이야기를 듣고 자란 소년은 모험가를 동경해 12살에 도시로 원정을 떠나죠. 룰루랄라 어째서 반드시 모험가가 될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여기서 눈치를 채야 했어요.

"주인공의 머리엔 지식과 상식을 저장한 하드 드라이브 따윈 없다는 것을요." 아무튼 주인공은 모험가 되기 위해 도시로 나와 길드에 쳐들어 갑니다. 그리고 길마와 모험가 양성소에서 '재능 없는 시키는 금방 죽으니까 썩 꺼져' 소리를 들으며 쫓겨나게 되죠. 물론 이건 필자가 약간 각색한 것으로 작중에서는 부드럽게 타이릅니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걸 보여주죠. 다만 주인공은 일찍이 현시창을 경험하게 되었지만요. 그렇게 주인공은 [패리]라는 검사 기초 스킬을 얻어 산으로 들어가 수행의 나날을 보냅니다.

위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사실상 무능력자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흔직세나 월드 티처 주인공 같은 캐릭터죠. 스킬이 곧 그 사람의 평가가 되는 세상에서 주인공은 변변찮은 스킬 하나 없어요. 그나마 괄시는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위안이고요. 도시로 나와 몇 개월을 양성소에서 죽자 살자 노력은 했는데 얻은 거라곤 기초 중에 기초 스킬만 얻습니다. 가령 촛불 붙일 때 쓰는 라이터 불빛 같은 거나 자치기할 때 막대기 휘두르는 스킬 같은 거는 일상생활은 고사하고 모험가로서는 더더욱 쓰잘데기가 없죠.

사실 여기서 눈치 빠른 분들이라면 이런 스킬이라도 노력 여하에 따라 먼치킨이 되지 않나? 하실 건데요. 네, 그게 맞습니다. 여기서 위에 15년 학창 생활 언급한 게 적용이 되죠. 기초 스킬만 얻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 주인공은 15년 동안 잠잘 때 빼곤 이 기초 스킬 수행에만 죽어라 합니다. 그러다 그의 나이 27살에 다시 도시로 나와요. 뜬금없지만 이 작품은 3대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고집과 민폐와 착각" 중세 시대 판타지에서 27살이면 손주를 봐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이건만 주인공은 모험가 꿈에 미련을 두고 고집스럽게 모험가 문을 두드립니다.

리뷰가 길어질 거 같아 축약해서 언급해 보자면요. 이 작품은 착각 물입니다. 그것도 품질이 매우 우수한 상등급 착각물이죠. 거기에 상식 결여에서 오는 무지성 착각이 더해진다는 것입니다. 모험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면서 도시에 나타난 '미노타우로스'라는 몬스터를 모른다는 무지성에 의한 착각으로 돌격과 그 착각에 기인한 미노타우로스를 소(cow) 취급, 15년 동안 한 우물만 파듯 수행한 결과로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조차 몰라 난 약하다는 착각(사실상 먼치킨), 미노타우로스 이벤트 결과 왕궁에 초대되어 가면서 그게 왕이 사는 왕궁인지 눈앞에 있는 사람이 왕인지조차 몰라 그저 잘 사는 집으로 착각하는 장면들은 명물입니다.

미노타우로스에게서 딸을 구해줬다며 왕은 주인공에게 검을 하사하는데 그 검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른 채 하수구 청소에 쓰는 몰상식(아니 보통 누군가에게 받은 선물을 이딴 곳에 쓰나?)은 귀엽기만 합니다. 의뢰를 받아 놓고 몬스터 하면 기초 중에 기초로 여겨지는 고블린조차 모르는 무지성(왕녀가 엄청 친절하게 설명), 그런 무지성은 사람을 용감이라 쓰고 착각하게 만들어 S등급 모험가 몇이나 들러붙어도 이길까 말까 하는 몬스터에 닥돌하는 용기를 부여하죠. 참고로 주인공은 모험가 취급도 못 받는 F등급, 이것도 어디냐며 좋아 죽는 주인공은 정녕 27세가 맞나? 같은 느낌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민폐, 미노타우로스에게 습격 받아 죽을 위기에 처했던 왕녀(참고로 14세)는 자신을 구해준 주인공에게 들러붙어 어떻게든 제자로 들어가려는 모습은 아름답지가 않았습니다. 논리적인 설명보단 떼를 쓰는데, 주인공도 모험가가 되기 위해 양성소에서 수행 받으려 할 때나 길드에서 모험가 등록할 때 고래 심줄도 니가 이겼다 하며 도망갈 정도로 고집이 대단했죠. 왕녀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아주 그냥 천생연분이 따로 없어요. 아청법으로 잡혀가버릴 것이지(주인공 나이 27세).

그리고 나라가 위기에 빠지자 주인공을 공짜로 왕녀 보디가드로 쓰려는 왕족들의 착각도 대단하고요. 근데 질이 나쁜 건 주인공 실력만큼은 착각이 아니라는 거죠. 여기서 흥미로운 건 주인공만 자신의 가치를 모를 뿐 주변은 그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군요. 그러니까 주인공은 자신이 강하지 않다고 착각 있다는 것인데 이게 좀 안타까워요. 머리에 든 게 없으니 이 몬스터가 강한 건지 알 턱이 없고, 그러다 보니 그냥 닥돌하고, 주인공 하면 눈에 콩깍지가 껴버린 왕녀는 그걸 바로잡아줄 생각도 없이 주인공이 저놈은 잡몹이라고 하면 "넵!" 하고 수긍을 해버리니 이보다 더한 착각이 있을까 싶죠.

사실 스킬이 곧 그 사람의 평가가 되지 않았다면 12살에 모험가가 된 주인공은 비명횡사했을 것이고(무지성 때문에), 스킬이 곧 그 사람의 평가가 되는 세상이었으니 수행을 통해 27살에 최강이 되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는, 어쩌면 이런 세상이니까 주인공은 최강이 될 수 있었다라고 하는 나름대로 개연성은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현실에서 학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능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할 수 있죠. 문제는 머리가 비어 있으니 능력이 좋아도 바보가 된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는 것인데요.

가령 독을 내뿜는 드래곤(주인공은 독 개구리로 착각)이 도시에 들어가면 큰일 난다는 걸 누가 봐도 알 텐데도 자신이 어릴 때 먹은 독버섯이 맛있었다는 걸 떠올리고 독드래곤도 맛있을 거라며, 도시에 납품하러 가는 줄 착각(이라 쓰고 바보라 읽는다) 하는 게 주인공입니다. 그걸 때려잡고도 납품(?) 하러 가는 마족 아이에게 사과하는 장면은 일품이죠. 왕녀는 갈수록 주인공은 배우지도 못하는 스킬을 배운 게 아니냐며 착각의 산을 등정해대고요.

맺으며: 필자의 필력이 저주스럽군요. 좀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잘 안되네요. 아무튼 이 작품은 착각물로서 등장인물 간 대화나 행동이 매우 자연스럽게 착각으로 이어지는 모습들이 일품입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강하다는 인지를 못한 채 터무니없는 짓을 해대는데, 가령 S등급 모험가 몇이나 붙어도 이길까 말까 하는 몬스터를 때려잡고도 자신이 한 짓에 대한 자각을 못합니다. 그렇다고 잘난 채 하는 것도 아닌 언제나 자신은 약하다며 낮추고 있으니 보는 이는 더 환장할 노릇. 27살 동안 사람들과 교류가 없었는지 세상 물정은 12세에 멈춰 있는 듯한 답답함을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발암까진 아닌데, 닥치는 일은 언제나 잘 해결하고 있기도 하죠. 명확하게 설명이 힘든데, 머리는 모자라지만 착한 형 같은 캐릭터랄까요. 물욕도 없고, 권력욕도 없고, 그저 모험가가 되고 싶어 환장해서는 아무도 하지 않는 하수도 청소 같은 거 하면서 삶의 보람을 느끼는 변태 시키가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입니다.

좀 더 언급해 보자면,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못하더군요. 주인공을 두고 '저능아 무식한 놈'이라는 악평도 있더라고요. 출판사에서 진즉에 절판 시키고 싶었는데 작가가 패리(쳐내기) 한 거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었고요. 사실 필자는 2권 구매는 하지 않을 거 같습니다. 주인공 나이가 10대였으면 좀 수긍이 갈 텐데 27살이나 돼서 몰상식의 정도를 벗어난 백지상태의 무지함을 자랑하고 착각을 해대니 이걸 웃어야 되나 울어야 되나 헷갈리더라고요. 자기 형편 좋게 상황을 끼워 맞추는 건 작품 특성이라고 여길 수 있겠는데, 픽션에서 논픽션을 찾는 것도 웃기지만 현실성이 너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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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11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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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사실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는 약에 미처사는 궁녀가 제멋대로 살아가는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중에 독약을 보면 환장을 해서 기어이 자기 몸으로 약효를 실험을 해봐야 직성이 풀리고, 누가 보면 자/살 지망생인 줄 알 정도로 손목을 그어서 약을 처발처발 해대는 괴짜에 그런 이력 때문에 기미 상궁까지 치고 올라가는, 궁녀로서는 파격적인 신분 상승을 이뤄냈었죠. 누구냐면 바로 이 작품의 히로인인 '마오마오'가 되겠습니다. 약재를 찾아 산으로 갔다가 납치되어 궁(宮)에 팔려가 궁녀로 2년 의무복무를 하면서 도망갈 궁리보다 그 안에서도 온통 약에 정신이 팔려 있었으니 그녀의 괴짜력은 참으로 남다르다 하겠습니다. 작중에서 그녀의 핏줄(가족, 친족)들은 하나같이 괴짜 투성이었고, 그 핏줄을 이어받은 그녀 또한 괴짜라는 점은 그녀가 자신의 핏줄을 저주하고 거부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핏줄에 이끌리게 되는 운명은 약에 미처사는 그녀의 성격과 더불어 이 작품에서 최대 흥미 포인트죠.

아무튼 지금 생각해 보면 1~8권 사이의 일 중, 1권부터 황후 '교쿠요'(1권 당시엔 상급 비)가 등장할 때부터 이미 황후의 고향 '서도'에 대한 복선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오마오는 1권부터 엮이게 되었고요. 황후 '교쿠요'는 간간이 자신의 가족에 대해 언급을 했지만 밝다는 이미지는 아니었죠. 이것이 하나의 복선이었고, 지나가는 투로 언급된 황해(메뚜기 재난)도 복선 중 하나였고, 간간이 십수 년 전 멸족 당한 이 일족이 언급된 것도, 시 일족에 의해 '마오마오'가 납치되어 '진시'가 탈환하러 간 것도 11권을 위한 복선이었다는 걸 11권을 읽고 나니까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9권이었나 황해 대책 및 시찰을 위해 또다시 '서도'로 향하게 된 '진시'와 그의 수행원으로 '마오마오'도 동행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을 결정지을 중대한 기로가 아니었나 싶더군요. 그동안의 복선들과 사건들이 해결되면, 진시와 마오마오에게 남는 건 무얼까. 복선과 사건의 당사자들(진시, 마오마오)이 모든 복선의 시발점인 '서도'에 도착한다는 의미를 이번 11권에서 풀어냅니다.

사실 좀 더 스포일러 하면서 언급하고 싶지만 이러면 이 작품의 읽는 재미가 퇴색되는지라 사실 이 작품은 리뷰 쓰는데 좀 어려운 축에 속합니다. 그럼에도 좀 언급해 보자면, 이번에 진시는 최대의 천적을 만나서 창피를 당한다는 것인데요. 독사 같은 언변과 천녀 같은 얼굴로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는 게 특기인 진시가 언변으로 도저히 못 당하는 천적을 만나 질질 끌려가는 게 흥미 포인트죠. 자기혐오에 빠져 기둥에 머리 들이박고, 마오마오는 남의 일처럼 빤히 처다만 볼 뿐 도와줄 생각은 없어요. 그러던 차에 황후의 고향에 시찰이라는 명목으로 쳐들어오긴 했는데 하필 황해가 대량으로 생기는 바람에 식량은 바닥나고, 폭동이 일어나는 등 설상가상으로 재난(황해)은 다 진시 때문이라는 터무니없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황족(진시)을 물로 보네? 같은 일이 벌어지고 진시와 마오마오는 생명의 위기까지 빠져들죠. 그 중심엔 서도의 영주 대리이자 황후의 첫째 오라버니 '교쿠오'가 있었습니다.

황후가 이름만 들어도 이를 바득바득 가는 '교쿠오'는 사실 모든 복선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오마오가 고생한 것도, 진시가 후궁 관리를 그만두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다 '교쿠오'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요컨대 최종 보스가 등장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교쿠오'는 뛰어난 언변과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고, 황족도 이용하길 마다하지 않는 야심가로서 뒤가 없는 성격이죠. 순식간에 진시를 구워삶아 자기편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은 대단했습니다. 그 난적이자 위에서 언급한 천적을 맞아 진시는 황해로 고통받는 백성을 보살펴야 하고, 그가 저지르려는 '어떤 일'을 막아야 하는 등 일생 최대 고비를 맞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옛날 서도에서 일어났던 이 일족의 멸족과 여러 부족의 멸망의 이유가 밝혀지면서 비로소 명확한 악당이라는 주체가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그 악당은 다름 아닌 황후의 첫째 오라버니 '교쿠오'였으니, 이런 느낌으로 11권은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요. 이제 10권 리뷰에서 언급했던 일들이 회수되기 시작합니다.

맺으며: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 외엔 관심 없고, 마음에 없는 사람이 앞에 알짱거리면 독설을 날리고, 그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꼴좋다며 통쾌해 하는 마오마오는 여전했습니다. 그나마 독을 먹이지 않는 것에서 많이 온순해졌다 할 수 있군요. 진시와의 관계는 많이 호전되어서 고양이로 치면 이제 목덜미를 간지러도 가만히 있는 길고양이쯤이 되었습니다(마오마오를 한자로 풀어내면 고양이라는 뜻). 그러나 황후의 첫째 오라버니 '교쿠오'라는 최대 난적을 맞아 진시는 사면초가에 빠지고, 마오마오는 부족한 약재로 약을 만들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하죠. 자다가 죽을 위기에 빠지기도 하고, 여전히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다닙니다. 친아빠까지 쫓아오면서 마오마오의 위장에 구멍을 내지만, 사실 마오마오 친아빠가 있어서 진시가 큰 위기에 빠지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지라(친아빠는 마오마오를 끔찍이 아낌), 마오마오는 이도 저도 못하는 차지가 되죠. 참고로 마오마오 친아빠는 황제도 어쩌지 못하는 군사(軍師)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한 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희대의 괴짜, 마오마오는 과거의 일(엄마와 자신을 버린 일)도 있고 해서 극혐중.

그리고 모든 일이 해결되었을 때, 이제야 이 작품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황제가 왜 진시를 자유롭게 놔두는지 등을 떠밀어 주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핵심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듭니다만, 결국 진시는 다음 황위 서열 1위라는 점에서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더라고요. 지금의 황제와는 사이가 돈독하니 진시가 쿠데타를 일으키지는 않을 테고(그전에 마오마오가 싫어할 테니) 그렇담 남은 땅덩어리는 어디인가, 그리고 지금 진시는 어디에 있는가, 악당은 누구인가를 알게 되면, 악당은 권선징악 당해야 옳고 그럼 악당이 없어지만 누가 통치하게 될까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되죠. 물론 필자의 뇌피셜이지만 분위기를 보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결국 이 말은 마오마오는 수도(원래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머나먼 이국 땅에 뿌리를 내려야 할 처지가 되었다는 뜻이고, 이러니저러니 해고 결국 진시와 맺어질 수밖에 없을 거 같다는 느낌입니다.

참고로 부제목은 11권을 읽고 나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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