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포 현자의 이세계 생활 일기 10 - L Novel
코토부키 야스키요 지음, John Dee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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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분명, 하던 온라인 게임이 폭발해서 이세계로 날아왔고, 이왕 온 거 시골에서 슬로 라이프 지내는 아저씨의 일상생활을 그리는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그에 맞게 약초밭도 만들고 집도 만들고 이웃 고아원 수녀랑 눈도 맞고 전투 닭도 몇 마리 키우며 달걀 얻고 가끔 드워프 영감에게 끌려가 공사판 노가다도 하고, 쌀이 그리워 야생 쌀을 구해다 쌀밥 해먹을 궁리도 하고 그러다 탈곡기였던가 만드는 과정에서 빙글빙글 돌며 탄도탄 미사일처럼 날아가 버리는 그런 이야기 아니었나요. 그런데 어쩌다 이세계 멸망 테크를 타게 되었을까요. 세계를 창조한 신(神)이 산하 관리자를 만들려다 실수로 탄생한 사신으로부터 시작된 세계 멸망을 막자고 성격 개차반 4신을 만들어 대응하게 했더니 사신보다 더한 세계 멸망을 불러올 줄이야. 아저씨는 개인주의, 이기주의, 나르시시스트의 성격으로 똘똘 뭉친 4신을 없애고 그나마 나은 사신을 부활시켜 세계를 관리하게 하는 프로젝트를 떠맡게 됩니다.

여기서 사신의 '사'자가 죽을 사(死)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현재 아저씨가 배양기에서 호문쿨루스 만들듯 지금 배양 중인 사신의 모습은 아직 일러스트가 없어서 단정하긴 이르지만 마왕의 느낌이 나는 걸로 보아 死자가 맞지 않나 싶기도 하군요. 아무튼 태초에 신(神)이 만들길 그렇게 만들어 놓고, 만들어진 대로 충실하게 이세계를 부수고 다녔더니 신(神)은 4신을 만들어 자신을 봉인하게 한 것도 모자라 지구에 방기까지 했으니 사신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죠. 거기다 원래 사신이 가지고 있던 이세계 관리 권한까지 4신이 몽땅 가져간 것도 모자라 이 권한으로 용사들을 마구 소환하고 죽든지 말든지 나 몰라라 하고 그러다 보니 용사들은 이물이 되어 이세계 시스템에 버그가 되어버렸고, 그게 쌓이고 쌓여 마치 지금의 기후 변화를 겪는 지구처럼 이상 현상을 일으키며 이세계는 멸망 태크를 타게 되었는데요. 4신은 노는데 바빠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조차 모르고 있고, 관심도 없다는 것에서 사태의 심각성은 더해만 가죠.

아무튼 어디서 주웠는지 모르겠지만 아저씨는 열심히 사신을 기르고 있습니다. 개그물답게 알에서 깨어난 새가 처음 보는 존재를 어미로 착각하는 그런 시추에이션을 사신도 보여줄까 했지만 그런 귀염성은 없어요. 다만 아저씨가 배양기 안으로 넣어준 사탕을 맛있게 먹는 모습은 흐뭇하게는 합니다. 그 옛날 이세계를 멸망 시키려고 했던 그 사신이 맞나 싶기도 하죠. 역시나 올바르게 기르면 인격도 올바르게 형성된다는 걸 보여주려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저씨는 태초의 신(神) 대리로 온 다른 세계의 신(神)의 의뢰로 사신을 길러 4신 타도에 본격적으로 나섭니다. 그전에 사신에게 중2병식 성의 없는 이름도 지어주고요. 정신 링크인지 뭔지로 몬스터 잡고 경험치를 공유하면서 나날이 사신은 튼실하게 잘 자랍니다. 참고로 사신은 여자애의 모습이라는데, 사실 이 작품에서 한 가지 안타까운 게 있다면 일러스트에 나오는 인물들 모습들이 바키(만화) 형상화라는 것이군요. 사신은 과연?

맺으며: 이 작품은 일본식 개그물입니다. 네이밍 센스도 그에 걸맞게 온통 중2병식에다 [돼지곰나비]같이 궤멸적으로 유치찬란하기만 하죠. 보고 있으면 내가 다 창피한 그런 거 있잖아요. 물론 이런 점들은 이 작품만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으니 작가의 성향 가지고 뭐라 하기엔 좀 그렇긴 합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개연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느냐죠. 그런 면에서 감정과 성격에 결함을 보이는 신(神)이 만든 세계가 있고, 그 성격으로 만든 관리자(사신, 이후 4신)에게 세계를 관리하라고 하니 제대로 돌아갈 리 없고, 그 결과 이 작품의 주인공인 아저씨가 휘말려 개고생 하게 되었다. 결국 신(神)이 저지래한 일을 아저씨가 치우게 생겼다 뭐 그런 줄거리인지라 이 줄거리만 놓고 보면 개연성은 충분하긴 합니다. 문제는 10권이나 올 동안 이런 이야기들은 지지부진하다는 것이고, 인간관계에서도 이렇다 할 진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그 흔한 메인 히로인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 비밀이라면서 떠벌리고 신문물을 퍼트릴 생각 없다면서 퍼트리는 한 입으로 두말하는 아저씨의 희한한 성격이 좀 그래요. 일기라면서 이런 일기답지 않은 생활은 이 작품만큼이나 제목과 괴리를 일으키는 작품은 없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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