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세계, 습격 2 - S Novel+
타케즈키 조 지음, 시라비 그림, 현노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은 이세계인의 지구 침략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구인들은 이세계인의 고도로 발전된 마법을 기반으로 한 물리력 방어에 현대 지구 문명의 무기 체계로는 뜛지 못해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고 있죠. 하지만 이세계에서 탄압을 받던 엘프들이 지구로 망명을 왔고, 그들의 과학력을 바탕으로 '아수라 프레임'이라는 결전 병기를 만들어 대항하기 시작하면서 전쟁은 교착 상태에 빠져듭니다. 이 '아수라 프레임'이라는 건 일본 변신 특촬물의 히어로 같은 거라 보시면 되는데요. 작가도 후기에 특촬물에 영향을 받았다고 했고요. 그래서 주인공은 마치 히어로가 변신하듯, 미국식으로는 아이언 맨이 슈트를 장착하듯 그런 흐름입니다. 근데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이야기 대부분이 이세계인들의 지구 침략보다는 주인공과 그 주변인들, 그리고 폐허가 된 도시와 난민들에 시각을 맞춘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전쟁보다는 재난이 벌어지면 사람들의 심리와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면 인간은 어떻게 변해가나를 보여준다고 할까요.
이번 2권은 어쩌다 '아수라 프레임'의 선택을 받아 장착한 채 계속해서 사람들을 지키며 난민들을 이끌고 일본 방어 중추인 인공도시 '나유타'로 향한 주인공이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권에서 전쟁이 시작되고 가족과 떨어졌는지 자세히 생각은 안 나지만 군대의 보호를 받게 된 주인공은 통제를 벗어난 사람들이 어떤 짓을 저지르는지 몸소 깨닫고 인간 불신에 빠져 있었죠. 거기에 '아수라 프레임'을 장착하고 적들과 싸우면서 인간과 똑같이 생긴 이세계인들을 처치하는 데 거부감을 드러내는 등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윤리성 때문에 갈등을 많이 내비칩니다. 그래서 마치 에반게리온처럼 장착자의 심리에 영향을 받는 '아수라 프레임'은 주인공의 마음에 반응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태까지 벌어지는데요. 어떻게 보면 재난 상황에서의 사람들 심리, 주인공이라고 사람(이세계인)을 함부로 죽이지 못한다는 갈등을 보고 있으면 참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죠.
그래서 전쟁보다는 난민들의 삶과 주인공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더 많이 넣어 놨습니다. 여기엔 살아가기 위해 노점을 펴고 스포츠를 하며 그래도 사람은 살아간다는 식의 밝은 이야기도 있고, 엘프들이 이세계인들과 작당하고 지구 침략하는 거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퍼트리며 어리석은 면도 보이는 등 사람이 사는 세계라면 있을 법한 내용들이 다수 들어가 있는데요. 그런 와중에 난민들은 쥐까지 잡아먹으며 굶어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선택받은 사람들(주인공과 그 일행 같은)은 배양육(합성고기) 밖에 없다고 투정 부리고, 진짜 고기 먹고 싶다고 투정 부리고, 급기야 '아수라 프레임'을 그런데 쓰라고 만든 게 아닐 텐데도 야생동물 잡으러 가는 장면 등 편치 않은 모습도 다수 보여줍니다. 근데 알고 보면 불안정한 마음을 품고 있는 주인공을 케어하기 위한 연장선이라는 것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였군요. 결국 에반게리온의 신지처럼 내가 아니면 누가 싸워 같은 전개를 보여주니 다소 식상하기도 합니다.
맺으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특촬 히어로물로서 그에 따른 중2병식 설정이 많이 나옵니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청소년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더군요. 특히 13세 하프 엘프 소녀라든지 싸움 잘하는 태닝 여고생이라든지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이 많죠. 그리고 영웅이라면 당연히 우릴 지켜줘야 된다는 이기적인 사람들이라든지 그런 말들에 상처를 받는 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영웅이라도 맞으면 아프고, 찔리면 죽는 평범한 사람이 생사를 걸고 싸우는데도 그런 걸 알아주지 않는 이기적인 면면들이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아무튼 이 작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긴 해야 하는데, 위에서 사람들의 심리를 보여준다고는 했지만 이 작품의 타깃이 저연령의 청소년이라서 그런지 심각한 범죄 같은 것보다는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장사하는 그런 장면들을 더 보여주니까 그냥 드라마 같은 그런 분위기입니다. 인간관계에서도 딱히 이렇다 할 건 없고요. 메인 히로인인 '아인'의 경우도 주인공을 남편으로 보고 따라다니지만 일선을 넘거나 애간장 태우는 것도 없고, 하프 엘프 소녀도 고만고만한 성격이고... 그러다 보니 읽는데 고생한 필자는 2권에서 하차할까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