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했더니 드래곤의 알이었다 1 - Lezhin Novel
네코코 지음, NAJI 야나기다 그림, 김보미 옮김 / 레진노벨(레진엔터테인먼트)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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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전생물이 범람하는 작금의 시대에 성별 역전은 흔한 소재이고 하다 하다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어 자판기도 모자라 칼로도 환생하더니 이젠 드래곤의 알로도 환생을 하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필자는 히키코모리든 평범한 학생이든 할아버지든 하나같이 이세계로 넘어오면 먼치킨이 되어가고 하렘을 형성하고 고생과 밑바닥 인생은 개나 줘버리며 승승장구하는 이야기들의 홍수 속에서 이 작품은 어떤 차별을 두었을까 하는, 이세계 전생물을 접하면서 끊임없이 기대를 품어 왔습니다. 그리고 좌절을 겪어야만 했고요.

 

그래서 이 작품도 일말의 기대는 하였지만 사실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칭호 '멍청이' Lv.1을 획득했습니다.

 

주인공은 생전의 기억이 없고 눈을 떠보니 드래곤의 알인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여기가 어디여?라며 두리번 거리다 발을 헛디뎌 구르다 HP가 까이자 멍청이라는 칭호를 획득하고, 현실을 외면하면서 4차원적인 생각에 빠지자 칭호 '그냥 바보' Lv.1을 획득했습니다.라며 시스템 콜, 자칭 '신의 목소리'는 신랄하게 주인공을 비꼬기 시작하면서 이거 흔한 이세계 전생물이지만 뭔가 다른게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오기 시작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기존 전생물의 틀은 이어가지만 상황적으로 매우 신랄하게 웃겨 주기도 하고 비참한 상황을 연출하면서 같은 음식이라도 스파이스를 어떻게 가미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진리를 이 작품이 여실하게 보여 줍니다.

 

악어가 알에서 깨어나 새끼일 때 먹이사슬에서 제일 아래이듯이 알에서 막 깨어난 새끼 드래곤도 그에 못지않은 상황에 처합니다. 그동안의 이세계 전생물은 허구라는 것처럼 굼벵이 같은 벌레에게 쫓겨 다니며 죽을 위기를 겪고, 인간의 정이 그리워 마침 숲으로 들어온 모험가에게 다가갔다가 죽을뻔하면서도 자신을 보호해줬던 '마리아'라는 소녀가 성체 드래곤에게 죽을 위기에 빠지자 필사적으로 그녀를 구출해 마을에 데려다줬더니 마을 사람은 그(주인공)을 퇴치하려는 모습에서 비로써 자신과 인간은 섞여 살 수 없다는 걸 깨달아가는 장면은 비참하기 짝이 없습니다.

 

칭호 '볼품없는 용사' Lv.1을 획득했습니다.

부가 설명: 자그마한 용기. 그것은 착하기만 한 누군가를 언젠가 용사의 길로 인도할 것이다.

이것은 소녀 마리아를 마을에 대려다 주고 얻은 칭호...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정말 눈물 콧물 없이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힘이라곤 쥐뿔도 없으면서 그저 인간이 그리워 필사적으로 소녀를 구해주고 마을에 남고 싶었지만, 어쩌면 마을에서 자신을 받아 줄지도 몰라 했지만 현실은 화살을 얻어 맞고 도망가야 되는 신세. 그럼에도 사람들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 주인공, 레벨업을 해도 회복되지 않는 HP, 맛 좋은 어린 드래곤을 노리는 상급 몬스터들 속에서 홀로 숲에서 혼자 악착같이 살아가야 되는 상황, 너 님은 맛있는 존재라고 좋은 식자재라고 대놓고 식품 취급하는 신의 목소에도 기죽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필사적으로 몬스터를 사냥하고 강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주인공이 애처롭기만 합니다.

 

진화..

 

레벨업을 통해 한계까지 성장했을 때 나타나는 분기, 마치 포켓몬처럼 혹은 온라인 게임에서 전직하는 것처럼 주인공도 차츰 진화해 나가지만 어째 시궁창을 벗어나질 못 합니다. 어쩌다 '인간화'라는 스킬이 있다는 것에 혹해서 세계에 재앙을 뿌릴 수 있는 존재로 전직하면서 힐을 사용하지 못해 더욱 난처해지기도 하고, 그래도 나름 강해져서 굼벵이이나 늑대 같은 것도 손쉽게 잡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상급 몬스터가 득실대는 곳에서 주인공은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갑니다. 그러는 사이 '뻥쟁이'나 '악의 길, 치킨 러너' 같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스킬도 입수하면서 배꼽을 잡게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친구...

 

인간화라는 스킬을 얻기 위해 사도의 길을 가면서까지 인간의 정이 그리웠던 주인공, 백마법을 쓸 수 있는 계통으로 전직해 마을로 가면 사람들이 반겨줄까 할 정도로 그는 인간을 그리워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 중에 만난 '흑 도마뱀, 배넴 프린세스' 프린세스라는 이름에 유추해볼 때 아마 암컷이지 않을까 싶기도 한 흑도마뱀의 독공격을 받아 빈사 상태에 놓였어도 살기 위해 악착같이 전투를 벌여 가며 유인한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흑도마뱀을 주인공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구해주게 되고, 마침 힘을 다해 기절한 주인공을 바라보며 어쩐 일인지 마음을 돌린 흑도마뱀은 그를 치료해주면서 친구가 되어 갑니다.

 

필자는 흑 도마뱀을 보면서 얘도 어쩌면 이세계로 전생한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는 행동이나 생각이 주인공과 똑같습니다. 서로가 말이 통하지 않아 보디랭귀지로 의사소통 중이긴 한데 사냥에선 죽이 척척 맞고 집(동굴)에서 둘이 지내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인간들의 그것과 같아서 훈훈하기까지 하였군요. 이거 먹어도 돼?라며 눈을 반짝인다거나 턱밑을 간지러 주자 기분 좋은 표정을 한다거나... 처음엔 서로가 죽일 듯이 싸웠지만 어느새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까지 발전하게 되면서 그때야 주인공은 깨닫습니다. 자신은 그저 누군가가 자신을 봐줬으면 하는 존재가 필요했다는 것을... 누군가와 같이 살아가줬으면 좋겠다고... 그게 한낱 마물일지언정 흑 도마뱀이 주인공에게 가족 그 이상이 되어 가는 모습에서 울컥하기도 하였군요.

 

맺으며

 

이세계 전생물의 전매특허인 먼치킨 하렘의 공식을 이 작품은 철저히 깨부수고 있습니다. 물론 2~3권쯤 가면 주인공도 성장해서 그 누구도 대들지 못할 드래곤으로 성장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타 작품은 1권부터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반면에 이 작품은 시궁창부터 시작하고 사람을 그리워하고 같이 살아갈 동료를 그리워하는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면서 읽는 사람을 애잔하게 합니다. 세상살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처럼 방심하면 순삭 당하는 곳에서 지혜에 의지하지 않고 몸으로 부딪히며 역경을 헤쳐나가는 본격적인 성장물의 정도의 길을 잘 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포인트는 주인공의 기구한 삶도 있지만, 츤데레같은 [신의 목소리]가 신랄해서 몰입도를 상당히 올려 주기도 합니다. 여느 이세계 전생물처럼 머릿속에서 울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여지없이 이 작품의 주인공 머릿속에서도 울리고 있었는데요. 그게 [신의 목소리], 주인공이 좀 얼빵한 짓을 하면 여지없이 뚱딴지같은 칭호를 붙여 버리고 너 님은 식자재라는 둥 좀 불리하다 싶으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게 여간 웃긴 게 아닙니다.

 

인간일 때의 기억은 없지만 본능과 몸에 밴 습관이 있는지 우연히 발견한 동굴을 치장해서 집으로 삼고, 전골을 해 먹기 위해 드래곤 손가락으로 부단하게 노력하기도 하고, 진흙을 뭉쳐 도자기를 굽고, 말려놓은 고기를 훔쳐 가는 원숭이에 화를 내기도 하고 어딜 보나 인간에 가까운 행동을 보여주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 기죽지 않고 꼼지락 살아가는 주인공이 참으로 흥미롭고 재미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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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녀전기 6 - Nil admirari, Novel Engine
카를로 젠 지음, 한신남 옮김, 시노츠키 시노부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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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냐는 우리식 나이로 환산하면 14살이 되었습니다. 빠른 입학이면 중학 2학년이 되어 있겠죠. 그래서 한 장 밖에 없지만 속 일러스트에서 제법 소녀티를 풍기고 있습니다. 성격도 많이 온순해졌고, 부하들을 살뜰히 살피게 되었군요.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자신이 처한 지옥 같은 상황을 빗대어 철학자가 되어 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의 유녀는 없습니다. 사전적 의미가 유녀는 어린 여자애라고만 나와 있어서 애매하긴 하지만요.

 

전선에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연방(소련)과 대치한 동부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2차 대전때 독일이 겪어야만 되었던 그 끔찍한 동장군이 타냐의 부대에도 찾아왔군요. 타냐는 겨울 전에 전쟁을 매듭을 짓고 싶었지만 한계에 다다른 보급과 인적자원 고갈로 방어하는 것만도 힘에 겹습니다. 소총이고 전차고 무기는 죄다 얼어붙지, 제대로 된 의복도 없어서 추워 죽겠지, 배급은 간신히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나오지, 한창 잘 먹어야 될 나이에 이 무슨 꼴인지...

 

그래서 타냐는 결심합니다. 노략질을. 없으면 빼앗아오면 되지 하며 연방군 소속의 빨치산이나 게릴라들을 습격해서 무기와 의복 등을 털어 와버리는데 이 과정이 이 작품에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개그가 들어가 있습니다. 지들 멋대로 합리화해서 전시 국제법이란 원래 피해 가는 것이라며 제멋대로 해석해서 노략질을 하곤 승리... V, 라지만 이번에 타냐는 별로 안 나옵니다. 초반 조금, 중반 조금, 후반 조금이군요. 여담으로 중반부 수도에서 한가롭게 커피를 즐기는 타냐와 그녀의 부하 간 만담도 재미있습니다. 정말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 이 모든 게 나이를 먹어버린 타냐의 성격 변화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군요.(아저씨 같은 타냐, 속은 아저씨가 맞지만요.)

 

서방 열강에 둘러싸여 펀치를 맞고 있는 제국(독일)의 상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물자 부족, 밑빠진 독에 물 붓기로 들어가는 인적 자원은 미성년까지 징집하는 지경에 왔습니다. 남부 '이르도아 왕국(이탈리아)'은 너 님들 이러다 다 망하니 슬슬 평화조약을 생각 보는 게 어때?라며 압박을 가해 오고 있고, 연합왕국(영국)과 합중국(미국)은 마도사를 보내 연방(소련)과 연합으로 제국(독일)을 두들기는 통에 제국(독일)의 얼굴엔 피멍이 가실 날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무밥을 먹으며 악착같이 버티고 있는데 그 이유가 또 가관입니다. 이제 와 발 뺐다간 여론과 사기(士氣)에  감당 안 되니까 일단 직진, 타냐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 말고 점령지를 돌려주고 전쟁 전 국경선으로 되돌리는 게 어떻냐고 상신(上申) 하지만 보기 좋게 기각, 폭주기관차처럼 일방통행뿐인 상부를 바라보며 이러다 다 죽는 거 아니냐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때 타냐의 부대는 북부 노르덴(노르웨이&스웨덴)으로 전출됩니다.

 

연합왕국과 합중국의 마도사와 연방의 게릴라들(이하 연합)의 준동을 밟아주라는 것, 하지만 연합은 본격적인 시가지 탈환 같은 건 하지도 않고 변두리에서 깨작깨작 거리며 타냐의 신경만 긁을 뿐 본격적인 공세를 하지 않는 통에 타냐는 대머리가 되어갈 판입니다. 본격적으로 점령군(제국) 과의 전투도 아니고 연합은 마치 동네 양아치처럼 시비만 걸고 있는지라 닭 잡는데 소 잡는 칼 쓸 수도 없는 타냐는 골머리를 썩습니다. 거기다 피로도가 누적되어 피폐해져 가는 장비 때문에 이중고를 겪게 되는 타냐는 그야말로 현실을 외면하고 싶습니다.

 

제국 최정예나 다름없는 샐러맨더 203마도 대대를 한낱 양아치 같은 게릴라나 잡으라고 보내니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그만큼 제국은 피폐해졌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쟁은 곧 끝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군요. 그에 따른 주변국들의 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제국의 상층부도 결국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타냐의 말대로 수도가 함락되면 그게 무슨 꼴일까...

 

이번 6권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타냐는 별로 안 나오고 주변국 상황과 이해 당사자들만 나오다 보니 정치 이야기와 배경, 그리고 거기에 따른 이해득실과 지저분한 이야기 등 실로 유쾌한 이야기만은 아닌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특이한 건 5권 이하에서 요구하였던 독해력은 이번 6권에서는 전혀 요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인데요. 이 덕분에 엄청 많이 나오는 군사(軍事)에 관한 지리멸렬한 이야기를 극복할 수 있기도 했군요.

 

그리고 타냐의 호적수라 여겼던 '메어리 수'가 보는 이로 하여금 암 걸리게 하는 대목이 압권이었습니다. 작가도 타냐가 별로 안 나오고 유쾌하지 않은 내용이라는 걸 인지했는지 메어리 수를 이용하여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수를 쓴 거 같았는데요. 포로로 잡은 적병(자치회 민병)을 연방에 아무렇지 않게 넘긴다거나(1), 노르덴에서 제국군 다 죽여버리겠다며 폭주하는 자신을 말리는 상관이 이해되지 않아 거의 항명에 가까운 행동을 저지르기도 합니다.(2) 이 부분에서 비샤와 비견되기도 하였군요. 한마디를 하면 열 마디를 알아듣는 비샤와 한마디 하면 열 마디가 불만인 메어리 수, 상관이 그것도 중령이 그러지 말라고 다독이는데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항명하려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라를 되찾고 싶다는 열망(3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아둔함을 선사해주었군요.

 

그동안 귀여움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던 타냐의 귀여움이 조금 살아 있습니다. 이전 5권에서 술집에 들어 갈려다 퇴짜 맞는 모습도 귀엽긴 했지만요. 여튼 한정된 인적자원과 보급품으로 한계에 다다른 제국과 타냐의 부대, 모든 걸 배팅한 제국의 앞 날에 과연 영광이 있을 것인가. 역사대로 찢길 것인가 다음 7권이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1. 1, 연방은 소련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연방은 만인은 평등하다고는 하지만 포로가 그것도 국제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민병을 공사주의에 넘겨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자명한 것
    그래서 메이러 수의 상관은 연합왕국(영국)에 대려가 일단 보호 하려고 했음
  2. 2, 아니 아니 싸우는건 좋은데, 나라를 되찾고 싶은건 아는데, 일단 자신은 파견된 입장으로서 자신이 일을 저지르고 돌아 가버리면 남은 게릴라들의 운명은?
  3. 3, 메어리 수는 노르덴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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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2 - S코믹스 S코믹스
오모리 후지노 지음, 김완 옮김, 쿠니에다 그림, 야스다 스즈히토 원안 / ㈜소미미디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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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권은 벨을 향한 여신 프레이야의 집착이 최고조로 달했던 몬스터 필리아 축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습니다. 프레이야는 가넷샤 파밀리아가 주최한 축제에 쓸려고 생포해온 몬스터를 길거리에 풀어놓고 헤스티아를 쫓게 하여 그녀를 곤경에 처하게 해서 벨을 시험하는데요.

 

이에 벨은 주신 헤스티아를 지키기 위해 눈이 돌아간 실버백을 맞이하여 처절하게 맞서 싸우지만 힘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며 점점 벨과 헤스티아는 궁지에 몰려갑니다. 승산 없는 싸움에서 어떻게든 주신을 지키고 싶었던 벨은 특단의 조치로 자신이 미끼가 되어 실버백을 유인하지만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되고, 간신히 실버백의 눈길에서 벗어났나 싶었던 헤스티아가 다시 돌아오면서 사태는 급박해집니다.

 

이번 2권을 보면서 원작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는데요. 사실 실버백 에피소드는 3권에서 메인 에피소드인 미노타우로스전의 전초전인지라 벨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크게 와 닿는 부분은 없었던 거같군요. 거기다 헤스티아가 다시 돌아왔을 때 속된 말로 암 걸릴뻔한 기억이 있습니다. 기껏 남자가 미끼가 되어 좋아하는 여자를 지켰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남자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돌려버리는 행위가 좋게 비치지는 않았는데요.

 

그래서 코믹 2권도 그렇지 않을까 했는데 좀 오버하자면 필자는 실버백 에피소드를 수박 겉핥기로 읽었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코믹은 실버백을 피해 도망 다니면서 가족을 지키게 해달라는 벨의 간청에 헤스티아의 고뇌에 찬 얼굴은 원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애틋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준 주신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맞서 싸우는 벨의 처절한 모습은 만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이 묻어나 있었습니다. 다시 원작인 라노벨을 읽으면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필자는 자신이 없습니다.

 

오래간만에 물건을 건진 듯한 느낌입니다. 살면서 아무 느낌 없이, 생각 없이 덥석 집었던 물건이 의외로 괜찮네? 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 않는지요. 이번 2권이 저에겐 그랬습니다. 뭣보다 작화가 원작의 일러스트에 비해 월등히 좋아(물론 필자 주관적) 이것만 놓고 봐도 몰입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원작에서는 설명으로 충당되었던 부분을 그림으로 표정과 느낌으로 살리는 재주가 작가에겐 있어 보였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설명으로 된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함으로써 개그도 의외로 상당히 살아 있군요. 헤스티아의 몸 개그가 일품입니다. 그런데 실버백과 일전은 의외로 싱겁게 끝이 나버립니다. 그리고 남은 건 프레이야가 벨을 시험하기 위해 저질렀던 일련의 일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끈끈해진 벨과 헤스티아의 유대입니다.(죽 쒀서 개준꼴)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원작에서 헤스티아가 보여줬던 벨을 향한 마음이 좀 경박해 보였는데요. 일방적인 사랑이었던 느낌이었달까요. 그런데 코믹은 그게 많이 부드러워졌습니다. 헤스티아의 일방적인 사랑이 아닌 거기에 응답해주는 벨을 그려 넣음으로써 애잔함 느낌을 받게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부분 때문에 코믹에서 벨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그래서 괴리감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인데 원작을 먼저 접하신 분들이라면 거리감이 느껴질 겁니다.

 

그리고 3권이 정말 기대되게 만드는 만남이 나오는데요. 바로 릴리의 등장, 무표정한 모습의 릴리를 정말 잘 그려놓았더군요. 어딘가 소름이 다 돋을 지경입니다. 원작에서 그녀의 삶은 처절함 그 자체였던지라 표현력에 있어서 원작보다 살짝 더 좋다고 느껴지는 코믹에서 그녀를 어떻게 표현할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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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1 - S코믹스 S코믹스
오모리 후지노 지음, 김완 옮김, 쿠니에다 그림, 야스다 스즈히토 원안 / ㈜소미미디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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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다들 아시다시피 라노벨 입니다. 코미컬라이즈 되어서 현재 국내엔 4권까지 정발중 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1권만 놓고 평가하자면 원작의 노선을 잘 따라고 있으며, 장황한 설명의 잔가지를 처내고 중요한 가지만 키웠다고 할까요. 핵심만을 콕 집어 그려놓아 읽기가 상당히 편했고, 원작인 라노벨의 단점으로 다가왔던 '너의 주제를 알아라'가 많이 완화되었다는 것이 뭣보다 좋았습니다.

 

주인공인 벨은 던전에 내려가 몬스터를 잡아 근근이 생활하던 어느 날, 5계층에서 만난 미노타우로스에게 쫓기다 [검희] 아이즈에게 구출된 후 그녀를 동경하며 강해질려는 모습은 원작과 비슷합니다. 코믹이 좋은 점은 텍스트로 된 글에서 잘 느껴지지 않았던 세세한 장면을 그림으로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인데요.

 

신의 연회에서 로키와 싸워대고 헤파이토스에게 오체투지로 간신히 얻어낸 헤스티아 나이프를 손에 들고 기뻐하는 헤스티아의 여러 표정이 디테일이 살아 있는 거 같았고, 원작에서 그 외 등장인물의 일러스트가 불만이었던 필자로써는 좀 더 세련된 코믹의 등장인물 작화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인족이나 특히 에이나의 일러스트는 원작을 초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용은 원작과 똑같이 흘러가서 딱히 내세울만한 새로운 이야기는 없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이 된 작품이다 보니 많이들 내용은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검희를 만나고 사기 스킬인 리아리스 프레제가 발현되고, 검희를 향한 마음이 계속될 동안 스킬 효과는 지속, 그러해서 고속 성장이라는 일방통행도 원작과 같습니다.

 

그런데 원작과 같은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벨이 던전에서 머무는 시간은 비교적 적게 할애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마치 사냥은 별개이고 일상생활에 좀 더 중점을 뒀다고 할까요. 그래서 고속성장 중인 벨의 스테이터스 갱신 때마다 이질감이 약간 생기기도 합니다.

 

필자가 원작인 라노벨을 워낙 불편하게 읽었던지라 코믹은 어떨까 해서 접해 봤는데 의외로 무난하게 입에 맞았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원작인 라노벨에서 보여준 무미건조한 일상은 필자에겐 상당히 거부감이 들었는데 반해 코믹은 장황하고 낯 뜨거운 대사나 무미건조한 상황 설명을 생략하여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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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MO - Last Dream, S Novel+
키나 치렌 지음, Siyouko 그림, 곽지환 옮김, Rayark 원작 / ㈜소미미디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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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800만이나 되는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유명한 앱 게임 디모를 원작으로한 소설 입니다. 필자는 게임을 접하지 않아 어떤 내용인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구입하기로 했을 때 두려움 반 기대 반이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보통 게임을 주제로 해서 여타 장르로 컨버전 되었을 때 성공한 예는 찾아보기가 힘들었거든요. 그럼에도 구입을 망설이지 않았던 건 예전 마녀의 집(라노벨)을 꽤나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어서 이 작품에서도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솔직히 더 컸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이야기는 어느 소녀가 기억을 잃은 채, 어떤 공간에서 디모와 살아가는 일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것같지 않은 일상, 배고품이 없는 생활, 그 속에서 소녀는 어딘가에서 나타나는 악보를 주워다 디모에게 가져다줍니다. 그러면 디모는 그 악보로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어느 날 피아노 소리에 맞춰 나무가 자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요. 그 나무는 소녀가 떨어졌다고 생각되는 천장 창문을 향해 자라고 있었고, 소녀는 나무가 다 자라면 여기서 나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품습니다.

 

소녀의 바램을 들어 주려는 듯, 디모는 열심히 피아노를 칩니다. 표정과 말이 없는 그에게 언제나 말을 걸지만 돌아오는 건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다정히 대해준다는 건 알고 있는 소녀는 그에게 기대어 잠이 들기도 하고 혼잣말을 늘어 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어느 날 서재에서 문득 가면을 쓴 자기 또래의 여자애를 만나게 되면서 조금식 삶의 변화가 찾아옵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공간을 뒤지고 처음으로 열어보는 방과 발코니 등을 찾아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기억의 단편을 찾아 가게 되고 그럴수록 가면을 쓴 여자애의 히스테릭이 커져만 가는데요.

 

천장을 향해 나무를 키워가면서 그에 비례하듯 점차 소녀와 디모에 대한 진실이 드러납니다. 사실 필자는 초반에 읽다가 잠깐 졸아 버렸습니다. 늘 말하지 않는 디모와 이야기를 하고 피아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고 악보를 찾고 공간을 뒤지며 무미건조한 일상이 흘러가는데요. 이제 와 생각하면 소녀의 정체에 대한 단서가 들어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초반을 놓치더라도 중반부터는 앞의 내용은 다 잊어버릴 정도로 충격을 선사하기 시작합니다. 일명 정신이 번쩍 든다고 하죠? 필자가 그랬습니다.

 

중반부터 시작되는 소녀가 왜 디모가 살고 있는 세계에 오면 안 되었는가 하는 해답 편은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애잔하게 흘러갑니다. 내용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지만 자제하겠습니다. 그저 너무나도 애틋한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소녀에게 내리는 시련쯤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소녀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무리 힘이 들어도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며 디모와 지냈던 지난 시간은 가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기억의 편린 속에서 자신이 나아가야 될 길이 어느 것인지 알아가는 장면은 애잔하고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이 작품은 일종의 추리물과 비슷합니다. 자신에게 내려지는 물음을 찾아가며 진실에 접근해 나가는 소녀, 그리고 해답을 찾았을 때의 충격을 딛고 일어나 새로운 세계로 앞으로 나아가는 어쩌면 성장물이기도 합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약간의 반전이 숨어 있다는 것인데요. 자신을 그토록 보호해줬던 인물이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사실과 가면의 소녀가 했던 일련의 말의 진실이 들어 드러났을 때는 망연자실 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소 기분이 언짢아지는 시리어스가 첨부되어 있기도 하니 주의가 필요하고요.

 

이 작품의 대한 평가가 신통찮은 거 같던데 초반만 읽고 속단하지 말고 끝까지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어디에나 있는 비극적인 가정사일 수도 있고, 그걸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클리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세계물이 넘치는 지금의 시대에 이런 작품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군요.

 

여담으로 부록으로 동봉된 음악 CD에 2분짜리 음악이 한 곡 밖에 들어 있지 않다는 사실에 필자는 많이 놀랐습니다. 일단 띠지에 쓰여있긴한데 이거 자원 낭비가 좀 심한 거 아닐까 했군요. 그래도 음악보다 내용이 좋았으니 상관없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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