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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MO - Last Dream, S Novel+
키나 치렌 지음, Siyouko 그림, 곽지환 옮김, Rayark 원작 / ㈜소미미디어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본 도서는 800만이나 되는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유명한 앱 게임 디모를 원작으로한 소설 입니다. 필자는 게임을 접하지 않아 어떤 내용인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구입하기로 했을 때 두려움 반 기대 반이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보통 게임을 주제로 해서 여타 장르로 컨버전 되었을 때 성공한 예는 찾아보기가 힘들었거든요. 그럼에도 구입을 망설이지 않았던 건 예전 마녀의 집(라노벨)을 꽤나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어서 이 작품에서도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솔직히 더 컸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이야기는 어느 소녀가 기억을 잃은 채, 어떤 공간에서 디모와 살아가는 일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것같지 않은 일상, 배고품이 없는 생활, 그 속에서 소녀는 어딘가에서 나타나는 악보를 주워다 디모에게 가져다줍니다. 그러면 디모는 그 악보로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어느 날 피아노 소리에 맞춰 나무가 자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요. 그 나무는 소녀가 떨어졌다고 생각되는 천장 창문을 향해 자라고 있었고, 소녀는 나무가 다 자라면 여기서 나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품습니다.
소녀의 바램을 들어 주려는 듯, 디모는 열심히 피아노를 칩니다. 표정과 말이 없는 그에게 언제나 말을 걸지만 돌아오는 건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다정히 대해준다는 건 알고 있는 소녀는 그에게 기대어 잠이 들기도 하고 혼잣말을 늘어 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어느 날 서재에서 문득 가면을 쓴 자기 또래의 여자애를 만나게 되면서 조금식 삶의 변화가 찾아옵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공간을 뒤지고 처음으로 열어보는 방과 발코니 등을 찾아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기억의 단편을 찾아 가게 되고 그럴수록 가면을 쓴 여자애의 히스테릭이 커져만 가는데요.
천장을 향해 나무를 키워가면서 그에 비례하듯 점차 소녀와 디모에 대한 진실이 드러납니다. 사실 필자는 초반에 읽다가 잠깐 졸아 버렸습니다. 늘 말하지 않는 디모와 이야기를 하고 피아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고 악보를 찾고 공간을 뒤지며 무미건조한 일상이 흘러가는데요. 이제 와 생각하면 소녀의 정체에 대한 단서가 들어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초반을 놓치더라도 중반부터는 앞의 내용은 다 잊어버릴 정도로 충격을 선사하기 시작합니다. 일명 정신이 번쩍 든다고 하죠? 필자가 그랬습니다.
중반부터 시작되는 소녀가 왜 디모가 살고 있는 세계에 오면 안 되었는가 하는 해답 편은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애잔하게 흘러갑니다. 내용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지만 자제하겠습니다. 그저 너무나도 애틋한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소녀에게 내리는 시련쯤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소녀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무리 힘이 들어도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며 디모와 지냈던 지난 시간은 가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기억의 편린 속에서 자신이 나아가야 될 길이 어느 것인지 알아가는 장면은 애잔하고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이 작품은 일종의 추리물과 비슷합니다. 자신에게 내려지는 물음을 찾아가며 진실에 접근해 나가는 소녀, 그리고 해답을 찾았을 때의 충격을 딛고 일어나 새로운 세계로 앞으로 나아가는 어쩌면 성장물이기도 합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약간의 반전이 숨어 있다는 것인데요. 자신을 그토록 보호해줬던 인물이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사실과 가면의 소녀가 했던 일련의 말의 진실이 들어 드러났을 때는 망연자실 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소 기분이 언짢아지는 시리어스가 첨부되어 있기도 하니 주의가 필요하고요.
이 작품의 대한 평가가 신통찮은 거 같던데 초반만 읽고 속단하지 말고 끝까지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어디에나 있는 비극적인 가정사일 수도 있고, 그걸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클리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세계물이 넘치는 지금의 시대에 이런 작품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군요.
여담으로 부록으로 동봉된 음악 CD에 2분짜리 음악이 한 곡 밖에 들어 있지 않다는 사실에 필자는 많이 놀랐습니다. 일단 띠지에 쓰여있긴한데 이거 자원 낭비가 좀 심한 거 아닐까 했군요. 그래도 음악보다 내용이 좋았으니 상관없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