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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녀전기 6 - Nil admirari, Novel Engine
카를로 젠 지음, 한신남 옮김, 시노츠키 시노부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6년 12월
평점 :

타냐는 우리식 나이로 환산하면 14살이 되었습니다. 빠른 입학이면 중학 2학년이 되어 있겠죠. 그래서 한 장 밖에 없지만 속 일러스트에서 제법 소녀티를 풍기고 있습니다. 성격도 많이 온순해졌고, 부하들을 살뜰히 살피게 되었군요.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자신이 처한 지옥 같은 상황을 빗대어 철학자가 되어 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의 유녀는 없습니다. 사전적 의미가 유녀는 어린 여자애라고만 나와 있어서 애매하긴 하지만요.
전선에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연방(소련)과 대치한 동부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2차 대전때 독일이 겪어야만 되었던 그 끔찍한 동장군이 타냐의 부대에도 찾아왔군요. 타냐는 겨울 전에 전쟁을 매듭을 짓고 싶었지만 한계에 다다른 보급과 인적자원 고갈로 방어하는 것만도 힘에 겹습니다. 소총이고 전차고 무기는 죄다 얼어붙지, 제대로 된 의복도 없어서 추워 죽겠지, 배급은 간신히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나오지, 한창 잘 먹어야 될 나이에 이 무슨 꼴인지...
그래서 타냐는 결심합니다. 노략질을. 없으면 빼앗아오면 되지 하며 연방군 소속의 빨치산이나 게릴라들을 습격해서 무기와 의복 등을 털어 와버리는데 이 과정이 이 작품에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개그가 들어가 있습니다. 지들 멋대로 합리화해서 전시 국제법이란 원래 피해 가는 것이라며 제멋대로 해석해서 노략질을 하곤 승리... V, 라지만 이번에 타냐는 별로 안 나옵니다. 초반 조금, 중반 조금, 후반 조금이군요. 여담으로 중반부 수도에서 한가롭게 커피를 즐기는 타냐와 그녀의 부하 간 만담도 재미있습니다. 정말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 이 모든 게 나이를 먹어버린 타냐의 성격 변화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군요.(아저씨 같은 타냐, 속은 아저씨가 맞지만요.)
서방 열강에 둘러싸여 펀치를 맞고 있는 제국(독일)의 상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물자 부족, 밑빠진 독에 물 붓기로 들어가는 인적 자원은 미성년까지 징집하는 지경에 왔습니다. 남부 '이르도아 왕국(이탈리아)'은 너 님들 이러다 다 망하니 슬슬 평화조약을 생각 보는 게 어때?라며 압박을 가해 오고 있고, 연합왕국(영국)과 합중국(미국)은 마도사를 보내 연방(소련)과 연합으로 제국(독일)을 두들기는 통에 제국(독일)의 얼굴엔 피멍이 가실 날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무밥을 먹으며 악착같이 버티고 있는데 그 이유가 또 가관입니다. 이제 와 발 뺐다간 여론과 사기(士氣)에 뒷 감당 안 되니까 일단 직진, 타냐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 말고 점령지를 돌려주고 전쟁 전 국경선으로 되돌리는 게 어떻냐고 상신(上申) 하지만 보기 좋게 기각, 폭주기관차처럼 일방통행뿐인 상부를 바라보며 이러다 다 죽는 거 아니냐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때 타냐의 부대는 북부 노르덴(노르웨이&스웨덴)으로 전출됩니다.
연합왕국과 합중국의 마도사와 연방의 게릴라들(이하 연합)의 준동을 밟아주라는 것, 하지만 연합은 본격적인 시가지 탈환 같은 건 하지도 않고 변두리에서 깨작깨작 거리며 타냐의 신경만 긁을 뿐 본격적인 공세를 하지 않는 통에 타냐는 대머리가 되어갈 판입니다. 본격적으로 점령군(제국) 과의 전투도 아니고 연합은 마치 동네 양아치처럼 시비만 걸고 있는지라 닭 잡는데 소 잡는 칼 쓸 수도 없는 타냐는 골머리를 썩습니다. 거기다 피로도가 누적되어 피폐해져 가는 장비 때문에 이중고를 겪게 되는 타냐는 그야말로 현실을 외면하고 싶습니다.
제국 최정예나 다름없는 샐러맨더 203마도 대대를 한낱 양아치 같은 게릴라나 잡으라고 보내니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그만큼 제국은 피폐해졌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쟁은 곧 끝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군요. 그에 따른 주변국들의 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제국의 상층부도 결국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타냐의 말대로 수도가 함락되면 그게 무슨 꼴일까...
이번 6권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타냐는 별로 안 나오고 주변국 상황과 이해 당사자들만 나오다 보니 정치 이야기와 뒤배경, 그리고 거기에 따른 이해득실과 지저분한 이야기 등 실로 유쾌한 이야기만은 아닌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특이한 건 5권 이하에서 요구하였던 독해력은 이번 6권에서는 전혀 요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인데요. 이 덕분에 엄청 많이 나오는 군사(軍事)에 관한 지리멸렬한 이야기를 극복할 수 있기도 했군요.
그리고 타냐의 호적수라 여겼던 '메어리 수'가 보는 이로 하여금 암 걸리게 하는 대목이 압권이었습니다. 작가도 타냐가 별로 안 나오고 유쾌하지 않은 내용이라는 걸 인지했는지 메어리 수를 이용하여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수를 쓴 거 같았는데요. 포로로 잡은 적병(자치회 민병)을 연방에 아무렇지 않게 넘긴다거나(), 노르덴에서 제국군 다 죽여버리겠다며 폭주하는 자신을 말리는 상관이 이해되지 않아 거의 항명에 가까운 행동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서 비샤와 비견되기도 하였군요. 한마디를 하면 열 마디를 알아듣는 비샤와 한마디 하면 열 마디가 불만인 메어리 수, 상관이 그것도 중령이 그러지 말라고 다독이는데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항명하려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라를 되찾고 싶다는 열망(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아둔함을 선사해주었군요.
그동안 귀여움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던 타냐의 귀여움이 조금 살아 있습니다. 이전 5권에서 술집에 들어 갈려다 퇴짜 맞는 모습도 귀엽긴 했지만요. 여튼 한정된 인적자원과 보급품으로 한계에 다다른 제국과 타냐의 부대, 모든 걸 배팅한 제국의 앞 날에 과연 영광이 있을 것인가. 역사대로 찢길 것인가 다음 7권이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1, 연방은 소련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연방은 만인은 평등하다고는 하지만 포로가 그것도 국제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민병을 공사주의에 넘겨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자명한 것
그래서 메이러 수의 상관은 연합왕국(영국)에 대려가 일단 보호 하려고 했음
- 2, 아니 아니 싸우는건 좋은데, 나라를 되찾고 싶은건 아는데, 일단 자신은 파견된 입장으로서 자신이 일을 저지르고 돌아 가버리면 남은 게릴라들의 운명은?
- 3, 메어리 수는 노르덴 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