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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룬 라스트 코드 2 - ~가공의 세계에서 전장으로~, Novel Engine
아즈마 류노스케 지음, 미코토 아케미 외 그림, 이원명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블랙 불릿에 나오는 이니시에이터들처럼 인권이 말살된 채 멜리스의 먹이가 되어 인류를 위해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헥사'들의 요람, '제2 후지 [히무라 의숙]'에 애니메이션 [돌 왈츠 레퀴엠]의 주인공 '에이룬'이 마치 이세계 전생물처럼 찾아왔습니다. 한창 대멜리스전을 치르던 그들 사이에서 패닉에 빠져있던 히로인 '셀렌'을 구출하고 멜리스들을 일소하며 전황을 뒤집어 줬음에도 주인공 에이룬은 평범한 인간이라는 이유로 헥사들에게서 극도의 악의와 접하게 되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쳐들어와 인류를 위협하는 멜리스가 최우선적으로 노린다는 이유로 인류는 헥사들의 인권을 말살하고 물건 취급도 모잘라 대멜리스전 최전선에 세웠습니다(). 그러길 반세기가 흐른 지금, 서로가 피해자()라고 울부짖는 인간과 헥사들 사이엔 깊은 골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느 날 헥사들 앞에 불쑥 찾아온 일단은 군인이지만 그들에겐 평범한 인간이었던 주인공 에이룬이 못마땅하여 사사건건 시비를 털기 시작하는데요.
뜬금없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숱하게 접하는 게 '어그로' 입니다. 사전적인 의미는 관심을 끄는 사람이라지만 인터넷에서는 보통 도발로 받아들이죠. 그러면 대부분 무시하지만 개중에는 흙탕물을 기꺼이 뒤집어쓰며 같이 난장판을 만들기도 하는데요. 이 작품을 읽고 있으면 딱 그런 기분입니다. 이 작품은 어그로를 끄는데 재주가 있습니다. 인터넷이나 게임을 하다 보면 가끔 부모님 안부를 여쭙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뉘앙스가 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가령 이 작품에서는 '오타쿠 새x'라는 말이 나옵니다. 물론 여타 작품에서도 나옵니다. 하지만 대부분 부정할 수 없는 부분도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죽어버려는 예사로 나오는 게 그야말로 어그로 난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쁜 말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이게 얼마나 나쁜지 말인지 뼈저리게 알려 주어야 되겠죠. 누가..?? 주인공 에이룬이요.
특히 인간과 골이 깊은 '기동부'는 일전에 명령 무시로 전선 전체가 무너질뻔하였는데도 자기 합리화로 일관하고, 노골적으로 퉤퉤 거리며 자신(에이룬)에게 도발을 걸어오자 보다 못해 손봐주기로한 주인공 에이룬의 원 펀치에 기동부 사내들은 전부 강냉이가 가출하게 되는데요. 사실 이 부분은 양아치를 손봐주는 주인공이라는 클리셰이긴한데 손이 닿지 않아 긁지 못해 미칠뻔한 기분을 풀어주는 것처럼 시원하기 짝이 없습니다.
처음 여기에 도착해서 이들이 휘두른 폭력을 맞으면서도 기동부 사내들을 손대지 않았지만 특훈이라는 명목으로 교관의 자리에 앉았으니 갈궈도 문제없으리라... 천지개벽의 시간이 도래했습니다.라고 해도 흔히 있는 권선징악에 가깝긴 합니다. 참고로 어그로 끄는 작품이라고 해서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몰입도를 상당히 올려 줘서 오히려 좋게 느껴졌군요.
어쨌건 에이룬을 향한 일련의 일들 이면엔 7개월 전 결전 병기 데스토블룸의 폭주에 기인하고 있었는데요. 헥사가 죽던 말던 신경을 안 쓰는지 결함투성이인 데스토블룸을 실전에 배치했다가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폭주하는 바람에 멜리스는 물론이고 헥사 쪽에서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그때 동료들을 잃으면서 다들 정신이 나가버렸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같은 헥사들끼리도 서로가 헐뜯는 등 난장판이 따로 없을 지경입니다.
그리고 그때 파일럿이었던 셀렌은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모든 걸 뒤집어쓰고 같은 헥사들에게 배척받고 있었다는 게 밝혀지는데요. 셀렌이 유아 퇴행성이 된 건 인간에게 버림받고 같은 동료들에게도 배척 당하고 그럼에도 고통뿐인 데스토블룸에 올라타 조종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정신이 피폐해져 갔던 것입니다. 지금은 8~10살쯤으로 퇴행하여 행동도 거기에 따르다 보니 애처롭기도 하고 간간이 나오는 일러스트 때문에 위하감도 생기고 기분이 묘했군요.
여튼 그래서 에이룬은 그녀를 받지 않아도 될 이런 부조리라는 고통에서 구해주기 위해 대멜리스전에서 배제하는 플랜을 짜기 시작하고 개판이 된 학원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결국 주인공이 나서기로 하는데요. 성격이 파탄나 있던 기동부 사내들을 볶아서 흡고블린으로 개과천선 시키고 자신은 오거가 되어 최전선에 서면서 서서히 제 2후지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게 됩니다.
요컨데 주인공 에이룬은 인간이라는 동족에게서 버림받았음에도 살아가기 위해 상처투성이의 용기를 끌어안고 비틀거리며 걷고 있는 오합지졸들을 뭉쳐서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는 것이죠. 이런 루트는 예전에도 흔히 쓰인 주제이긴 합니다. 여튼 7개월 전 데스토블룸의 폭주와 일전에 난장판이 된 전장 덕분에 제2후지의 존망이 흔들리는 가운데 주인공 에이룬의 등장은 천군만마와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상당히 스펙터클하고 눈물 없인 못 보는 구절도 있었군요.
또 '쟤 비치니까 조심하세요!'라거나 '처녀인데 어쩌라고?'라며 만담을 늘어놓는 등 전형적인 라이트 노벨 다운 장면도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기도 한데요. 거기에 하렘도 빠질 수 없어서 셀렌은 일찌감치 메인 히로인으로 자리 잡았고, 학생회장 시키, 기동부 대장 아오이, 12살에 아이큐 190의 아카네, 이러다보니 겉으로는 멀정한 척 뒤로는 콩 까면서 애 낳아줄게를 시전하는 히로인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는 게 좀 껄끄럽고 전형적인 둔감형 주인공(에이룬)계다보니 이게 또 답답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라이트 노벨 계통을 잘 지켜 가면서도(나쁘게 말하면 클리셰) 초,중반 어그로 끄는 게 일품이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어그로를 보며 싸다구 날리면 소원이 없겠다 싶은 감정이 무럭무럭 자라다가 주인공이 그러면 안 되라며 줘패는 장면에서는 시원함을 느끼기도 하였군요().
근데 중후반은 전투신은 긴장감이 없어서 다소 지루합니다. 작품 자체가 시리어스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주인공 하나로 올 클리어 되다 보니 식상함마저 느껴진다랄까요. 물론 주인공이 주창하는 내 눈에 띄는 이상 아무도 죽지 않아라며 개구리가 폴짝 뛰듯 뛰어다는 지라 그 보답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주인공도 무쌍을 찍고 거기에 영향을 받은 히로인(주로 아오이)들도 무쌍을 찍어대는 통에 작 초반엔 그렇게 어그로로 몰입 시키더니 후반엔 정말 커피를 몇 잔이나 마셨는지 모르겠습니다.
- 1, 정확하게는 히무라 제벌인지 제단인지 하튼 돈 많은 기업이 자경단 비슷한걸 만들어서 헥사들을 공급받아서 운영중 입니다.
그것이 히무라 의숙, 겉으로 보기엔 학원이지만 속은 대멜리스전을 치르는 전초기지 - 2, 멜리스가 최우선적으로 노린다는 헥사로 인해 자신들도 공격 당한다고 여긴 인간과 인간에게 버림 받은 헥사
이게 이 작품의 핵심 포인트 입니다. - 3, 여기서 주의해야될건 이 부분은 필자가 웃자고 하는 소리이지 이 작품의 본질이 아닙니다.
본질은 주석 2번에서 언급 했듯이 헥사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인간과 인간에게 버림 받고 괴롬힘 당해 서러움을 간직한 헥사들간 해묵은 감정의 골입니다.
원래는 우리 애들 착해요.라는 클리셰처럼 헥사들도 알고보니 착한 애들 뿐이더라가 골자 입니다.
주인공은 그저 썩은 근성을 고쳐줄려고 했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