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식당 2 - L Books
이누즈카 준페이 지음, 에나미 카츠미 그림, 박정원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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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당 '네코야'에는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만 이세계와 연결되는 문(門)이 있습니다. 이 문(門)은 선대 할아버지 대부터 이어져오면서 벌써 30년이라는 역사를 자랑하며 그동안 많은 이세계 손님을 받아 왔고 또 지금도 단골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간, 마족, 마물, 수인족 가리지 않고 서로가 으르렁대는 관계라도 네코야에서는 그 어떤 다툼도 허용되지 않는, 이세계인들은 자신들의 세계에서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먹으며 때론 친구도 만나고 수다를 떨고 서로가 자신이 주문한 음식이 맛있다며 날선 공방을 이어가면서도 날이 지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토요일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2권의 표지가 이 작품을 잘 대변하고 있기도 한데요. 양식당 네코야로 향하는 문은 어디에도 있고 또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문이 있었고 들어가 보니 식당이더라. 이세계 사람들에겐 갑자기 출연하는 문은 그야말로 뜬금이 없기도 하지만 한번 발을 들이면 도저히 끊을 수 없는 마력에 빠져 토요일이 오기만은 손꼽아 기다리게 되고, 문은 지위 높은 귀족이든 왕족이든, 상인이든, 숲 속에서만 사는 수인족, 인간 손바닥 크기의 페어리, 사냥꾼, 오거 같은 마물이든 차별 없이 열어 줍니다.

 

어쨌건 이번 에피소드에선 양식당 네코야에 새로운 인물이 합류하게 되는데요. 바로 표지인물이기도 한 '아렛타' 입니다. 1권에서 일러스트가 다소 불만이었는데 2권에서는 소녀 본연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군요. 그녀는 머리에 염소 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족입니다.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지지리 궁상이었던 생활을 벗어나 인간의 도시로 나왔지만 차별과 멸시(1)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폐허에서 거의 굶어죽기 직전에 양식당 네코야의 문을 발견해 들어가 무전취식하고 널브러져 자고 있던걸 네코야의 점주가 발견해 그녀를 종업원으로 기용하게 되었습니다.

 

음식 이야기만 주구장창 나왔을 뿐 인간적인 삶의 모습이 거의 없었던 1권에서 다소 실망했던 필자가 2권을 구입할 마음을 먹었던 건 아렛타의 등장 때문이었습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삶은 감자로 끼니를 해결하고 폐허에서 누더기를 덮고 잠을 청하던 아렛타, 역경 끝에 인생역전을 이뤄내는 소공녀처럼 그녀에게도 볕들 날이 있을까 심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단순히 양식당에 취직하는 것이 무슨 인생역전이냐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렛타는 귀족, 노련한 모험가 내지는 부유한 상단이 아닌 이상 지지리 궁상을 면치 못하는 밑바닥 인생뿐인 평민이 만질 수 없는 돈을 벌고 있으니 일단은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죠. 거기에 마음씨 좋은 트레저헌터에게 주워져 네코야에서 일하지 않을 때도 거처를 마련하게 되었느니 평민치고는 상당히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튼 네코야의 밥맛을 잊지 못해 토요일만 기다리는 왕족과 귀족, 그리고 한 달을 꼬박 모아야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평민에 오거 같은 마물까지 네코야는 차별없이 모두를 반겨 줍니다. 필자가 비슷한 내용을 위에서도 언급하고 여기서도 언급하고 이러는 건 딱히 음식 먹고 리액션 펼치는 것뿐인 이 작품에서 더 이상 언급할 내용이 없어서이기도 하군요. 약간의 복선이 투하되기도 하였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느 지역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우연찮게 혹은 옛날부터 자기만 알고 있던 문을 통해 네코야로 와서 밥을 먹고 가면서 행복해하는 내용이 주된 내용인지라... 네코야에서 눈이 맞아 풋풋한 청춘을 좀 보여주긴 하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는 없습니다. 긴박하게 흘러가는 것도 없고... 그래도 묘하게 끌어들이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책장을 펼치고 덮을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당황스러웠군요.

 

그런데 뜬금없지만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등장인물들에겐 미안하지만 이 작품을 읽고 있다 보면 문화 침략을 주제로 한 어떤 작품이 생각났습니다. 문화적 침략, 이세계엔 없는 물품을 지원해주고 그들의 환심을 사서 파고드는 전략, 종점은 어느새 깨닫고 보니 나라가 점령당해 있네? 같은... 물론 이런 내용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애초에 점주와 아렛타만으로 뭘 하겠습니까. 그 이전에 선대의 뜻에 반하기도 하고...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유유히 흘러가는 일상이 때론 괜찮기도 합니다. 맛의 포로가 되어 자신을 단련하러 떠나는 엘프라던지 기필코 네코야에서 내놓은 음식의 비밀을 파헤치겠다며 벼르는 셰프 등 적잖이 이세계에 영향을 끼치며 오늘도 네코야는 성황을 이룹니다. 그래도 필자는 아렛타의 이야기가 많이 안 나와서서운했군요. 자칫 시리어스 한 내용으로 이어질 뻔도 하였지만 작품이 일상계인데다 네코야를 보호하는 붉은 신(神)의 존재로 일상 이상의 시리어스는 나오지 않을 듯했습니다. 그리고 점주에 대한 약간의 복선이 나오면서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하였군요. 

  1. 1, 100년전까지 인간하고 마족간 전쟁을 하는등 서로 적대시 했던 관계
    70년전 4영웅으로 활약으로 인간족이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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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소설 시리즈
신카이 마코토 지음, 박미정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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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지만 글자로 된 도서는 애니메이션에서 세세하게 표현하지 못 했던 장면을 볼 수... 아니 느낄 수 있어서 좋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로 미츠하의 몸에 들어온 타키가 아침에 일어나 자신(미츠하)의 몸을 만지작거리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잠옷을 좀더 단정히 하고 속옷을 입는다거나, 둘이 의식해가며 서로에게 이끌려가는 장면이 애니메이션에서는 현실성과 개연성이 부족했다면 도서에서는 그걸 커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점은 비단 이 작품에 국환 되지는 않고 라이트 노벨이나 만화를 기반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전반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2인칭(미츠하, 타키) 외에 카메라의 시각이라는 3인칭으로도 진행되면서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혜성의 존재와 텟시&사야의 등장 같은 주변 상황을 좀더 알기 쉽게 흘러가는 반면에 소설은 2인칭(미츠하, 타키)으로만 진행되다 보니 단편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예로 애니메이션에서는 이 작품에서 큰 줄기로 다가오는 혜성의 존재가 일러스트 하나 없다 보니 많이 미약하다는 것이군요. 물론 이런점은 여타 라이트 노벨(일반소설 포함)이나 만화에도 적용되는 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후기에 서로 상호보완적이라고 서술하고 있기도 하죠.

 

여튼 이미 많이들 아실 테니 굳이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해놓고 굳이 좀 언급하자면 시골에 사는 '미츠하'라는 여고생과 도쿄에 사는 '타키'라는 남학생이 잠을 매개로 하여 서로의 몸이 뒤 바뀌면서(일주일에 서너번) 일어나는 해프닝을 다루는 초반과 그럴 때마다 서로의 존재를 의식해가고 이성으로서 끌려가는 중반, 그리고 1,200년 주기로 찾아오는 혜성과 관련해서 둘의 사이에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는 후반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혜성을 통해서 드러나는 일명 세카이계물(뜻이 궁금하면 인터넷 검색)이기도 하고요. 좀더 파고들면 시공을 초월한 만남이랄까요.

 

기본적으로는 애니메이션과 95% 똑같습니다. 당연하겠지만요.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보셨다면 굳이 안 봐도 되지 싶긴 한데 작가의 말처럼 서로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있어서 도서를 읽음으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좀더 사태가 명확해지는 느낌이랄까요. 특히 애니메이이션에서 몇몇 분에게 진행 상황에 혼동을 불러왔던 미츠하의 이발 관련 순서가 매끄럽게 표현되어 있기도 합니다.

 

도서에서 아쉬웠던 건 미츠하의 동생 요츠하가 표면적으로만 표현되어 있다 보니 반항기적 표현을 느낄 수 없었고 일러스트 하나 없다 보니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군요. 거기에 미츠하와 타키가 번갈아 가면서 대화하는 장면 또한 애니메이션을 안 봤다면 자칫 누가 이야기 주체인지 모르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건 번역의 폐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원서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자기를 지칭하는 단어가 따로 나와 있겠지만 한글은 이게 힘들죠. 그래서 '나'라는 단어에 약간 임팩트를 주고 있기도 합니다.

 

좋았던 점은 초반에도 언급했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미처 표현하지 못 했던 장면을 세세하게 표현 해놨다는 것이군요. 뭣보다 둘의 관계에 대한 개연성 부과 등이 단연 돋보입니다. 간간이 들어가 있는 작가 특유의 화법은 애니메이션 작법에 버금갈 정도로 신선하고요. 낙엽이 굴러 가는 것만으로도 까르르 웃고, 때론 서정적이 되는 사춘기의 느낌처럼  간간이 이런 느낌을 느낄 수 있었군요.

 

써놓고 보니 안 좋은 점만 쓴 거 같은데 필자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고 소설을 보신다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 소설도 추천하는 바입니다. 물론 반대로 보셔도 되지만 이야기의 주체가 누구인지 헷갈릴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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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 17 - 앨리시제이션 어웨이크닝, J Novel
카와하라 레키 지음, abec 그림, 김준 옮김 / 서울문화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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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에 집착하는 변태 아저씨처럼 앨리스를 쫓아 남쪽으로 향하는 암흑신 벡터(가브리엘)는 자신의 수하 다크테리토리군을 아무렇지 않게 희생 시키고 미국 유저를 꼬드겨 언더월드로 불러들여 아스나와 인계군을 몰아붙이는데 성공합니다. 아스나와 인계군은 어떻게든 앨리스를 남쪽 제단에 도착시켜 그녀를 로그아웃 시켜야 되지만 미국 유저에 둘러 싸여 사태는 녹록지가 않은 상황에서 잠깐의 틈을 보여버린 앨리스는 벡터에 의해 납치되고 맙니다. 이 부분은 사실 발암이라기보다 앨리스 성격답게 일이 이렇게 진행되리라는 건 쉽게 짐작이 갔긴 합니다.

 

뭐랄까 처음부터 끝까지가 싸움판입니다. 이제까지는 다크테리토리와의 싸움이었다면 지금부터는 5만이나 되는 미국 유저와의 싸움으로 정정당당하게 따윈 없고 그냥 눈앞에 몹이 있으니까 칼을 내리친다는 식으로 진행되는 상당히 심각한 시리어스를 보여주는데요. 거기에 맞서 아스나와 인계군은 처절하다시피한 응전을 펼칩니다. 키리토가 지키고 싶어 했던 영혼을 가진 인간들이 덧없이 죽어나가지만 수적으로 어떻게 되지 않는 장면은 광기를 연상케 합니다.

 

리파, 시논이 접속하고 리즈벳과 시리카에 이어 SAO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들과 ALO의 유저들이 연이어 도착하여 미국 유저를 몰아낼 수 있다는 희망적 관측이 솟아나는 가운데 활로를 열었다는 기쁨을 저주하듯 등장하는 한,중 연합에 의해 아스나와 인계군은 또다시 시커먼 광기에 휘말리는 그야말로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안타까움은 배가되어 갑니다. 거기에 SAO 시절부터 키리토&아스나와 악연을 맺어온 포우(래핑코핑 우두머리)의 등장과 아스나의 좌절은 이 작품의 최대 클라이맥스로 다가오는데요.

 

필자 주관적으로 앨리시제이션 시리즈 중 최고의 장면이 들어가 있는 17권이 아니었나 합니다. 읽는 내내 조마조마한 장면이 엄청 많았군요. 5만이나 되는 미국 유저의 공격을 막아내는 1천에 불과한 인계군과 아스나, 그리고 키리토의 유지를 이어받은 친구들의 참전은 눈물 없이는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ALO 유저들을 언더월드로 컨버트 시키려고 노력했던 리즈벳의 '우리의 현실은 여기야'라며 호소하는 장면은 일품이었습니다.

 

뜬금없지만 17권의 단점을 좀 쓰자면,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있듯이 무슨 링크인지도 모를 것에 의심을 품지 않고 10만(한,미,중)이나 되는 인간들이 모인 점이나 숫자의 폭력에 기대어 눈앞에 있는 건 모조리 베어버리겠다며 광기를 보여주는 장면은 어딘가 현실미가 떨어졌습니다. 아무리 꾐에 넘어갔다지만 몇만이나 모인 장소에서 아군에 가려 적(인계군과 아스나)은 머리털도 안 보일 텐데도 용케 흥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어딘가 이상하게 다가왔습니다. 혹시나 다른 곳에 더 있을지 모를 적을 찾다가 인계 마을 등을 노린다거나 뒤에 남은 인계군과 다크테리토리군과 조우한다는 설정이었다면 오히려 현실성 띠지 않았나 싶기도 했군요.

 

그런데 광적인 한,중,미 유저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게요. 옛날 필자는 PVP가 되는 온라인 게임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논피 지역을 벗어나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던 건 무분별한 PVP였습니다. 상대를 봐가며 가려서 하는 게 아닌 글자 그대로 PVP가 되는 상대를 찾아 눈 시뻘게져서 찾아다니는 유저를 봤을 때 진짜 소름이 다 돋았습니다. 퀘스트를 위해 상대 진영 마을에 찾아갔다가 몰매 맞고 쫓겨나는 게 아닌 부활 포인트까지 찾아와서 기다리는 악독함은 혀를 내두르게 하였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이런 점을 참 리얼하게 잘 표현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작가 후기에도 언급이 되어 있지만 인터넷이 발달할수록 단절의 벽이 높아지는 지금의 시대에서 상대를 이해하기 보다 전략이고 전술이고 개나 줘버리고 칼과 도끼 한 자루 들고 클릭이 되는 상대를 찾아 눈 시뻘게져서 찾아다니는 유저처럼은 되지 말고 소통을 통한 서로 간의 이해라는 교훈을 심어 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건 15권부터 잠들어 있던 키리토가 눈뜨기 위한 재료는 다 모였습니다. SAO 시절 래핑 코핑 토벌에서 시작된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이라는 짊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감정을 가둬버렸던 키리토, 그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고 있는 그의 친구들의 분투에 보답할 때가 곧 다가옵니다.

 

마지막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필력을 여기에 다 갈아 넣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 17권이었습니다. 허투루 쓰인 분량 따윈 보이지가 않았군요. 근래에 나오는 비슷한 작품들도 이런 필력을 보여주면 참 잘 팔릴 텐데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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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룬 라스트 코드 2 - ~가공의 세계에서 전장으로~, Novel Engine
아즈마 류노스케 지음, 미코토 아케미 외 그림, 이원명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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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불릿에 나오는 이니시에이터들처럼 인권이 말살된 채 멜리스의 먹이가 되어 인류를 위해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헥사'들의 요람, '제2 후지 [히무라 의숙]'에 애니메이션 [돌 왈츠 레퀴엠]의 주인공 '에이룬'이 마치 이세계 전생물처럼 찾아왔습니다. 한창 대멜리스전을 치르던 그들 사이에서 패닉에 빠져있던 히로인 '셀렌'을 구출하고 멜리스들을 일소하며 전황을 뒤집어 줬음에도 주인공 에이룬은 평범한 인간이라는 이유로 헥사들에게서 극도의 악의와 접하게 되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쳐들어와 인류를 위협하는 멜리스가 최우선적으로 노린다는 이유로 인류는 헥사들의 인권을 말살하고 물건 취급도 모잘라 대멜리스전 최전선에 세웠습니다(1). 그러길 반세기가 흐른 지금, 서로가 피해자(2)라고 울부짖는 인간과 헥사들 사이엔 깊은 골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느 날 헥사들 앞에 불쑥 찾아온 일단은 군인이지만 그들에겐 평범한 인간이었던 주인공 에이룬이 못마땅하여 사사건건 시비를 털기 시작하는데요.

 

뜬금없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숱하게 접하는 게 '어그로' 입니다. 사전적인 의미는 관심을 끄는 사람이라지만 인터넷에서는 보통 도발로 받아들이죠. 그러면 대부분 무시하지만 개중에는 흙탕물을 기꺼이 뒤집어쓰며 같이 난장판을 만들기도 하는데요. 이 작품을 읽고 있으면 딱 그런 기분입니다. 이 작품은 어그로를 끄는데 재주가 있습니다. 인터넷이나 게임을 하다 보면 가끔 부모님 안부를 여쭙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뉘앙스가 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가령 이 작품에서는 '오타쿠 새x'라는 말이 나옵니다. 물론 여타 작품에서도 나옵니다. 하지만 대부분 부정할 수 없는 부분도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죽어버려는 예사로 나오는 게 그야말로 어그로 난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쁜 말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이게 얼마나 나쁜지 말인지 뼈저리게 알려 주어야 되겠죠. 누가..?? 주인공 에이룬이요.

 

특히 인간과 골이 깊은 '기동부'는 일전에 명령 무시로 전선 전체가 무너질뻔하였는데도 자기 합리화로 일관하고, 노골적으로 퉤퉤 거리며 자신(에이룬)에게 도발을 걸어오자 보다 못해 손봐주기로한 주인공 에이룬의 원 펀치에 기동부 사내들은 전부 강냉이가 가출하게 되는데요. 사실 이 부분은 양아치를 손봐주는 주인공이라는 클리셰이긴한데 손이 닿지 않아 긁지 못해 미칠뻔한 기분을 풀어주는 것처럼 시원하기 짝이 없습니다.

 

처음 여기에 도착해서 이들이 휘두른 폭력을 맞으면서도 기동부 사내들을 손대지 않았지만 특훈이라는 명목으로 교관의 자리에 앉았으니 갈궈도 문제없으리라... 천지개벽의 시간이 도래했습니다.라고 해도 흔히 있는 권선징악에 가깝긴 합니다. 참고로 어그로 끄는 작품이라고 해서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몰입도를 상당히 올려 줘서 오히려 좋게 느껴졌군요.

 

어쨌건 에이룬을 향한 일련의 일들 이면엔 7개월 전 결전 병기 데스토블룸의 폭주에 기인하고 있었는데요. 헥사가 죽던 말던 신경을 안 쓰는지 결함투성이인 데스토블룸을 실전에 배치했다가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폭주하는 바람에 멜리스는 물론이고 헥사 쪽에서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그때 동료들을 잃으면서 다들 정신이 나가버렸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같은 헥사들끼리도 서로가 헐뜯는 등 난장판이 따로 없을 지경입니다.

 

그리고 그때 파일럿이었던 셀렌은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모든 걸 뒤집어쓰고 같은 헥사들에게 배척받고 있었다는 게 밝혀지는데요. 셀렌이 유아 퇴행성이 된 건 인간에게 버림받고 같은 동료들에게도 배척 당하고 그럼에도 고통뿐인 데스토블룸에 올라타 조종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정신이 피폐해져 갔던 것입니다. 지금은 8~10살쯤으로 퇴행하여 행동도 거기에 따르다 보니 애처롭기도 하고 간간이 나오는 일러스트 때문에 위하감도 생기고 기분이 묘했군요.

 

여튼 그래서 에이룬은 그녀를 받지 않아도 될 이런 부조리라는 고통에서 구해주기 위해 대멜리스전에서 배제하는 플랜을 짜기 시작하고 개판이 된 학원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결국 주인공이 나서기로 하는데요. 성격이 파탄나 있던 기동부 사내들을 볶아서 흡고블린으로 개과천선 시키고 자신은 오거가 되어 최전선에 서면서 서서히 제 2후지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게 됩니다.

 

요컨데 주인공 에이룬은 인간이라는 동족에게서 버림받았음에도 살아가기 위해 상처투성이의 용기를 끌어안고 비틀거리며 걷고 있는 오합지졸들을 뭉쳐서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는 것이죠. 이런 루트는 예전에도 흔히 쓰인 주제이긴 합니다. 여튼 7개월 전 데스토블룸의 폭주와 일전에 난장판이 된 전장 덕분에 제2후지의 존망이 흔들리는 가운데 주인공 에이룬의 등장은 천군만마와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상당히 스펙터클하고 눈물 없인 못 보는 구절도 있었군요.

 

또 '쟤 비치니까 조심하세요!'라거나 '처녀인데 어쩌라고?'라며 만담을 늘어놓는 등 전형적인 라이트 노벨 다운 장면도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기도 한데요. 거기에 하렘도 빠질 수 없어서 셀렌은 일찌감치 메인 히로인으로 자리 잡았고, 학생회장 시키, 기동부 대장 아오이, 12살에 아이큐 190의 아카네, 이러다보니 겉으로는 멀정한 척 뒤로는 콩 까면서 애 낳아줄게를 시전하는 히로인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는 게 좀 껄끄럽고 전형적인 둔감형 주인공(에이룬)계다보니 이게 또 답답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라이트 노벨 계통을 잘 지켜 가면서도(나쁘게 말하면 클리셰) 초,중반 어그로 끄는 게 일품이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어그로를 보며 싸다구 날리면 소원이 없겠다 싶은 감정이 무럭무럭 자라다가 주인공이 그러면 안 되라며 줘패는 장면에서는 시원함을 느끼기도 하였군요(3).

 

근데 중후반은 전투신은 긴장감이 없어서 다소 지루합니다. 작품 자체가 시리어스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주인공 하나로 올 클리어 되다 보니 식상함마저 느껴진다랄까요. 물론 주인공이 주창하는 내 눈에 띄는 이상 아무도 죽지 않아라며 개구리가 폴짝 뛰듯 뛰어다는 지라 그 보답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주인공도 무쌍을 찍고 거기에 영향을 받은 히로인(주로 아오이)들도 무쌍을 찍어대는 통에 작 초반엔 그렇게 어그로로 몰입 시키더니 후반엔 정말 커피를 몇 잔이나 마셨는지 모르겠습니다.

 

  1. 1, 정확하게는 히무라 제벌인지 제단인지 하튼 돈 많은 기업이 자경단 비슷한걸 만들어서 헥사들을 공급받아서 운영중 입니다.
    그것이 히무라 의숙, 겉으로 보기엔 학원이지만 속은 대멜리스전을 치르는 전초기지
  2. 2, 멜리스가 최우선적으로 노린다는 헥사로 인해 자신들도 공격 당한다고 여긴 인간과 인간에게 버림 받은 헥사
    이게 이 작품의 핵심 포인트 입니다.
  3. 3, 여기서 주의해야될건 이 부분은 필자가 웃자고 하는 소리이지 이 작품의 본질이 아닙니다.
    본질은 주석 2번에서 언급 했듯이 헥사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인간과 인간에게 버림 받고 괴롬힘 당해 서러움을 간직한 헥사들간 해묵은 감정의 골입니다.
    원래는 우리 애들 착해요.라는 클리셰처럼 헥사들도 알고보니 착한 애들 뿐이더라가 골자 입니다.
    주인공은 그저 썩은 근성을 고쳐줄려고 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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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칸방의 침략자!? 21 - L Novel
타케하야 지음, 원성민 옮김, 뽀코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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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까치가 같은 참새목에 서로 비슷한 체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붕어와 잉어가 같은 잉어과에 속해 있다고 해도 서로 다른 진화를 거쳤다면 맺어질 수 없는 게 자연의 섭리인데요(1). 그래서 주인공 코타로를 바라보며 프로트제에서 태어나 서로 다른 진화를 거쳐온 티아와 루스는 이런 점 때문에 엄청나게 고민을 하다가 겨우 사랑으로 커버해주자 하며 거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지내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21권에서 클란에 의해 새롭게 드러난 진실은 포르트제와 지구인의 DNA는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희망이 생기게 되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발생하면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라거나 작가가 이젠 마니악 하게 막 나가네?라며 비판의 칼날을 세우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사실 작가가 이번 후기에도 언급했지만 작가는 1권부터 이런 맹점을 알아 채라고 복선을 투하하고 있었습니다.

 

외전 7.5권과 8.5권을 거쳐 본격적으로 마법의 나라와 지저인이 등장하면서 복선은 더욱 두껍게 깔렸죠. 이들의 조상이 포르트제인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자식을 낳아 번영을 하였을까 하는 복선을 필자는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점을 굳이 지적하지 않은 건 마니악 하지 싶어서였군요. 여튼 그 결과 주인공 코타로는 포르트제인의 피를 잇는 사람이 되어 버리게 되는데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외전에서 코타로가 시공 저편으로 날려버린 쿠데타 주모자들이 지구에 정착했고 하필 코타로의 조상이 그들이라는 것.. 족보가 참 아름답군요.

 

이로써 쿠데타를 일으킨 조상을 가지고 있다지만 주인공 코타로가 귀족의 피를 이은 건 사실, 여기서 과학적으로 따지고 싶지만 상당히 머리가 아프니까 세세한 건 넘어가고요. 여튼 평민이 왕족과 결혼하는 건 좀 그렇잖아?라는 상황을 부숴 버리게 됩니다. 티아의 어머니 엘파리아는 코타로의 귀족 지위를 복권해주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고, 동시에 코타로가 포르트제의 피를 물려받았으니 청기사 후예라는 그럴싸한 핑계도 장만하는 등 DNA 결과 하나로 불가능한 상황을 전부 클리어해버리는 게 작가가 손 안 대고 코푸는 기행을 보여줍니다. 여담으로 키리하, 유리카, 마키도 포르트제인으로 등록...

 

그렇게 코타로의 2세를 가질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거의 폭주할 기세로 지내는 티아, 하지만 그것은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이고, 단란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프로트제에서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하는데요. 군부가 저지른 쿠데타가 본궤도에 올라서 엘파리아 체포령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코타로 일행에게 전해지면서 본격적으로 포르트제 탈환의 서막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군부가 보낸 선발대가 지구에 도착하면서 또다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나 싶었지만 그냥 코타로와 106호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소녀들에 의해 가볍게 제압되면서 싱겁게 끝이 나버립니다. 필자는 내심 9권에서 보여줬던 가슴을 울리는 전투씬을 기대했었는데 아쉬웠군요.

 

한시가 급해 보급도 다 끝내지 못하고 포르트제로 향하는 코타로 일행, 이것은 쿠데타를 진압하고 찬탈당한 왕권을 되찾는 전쟁의 시작입니다. 애들 장난이 아닌 것이죠. 죽을 수도 있고, 모든 것이 군부에 장악된 현실에서 조금 힘이 있다고 한들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이것은 포르트제 나아가 티아와 엘파리아의 문제일 뿐 다른 소녀들은 관계가 없었을 터였습니다. 그럼에도 내 일처럼 따라와 주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티아는 그것이 고마워 1시간이나 숨죽여 울 수밖에 없는 장면은 애잔하게 하였습니다. 뭐, 중간중간에 이미 엔딩을 확정 짓는 듯한 복선을 깔아 두었고, 이 작품 자체가 그렇게 그로테스크한 작품이 아니다 보니 앞으로 심각한 건 없지 싶군요.

 

어쨌건 지리멸렬한 일상생활 편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이 작품의 특징이 기승전결인 것이 13~4권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어버리면서 너무나 안타까웠었군요. 서로가 이성으로써 끌리는 마음을 표현하려는 건 이해하겠는데 해도 해도 참 너무 했었습니다. 감정 하나하나에 정성 들여 주석을 달고 설명하면서 페이지 낭비를 극대화했던... 아이고야... 보는 이로 하여금 닭살 돋게 하는 건 둘째치고 제발 진도 좀 나가자 했었는데 이제야 겨우 나가는군요.

 

단란했던 일상을 뒤로하고 저마다 코타로를 향한 마음을 품은 채, 본격적으로 쿠데타군에 맞서 전투에 임하는 소녀들과 국민을 한 사람이라도 구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목숨을 마다하지 않는 티아의 활약과 그에 응해주는 코타로와 유리카가 별이 되어 가는 게 상당히 인상적이었군요. 다만 그래도 여전히 닭살 돋는 듯한 진행은 아쉬웠고 창피함은 어째서 읽는 사람 몫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습니다. 그냥 얘들 합방 좀 시켜주면 안 되나요? 작가님... 

  1. 1, 물론 과학력 앞에 안 되는건 없겠죠.
    우리가 흔히 만나는 반려견도 상당수가 과학력으로 탄생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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