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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속 - NT Novel
아리카와 히로 지음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좀 난감합니다. 그래도 이것만은 말할 수 있는데 일단 엄청난 몰입도를 선사합니다. 같은 작가가 집필한 도서관 전쟁을 두말 않고 구입해야겠다. 싶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 줬습니다. 이 작품은 미지의 생명체와 조우했을 때 인간들이 어떤 반응을 내놓는지, 복수와 목적을 위해 오니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여자애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같은 잘못을 계속 해나가는 남주 주인공,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아플 정도로 뛰어다니는 히로인과 주변 사람들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는데요.
어느 날 2만 미터 상공에서 날던 F-15J 한 대가 어떤 물체와 부딪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사고기 15J 파일럿의 아들이자 주인공인 슌은 바닷가에서 '페이크'라는 의문의 물체를 줍습니다. 겁도 많고 수줍음도 많지만 활발했던 슌에게 페이크와의 만남은 그를 그릇된 길로 인도하게 되는데요. 아버지의 죽음을 받이 들이지 못하고 페이크를 그 자리에 대신 끼워 넣은 슌은 현실도피를 택하였고 이것이 잘못된 길인지도 모른 채 상황에 휘둘려 갑니다. 그리고 같은 공역에서 슌과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잃은 마호는 복수의 화신이 되어 주인공 슌을 이용하여 어떤 목적을 이루려 하면서 매우 애처롭게 합니다.
이 작품은 미지의 생명체인 UMA와 조우 했을때 인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실험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습니다. 자신과 다른 존재와 이해의 범주를 넘어선 존재를 만났을 때 인간은 그것을 거부하는 생물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정론이 아니라 필자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이 오해 없으시길 바라고요. 하지만 이 작품의 인간과 UMA는 공존과 대립으로 갈려져 있습니다.
고도 2만 미터에서 어떻게 떠 있는지도 모를 직경 50키로짜리 [백경]이이라고 명령된 UMA의 등장으로 인류는 패닉에 빠지고 무지하고 겁 많은 인류는 선빵을 칩니다. 타의에서 시작된 대립은 엄한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그것을 수습하며 공존의 길을 찾는 인류에게서 상처주는 인간이 있다면 그걸 보다듬어 주는 인간도 있다는걸 시사 합니다.
등장인물 개개인의 개성이 정말 잘 살아 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받이 들이지 못하고 현실 도피하는 주인공은 잘못된 길을 바로잡는 게 아니라 나아가길 선택하는 장면은 읽는 사람의 역린을 건드리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읽다 보면 꽤나 화가 납니다. 알고 있음에도 고치기 위해 같은 잘못을 저지르겠다는, 그러니까 같은 잘못을 저지르다 보면 언젠가 제자리에 돌아올 것이고 그러면 그때부터 올바른 길로 가면 돼.라고 하니...
마호는 전날 아버지와 다툰 일을 화해하지 못하고 죽어버린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이 마호에게 있다며 마음이 꺾여버린 엄마는 딸을 외면합니다. 엄마의 시선을 끌기 위해 마호는 [백경]을 이용하여 오니가 되기로 합니다. 자신들이 선빵쳤다가 깨진 후 간신히 [백경]과 공존의 길을 모색하게 된 인류에게 마호는 크나큰 위협이 되어가고, 중반 이후 정부 대책위와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은 살벌하기 그지없습니다. 사실 이게 백미입니다. 찌릿찌릿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 외 정부 대책위 소속된 사람들이 [백경]과 공존을 위한 눈물겨운 사투(?)라던가, 멋대로 줍고, 멋대로 가족이라 지칭하고, 멋대로 버리는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가운데 피가 섞이지 않더라도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소중함을 일깨워 가는 게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이 작품은 모습이 다르더라도 서로 이해하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치밀한 설정과 등장인물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내면 등을 어떻게 언급해야 될지 몰라 다 생략했습니다. 장면적이라던가 등장인물들에게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고요. 사실 이 작품이 '서로의 이해'라는 카테고리에 속해 있음에도 아이러니하게도 이해를 못하는 괴리감을 맛보기도 하였다랄까요.
요즘 이런 작품을 거의 접할 수 없어 매우 안타깝군요.
이젠 절판되어 쉽게 구할 수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