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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탈 무기점 아리체 1 - Novel Engine
타구치 센넨도 지음, 토베 스나호 그림, 이재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본격 인간 장인 물 먹이기 스타트~
귀엽고 아기자기합니다. 그리고 약간은 조숙한 면을 보입니다. 은근히 색기를 뿌리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습니다. 수영복 아머로 전신 방어를 할 수 있다는 진기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렌탈 무기점 아리체'에서 만드는 무기는 인간이 만드는 것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성능을 자랑합니다.
대장장이를 관장하는 여신 헤파이스토스의 재림일까요. 여신 아리체(표지 노랑머리)는 천계에 있을때부터 천직으로 대장장이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해결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왔고 제자이자 무기 오타쿠인 '코테츠'와 참견쟁이이자 발명가 '에린티(표지 은색 숏컷)' 그리고 중2병 '가 씨'와 무기 렌탈점을 차려 오늘도 무기를 빌려주는 사업을 번창 시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라고 해야 되지만 이거 하나로는 솔직히 재미가 없겠죠. 그래서 여신이라는 키워드와 글래머라는 현실적인 눈 요깃거리를 가미하고 주군(아리체)을 찬양하는 버릇없는 점원(코테츠)과 중2병 가고일 석상이 어우러져 다사다난한 일상이 흘러가는 게 포인트인데요. 그리고 아리체가 지상으로 내려오게 된 이유와 코테츠의 과거가 맞물려서 미래에 필연적으로 보스(몬스터)와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진진하게 합니다.
판타지를 지향하고 있긴 하지만 초반엔 큰 사건 없이 지나갑니다. 몬스터를 토벌하는 모험가에게 아리체가 만든 무기를 빌려주면서 연명하지만 어째 지지리 궁상을 면하기 힘들고, 아니 그게 아니라 빵 하나에 몇백가츠(화폐 단위) 밖에 안 하는 물가에서 하루에 몇십만을 벌어들이는데도 살림이 나아지지 않는 대목에서는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하였군요.
여튼 무기 아리체 렌탈점은 입소문을 타면서 조금식 호황을 맞아 갑니다. 그로 인한 만남도 더욱 늘어 가고요. 노련한 모험가 케이티가 단골이 되고 손님이 늘어갈수록 아리체의 무기 만들기는 더욱 빛을 발합니다. 궁극적인 무기를 향하여 오늘도 힘차게 매진하는 그들의 앞에 느닷없이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라며 아리체가 만든 무기 복제품을 팔기 시작하는 '릴'이라는 여성 장인이 등장하여 사회생활은 거저먹는 게 아니다라는 교훈을 뿌리기 시작하면서 묘한 긴장감을 불러옵니다.
그리고 중후반 아리체가 지상으로 내려온 이유와 코테츠의 과거가 맞물리면서 이야기는 무기 렌탈에서 모험으로 넘어갑니다. 아리체가 천계에 있을 때 당했던 모종의 사건의 관련자이자 과거 코테츠에게 쓰라린 경험을 하게 했던 레어 몬스터 붉은 털의 갈라틴을 맞이하여 극한의 상황에 몰리는 코테츠의 시련과 신(神)이 만드는 무기는 인간을 해할 수 있다는 복선이 투하되면서 이야기는 다소 시리어스 해집니다.
그 과정에서 맺어지는 우정?이랄지 아리체의 복제품을 팔아 재껴서 한때 적대했던 여성장인 '릴'과 좋게 좋게 끝나는 장면은 조금 훈훈하게도 하는데요. 하지만 결국 이렇게 될줄 알았지만 처음엔 그렇지 않더니 끝날 때쯤에 하렘은 아닌데 은근히 그런 쪽으로 몰고 가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조금식 늘어나는 아리체의 질투가 귀엽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면면이 상당히 개성이 넘치는데요. 몰락 귀족으로써 안 그래도 망해가는 집안의 가보를 훔쳐서 모험가의 길을 떠났다가 홀랑 다 털린 코테츠는 아리체에게 제자=빌붙기로 오늘도 주군이 만든 무기를 찬양합니다. 버릇이 없어서 자기 주신(아리체) 킹왕짱이라며 인간 대장장이들을 업신 여기는 통에 싸움에 자주 휘말려 아리체와 주변 사람들을 당혹게 하기도 하고요.
자기 가게는 내팽개치고 무기 렌탈점에서 일하기 시작한 에란티는 은근히 츤데레 입니다. 코테츠가 필요해 보이는 장비를 순풍순풍 만들어 준다던가 코테츠보다 나이는 많아 보이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걸 마다하지 않는 이상한 성격이고요. 사실상 코테츠의 최대 이해 자이긴 한데... 코테츠가 디자인한 비키니 아머를 몰래 입는 등 츤데레이면서 귀여운 면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리체가 만든 '가 씨'는 중2병 입니다. 어째서 이런 성격인지 아리체도 모릅니다. 가 씨의 성격에 관련해서 작중에 언급이 되었지만 글 쓰는 시점에서 까먹어 버렸군요. 주 업무는 카운터에서 계산, 후반 모험의 길을 떠났을 때 활약이 굉장합니다. 누가 여신이 만든 작품 아니랄까 봐 당연하다는 듯 스킬을 쓰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 서술해 놓은 작가의 뻔뻔함(비하 아님)은 기가 막힙니다.
아리체, 여신으로써 천계에 있을 때 어떤 일에 휘말려 지상으로 내려왔습니다. 그 어떤 일이란 괴한의 의해 스승님의 무기가 지상으로 떨어져 버린 것, 이게 이 작품에서 제일 큰 복선이 아닐까 합니다. 이것으로 인해 레어 몬스터 붉은 털의 갈라틴이 생겨 나버렸고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여튼 지상으로 내려와 몬스터와 싸우던 코테츠의 위기에서 구해준 게 인연이 되어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왕국 수도(맞나)에서 렌탈 가게를 차렸습니다.
말에 마법이 담겨 있어서 인간과 대화가 불가능한 이것은 좀비입니까의 유클리우드처럼 스케치북으로만 대화를 해서 다소 보는 이를 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수줍음이 많은 그녀는 그런 내색은 하지 않는군요. 처음엔 그저 무기 개량에 힘써왔지만 지금은 모험가를 위해 무기를 만들고자 노력 중, 그리고 붉은 털의 갈라틴전을 치르면서 진실을 맞닥트리지만 본인은 아직 그걸 자각하지 못하는 듯하군요.
이 작품은 판타지물의 정석을 달리다 보니 이세계 전생물처럼 먼치킨 부류는 아닙니다. 특이하게도 모험 성장을 기본적으로 내포하고 있음에도 다른 점은 먼 길을 떠나서 몬스터를 사냥하며 성장하는 게 아닌 주인공 코테츠가 아리체 밑에서 무기 만들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군요. 그래서 기존 이세계 물은 물론이고 모험 성장물과도 조금은 차별화된 면모를 보여 줍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신선하고 짜임새도 있었습니다. 거기에 심각해지지 않는 이야기와 등장인물 개개인의 개성이 많이 살아 있는데요. 조금식 이야기가 상승해가는 느낌이랄까요. 거기다 파스텔톤틱한 일러스트는 많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것 덕분에 귀엽다는 느낌이 한층 더 살아났군요.
다만 평화로운 일상적인 흐름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지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강해지기 위해 몬스터를 때려잡고 레벨업하고 그런 건 거의 없어요. 오로지 무기 렌탈점 위주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살아가면서 나타나는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는 게 특징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