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룬 라스트 코드 3 - ~가공의 세계에서 전장으로~, Novel Engine
아즈마 류노스케 지음, 미코토 아케미 외 그림, 이원명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바캉스를 떠났던 나츠키와 그의 일행들(라고 쓰고 하렘)은 의문의 집단에게 공격을 받게 되고 이들을 지키려던 나츠키는 전치 3개월을 요하는 빈사에 빠져 버리게 됩니다. 여전히 데스토불름(이하 쿠로)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던 셀렌에게는 인격을 지워서라도 태우자는 강경책이 대두되고요. 나츠키의 빈사와 쿠로를 움직이지 못하는 셀렌 때문에 위기에 처하게 된 히무라 의숙은 UN에 대맬릴스 부대 로열 가드의 파견을 요청하고 그로 인해 어떻게 된 일인지 셀렌에게 최대의 위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뭐랄까... 이번 에피소드는 그동안 핍박의 대명사였던 히로인 셀렌이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자기의 의사와 상관없이 능력이 발현되었다는 이유로 쿠로에 억지로 태워진 반동에 의해 일어났던 비극으로 7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녀는 같은 헥사들에게도 부조리한 대우를 받고 있었습니다.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무리에서 더욱 나쁜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던 셀렌

 

그런 셀렌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던 시키, 많은 시간을 들여 생각한 끝에 셀렌을 부조리한 박해에서 구해 주고 인격이 말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시키는 눈과 귀를 막아 버리기로 합니다. 그로 인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 셀렌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조차 알려 하지 않은 채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기보다 수단 때문에 목적을 잃어버리고 오로지 셀렌이 한 사람 몫을 하기를 바라며 매물 차게 몰아붙이게 되면서 시키와 셀렌은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이 길만이 그녀(셀렌)가 살 길이라며 오로지 그녀가 마음 고쳐먹기만을 바라는, 귀를 닫고 자신의 행동이 그 아이를 위한 거라며 자위하며 셀렌이 고쳐지기만을 바라는 장면에서는 화가 납니다. 좋아하는 나츠키가 중상으로 눈을 뜨지 않고 자신을 돌봐줬던 시키의 억압으로 더욱 심연으로 마음을 가라앉혀버리는 셀렌, 하지만 시키가 진정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엇이 가장 소중했지 하는 마음을 절절히 표현하기 시작할 때의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져 갑니다.

 

그리고 엇갈려가는 마음을 파고 들어와 셀렌을 죽이고 쿠로(데스토불름)를 빼앗으려는 로열 가드가 어우러져 사태는 난장판으로 변해 갑니다. 쿠로를 눈독 들이는 다른 나라의 사주를 받아 쓸모 없어진 네이버를 던져주고 쿠로를 빼앗으려 히무라 의숙으로 왔던 로열 가드, 나츠키 일행의 습격을 사주하고 나츠키를 중상으로 몰고 갔던 그들이 몇 개월에 걸쳐 해왔던 밑 작업에 걸려든 히무라 의숙과 셀렌, 거기에 기름을 붓 듯 맬리스 대부대가 습격 해오면서 최대의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여기 마음의 상처를 안고 그저 눈물만을 흘릴 뿐인 아이가 있습니다. 그런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나츠키는 중상의 몸으로 전장에 섭니다.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쿠로, 그런 쓸모없는 셀렌을 세계에 어필하여 쿠로를 빼앗으려는 로열 가드, 나츠키의 분투에도 맬리스에게 기어이 민간 지대인 본진까지 뚫리면서 셀렌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되는지 조금식 알아 갑니다. 지금 자신을 보호해주는 친구들과 좋아하는 사람...

 

나약했던 건 마음이 아니라 바로 자신, 온통 어둠 밖에 없는 곳에서 등불이 되어주었던 시키와 아오이 그리고 나츠키, 지금 이 순간 소녀는 비로써 자신이 얼마나 축복받고 있었는지 알았습니다. 그 마음에 대답하듯이 움직이는 쿠로, 지상으로 비상하며 자신의 존재를 유감없이 밝히 하기 시작합니다. 아픔이 싫었고 고독이 싫었습니다. 이런 마음이 쿠로의 마음도 닫아 버렸다는 걸 알게 된 셀렌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습니다. 이것은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성장통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초반 하렘물 답게 천박하고 경박한 모습 때문에 솔직히 좀 짜증 났습니다. 오타쿠가 욕먹는 세상에서 이런 오타쿠들이 생각할만한 이야기를 넣음으로써 덩달아 자기 작품도 깎아 내리게 되는 짓을 왜 할까 싶기도 했군요. 하지만 초반뿐이고 나츠키가 중상을 입으면서 상황이 돌변하면서 이야기가 상당히 시리어스 해지고 로열 가드의 등장으로 대맬리스전에서 인간과의 싸움으로 번지게 되었습니다.

 

이건 한 번뿐이 아닌 블랙 불릿처럼 가스트레아와의 전쟁이 아니라 진짜 적은 인간이다라는 복선을 투하해버렸습니다. 헥사(블랙 불릿으로 치면 이니시에이터?)들의 멸절을 바라는 인간도 있고, '너 무기(쿠로)가 더 좋아 보이네?'라며 빼앗으려는 국가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나츠키와 엘피나의 정보가 빠져나가면서 강력한 무기가 가져오는 두려움에 한층 더 인간과의 대립의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 말고도 복선이 뭐 이리 많이 투하되는지 머리가 지끈 거릴 정도입니다. 나츠키가 왜 이쪽 세계로 올 수밖에 없었던 지하는 떡밥, 그리고 엘피나 위에 상위 기체가 두 개 더 있다는 노골적인 복선, 맬리스는 어쩌면 다른 세계에서 왔을지도 모른다는 복선, 이거 말고도 몇 개 더 있지만 생략하고요.

 

어쨌건 아직은 서툴지만 인간으로써 한 걸음 더 전진하게 된 셀렌이 무엇보다 반짝이는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합니다. 하기사 언제까지고 울고만 있는 히로인을 이대로 둘 수는 없었겠죠. 시키가 독불장군처럼 행동하거나 울고불고하는 건 좀 짜증 났지만 그녀 나름대로 정의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셀렌을 일어서게 하는데 일조하였으니 탓할 수 없다는 게 또 짜증이 나기도 하였군요.

 

마지막으로 초반만 제외하면 몰입도가 꽤 좋았습니다. 이전보다 개그는 줄었지만 진지한 장면이 많이 들어가 있었군요. 그리고 자신들은 자신들을 버린 인간보다 더 많은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듯 주인공을 사모하는 마음과 셀렌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오열하는 시키는 좀 오버 하지 말라는 게 솔직한 마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한 감정이 들기도 하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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