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림용사의 복수담 2 - S Novel
우사키 우사기 지음, 시라코미소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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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은 이 작품의 질을 나타내는 것이 아닙니다. 작중 주인공을 배신한 동료들을 향해 주인공이 일갈을 날린다면 저렇게 날리지 않을까 해서 써봤어요. 사회생활하면서 순수(순진?) 하다는 건 죄라는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인간이 더 나쁜 것이죠. 이 작품의 주인공은 순수했습니다. 평화로운 일본에서 태어나 이세계로 소환되어 마왕을 무찔러 달라고 하는데 모른척할 수 없어서 해주었더니 감히 등에 칼을 꼽아? 1권에서 당한 놈이 나쁘다는 식으로 리뷰를 쓰긴 했지만 사실 당한 쪽도 조심은 해야 되었지 않았나 싶긴 합니다. 그래도 뒤통수 친 놈들이 나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죠.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지만 그렇다고 두들겨 맞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죽임을 당했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과거의 아픈 상처를 털어내야만 하죠. 그래서 당한 만큼 되돌려 주는 것뿐입니다. 현대에선 법률이 대신해준다지만 현실의 사정을 보면 꼭 그렇지마는 않지만 일단 넘어가고요. 여튼 그래서 주인공 '이오리'는 과거 자신을 죽음에 몰아넣었던 동료라 불렸던 배신자들을 찾아다니며 끔살을 추구해 갑니다. 우선 마왕 사천왕중 하나를 골로 보내고 거기서 이오리와 마찬가지로 마족에게 배신당한 전(前)마왕 엘피를 만나 여행길에 오르게 됩니다. 이오리는 잃어버린 힘을 찾아, 엘피는 조각난 몸을 찾아..

 

그리고 복수를 완성 시키기 위해...

 

첫 번째 원흉을 찾기 위해 들린 온천마을, 두 번째 원흉도 여기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주인공과 엘피는 그놈도 겸사겸사 처치하기로 하는데요. 그런데 온천 하면 혼욕이고 먹을 것이죠. 목만 둥둥 떠다니는 엘피는 호러, 그녀는 늑향의 호로처럼 먹을 것을 엄청 밝혀댑니다.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먹는 것이라는 것마냥 틈만 나면 손에 먹을 것이 들려 있어요. 이게 글로 되어 있지만 엄청 귀엽게 다가와요. 그렇게 온천에서의 에피소드를 끝내고 던전에 들어가 두 번째 원흉을 만나 치고받고 싸워댑니다. 처절하게요. 이 부분은 여느 먼치킨물과 유사하지만 나름대로 힘겹게 싸우는 부분은 제법 리얼성을 띠더군요.

 

사실 이 작품은 이세계 먼치킨과 성장물의 중간단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먼치킨이 예정되어 있지만 거길 가는 과정은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죠.

 

그리고 여기서 주인공의 일그러진 내면을 서글프게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배신 당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엘피는 물론이고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게 되었죠. 그럼에도 일말의 착한 심성을 버리지 못해 입과 몸이 따로 놀면서 위기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곤 합니다. 그렇게 괴리감에 빠진 그를 주변 사람들은 배신? 그거 먹는 건가?라는 식으로 주인공과 어울려 주면서 차츰 주인공은 마음을 열어가게 되죠. 그래도 아직은 그의 마음에 긴가민가하고는 있지만요. 어쩌다 주인공에게 도움을 받은 미샤와 냥메르라는 고양이족 자매가 주인공을 대하는 모습은 그가 마음이 치료되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단적이 예가 아닐까 했습니다.

 

여튼 그렇게 첫 번째와 두 번째 원흉을 제거하고 세 번째 원흉을 찾아 대륙을 건넌 주인공과 엘피, 거기서 인과응보의 시간이 도래해요. 주인공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과거 주인공을 죽이는데 일조하고 인간들과 아인들 그리고 혼혈들을 물건 취급하며 하대하는 귀족 '올리비아'에게 단죄의 시간이라는 녀석이 찾아왔습니다. 보통 악당이라고 하면 목표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딱 그 전형적인 악당이 나와요. 여기선 악녀지만 성 비하니 뭐니 말 나올 거 같아 자중할게요. 좌우지간 나라를 위한다는 정당성으로 포장하며 자신의 세뇌 마법의 우수성을 설파하기 위해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재물로 삼고 그걸 당연시 여기는 옛 동료였던 원흉을 척살해갈려고 해요.

 

후반부는 이게 참 기승전결이라고 해야 할지 템포가 너무 빠르다고 해야 할지 군더더기 없이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입에 착착 달라붙습니다. 어쩌면 좀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 까먹고 있었는데 여기서 원흉이란 주인공과 엘피에게 있어서 직접적인 원수라는 뜻입니다. 주인공과 엘피에게만 해당하는 원수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공통된 원수가 되기도 해요. 주인공을 죽인 동료들과 그걸 거들은 족속들, 엘피와 그녀의 동료들을 배신하고 죽인 마족들은 서로가 내통하고 있기도 했죠. 그래서 공통된 적을 찾아 같이 여행 중인 거고요. 원수들 처치하는 과정에서 마족 사천왕이라던지도 나오지만 이것들은 겸사겸사 주인공이 힘을 되찾기 위해 그리고 엘피의 몸 파트를 찾기 위해 쓰러트리고 있기도 합니다. 앞에서 사천왕 중 두 마리를 쓰러트렸으니 이번 세 번째 원수는 엄밀히 따지면 다섯 번째로 쓰러트려야 될 적이 돼요.

 

좌우지간 후반부 원수 올리비아를 처치할 때 이게 압권입니다. 그녀는 궁지에 몰리자 "용사님! 영웅님!이 이러는 건 이상하잖아요!"를 외치는 올리비아에게 주인공 왈: "그거 그만뒀어!" 이제 손톱 뽑을 시간이 도래한 거지. 여기서 인과응보가 무엇인지 주인공이 철저하게 보여줍니다. 누군가를 헤친다면 자신도 보복 당할 각오는 해두라는 메시지, 하나부터 열까지 올리비아가 해온 일들을 똑같이 해주며 그로테스크를 연출하는 주인공은 어딘가 망가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배신 당했다는 것만으론 이렇게 악귀가 되진 않으리라. 여기까지 오면서 올리비아에게 당한 마을 사람들의 억울한 사연을 접하면서 주인공에게 시너지 효과를 부여한 게 아닐까 했습니다.

 

폭식 대마왕 엘피와 기둥서방 주인공이 보여주는 섬뜩하면서도 쾌활한 작품이 아닌가 했습니다. 복수에 관련해선 인간이 이토록 오만해지고 무섭게 변하는가를 고찰하기도 하고 그걸 케어해주듯 엘피가 보여주는 식신 아이 러브 유는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이 작품은 귀엽게 다가와요. 그리고 그 흔한 스킬과 스테이터스 창 같은 겜판소 같은 요소가 거의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듭니다. 하렘은 아직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으로써는 가능성은 적어 보였습니다. 접점을 가졌던 미샤와 냥메르는 온천마을에서 떠나지 않았고, 지금의 주인공 곁엔 엘피만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맺으며, 1권보다는 흥미요소가 많았습니다. 주인공의 망가진 마음을 치료해주는 주변 사람들과 몸이 조각나고 배신 당했음에도 쾌활하게 사는 엘피의 눈부신 모습, 이런 이면엔 모든 사람이 다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지 않았나 싶더군요. 그래서 엘피는 온건파가 되어 인간과 공존을 바랐는지도 모르겠지만 실상은 언덕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아직은 모르니(마왕용사 인용)... 여튼 복수물만큼 희열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없죠. 이런 작품은 자신의 비관적인 처지(1)에서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이런 요소를 배제하고 본다면 이야기 자체는 이렇다 할만한 건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1. 1, 여기서 처지란 못사는 것부터해서 사회생활 하면서 온갖 부조리를 당하는 것등 매우 포괄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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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용사는 복수의 길을 웃으며 걷는다 1 - L Books
키즈카 네로 지음, Sinsora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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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깁니다. 스포도 좀 강해요. 싫으신 분은 뒤로 하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회복술사, 재림 용사와 더블어 복수물 3대장이 되겠습니다. 자잘한 스토리는 다르지만 공통된 사항은 용사로써 열심히 마왕을 타도하고 다녔더니 돌아오는 건 배신이라는 것이죠. 회복술사는 이용당한 끝에 비명횡사, 재림 용사는 마왕 타도라는 업적을 탐낸 동료에 의해 비명횡사, 그리고 이 작품은 '토사구팽'이 되겠군요. 사냥이 끝났으니 볼일이 없어진 사냥개는 잡아먹힐 운명이라는, 필자가 예전부터 간혹 언급해온 게 있는데요. 바로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또 다른 마왕이 될 뿐이다.라는 것입니다. 그야 그렇잖아요. 자신들은 어찌할 수 없는 마왕을 동료가 있었다곤 해도 무찔렀으니 말입니다. 이제 그 강대한 힘이 어디로 향할지 모르게 되었으니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반란군이나 쿠데타에 가담하기라도 하면 뭐 왕국 입장에서는 손을 쓸 수가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되기 전에 우리가 할 일은? 없는 죄를 뒤집어 씌워 처분하자. 우리나라 역사를 예로 들자면 이순신 장군을 들 수가 있습니다. 일본 수군을 상대로 승승장구한 끝에 시기를 받아 좌천되고 고생이란 고생은 많이 하셨잖아요. 용사란 이와 비슷하다 할 수 있어요. 민중의 지지를 받는 용사와 세금이나 거둘 줄 알았지 우리네 삶에 무관심한 왕과 비교해서 누구에게 기댈지는 자명하죠. 마왕을 타도하고 공주와 결혼해서 오래도록 행복하게 산다.는 사실 허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힘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은요.

 

이 작품의 주인공 '카이토'는 이세계로 소환되어 마왕을 타도해 달라는 주문을 받아 나름대로 열심히 싸워 이기고 개선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동료였던 성녀에 의해 새로운 마왕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과거 동료였던 자들과 세상 사람들에게서 쫓기게 돼요. 어찌어찌 도망 다니며 자신을 소환한 왕녀를 만난 그는 이제야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안도를 하였으나, 세상 모든 사람이 적이라도 왕녀만큼은 내 편이라 여겼는데 알고 보니 그녀도 원흉 중 하나일 때의 좌절감이란... 사실 여기서 넓게 보면 토사구팽이긴 한데 성녀와 왕녀가 안고 있던 개인 문제가 더 크다 할 수 있어요. 자세한 건 스포일러라 패스할게요.

 

그렇게 생을 마감한 주인공은 갑자기 여신에 의해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합니다. 이 부분 역시 다른 복수물 작품과 유사하게 흘러 가요. 카이토는 눈을 떠보니 과거 자신이 소환되는 순간으로 돌아가 있었죠. 첫 번째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서 두 번째 생을 시작해요. 그리고 눈앞에 원수 왕녀가 있고요. 레벨이 리셋되었지만 경험이라는 게 있어서 자신을 소환한 왕녀를 두들겨 패고 그는 도주극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레벨 리셋과 심검(스킬이라는 개념은 없고 심검을 꺼내 싸우는 형식)을 쓸 수 없어서 아직은 대뜸 복수로 나서지는 못해요. 여기에 여신으로부터 디버프 비슷한 걸 받아서 많이 힘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같이 싸울 동료를 찾게 되죠.

 

그게 히로인 토끼족 '미나리스'가 되겠는데요. 그녀는 인간족 만만세 아인족 나가 죽어가 모토인 나라에서 엄마와 수인이라는 걸 숨긴 채 살아가다 친구의 배신으로 들통나버려요. 당연한 수순으로 수인을 벌레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는 마을 사람들에 의해 두들겨 맞고, 엄마와 자신을 편 들어줄 줄 알았던 아버지에겐 버림받고, 결국 노예로 팔려 가는 신세에 놓이게 되죠. 엄마는 노예로 팔려가던 중 노예상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객사하고 말아요. 이쯤 되면 히로인 미나리스는 이제까지 히로인계 통틀어 가장 불쌍하고 비운의 아이콘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지경입니다. 그렇게 그녀는 복수의 칼날만 갈아가요.

 

이후 어찌할 수 없는 나날에서 주인공 카이토를 만난 그녀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해요. "너는 누구에게 복수하고 싶어?"라는 주인공의 말에 그녀는 자신이 품고 있던 복수의 불꽃을 다시금 지피기 시작하죠. 약속을 배신했던 친구, 자신과 엄마를 버린 아버지, 자신들을 두들겨 팼던 마을 사람들, 그전에 엄마를 객사로 몬 노예상과 노예들부터 죽이자라며 서슬 퍼렇게 나대는 미나리스는 어딘가 망가진 모습을 보입니다. 그야 위의 상황을 겪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죠. 주인공의 권유를 받아들여 복수하는데 있어서 공범자가 되기로 한 미나리스, 믿었던 친구와 아버지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서 받은 배신이라는 아픔은 엉뚱하게도 그녀를 주인공을 향한 얀데레로 각성 시키기 시작합니다.

 

1권은 굵게 이런 이야기만 들어가 있습니다. 배신과 만남이라는 키워드를 안고 있죠. 세상 믿을 놈 하나 없는 곳에서 만난 동료,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때론 기대가며 복수를 꿈꿔가죠. 아직은 렙업이 선결과제라서 복수 다운 복수는 하지 않습니다. 이세계물이 다 그렇듯 스킬을 얻고, 그게 뭔지 성명하고, 굳이 화폐 가치까지 설명하고, 나아가 스킬창까지 켜두고 설명을 하는 친절을 베풀어 줍니다. 사실 이것 때문에 몰입이 되지 않아요. 거짓말 조금 보태서 330페이지 중 절반가량이 스킬과 주무기인 심검(신검이 아님) 관련 설명이 들어가 있어요. 좀 잊을만하면 '여기서 설명하지' 같은 뉘앙스로 알고 싶지도 않은 걸 굳이 알려주곤 합니다.

 

맥이 빠진다는 건 이런 거다.라는 걸 몸소 보여준다고 할까요. 물론 전혀 없으면 어떻게 강한데? 같은 의문점이 생길 수 있긴한데, 굳이 겜판소 같이 스킬과 레벨 고찰을 심도 있게 할 필요가 있나 싶더군요. 처음에 몰아서 넣어 놓으면 중간부터라도 감정이입하며 읽을 수 있겠는데 중간중간 요소요소에서 나와요. 짜증을 넘어서 당황스러워요. 그리고 마왕 관련해서 회상하는 장면이 매끄럽지가 않습니다. 초장에 그럴 거 같은 복선을 띄우긴 했지만 중반 이후 갑자기 마왕은 좋은 여자였어, 그녀가 있었기에 잿빛 이세계에서 한줄기 햇빛과도 같았어, 그녀를 죽이다니 나 상처받았어요. 같은 무슨 정신병자 같은 회상을 하니 어리둥절하게만 합니다.

 

주인공은 후반부에 가면 거의 마왕 앓이가 돼요. 그녀가 있었기에 무차별 복수귀가 되지 않았니 같은, 아니 갑자기 접점을 보여주지도 않고 좋은 마왕이었고 사모하고 있었어요. 같은 회상 장면을 넣어놔도 말이죠. 2~3권에서 본격적으로 마왕에 대해 나오지 싶긴 한데 순서가 틀렸잖아요. 인간의 적은 인간이고 인간의 적이라 여겼던 마왕이 실은 인간의 친구였다는 가르침을 내포하려는지는 모르겠는데 서두는 잘라 버리고 본론부터 들어가 버리면 아! 그러세요?라고 해야 될까요? 그리고 히로인 미나리스도 그래요. 아니 주인공 만나기 직전까지 먹지도 못해 눈도 거의 안 보이고 다 죽어가던 여자가 포션 좀 마셨다고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호랑이 기운 뿜뿜은 좀 아니잖아요.

 

주인공이나 히로인 미나리스는 사람이 좋아 남을 의심하지 않았다가 사기당한 사람 분류랄까요. 분명 사기 친 놈이 나쁘긴 한데 사실 당하는 쪽도 조금은 의심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지 않나 싶은 게 복수물의 공통된 사항이죠. 뭐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닌 픽션에서 이런 말해봐야 현실과 이상을 구분 못하는 바보라는 소리를 듣겠지만요. 작가나 편집부의 합작이니 왜 이렇게 흘러가게 만드느냐고 이들에게 트집을 잡는 게 옳겠죠. 결국은 이런 작품류는 순박한 주인공과 히로인을 밟아서 자신들이 유리하게 살고 싶어 하는 주변 벌레들을 타도하는 재미를 보여 주려는 것 그 이상은 아닐 것입니다.

 

맺으며, 주인공이 간신이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을 뿐 등장인물 대부분이 제정신이 아닌 게 흥미로워요. 특히 왕녀의 심각한 순혈주의는 비이상적이죠. 이것이 주인공을 옭아매는 주된 이유이긴한데, 히로인 미나리스는 친구와 아버지의 배신으로 정신이 망가졌다고 할 수 있어요. 그 배출구로 얀데레가 되어 가는 모습은 섬뜩할 정도죠. 트라우마를 안고 있음에도 표출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 주인공에게 모든 걸 쏟아붓고 있어서이지 않나 싶을 정도로 서글프게 다가옵니다. 그 이외의 인물은... 워낙 스킬과 심검 설명에 치중하다 보니 다른 등장인물은 거의 묻히다시피하는데 왕녀와 도찐개찐 이랄까요.

 

위 언급과 다르게 현실적으로 이 작품을 평가하자면, 좀 기대하고 읽었는데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4점 내지는 후하게 줘도 5점 그 이상은 힘들어 보였습니다. 주인공이나 미나리스가 복수하려는 모습들은 인위적인 느낌이 강해요. 주인공은 절대적으로 강하고 적은 약하다 같은 진부한 클리셰라든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스킬과 심검 설명이 너무 심해요. 얼마나 심하냐면 몰입도를 절대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하면 뜻이 전해지려나요. 그리고 개연성이 많이 부족해 보였는데요. 첫 번째 생에서 주인공을 죽이려는 왕녀와 정예 기사들이 너무 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강하면 주인공을 소환할 필요 없이 늬들끼리 마왕을 무찔러도 되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또한 다른 복수물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미래의 죄를 과거에서 벌하는 것은 문제 있어 보였습니다. 보다 극적으로 이끌기 위해 회복술사처럼 어느 정도 본색을 드러내길 기다렸다 복수를 단행하는 건 어떨까 싶었습니다. 왕녀가 골수 순혈주의자로 밝혀졌을 땐 다소 개연성에 부합하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미나리스의 복수가 더 개연성이 많았죠. 그녀는 처음부터 배신 당하고 복수를 꿈꾸니까요. 주인공은 두 번째 생에서는 아직 배신을 당하지 않았죠. 왕녀는 그렇다 치더라도 비교적 죄가 덜한 다른 복수 대상자들은 조금 억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 그런데 여신의 포지션은 뭘까 싶더군요. 주인공을 소환한 건 왕녀인데 어째서 여신이 개입해서 두 번째 생을 부여하고 스킬을 내주는 걸까... 여러모로 이 작품은 구멍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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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환상의 그림갈 12 - 그것은 어떤 섬과 용을 둘러싼 전설의 시작, NT Novel
주몬지 아오 지음, 이형진 옮김, 시라이 에이리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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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갈(원더 홀)-> 더스크 헬름-> 다룽갈-> 다시 그림갈로 넘어오면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던 하루히로 파티는 고향(?)인 오르타나로 돌아가기 위해 오늘도 남쪽으로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그 과정에서 란타라고 불리는 똥 덩어리가 배신 때리고 메리가 사망했다가 뭔가와 섞이며 살아나는 등 이전과 마찬가지로 파란만장한 모험을 했더랬죠. 그리고 지금은 동쪽 바닷가에 왔습니다. 해변가로 해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조금은 덜 고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오르타나와 교역하는 도시에 들리면 보다 빠르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넘쳤던 이들, 그런데 이런 그들을 비웃듯 일단의 해적들이 가로막고 서는데요.

 

가짜 수염을 달고 자신을 KMO(1)라 자칭하는 해적 소녀 '모모히나'와의 만남은 이들에게 있어서 희망이 될까 불행이 될까. 다짜고짜 하루히로에게 1:1 대결을 걸며 문답 무용으로 덤벼오는 그녀에 맞서 그동안 나도 산전수전 다 겪었단 말이지 같은 분위기로 덤볐던 하루히로의 결말은 비참하기 짝이 없습니다. 초식남이자 소심하고 덤으로 생각이 너무 많은 그는 사실 좋아서 파티의 리더를 맡은 게 아니었죠. 분위기랄까요. 마나토가 죽고 그렇지 않아도 찌끄레기만 모인 파티인데 다들 이대로는 인생 시궁창 일직선일 거 같아 마지못해 리더를 맡은 것뿐이었죠. 그런 마음은 모른 채 다들 하루히로만 쳐다보고 있었으니 마음고생이 참 많았을 겁니다.

 

그런데 또 여기서 대(大)자로 뻗게 되고 졸지에 파티는 해적 나부랭이가 되고 맙니다. 그런데 이 파티엔 여자만 4명이나 돼요. 사실 다 그렇진 않겠지만 이 작품이 최소 15금 이상이었다면 참으로 끔찍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군요. 그야 해적이란 만화 원X스 덕분에 이미지 세탁을 하였다지만 근본적이고 본질은 약탈이니까요. 하지만 작가는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게 이들에게 무엇보다 다행히 아니었나 합니다. 무늬만 해적이고 하는 짓은 늑향에서 나오는 교역과 비슷한 이미지만 뿌리고 있어요. 해적 나부랭이가 되어 말단으로써 피와 땀을 쪽쪽 빨릴 일만 남았나 했더니 해적 본거지에 들린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용(드래곤) 세 마리였으니...

 

참으로 팔자 한번 기구하기 짝이 없어요. 해적 본거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용들을 바라보며 모모히나는 누가 그들(용)의 기분을 건드렸느냐 하는 조사 특명을 하루히로 파티에게 내립니다. 그동안 오크, 불사자(언데드)니 궈렐라(고릴라)등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는 존재와 싸우며 죽도록 고생하고 사선을 넘어오면서 죽음에 대해 이골이 났다지만 용을 상대하라니 미치고 졸도할 일이죠. 이번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입니다. 하루히로는 탐정이 되어 공존 내지는 서로 모른 채 지내던 인간과 용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조사하는 것인데요. 결과적으로 보면 인간의 욕심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리멸렬한 이야기지만 진짜 이야기는 그게 아니라는 서술하기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어두침침 회색빛 일색이었던 이전의 이야기를 탈피해 이들에게 조금은 보상을 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그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야 했던 이들에게 따스한 햇빛 아래에서 차가운 바다에서 뛰노니는 그들의 모습은 힐링 그 자체로 다가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것은 또 하나의 복선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지금이라는 순간을 소중히 같은? 해적 나부랭이가 되었다지만 다행히도 죽도록 부려먹히는 나날도 아니었고, 하지만 용을 상대해야 되는 부담감은 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 그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은 이야기 속에서 이들에게 찾아오는 또 하나의 이별...

 

그것은 덤덤하게 찾아왔습니다. 작가 주몬지 아오식 이별이랄까요. 줄곧 그래 왔습니다. 마나토도 그렇고 모구조에 이어 초코까지...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이별, 하지만 괴로운 이별은 아니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그런 이별입니다. 그녀 스스로 정한 일이기에. 그리고 파티의 성장을 바라는 것이기에 모두 받아들이고 마는, 항상 4차원적인 모습으로 포인트를 잘못 잡아 웃음을 자아냈던 그녀는 누구보다 다정하였죠. 어쩌면 파티가 붕괴하지 않은 것은 그녀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먹먹하게 다가왔군요. 참고로 이번 에피소드 신캐릭터 모모히나는 아닙니다.

 

맺으며, 누구와 이별하는지는 이번 에피소드 핵심 스포일러라 언급하긴 힘들고 13권(정발 된다면)에서 언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튼 사실 이번 에피소드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되어 있어요. 하나는 하루히로와 메리의 관계가 되겠군요. 그동안 서로 의식하면서도 여건 때문인지 다가가지 못했던 마음이 조금식 진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그 마음을 말로 내뱉으면 만수위인 댐이 붕괴하듯 단숨에 하류를 향해 달려 가지 싶은데 초식남이 그럴 배짱이 있나 모르겠군요. 한동안&여전히 고생 좀 하겠죠. 그리고 또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갑자기 찾아온 이별의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작가가 등장인물 리타이어 시킬 때는 망설임이 없어요. 각자 마음을 표현할 때는 그런가? 그럴지도 그럴 거야 등등 온갖 표현력으로 애간장 태우더니 쩝, 어쨌건 이번 에피소드는 2005년작 킹콩을 보고 읽으면 감정 이입에 도움이 될 겁니다. 작중 하루히로 파티가 겪어 가는 장면 분위기가 딱 그래요. 뭔지 모를 기다란 생물이라던지 갑각류라든지... 작가가 이런 분야에서 표현력이 뛰어나더군요. 그리고 4차원적인 캐릭터를 참 좋아하는 거 같아요. 성단죄 도로시때도 그랬는데 이번 중2병 + 커뮤니 장애를 앓고 있는 모모히나의 임팩트는 대단한데요. 약관 15세에 k&k 해적 상회 사장이자 쿵푸 마스터에 마법사를 겸직하는 그녀와 사하긴은 그야말로 판타지스러운 장면이 아닐까 했습니다.


 

  1. 1, K - 쿵푸
    M - 마법사
    O -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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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 용사 성공담 9 - Novel Engine
아네코 유사기 지음, 박용국 옮김, 미나미 세이라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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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참 줏대 없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세계로 소환 당한 것만 해도 억울한데 왕녀 성폭행범 누명에, 하는 말마다 돌아오는 건 빈정이고, 소환당한 본분에 맞게 내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가 위기에 빠지자 힘 좀 써서 사태를 진정시키면 치트나 쓰는 개쓰레기 같은 놈이라는 욕을 들어 먹고 있어요. 게다나 방패라는 온리 디펜스 역이다 보니 남을 때려줄 수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역겨운 놈들을 그저 바라만 봐야 했죠. 그러면 보통 이 정도 되면 나 몰라라 하고 이세계가 어떻게 되든 내 알/바(금칙어)는 아니라는 듯 뒤에서 관망해도 좋으련만, 구박받는다고 신데렐라가 되는 것도 아닌데 꾸역꾸역 앞으로 나서서 역경에 맞서 싸워 가요. 그래서 자끔 주인공은 무엇을 위해서 허벌라게 달리는가를 묻고 싶을 때가 있어요.

 

이번 에피소드는 쿄를 처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야기 결말 편입니다.

 

주인공을 구두만 빼앗긴 구박대기 신데렐라 취급했던 삼용교(용사 찬양 집단)의 지x발광을 잠재우고 숨 좀 돌리나 했더니 뜬금없이 사용사를 죽이려는 괴한(라르크 패거리)의 공격을 받게 되었죠. 어떻게 어떻게 대처하면서 지내던 중 주인공 이름 뭐지... 나오후미가 속한 이세계(A라 지칭)의 타임키퍼 역할이었던 영귀 탈취 사건이 일어나요. 알고 봤더니 라르크 패거리의 세계에서 건너온 '쿄'라는 정신병자가 일으킨 소행, 여기서 자신들을 죽이려 했던 라르크 패거리와 같은 편먹고 또 어떻게 어떻게 쿄를 물리치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쿄에 의해 영귀가 날뛰면서 A의 세계는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에 열받은 주인공은 도망간 쿄를 찾아 라르크 패거리의 세계(B라 지칭)로 넘어가게 되죠. 그리고 거기서 주인공 나오후미는 팔자에도 없는 남의 세계까지 구해줘야 되는 막중한 임무를 받게 돼요. 넘어갈 때 쿄의 농간으로 나프타리아와 필로등 동료들과 뿔뿔이 흩어지고 난리도 아니었죠. 그리고 없어진 동료 대신에 새로운 동료인 키즈나(어째 다 여자다?)를 동료로 맞아들이고 이어서 B 세계의 사성용사(중 하나)와 권속기(A,B 세계 모두 각 6명인가 7명인가식 있데요.) 소지자 몇 명도 동료로 맞아들여요(대부분 라르크 패거리). 그리고 쿄의 만행을 알리고 같이 사이좋게 처단에 나서죠. 그런데 말입니다.

 

알고 봤더니 B의 세계는 A의 세계보다 더 난장판이었던 것이었어요. 놔두면 세계가 멸망할지도 모르는 재앙이라 일컬어지는 파도는 나 몰라라 하고 성무기(용사용 무기)와 권속기(성무기 하위 호환)는 개나 소나 적합하다 판단되면 아무나 당첨 시키는지 소지자들이 하나같이 쓰레기들 밖에 없는 겁니다. 재앙에 맞서는 건 안중에도 없고 다들 땅따먹기와 욕망에만 몰두하고 있어요. A세계의 쓰레기 삼용사는 천사로 보일 정도죠. 그래서 착한 주인공과 동료들이 B 세계의 파도에 맞서고 쿄를 처단해야 되는 2중고를 겪게 돼요. 뭐, 얘들도 고난을 헤치며 나름대로 성장을 했기에 파도에 의한 재앙은 맞서 싸워 가는데 이놈의 쿄가 글쎄 최종 보스급으로 매우 강하지 뭡니까.

 

영귀의 기(氣)인지 에너지인지 뭔지를 흡수해서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뭐랄까 가만 보면 주인공은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되어 라데츠를 만나고 베지터를 만나고 프리저를 만나는 기분? 이 작품의 주인공은 그렇게 성장하는 타입이 아닐까 싶더군요. 하여튼 에네르기파를 못 쓰는 반푼이 손오공이라는 게 더욱 문제라는 건 차지하더라도 일개 권속기를 상대로 나름대로 용사인 주인공이 개고생 하는 건 놈 어떨까 싶네요. 아무리 다른 용사(B세계의)를 잡아먹고 영귀의 에너지를 흡수했다지만 이건 마치 턴제인 게임에서 한 턴에 스킬을 두 번 세 번 쓰는 보스 같잖아요. 하지만 이런 보스라도 힐러만 잘 키워놓으면 공략 못할 것도 없긴 하죠.

 

자기를 죽이러 왔던 라르크 패거리와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되고, 노예에서 졸지에 도를 아십니까의 도가 아닌 도(刀)의 권속기가 된 라프타리아는 뭔가 의미심장한 모습에 활약은 많이 하는데 주인공의 비열하고(?) 음습한 마음에 빛을 바라버려 안타까웠습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데인다는 게 이런 건지도 모르겠더군요. 이세계로 넘어와 동료 하나 없던 시절에 정체를 숨기고 접근해왔던 여자에게 배신 당하고 능욕 당한 끝에 거의 여자 불신에 빠진 거겠죠. 이 녀석 주위에 여자들은 득시글한데 하나같이 연애전선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아요. 라프타리아도 이젠 지쳐서 가끔 빈정거릴 뿐 니가 그렇지 뭐, 하는 마음으로 주인공을 대하고 있죠.

 

사실 이 작품은 이거 하나는 좋아요. 연애전선 무(無), 여자들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다 하렘은 아니라고 이 작품은 설파하고 있죠. 그리고 이후에도 계속 나오지만 그럴 낌새는 없어 보이고요. 설마 진 히로인인 라프타리아도? 주인공은 그녀를 아예 딸로서 인식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걸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고 있으면 될 텐데 꼭 입 밖으로 내놓아서 그녀의 빈정을 사죠. 어릴 때 꼬리를 감췄던 게 바보 같은(무슨 뜻인지는 나중에 밝혀짐), 필로는 마물 취급으로 아예 인간 대접도 안 해주고 있으니 필로가 히로인으로 올라서는 일은 없을 듯하고요. 정말 모토야스처럼 못된 짓을 안 해서 다행이지 안 그럼 진즉에 칼 맞지 않았나 싶습니다.

 

맺으며, 주인공이 쿄와 싸우면서 유치찬란한 설전이 재미있었습니다. 누가 더 초등학생인가 내기를 하는 거 같았군요. 글이 길어져서 구체적인 건 넘어가야 되는 게 아쉽군요. 하지만 쓸데없는 스킬과 무기 설명은 여전해서 지루합니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설명에 무미건조하다는 느낌이 없고 개그도 조금 섞여 있는 등 나름대로 작가가 노력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그래도 필자의 리뷰처럼 쓸데없는 부분은 좀 자중했으면 좋겠더군요. 요컨대 기승전결은 있는데 늘어지는 부분이 많다는 거죠. 이번 9권은 약 400P인데 줄이면 300P로도 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만큼 사설이 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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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 7 - L Books
CHIROLU 지음, Kei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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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에필로그입니다. 바실리오에서 돌아온 라티나는 [범 고양이]에서 8살 때 데일에게 구해진 후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가요. 그래서 딱히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지만,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환경적인 요인과 마인족 특유의 식생활이 더 해져 바실리오에서 있을 적 끔찍했던 먹을거리에 치를 떨고 크로이츠로 돌아오자마자 먹을 것에 환장하는 그녀를 담담하게 그려 갑니다. 그동안 케니스에게 배웠던 요리 실력을 유감없이 밝휘해 나간다고 할까요. 그리고 빈트에게 동생들이 생겼습니다. 라티나와 데일의 염장질에 더해 빈트의 부모 염장질까지 더해져서 분위기가 한층 유쾌하게 흘러 가요. 거기에 빈트는 멋대로 행동했다가 엄마에게 요절 나는 등 라티나의 주변에 대해서도 조금 더 서술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 작품은 뭐랄까 결론적으로 보면 백설공주 내지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은 동화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했습니다. 넓게 보면 그렇죠. '라티나'라는 백금의 공주가 악의에 의해 유폐되어 잠에 빠졌다가 용사에게 구출되고 그의 입맞춤에 눈을 뜨는, 그리고 흔히 동화에서의 결말처럼 공주는 용사와 맺어져 미래를 약속하게 되죠. 라티나는 일곱 마왕에 의해 2년간 유폐되어 잠들어 있어야만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딸 바보였고 나이가 들면서 이성으로서 자각했던 그(데일)였기에 당연히 공주를 구하여하는 입장이었긴 하지만 뭐 어쨌건 사소한 건 넘기고 동화적인 분위기임에는 틀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라티나에겐 쌍둥이 언니가 있다는 것이군요. 한때 라티나를 납치했다고 여긴 쌍둥이 언니가 남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데일은 미칠뻔하였고, 언니가 데일과 바람났다는 오해를 했던 라티나의 질투심이라던지 동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소소한 재미도 있었죠. 그리고 그 소소한 재미의 연장선이 이번 7권에서도 이어집니다. 바실리오와 라반드 제국(크로이츠가 속한)간 교류를 위해 사절단으로 언니인 크리소스가 찾아와요. 어릴 적부터 각별했던 두 사람의 우정은 성인이 된 지금도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언니 쪽이 더 심해졌다고 할까요. 사절단은 내팽개치고 혼자서 크로이츠(범 고양이)에 찾아올 정도로 동생에게 푹 빠졌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자매는 과거를 뒤로하고 미래로 한 발 내딛기 시작합니다. 부모와 자식 간 유대가 희박하다는 마족의 개념을 비춰볼 때 유독 자매에게 쏟는 부모의 사랑은 꽤 크다 할 수 있었죠. 두 번째 마왕의 인질이 되어 죽어도 죽지도 못하는 나날을 보내야 했던 엄마, 그리고 재앙을 불러온다는 딸을 살리고 지키기 위해 머나먼 길을 나섰다가 객지에서 딸을 홀로 남겨두고 눈을 감아야 했던 아버지, 자매는 이런 걸 가슴속에 새겨두고 있었습니다. 그런 자매는 오랜만에 찾은 아버지가 잠든 묘 앞에서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이것은 그겁니다. 새로운 여정 같은 거라고 할까요. 부모가 물려준 생명을 소중히 하여 미래로 나아가는 것

 

조금은 여운이 남는 에피소드였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페이지는 그냥 일상생활 그 이상은 아니었기에 속독으로 클리어해도 무방하다고 할까요. 그러다 보니 에필로그여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긴 한데 읽는 자세 그대로 잠들었군요. 일어나 보니 두 시간이나 지나 있었던... 내용적으로는 '라티나 귀여워'로 귀결되어 있어서 어릴 적 그녀의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이번 7권도 괜찮을 겁니다. 아마 7권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미적지근하게 끝나는 거보니 8권이 나올 거 같기도 하고, 데일까지 마인족이 되었으니 무구한 생을 살아가는 이들의 비참한 결말을 보여주는 그로테스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습니다.

 

왜 비참하냐고요? 그야 그렇잖아요. 나만(라티나 혹은 데일 포함) 내버려 두고 주변은 앞으로 달려가버리니까요. 라티나가 있어서 또는 데일이 있어서 외롭지는 않겠지만 주변을 살뜰히 챙기는 라티나 입장에서는 괴롭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걸 바라보는 데일도 언젠가 마음이 망가질지도 모를 일이고요. 즉, 장수한다고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죠. 그래도 혼자 남겨지는 것보단 낫긴 한데, 당사자끼리는 잘 된 일이지만 신혼은 3년이라고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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