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공작으로 전생했으니까, 이번엔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 6 - Novel Engine
아이다 리즈무 지음, nauribon 그림, 박경용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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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꽤 심하게 들어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이번엔 정말로 죽는 줄 알았네. 마법 학원에서 몬스터 대군이 쳐들어 왔을 때도, 흑룡을 만났을 때도 어떻게 해결은 하였지만 보자 보자 하니까 좀비대군은 너무한 거 아닌가? 게다가 나는 죽자 살자 때려잡고 있는데 나를 도와줘야 될, 진(眞)주인공 '슈야'라는 시키는 온 동네를 쏘다니며 고구마를 뿌려대는 통에 의욕이 생기지가 않는다. 미친늠의 시키가 도움이 안 되면 어디 찌그러져 있던가. 그나마 슈야가 가지고 있던 불의 대정령의 힘을 이끌어내 좀비대군을 쓸어버린 건 좋은데 산 넘어 산이라더니 왜 여기에 어둠의 대정령(표지 모델)이 와 있는 거냐고요. 제국 도스톨을 이끌며 북방 영토를 제패한 로리 대마왕 '나나트리쥬'의 데뷔를 목격한 데닝은 절망을 느꼈습니다. 이건 못 이겨. 하지만 나나트리쥬는 싸울 마음이 없군요. 그녀의 등장은 뭔가의 플래그였나?


미궁도시 제네라우스에 닥친 미증유의 사태를 해결하고 복귀했더니 데닝에게 기다리고 있는 건 여왕 폐하의 권유. 말이 권유지 명령이나 다름없잖아. 그 권유란 내 딸의 가디언이 되어 줘, 요컨대 24시간 왕녀의 곁을 지키는 수호기사입니다. 왕권 국가에서 이보다 출세는 없을 테죠. 그래서 dog망나니 아들(데닝)을 눈에 가시로 여겼던 공작가는 냉큼 받들지 않고 뭐 하냐고 으름장을 놓아요. 집안 분위기는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딱 그렇네? 형이라는 놈은 공작가 가주 자리를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 이걸 가족이라고. 데닝은 억울해 죽습니다. 그야 말이 왕녀를 수호하는 가디언이지 평생 결혼도 못하고, 집에서 확실하게 쫓겨나고, 그 왕녀를 사모하는 마음이 있어도 누군가와 결혼하는 왕녀를 지켜봐야 하는 심정, 이걸 견디라고? 뚫린 입을 더 넓혀주랴? 


내가 말이죠. 마법학교에서 학생들을 구하고, 기사들이 떼로 덤벼야 하는 흑룡을 나 혼자 무찔렀거든요? 옆 나라의 왕녀가 잡혀갈뻔한 걸 두 번이나 구해줬고요. 미궁도시 제네라우스에서 세계대전이 일어날뻔한 것도 막았어요. 잘 했다고, 고생 많았다고 칭찬 한마디는 해줘도 되잖아!! 나, 지금 눈물 나려고 하거든요? 근데(발 동동) 이런 공적의 말로가 집안에서 제적이고, 평생을 독수공방하며 살라고? 마왕이 이 세계를 멸망 시키지 않는다면 내가 멸망시켜주마. 뭐,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슬림 돼지에서 드럼통이 되어 칠흑 돼지로 돌아가는 것 외엔 마땅한 복수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니 질이 더 나쁘다. 게다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였는데 하나도 알아주지 않는 망국의 공주 '샬롯'은 데닝이 가디언으로 추천받았다는 것에 매우 기뻐합니다.


절망은 나라가, 세계가 멸망해야 비로소 강림하는 게 아닙니다. 절망은 말이죠. 아무리 노력해도 보답받지 못하고,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상대에 의해 생기는 것입니다. 내가 이 고생을 누구 때문에 한 것인데, 다 샬롯과 평화로운 세상에서 맺어져 살기 위해 노력한 것인데 정작 당사자는 꿈속 꽃밭에서 머리에 꽃을 꼽고 거닐고 있으니 이걸 두고 소귀에 경 읽기라고 하는 건가 싶은. 가디언이 뭘 하는지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고 데닝에게 꼭 되라고 으름장을 놓으니 생각 같아서는 양 볼을 쭈욱 잡아당기고 싶지만 그러지도 못하는 이 마음을 어찌하리오. 그래서 다시 마법학교도 도망가다시피 틀어박혔는데 이놈이고 저놈이고 소문은 왜 이리 빠른지 모르는 놈이 없다. 다들 가디언 된다는 소문을 무기로 삼아 데닝을 공격해대는데 이 세상에 내 편은 하나도 없다.


난 그저, 평범하게 샬롯과 살고 싶은 것일 뿐인데. 정작 당사자에게도 구원받지 못하고, 마침 새로 온 교사에게도 내가 가디언 되려고 했는데 하는 질투를 받아 사면초가가 있다면 바로 여기가 사면초가요, 열받아 초가지붕에 불을 질렀으면 좋겠는데 입장상 그러지도 못하는 이 현실은 스트레스로 대머리가 되지 않는 게 용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나날이 샬롯은 그를 위한답시고 가디언 되세요?라며 데닝을 자꾸 개미지옥으로 몰아넣는데, 자신을 생각해주는 순수한 그녀의 마음을 외면하지 못하는 악순환이란. 이럴 때 치고 나오는 게 서브 히로인이라 했던가. 평소 그의 어드바이스를 받아 마법에 눈을 뜬 평민 '티나'가 그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것에서 이 세상 유일하게 아군을 만난 듯한 데닝. 19금 동인지였다면, 바로 그 장면으로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았으리라.


자, 데닝은 미궁도시 제네라우스에서 도스톨 제국이 자랑하는 3총사 중 하나를 격퇴하였습니다. 물론 이것 때문은 아닌데 '나나트리쥬'는 더이상 남방으로의 진격은 포기하게 되죠. '다리스 왕국'과 국경에서 마주했던 병력들도 철수하며 다리스를 향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등 전쟁의 기운은 조금식 줄어 갑니다. 하지만 언제나 못마땅해하는 사람은 나오게 마련이죠. 혹시 그놈(데닝)에게 쫄았냐?라며 감히 나나트리쥬를 경멸하는 '꿈팔이 마녀'의 등장은 또다시 데닝에게 있어서 처절한 싸움을 예고합니다. 사상 최강을 자랑하는 어둠의 대정령 나나트리쥬도 제어하기 힘든 '꿈팔이 마녀'는 기어이 데닝과 미팅하기 위해 다리스를 찾아오죠. 그리고 그녀의 전법은 전면전보다 사람 이면에 숨겨진 마음을 파고들어 내부에서 붕괴시키는 전법이었고 차츰 데닝은 궁지에 몰려갑니다.


아무튼 망국의 공주 '샬롯'의 고구마 행진은 최고 정점에 치닫는군요. 데닝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자신(샬롯)을 위해 노력하는지, 얼마나 자신(샬롯)을 좋아하는지 전혀 눈치 못 채고 알아주지도 않는 모습에서 언제까지고 성장하지 않는 히로인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었군요. 나름대로 데닝을 위해 자신의 소신을 밝히지만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걸 전혀 눈치 못 챈다는 것, 가디언으로 들어간다는 건 속세와의 작별이고, 혼자 쓸쓸하게 죽어간다는 것인데, 이걸 축복하고 자빠졌으니 데닝 입장에서는 상어떼가 우굴거리는 바다에 빠지라고 뒤에서 칼로 찌르는 거나 다름없었겠죠. 샬롯은 이 모든 걸 적(에너미)에게서 듣고 겨우 알아채나 했는데 과거는 잊고 하는 장면에서 이건 글렀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세상 천지에 이런 히로인은 없을 것이고 있어서도 안 됩니다. 결단코.


맺으며, 사실 5권에서 하차하려 했습니다. 근데 인터넷 서점 회원 등급은 유지해야겠고, 구매는 할 게 없고 어쩔 수 없이 구매하게 되었군요. 결국 회원 등급 한 단계 떨어졌지만. 아무튼 발암을 좋아하신다면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 특히 히로인 계열들, 아무리 신용 할 수 있는 사람이라지만 아무런 생각도 없이 따라가서 인질이 되어 구해주세요 포지션은 대체 뭘까 싶어요. 한둘이 아니죠. 자기 기분을 타인에게 강요하기 일쑤고, 생각도 없고, 세상 물정 모르고, 사탕 준다고 하면 졸졸 따라갈, 이쯤 되면 주인공도 뭐라 성질낼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 모습에서 위선자 같은 느낌도 받고요. 여자에게 약한 듯, 그래서 그런지 따끔하게 혼이라도 내면 그나마 시원하기라도 할 텐데 그딴 거 내 사전엔 없고. 사람은 실수에서 배운다는데 실수를 저질러도 같은 실수를 반복을 해대는 모습에서 이게 발암이 아니면 뭔가 싶죠.


하지만 그나마 참고 볼 수 있었던 건 귀여운 캐릭터 일러스트 때문이었군요. 이번에 확실하게 모습을 드러낸 로리 대마왕 나나트리쥬와 자기 나라 버리고 남자 찾아 다시 다리스로 온 알레시아의 일러스트도 이번엔 귀엽게 뽑혔습니다. 그리고 '티나'도, 그러고 보면 서브 히로인 포지션도 못 딴 '티나'가 이번에 꽤 치고 나옵니다. 유일하게 이 작품에서 정상인이랄까요. 마법을 못쓰는 평민이라는 인식하에서 마법을 두 종류나 쓸 정도로 노력하는 거하며 이번에 우울증 걸리기 일보 직전이었던 데닝을 위로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진히로인 포지션. 얼른 샬롯을 버리고 티나로 바꾸는 게 어떨까 싶더군요. 그리고 로리 대마왕 나나트리쥬도 앞으로 계속 나올려나 봅니다. 꿈팔이 마녀에 대항해 공동전선을 펼칠 거 같은데... 가만 보면 주인공 곁에 여자는 많은데 여자복이 없다고 할까요. 티나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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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양피지 4 - 늑대와 향신료의 새로운 이야기,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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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고통받는 만인을 하느님의 뜻으로 보우하사 어렵고 어려운 세상에 그래도 소금이 되고파 속세로 뛰쳐나온 건 좋으나 귀동냥으로 배운 지식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더라. 우물 안의 개구리 심정으로 교회의 악정을 바로잡기 위해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결국 북방의 차가운 바닷물에 빠져 정말로 죽을 뻔도 했건만. 돌아오는 건 '너 때문에 전쟁 나게 생겼다'. '콜'이 가는 곳마다 그 지방에 속한 교회 개혁에 성공을 거두면서 슬슬 교회 총본산은 겉몸이 달기 시작합니다. 교회의 횡포에 맞서 윈필 왕국이 교회 개혁을 주창하며 전면전을 선포한지도 몇 년, 서로가 으르렁거리면서 간만 보고 있었는데 콜에 의해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 거죠. 콜이 각 지방 교회의 문을 열게 하고 교회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회개하게 하였으니 교회 총본산 입장에서는 아군이 자꾸만 줄어가는 형국이었습니다.


딱히 교회만 국한된 게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힘의 균형이 깨지면 어느 쪽이든 불안에 떨기 마련이죠. 윈필 왕국으로 천칭이 기울자 교회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버립니다. 상인조합을 포섭해서 윈필 왕국을 말라 죽이기로 하는데, 이걸 쉽게 표현하면 밀리터리계에서 늘 화두 되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싸우면 누가 이겨요?라는 주제에 꼭 빠지지 않는 답이 있죠. 일본이 항로를 봉쇄하면 우린 굶어 죽는다. 작중에 이 일이 터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라면 대화의 여지는 있어요. 서로가 상대를 끝장낼 기세가 아닌 데다, 윈필 왕국은 그저 교회가 청빈하게만 살아 준다면 그걸로 족하고, 교회도 딱히 하나의 왕국을 적으로 두면서까지 피를 흘리고 싶지는 않은지라. 근데 여기서 그동안 교회가 저질러온 부정이 턱밑 칼이 되어 찌르고 들어오니 상황은 일촉즉발로 발전하게 되는군요.


그동안 양과 고래가 나왔고 이번엔 새가 나옵니다뮤리는 보자마자 '닭'이라고 폄하해버리는 독수리가 그러한데요. 이에 질세라 닭이라고 이명을 얻은 독수리는 뮤리를 보고 '개'라고 폄하해버리고요. 거기에 새가 여자라는 점에서 뮤리의 질투심이 더욱 폭발해서는 사사건건 으르렁대지만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본다가 딱 그런 상황. 사실 첫 만남은 그리 좋다고만은 할 수 없군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지만 세세하게 언급은 힘들고,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독수리의 등장으로 윈필왕국과 교회 간 전쟁의 빌미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생아라는 말을 많이들 들어 보셨을 텐데요. 왕족이나 귀족이 재미로 마을 처녀를 탐하고 애를 낳게 하고는 나 몰라라 하는 이야기도 자주 접해 보셨을 것이고요. 


독수리는 교회 권력자의 사생아.


이 정도만 표현해도 뭔 일이 터지는지 예감을 하셨을 겁니다. 당연히 버려진 쪽은 버린 쪽을 증오할 수밖에 없죠. 뭔가 호소하기 위해 버린 놈들을 만나러 가도 만나 주지 않고, 삶이 팍팍해 도움을 바라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이란. 그렇담 그런 놈들의 눈길을 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수를 들이미는 수밖에 없죠. 독수리가 교회에 대한 적개심은 실로 대단합니다. 이 적개심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콜에 의해 왕국과 교회 간 천칭이 무너졌는데, 교회 총본산 측에서는 독수리의 적개심과 더불어 콜에게 보내는 만인의 인기에 위기감을 느껴 버린 것이죠. 남은 건 전쟁의 기운. 그리고 이때다 싶어 치고 들어오는 괴물이 있었으니, 그 옛날 로렌스를 죽도록 패고 그것도 모자라 배신까지 서슴지 않은 주제에 로렌스에게 구해지는 수모를 당했던 '에이브'의 등장으로 사태는 새로운 양상을 띄어 갑니다.


이번엔 콜을 시험에 들게 하는 에피소드라 할 수 있겠군요. 본편 5권부터 약 12권까지에서 로렌스가 에이브 때문에 고통받은 걸 거의 그대로 콜이 받게 돼요. 오직 돈만을 위해, 돈을 위해서라면 사람 목숨도 파리 목숨으로 만드는 에이브가 여명의 추기경으로 사람들에게 추앙을 받고 있는 콜을 이용해 뭔가를 꾸미고, 그게 틀어지자 서슴없이 왕국과 교회 간 전쟁을 일으키려 하죠. 그 중간에 독수리가 끼게 되는데, 뮤리와 콜은 전쟁을 막는 것과 동시에 시대의 피해자인 독수리를 구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섭니다. 하지만 콜은 로렌스만큼이나 세상을 알지 못하고, 강단도 없죠. 배운 게 우물 안이고 에이브의 감언이설에 놀아나는 등, 결국 뮤리가 변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까지 오게 돼요. 콜은 뮤리가 아니었으면 어쩔뻔했을까.


맺으며, 이번 이야기는 옳은 일을 할수록 반대편도 보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권선징악형 이야기에서 악은 자신이 정의에게 짓밟히는 걸 이해하지 못하죠. 정의는 왜 악이 악인지 분간 시켜주고 악은 옳지 않다는 걸 역설해야만 합니다. 콜은 그것을 설파하긴 했습니다. 그의 마음에 감복해 많은 사람들이 동조를 하였고, 하지만 그로 인해 잃는 것이 있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는 헤아리지 못했죠. 그래서 에이브가 콜 앞에 나타난 것이고, 콜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쓴맛을 봐야만 했습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일들은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았다는걸. 이번엔 이야기가 얽히고설켜서 이번엔 두뇌를 풀가동해서 읽어야만 했군요. 적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편이고, 내 편인 줄 알았는데 적이고, 방심했다간 목 따인다는 메시지를 던지는데, 기억력이 3초 붕어 머리인 필자로서는 앞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이야기는 알차다고도 할 수 있군요.


그건 그렇고, 엄마보고 악당이라느니 뮤리의 말주변과 활약이 대단합니다. 동네방네 떠돌이 개들을 내 편으로 만들고, 독수리와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꽤 귀엽습니다. 질투심은 엄마 뺨칠 만큼 커서 삐지는 것하며. 본편에서는 로렌스에게 시다바리 다 시키고 정말 위급할 때만 변신해서 도와주던 엄마에 비해 대놓고 전면에 나서서 콜을 호위하는 모습이란. 사실 뮤리가 아니었으면 콜은 진즉에 죽었지 싶을 만큼 뮤리의 도움을 많이 받는데 남자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그래도 실수하면서도 같은 실수를 안 하는 면하며 넘어져도 일어나 앞으로 나아갈려는 의지를 보고 있으면 꽤 대단하다고 할 수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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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위의 서브캐릭터 육성 일기 1 - ~폐인 플레이어, 이세계를 공략 중!~, L Books
사와무라 하루타로 지음, 마로 그림, 이승원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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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면 과금으로 수천만 원은 예사고, 억대 그 이상을 쓰는 사람을 종종 보잖아요. 그렇게 투자해서 캐릭터를 강하게 키워 상위 랭커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인생과 돈을 게임이라는 데이터에 투자하다니 바보 같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일종의 취미로 존중해주시나요. 흑자는 이렇게 묻곤 합니다. 그렇게 게임에 인생과 돈을 투자해서 남는 건 무어냐고, 그럼 게이머들은 이런 말을 하죠. 꼭 남는 게 있어야 의미가 있는 거냐고, 인생에 있어서 무언가를 하며 즐기는 방식은 개개인 다 다름에도 왜 게임에만 유독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대는 걸까라고 필자도 한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죠. 물론 필자는 과금이라고 해봐야 월 이용료 낸 게 다지만요. 아무튼 이 작품은 온라인 게임에서 폐인 짓을 하던 유저가 죽어서 이세계로 환생해 살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뭐든지 과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죠. 주인공 'seven(사토 시치로)'은 인생을 받쳐 온라인 게임 세계 1위 랭커가 되었습니다. 과금을 얼마나 했는지는 안 나오지만 세계 1위를 할 정도니 엄청나게 들이부었을 테죠. 그 정도를 들이부으면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남다를 것이고요. 덕분에 그는 각종 타이틀도 1위를 지키는 등 세계가 주목하는 게이머라 할 수 있습니다. 자부심도 대단하겠죠. 그것과 맞바꾸듯 현실 28세라는 인생을 몽땅 게임에 투자하면서 방구석 폐인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게 되었지만요. 근데 이 작품에서 그가 방구석 폐인이었다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죠. 만약에 말입니다. 현실의 인생을 포기하면서까지 애정을 들여 키운 캐릭터가 한순간에 없어진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분신 같은 캐릭터가 말이죠. 


남들이 날 어떻게 보든, 노력이라는 형태는 비록 다를지언정 캐릭터 키우는데 있어서 감 나와라 뚝딱한다고 세계 1위 캐릭터가 하루아침에 툭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은 사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일이죠. 그런 캐릭터가 삭제되어 버렸습니다. 뭥미?!라는 말이 나올만하겠죠. 게임사에 항의해도 '그건  복이고' 라고 하니 미치고 졸도할 노릇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충격을 받다 못해 인생(the 자/살)을 포기해버립니다. 잘 읽다가 뜬금없는 전개에 황당하기 그지없더라고요. 뭐, 하기야 28살이나 되어서 기술 하나 없는데 지금부터 사회에 나간다고 변변찮은 일자리를 얻는 건 무리가 있겠죠. 근데 현실에 남겨질 시체는 어떡하라고, 부모님은 언급이 없지만 부모님 생각은 안 해봤나 하는 오만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주인공급이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건 사실 전대미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깨어나 보니 내가 하던 온라인 게임 속이네? 꿈은 이루어진다고 현실에서 그렇게 게임질을 하다가 진짜로 게임 속으로 들어오니 이 얼마나 기쁘겠어요. 근데 세계 1위 캐릭터는 어디 가고 창고로 쓰던 캐릭터네? 일명 서브 캐릭터라고 하죠. 일부 온라인 게임은 캐릭터의 숫자에 따라 창고 용량이 늘어나기도 하는데요. 주인공이 하던 게임도 그랬나 봅니다. 어쨌거나 창고 캐릭터라도 지금부터 키우면 되지라고 긍정적이 된 주인공 '세컨드(네이밍 센스가 괴멸적)'는 이세계에서도 세계 1위를 노리고자 합니다. 여기서 참 소설가가 되자에 연재하는 작품답다 싶을 정도로 스킬 트리와 스테이터스에 목숨을 겁니다. 짜증이 날 정도로 세세하게 표현하는데, 꼭 이래야만 했냐고 오태식이 이 작품에 출연한다면 딱 그런 말을 했지 않을까 싶을 정도랄까요.


사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이세게 전생 치트물이다 보니 노력이라든가 고생이라는 단어는 전혀 찾을 수가 없습니다(물론 주인공 한정). 이전 생에서 습득한 게임 지식을 이용해 남들은 모르는 치트로 별 어려움 없이 강해져 가는 이야기죠. 한마디로 식상, 게다가 주인공이 게임폐인에다가 자/살이라는 전대미문을 저질러 주면서 자칫 작품 이미지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기도 한데요. 그래서 이 작품을 읽고자 한다면 초반을 잘 넘겨야 합니다. 이 작품의 진짜배기는 중반쯤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이 자기가 저지른 일들에 대한 죄책감과 살아온 인생이 잘못되었다는걸, 게임을 하는 순간은 재미있었을지언정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 인생이라고 자조하는 장면은 여느 치트물하고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본론, 얼간이 여기사와 반푼이 고양이 수인 여학생을 영입해서 이들을 훌륭하게 성장시키는 장면도 눈여겨볼만하죠. 성장의 방향을 잘못 잡아 낙오자 인생을 걷고 있던 이 두 여자애들에게 주인공이 가진 지식을 이용해 성장시켜가는 장면들은 참 눈물겹다 할 수 있어요. 특히 고양이 수인 '에코'의 경우엔 마법학교에서 끔찍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죠. 고향 마을에서 기대를 받아 학교에 입학은 했는데 기대와 다르게 마법 실력은 영 신통찮고, 그러면 노력을 해서 인정받으면 되겠다 싶어 누가 봐도 괴롭힘임이 뻔한 일에도 뭐든지 노력하려는 에코의 모습은 정말 애잔하기 그지없죠. 부질없는 노력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을 외면하며 노력을 하고, 그 노력조차 인정받지 못해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마는, 원래는 주인공이 해야 될 노력을 에코가 보여주면서 이 작품에 대한 필자의 평가는 급상승하게 되었군요.


맺으며, 처음엔 주인공이 자/살하는 등 뭐 이런 작품이 다 있나 했군요. 거기에 치트로 노력과 고생은 하나도 안 하고 쑥쑥 커가는 거라든지, 이세계 주민들은 이것도 모르는 하등한 종족이라는 뉘앙스 하며(그 예가 얼간이 여기사와 고양이 수인 에코), 어딜 봐도 나무야 미안해라고 밖에 되지 않는 작품이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얼간이 여기사와 고양이 수인 에코가 성장하기 위해 보여주는 노력과 고생(라고해도 주인공이 쓰는 치트와 별반 차이 없지만), 그리고 성장에 있어서 이끌어 주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초반의 나무야 미안해라는 느낌은 쏙 들어가게 되더군요. 주인공도 방구석 폐인치고는 자신의 잘못을 잘 알고 있다는 것에서 여타 작품과 차별을 두고 있다 할 수 있고요. 다만 역시 치트물이라는 것과 그놈의 스킬 트리와 스테이터스 열거는 학을 떼게 만듭니다. 장장 9페이지에 걸쳐 쉬지도 않고 떠드는 건 좀 아니잖아요? 게다가 뭐? 미남? 여자들이 다 돌아봐? 그놈의 외모지상주의는 진심 토하게 만듭니다. 이런 것들만 빼면 괜찮은 작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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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7 - S Novel+
타나카 유 지음, Llo 그림, 신동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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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프란'은 '스승(주인공)'이 아니었으면 어쩔뻔했을까 싶군요. 진화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세계를 떠돌았던 부모님과의 여행은 빈말로도 즐겁지가 않았습니다(대충 예상). 그 부모님도 여행 중에 쓰러저 돌아오지 못하는 객이 되어 버렸고, 이후에 부모의 유지를 받들어 프란도 진화를 이루기 위해 홀로 여행을 하였었죠. 그러다 노예상에 붙잡혀 팔려가면서 나에게 검이 있었더라면이라고 되뇌어 봐도 돌아오는 건 곰 마물의 먹이 역할이었고, 여기까지인가 싶을 때 스승에게 구해졌었습니다. 스승은 이세계 전생한 지구 인간으로서 하필이면 검으로 환생을 하였죠. 뭔가 실험을 한답시고 마구 설치다가 마력을 빨아들이는 땅에 꼽히게 되는데 프란이 뽑아주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요. 이후 둘은 여행을 하며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며 착실히 성장의 기틀을 마련해갔습니다.


여행의 끝, 프란과 스승은 흑묘족 진화의 단서가 있다는 올무토에 도착하여 단서를 잡았고 프란은 꿈에도 그리던 진화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 무뚝뚝한 프란이 눈물을 보일 때는 얼마나 짠하던지요. 이게 다 멍청하고 못난 조상 때문에 후손이 개고생한 거라 할 수 있습니다. 먼 옛날 최강의 종족이었던 흑묘족이 욕심을 부려 신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고, 그 결과 수인이라면 다 하는 진화에 흑묘족만 보다 엄격한 조건이 붙어 버렸죠. 게다가 조건 자체도 알려지지 않은 데다 알아도 사실상 웬만해서는 진화를 이룰 수 없는 조건에 가까웠고, 그 결과 흑묘족 후손들은 다른 수인들에게 멸시와 노예로 팔리는 굴욕을 맛봐야 했습니다. 이제 조건이 개방되면서 다른 흑묘족도 노력 여하에 따라 진화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게 되었죠. 그걸 알리기 위해 프란과 스승은 또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이번 이야기부터는 프란의 전설의 서막 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프란은 무투 대회 때 랭크 C의 힘으로 랭크 A의 모험가를 이기는 기염을 토하고 진화를 이뤘다는 게 알려지면서 '흑뢰희'라는 이명이 붙어버렸습니다. 이것은 그녀의 겉모습이 귀여워서 혹은 단순히 재미 차원이 아닌 진정한 실력자로써 존중해준다는 의미이기도 한데요이제 그녀를 아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조아리게 되었죠. 하지만 극 초반이다 보니 여전히 깔보는 인간들은 있기 마련이고, 그럴 때마다 욱선생 프란은 다리를 잘라 버리는 건 여전합니다. 그나마 다리만 잘리는 건 행복한 축이고 대부분은 요단강 건너로 가버리죠. 프란은 적이라고 인식한 상대에겐 가차가 없어요. 이번에 바다를 건너면서 해적들을 만나 스킬 연습을 하며 아무렇지 않게 해적들을 죽이는 모습은 어딘가 섬뜩하게 합니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다음 여행지로 정한 수인국으로 가기 위해 바다를 건너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배를 수배하고, 호위꾼으로서 배에 올라타 바다 한복판에서 해적들과 마물떼를 만나 신나게 썰어버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죠. 몇 권인지 까먹었는데 예전에 신세를 졌던 시드런 해국의 망나니 왕도 해적으로 전락해서 프란의 앞으로 가로막지만 뭐 결과야 말해야 무얼 합니까. 그보다 프란과 스승이 힘을 합쳐도 이기지 못하는 마물을 만나 개고생하는 이야기가 더 흥미롭죠. 이 작품은 줄곧 주인공(혹은 히로인)이 아무리 먼치킨을 지향한다고 해도 위에는 위가 있다는 메시지를 줄창 던져왔는데 이번에도 그런 이야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것은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고, 강해졌다고 자만하지 말라는 메시지와도 같아요. 뭔 짓을 해도 못 이기는 마물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건 그렇고, 프란의 성격을 좀 조절해야 되지 않나 하는 우려가 곳곳에서 보이더군요. 흥미가 없는 것엔 기억조차 못하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거야 그렇다 쳐도, 사람을 죽이는데 있어서 꽤 잔인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으레 법보다 힘의 논리가 통용되는 판타지에서 자기 힘만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되는 건 어느 정도 공감은 합니다만. 전투에서 상대를 죽이는 거야 어쩔 수 없다손 처도 고문을 하면서 칼로 찌르고 힐을 걸어 치료하고 반복하는 행위 같은,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홀로 지낸 시간이 길었던 탓일까요. 실력은 나날이 늘어도 인격적으로의 성장은 나날이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군요. 12살 어린애가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데 있어서 주저나 눈 하나 깜박이지 않는 게 과연 정서적으로 옳은 일인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고 할까요.


문제는 이런 프란을 제어해야 될 스승은 일절 관여하지 않아 그녀가 인격적으로 타락하는 걸 방조하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군요. 애가 무표정하게 상대 다리 찌르고 힐로 고치고 하는 걸 반복적으로 하는데도 아무런 느낌도 없는지, 아니면 작가가 무감각한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그래도 전투 때나 정보를 알아낼 때만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게 하나의 위안이긴 합니다. 곤란을 겪는 사람을 보면 도와주려 노력도 하고, 평소 때는 그 어떤 트라우마도 보이질 않으니 어떻게 보면 매우 강한 정신이라 할 수 있겠고요. 다르게는 애가 관심이 없는 건 기억조차 안 하려 드는 성격이다 보니 싸움은 좋아해도 사람 죽이는 것도 좋아서 하는 게 아닌지라 관심 밖이고 그러다 보니 인격에 영향을 안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낳긴 합니다만. 히로인 치고는 갭이랄지 괴리감이랄지의 폭이 상당히 크다 할 수 있겠습니다.


맺으며, 이번엔 사실 리뷰로써 이야기를 건질만한 게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야깃거리 자체가 없는 건 아니고요. 수인국으로 떠나면서 해적들과 마물을 만나 신나게 줘패기도 하고, 그러다 어찌할 수 없는 마물을 만나 개고생도 하는 등 여전히 다사다난한 나날을 보내죠. 무투 대회(6권) 때도 그랬고, 이번엔 마물을 만나 이세계 전생물 특유의 먼치킨이면서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위에는 위가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교훈 같은 게 있어서 식상하지는 않습니다. 식상했다면 지금쯤 필자는 욕으로 도배하고 있었겠죠. 다만 프란의 인격 성장에 있어서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될 스승은 그녀가 상대의 살을 헤집고 고문을 해도 수수방관 모드이고, 프란은 스승의 무관심으로 일그러져 가는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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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논 2020-04-21 02:04   좋아요 0 | URL
필력 상당히 좋으시네요. 1권부터 쭉 읽어왔던 독자로 생각해왔던 모든 것이 담겨있는 글이었습니다.
 
월드 티처 11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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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생각하는데, 여행의 목적은 지친 심신을 달래고 낭만을 찾기 위함이 아닐까 싶어요. 미지의 땅을 탐험하고, 풍요로운 대지를 만끽하고,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노래 한 소절, 정말 현대를 살아가는 사축에게 있어서 꿈만 같은 이야기일겁니다. 그러나 이것도 다 돈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겠어요? 배를 곪아서야 경치가 다 무슨 소용이고, 석양을 바라보며 눈물을 지어봐야 돌아오는 건 서글픈 마음뿐이겠죠. 그래서 간혹 판타지 소설을 접하다 보면 이것들 돌아다니면서 먹고 자고 하는 돈은 어디서 조달하나 하는 생각을 가질 때가 많아요. 노숙도 영화에서 나오는 모닥불 피워놓고 별을 바라보며 잠이 드는 건 허구라고 어떤 예능 프로에서 증명하기도 하였죠. 영화처럼 노숙하다 입 돌아가기 십상이라고, 왕초도 이렇게 안 잔다고 할 때는 얼마나 웃기던지요(예능에서).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작품은 간혹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줍니다. 가령 엘프 '피아'의 경우라 할 수 있군요. 그녀는 무구한 시간을 살면서 언젠가 지금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는 반드시 이별을 한다는 미래를 가지고 있죠. 예전 어떤 만화에서 히로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같이 늙어가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참고로 히로인은 영원을 살아가는 사이보그). 그래서 그녀(피아)는 시리우스의 아이를 가지려고 무던히도 애씁니다. 시리우스가 가고 없는 미래에 아이를 바라보며 행복해지기 위해. 이건 늑향의 호로와 일맥상통하기도 하죠. 그래서 필자는 욕을 하면서도 이 작품을 끊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요(1). 좀 붕떠 있긴 한데 피아는 아련하게 해주는 뭔가가 있어요. 그런 피아가 이번에 확실하게 시리우스에게 어필하면서 슬슬 2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더군요.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여행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죠. 그런데 지금 돈이 없어요. 그야 그렇죠. 애들 실력이 느는 만큼 비례하듯 먹는 것도 나날이 늘어나서 식비가 감당이 안 돼요. 눈치 안 보고 손에 닿는 거라면 마구 입에 욱여넣는 여자 3명에 근육바보 한 명과 멍멍이 하나, 주인공까지 하면 현실에서도 식비가 감당이 안 될걸요. 왜 많은 나라가 일부 일처제 하는지 아세요? 그건 식비가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죠(물론 농담).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 시리우스는 참 능력 있는 남자라 할 수 있습니다. 애들을 굶기지는 않으니까요. 노숙은 해도요. 하지만 이제 슬슬 돈이 떨어져 가는 게 눈에 보이는데 이대로 가다간 진짜로 굶을지 몰라요. 그래서 수인국 '아비트레이'에 왔긴 한데, 수인국(國)에 수인들(특히 갯과)에게는 신앙이자 추앙을 받는 '호쿠토(짱 큰 늑대)'를 데려온 게 신의 한수였다고 할까요.


약장사라도 시작했더라면 참 재미있었을 텐데, 호쿠토가 길을 나서자 하늘에서 신(神)이 내려와도 이러지는 않겠다 싶을 정도로 수인들이 열광하니 재미가 없어요. 하여튼 일본 작가들 신(神)격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라니까요. 그래서 일행들은 할 수 없이 방콕을 갔더랬죠. 호쿠토를 신격화하는 수인들 덕분에 좋은 여관에서 싸게 묶고, 참 편리하다 싶군요. 여관에서 나가질 못하는 어느 날 시리우스와 호쿠토에게 누군가가 찾아와요. 수인국 왕녀 '메리'가 찾아오면서 거대한 음모의 서막이 열리는데..는 없어요. 메리는 한 8~10살쯤 되어 보이는 순진무구한 여자애로써 호쿠토를 찾아와 뭔가 소원을 말합니다. 예로부터 수인국에서는 호쿠토와 같은 뭐라더라 까먹었는데 신수인가? 하여튼 신에 가까운 존재에게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전설인지 소문이 있데요.


그 소원이 참 애달프죠. 메리는 눈이 안 보여요.


​시리우스는 메리의 눈을 고쳐주기 위해 노력을 하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메리가 눈이 안 보이게 된 원인을 알아가요. 이 이야기는 9권하고 이어집니다. 필자가 9권 리뷰에서 언급을 안 했지 싶은데, 그때 '레우스의' 두 번째 여친이 있는 마을이 마물에게 습격을 받게 되었고 그 습격을 사주한 인물이 있었죠. 그 인물이 이번에 등장하면서 시리우스에게 대적하게 되는데요. 이 작품은 은근슬쩍 적(에너미)을 개과천선 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차 없이 없애버리는 시리어스를 보여주기도 하죠. 그래서 싸움이 벌어지면 꽤나 처절하기도 합니다. 이런 전투에서는 원래 주인공이 나서서 뽐을 내기 마련인데, 이번에 메리의 눈을 실명시킨 장본인과의 전투를 거치면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어요. 바로 메리의 어머니에게 포커스를 맞추면서 모성(母性)을 자극한다는 것입니다.


딸을 위해서 몸을 아끼지 않는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죠. 사실 처음부터 모성을 자극하는 건 아닙니다. 수인답게 단련에 힘쓰다 보니 애를 어떻게 대해야 될지 잊어버린, 처음엔 애를 주워와도 이러지 않겠다 싶을 정도로 싸늘한 시선만 보내는데 용케도 애가 삐뚤어지지 않았다 싶더군요. 하지만 그건 애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고 밝혀지면서 서투른 엄마라는, 오덕 세계에서 먹혀 들어가는 이야기를 들고 오다니 작가도 제법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주더라고요. 하지만 시리우스보다 나이가 더 많은(아마 20살쯤?) 첫째 아들이 있는데도 서툴다는 포지션은 좀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양날 같은 면도 보여줘요. 작가가 상당히 무리한다고 할까요. 게다가 엄마 일러스트는 어디를 봐도 10대인데? 여담이지만 아빠 일러스트는 끝까지 없는 비참함이란.

 

뭐, 그렇게 오늘도 시리우스와 그 패거리들은 또 한 건을 해냅니다. 참 돈 벌기 쉬워요. 수왕에게서 노잣돈 넉넉히 받는데, 현실에서도 이렇게 잘 풀리면 아무도 굶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은... 


맺으며, 히로인 1호 에밀리아는... 얘는 글렀습니다. 갈수록 인간적으로는 괜찮은데 인격적으로 '시리우스의, 시리우스를 의한, 시리우스를 위한'만 주창하고 있어서 이러다 남북 전쟁이라도 일으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위험을 안고 사는 게, 시리우스의 교육이 얼마나 위험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까요.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김건모가 부릅니다. '잘못된 만남', 동생을 위해서라면 이 목숨 마다하지 않던 애가 이젠 동생을 남 대하듯 '당신, 당신' 거리며 온리 시리우스만 바라보고 있는데 어떨 때는 소름이 돋아요. 어릴 적 부모를 잃거나 가정폭력을 당하면 그 충격으로 커서 내 사람(가족)에게 강한 집착을 보여준다고 하던데 딱 그런 분위기입니다(2).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교육을 모토로 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는 안 어울리는 장면이라 할 수 있죠.


  1. 1, 사실 작품성도 그리 뛰어난 것도 아니고, 천선필 역자로 바뀌기 전엔 오타와 문맥파괴로악명이 높았죠.
  2. 2, 레우스와 애밀리아 남매는 어릴적 부모를 잃고 노예로 몇년이나 시달려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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