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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공작으로 전생했으니까, 이번엔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 6 - Novel Engine
아이다 리즈무 지음, nauribon 그림, 박경용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꽤 심하게 들어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이번엔 정말로 죽는 줄 알았네. 마법 학원에서 몬스터 대군이 쳐들어 왔을 때도, 흑룡을 만났을 때도 어떻게 해결은 하였지만 보자 보자 하니까 좀비대군은 너무한 거 아닌가? 게다가 나는 죽자 살자 때려잡고 있는데 나를 도와줘야 될, 진(眞)주인공 '슈야'라는 시키는 온 동네를 쏘다니며 고구마를 뿌려대는 통에 의욕이 생기지가 않는다. 미친늠의 시키가 도움이 안 되면 어디 찌그러져 있던가. 그나마 슈야가 가지고 있던 불의 대정령의 힘을 이끌어내 좀비대군을 쓸어버린 건 좋은데 산 넘어 산이라더니 왜 여기에 어둠의 대정령(표지 모델)이 와 있는 거냐고요. 제국 도스톨을 이끌며 북방 영토를 제패한 로리 대마왕 '나나트리쥬'의 데뷔를 목격한 데닝은 절망을 느꼈습니다. 이건 못 이겨. 하지만 나나트리쥬는 싸울 마음이 없군요. 그녀의 등장은 뭔가의 플래그였나?
미궁도시 제네라우스에 닥친 미증유의 사태를 해결하고 복귀했더니 데닝에게 기다리고 있는 건 여왕 폐하의 권유. 말이 권유지 명령이나 다름없잖아. 그 권유란 내 딸의 가디언이 되어 줘, 요컨대 24시간 왕녀의 곁을 지키는 수호기사입니다. 왕권 국가에서 이보다 출세는 없을 테죠. 그래서 dog망나니 아들(데닝)을 눈에 가시로 여겼던 공작가는 냉큼 받들지 않고 뭐 하냐고 으름장을 놓아요. 집안 분위기는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딱 그렇네? 형이라는 놈은 공작가 가주 자리를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 이걸 가족이라고. 데닝은 억울해 죽습니다. 그야 말이 왕녀를 수호하는 가디언이지 평생 결혼도 못하고, 집에서 확실하게 쫓겨나고, 그 왕녀를 사모하는 마음이 있어도 누군가와 결혼하는 왕녀를 지켜봐야 하는 심정, 이걸 견디라고? 뚫린 입을 더 넓혀주랴?
내가 말이죠. 마법학교에서 학생들을 구하고, 기사들이 떼로 덤벼야 하는 흑룡을 나 혼자 무찔렀거든요? 옆 나라의 왕녀가 잡혀갈뻔한 걸 두 번이나 구해줬고요. 미궁도시 제네라우스에서 세계대전이 일어날뻔한 것도 막았어요. 잘 했다고, 고생 많았다고 칭찬 한마디는 해줘도 되잖아!! 나, 지금 눈물 나려고 하거든요? 근데(발 동동) 이런 공적의 말로가 집안에서 제적이고, 평생을 독수공방하며 살라고? 마왕이 이 세계를 멸망 시키지 않는다면 내가 멸망시켜주마. 뭐,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슬림 돼지에서 드럼통이 되어 칠흑 돼지로 돌아가는 것 외엔 마땅한 복수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니 질이 더 나쁘다. 게다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였는데 하나도 알아주지 않는 망국의 공주 '샬롯'은 데닝이 가디언으로 추천받았다는 것에 매우 기뻐합니다.
절망은 나라가, 세계가 멸망해야 비로소 강림하는 게 아닙니다. 절망은 말이죠. 아무리 노력해도 보답받지 못하고,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상대에 의해 생기는 것입니다. 내가 이 고생을 누구 때문에 한 것인데, 다 샬롯과 평화로운 세상에서 맺어져 살기 위해 노력한 것인데 정작 당사자는 꿈속 꽃밭에서 머리에 꽃을 꼽고 거닐고 있으니 이걸 두고 소귀에 경 읽기라고 하는 건가 싶은. 가디언이 뭘 하는지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고 데닝에게 꼭 되라고 으름장을 놓으니 생각 같아서는 양 볼을 쭈욱 잡아당기고 싶지만 그러지도 못하는 이 마음을 어찌하리오. 그래서 다시 마법학교도 도망가다시피 틀어박혔는데 이놈이고 저놈이고 소문은 왜 이리 빠른지 모르는 놈이 없다. 다들 가디언 된다는 소문을 무기로 삼아 데닝을 공격해대는데 이 세상에 내 편은 하나도 없다.
난 그저, 평범하게 샬롯과 살고 싶은 것일 뿐인데. 정작 당사자에게도 구원받지 못하고, 마침 새로 온 교사에게도 내가 가디언 되려고 했는데 하는 질투를 받아 사면초가가 있다면 바로 여기가 사면초가요, 열받아 초가지붕에 불을 질렀으면 좋겠는데 입장상 그러지도 못하는 이 현실은 스트레스로 대머리가 되지 않는 게 용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나날이 샬롯은 그를 위한답시고 가디언 되세요?라며 데닝을 자꾸 개미지옥으로 몰아넣는데, 자신을 생각해주는 순수한 그녀의 마음을 외면하지 못하는 악순환이란. 이럴 때 치고 나오는 게 서브 히로인이라 했던가. 평소 그의 어드바이스를 받아 마법에 눈을 뜬 평민 '티나'가 그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것에서 이 세상 유일하게 아군을 만난 듯한 데닝. 19금 동인지였다면, 바로 그 장면으로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았으리라.
자, 데닝은 미궁도시 제네라우스에서 도스톨 제국이 자랑하는 3총사 중 하나를 격퇴하였습니다. 물론 이것 때문은 아닌데 '나나트리쥬'는 더이상 남방으로의 진격은 포기하게 되죠. '다리스 왕국'과 국경에서 마주했던 병력들도 철수하며 다리스를 향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등 전쟁의 기운은 조금식 줄어 갑니다. 하지만 언제나 못마땅해하는 사람은 나오게 마련이죠. 혹시 그놈(데닝)에게 쫄았냐?라며 감히 나나트리쥬를 경멸하는 '꿈팔이 마녀'의 등장은 또다시 데닝에게 있어서 처절한 싸움을 예고합니다. 사상 최강을 자랑하는 어둠의 대정령 나나트리쥬도 제어하기 힘든 '꿈팔이 마녀'는 기어이 데닝과 미팅하기 위해 다리스를 찾아오죠. 그리고 그녀의 전법은 전면전보다 사람 이면에 숨겨진 마음을 파고들어 내부에서 붕괴시키는 전법이었고 차츰 데닝은 궁지에 몰려갑니다.
아무튼 망국의 공주 '샬롯'의 고구마 행진은 최고 정점에 치닫는군요. 데닝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자신(샬롯)을 위해 노력하는지, 얼마나 자신(샬롯)을 좋아하는지 전혀 눈치 못 채고 알아주지도 않는 모습에서 언제까지고 성장하지 않는 히로인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었군요. 나름대로 데닝을 위해 자신의 소신을 밝히지만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걸 전혀 눈치 못 챈다는 것, 가디언으로 들어간다는 건 속세와의 작별이고, 혼자 쓸쓸하게 죽어간다는 것인데, 이걸 축복하고 자빠졌으니 데닝 입장에서는 상어떼가 우굴거리는 바다에 빠지라고 뒤에서 칼로 찌르는 거나 다름없었겠죠. 샬롯은 이 모든 걸 적(에너미)에게서 듣고 겨우 알아채나 했는데 과거는 잊고 하는 장면에서 이건 글렀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세상 천지에 이런 히로인은 없을 것이고 있어서도 안 됩니다. 결단코.
맺으며, 사실 5권에서 하차하려 했습니다. 근데 인터넷 서점 회원 등급은 유지해야겠고, 구매는 할 게 없고 어쩔 수 없이 구매하게 되었군요. 결국 회원 등급 한 단계 떨어졌지만. 아무튼 발암을 좋아하신다면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 특히 히로인 계열들, 아무리 신용 할 수 있는 사람이라지만 아무런 생각도 없이 따라가서 인질이 되어 구해주세요 포지션은 대체 뭘까 싶어요. 한둘이 아니죠. 자기 기분을 타인에게 강요하기 일쑤고, 생각도 없고, 세상 물정 모르고, 사탕 준다고 하면 졸졸 따라갈, 이쯤 되면 주인공도 뭐라 성질낼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 모습에서 위선자 같은 느낌도 받고요. 여자에게 약한 듯, 그래서 그런지 따끔하게 혼이라도 내면 그나마 시원하기라도 할 텐데 그딴 거 내 사전엔 없고. 사람은 실수에서 배운다는데 실수를 저질러도 같은 실수를 반복을 해대는 모습에서 이게 발암이 아니면 뭔가 싶죠.
하지만 그나마 참고 볼 수 있었던 건 귀여운 캐릭터 일러스트 때문이었군요. 이번에 확실하게 모습을 드러낸 로리 대마왕 나나트리쥬와 자기 나라 버리고 남자 찾아 다시 다리스로 온 알레시아의 일러스트도 이번엔 귀엽게 뽑혔습니다. 그리고 '티나'도, 그러고 보면 서브 히로인 포지션도 못 딴 '티나'가 이번에 꽤 치고 나옵니다. 유일하게 이 작품에서 정상인이랄까요. 마법을 못쓰는 평민이라는 인식하에서 마법을 두 종류나 쓸 정도로 노력하는 거하며 이번에 우울증 걸리기 일보 직전이었던 데닝을 위로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진히로인 포지션. 얼른 샬롯을 버리고 티나로 바꾸는 게 어떨까 싶더군요. 그리고 로리 대마왕 나나트리쥬도 앞으로 계속 나올려나 봅니다. 꿈팔이 마녀에 대항해 공동전선을 펼칠 거 같은데... 가만 보면 주인공 곁에 여자는 많은데 여자복이 없다고 할까요. 티나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