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양피지 6 - 늑대와 향신료의 새로운 이야기,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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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외전의 주인공인 콜에게 있어서 뮤리는 어쩐 존재인가? 콜 왈: 가족과 그러는 거 아닙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뮤리가 태어날 때부터 기저귀를 갈아주고 온갖 뒤치다꺼리를 다 해준 콜에게 있어서 뮤리는 친동생 그 이상은 아니었죠. 그래서 조숙하게도 신부가 되겠다느니 하며 콜을 쫓아다녔던 뮤리는 결국 빛을 보는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갈수록 경건한 신앙심으로 똘똘 뭉친 콜은 사람이 점점 고리타분해지더니 끝끝내 꼰대가 되어 이것도 하지 말라 저것도 하지 말라 여자애는 얌전히 등 참견만 하다가 언제까지고 이런 삶으로는 둘의 관계가 끝나지 않을 거 같다며 둘만의 기사단을 결성해서는 관계를 완전히 정립하고야 맙니다. 뮤리 입장에서도 부모의 전례에서 같이 있고 싶지만 같이 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신부 운운은 접어둔 채 사랑하는 오라버니를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에만 충실히 하려 하죠. 그래서 동경했다지만 기사가 되어 기뻐하는 뮤리의 언동에서 조금은 서글픈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호로'와 같은 또 다른 늑대의 화신이 있지 않을까 하는 두근거림을 보여줍니다. 교회로부터 전(前) 영주가 이단이라고 의심받는 영지가 왕국 최대의 보리 산지였고, 불과 얼마 전까지는 불모지였던 곳이 어느 날부터 보리의 산지로 올라섰다는 것에서 콜과 뮤리는 호로가 백수십 년을 보리에 매여 풍작에 관여했던 것처럼 하나의 가설을 세우게 되죠. 여명의 추기경으로 세간의 이목을 받는 콜은 보리의 산지로 가 그 지방을 다스렸던 전(前) 영주가 진짜 이단인지를 알아보는 임무를 부여받게 됩니다. 또한 그동안 꾸준하게 복선으로 나왔던 서쪽 대륙에 대한 이야기도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하는데요. 보리의 산지로 간 콜과 뮤리는 그곳을 다스렸던 전(前) 영주를 만나 또 다른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 대한 단서와 서쪽 대륙에 대한 이야기들 듣게 되죠. 그리고 조사를 진행하면서 인간의 무지와 전(前) 영주의 불행했던 과거가 드러나면서 이야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일단 중대한 스포일러라서 호로와 같은 늑대의 화신이 또 있나는 언급할 수 없지만, 결국은 전(前) 영주가 이단인지 아닌지를 밝혀야 되는 임무에서 왜 그런 소문이 돌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로 넘어간다 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꼬투리를 잡아 왕국에 반격을 가하려 하고, 왕국은 보리의 산지가 이단으로 찍히면 단숨에 형세가 역전될 수 있기에 콜과 뮤리의 임무는 대단히 막중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등장했던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대거 출연하여 이들(콜과 뮤리)에게 힘을 보태주는 등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롭게 흘러갑니다. 그 과정에서 쥐와 새들에게 명령하는 뮤리라든지, 독수리 화신과는 만났다 하면 으르렁거리기 바쁘기도 하고, 양의 화신과는 친하게 지내고, 새의 화신에게서는 그 옛날 로렌스가 그랬던 것처럼 인간(로렌스는 호로)과 살아가기 위해 조언을 들으려는 뮤리의 모습 등 인간이 아니면서 인간다운 모습은 잔잔한 여운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맺으며: 요즘 슬럼프라 리뷰가 엉망진창이군요. 게다가 본 작품은 리뷰하기 까다로워서 더더욱 어려움을 겪는다고 할까요. 전체적으로 보면 앞의 이야기들의 연장선이고 본 이야기는 요점만 간추려보면 별것 아니기에 포인트를 잡기가 많이 힘들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필자만 그럴 수 있지만요. 이번 이야기도 호로와 같은 늑대의 화신이 또 있을까 하는 두근거림을 선사하지만 막상 들춰보면 그거와는 별개로 평범한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이게 잘못되었거나 재미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필자는 본 작품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수작으로 보고 있기도 하니까요.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실력이 제법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전(前) 영주가 이단인 줄 알고 왔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어디에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에 콜과 뮤리는 그를 도와주며 사태를 매듭지어 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거기에는 이단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도 엮여 있고, 아직은 몽상으로 치부되는 서쪽 대륙에 대한 환상을 부풀림으로써 대립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빌미를 제공하여 사태를 꼬이게 만드는 등 사람들의 무지와 이기심을 제법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필자는 사실 그런 것보다 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대거 출연하여 아웅다웅하는 이야기들이 더 흥미로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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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키토리 1 - S Novel+
카를로 젠 지음, so-bin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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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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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녀 전기로 유명한 카를로 젠 작가의 신작입니다. 장르는 근미래적인 SF 전쟁 드라마이고 주 내용은 지구가 '상련'이라는 다른 별의 지배를 받는 노예 계급으로 전락한 미래 세계를 그리고 있는데요. 주인공 '아키라'는 폐쇄적인 일본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련의 '행성궤도보병(궤도 강하병)'에 자원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유녀 전기도 그랬지만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은 좋아서 어떤 일을 맡는 게 아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하나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떠밀려 선택해야만 하고, 그로 인해 생환율 0%에 수렴하는 궤도 강하병이 되어 대리전쟁을 치러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요컨대 주인공은 좋은 말로 하면 용병이고, 나쁜 말로 하면 고기 방패에 지나지 않는 일을 해야만 하죠. 일본에서 남들이 하는 틀에 박힌 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 했던 주인공은 '이단아'로 낙인찍혀야 했고, 결국 "보호"라는 명목으로 자원이라 쓰고 징집되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주인공에겐 웃을 수 없는 일이지만 설정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신대륙을 발견하던 대항해시대처럼 '상련'이라는 어디에 붙어있는지 모를 행성의 함대에 의해 발견되어 통상(상업) 관계가 될 뻔하였던 지구는 그 가치가 미비하여 버림받다시피 그냥 우주여행 중계기지로 전락하였고 이제는 대리전쟁을 치를 용병 생산 기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 대리전쟁이라는 게 우리 산업의 3D 업종처럼 힘든 전쟁을 대신해라 뭐 그런 것입니다. 물론 강제는 아니고 지원을 받고 있으며, 급료가 좋아 나름대로 지원율은 있는 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생활률 0%일 정도로 극악한 난이도를 자랑하고 있죠. 그래서 주인공처럼 이단아라든지 돈이 궁한 사람들이 몰리는 편이고 그러다 보니 모이는 면면들 개성이 강한 게 특징입니다. 주인공은 스웨덴인, 중국인, 영국인, 미국인 이렇게 4명(주인공 합치면 5명)이 한 팀을 이루지만 애초에 문화도 다르고 성격도 달라서 트러블은 끊이질 않게 되죠.

주인공은 이들 4명과 팀을 이뤄 실전을 치르기 전, 훈련을 통해 이들과 소통을 이끌어 내야 하는데 주인공 자체도 반골 정신이 투철한데다 사회비판적인 성격으로 똘똘 뭉친 문제아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이해하는 건 애초에 무리였고, 팀원들도 저마다 개성이 강해서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기 바쁘다 보니 시종일관 협조성을 바라는 건 요원하기만 하죠. 결국 1권의 요점은 이들과 화합하여 훈련을 통과해야 하는 미션과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물론 유녀 전기 때도 그랬지만 작가 특유의 수직사회에 대한 블랙 개그와 사회 비판도 잔뜩 들어 있으며 그로 인해 독해력도 상당히 높게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라노벨 특유의 개그는 찾을 수 없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접했다간 초반에 나가떨어지는 난이도를 자랑하죠. 하렘 또한 없으며, 아무리 못생긴 주인공이라도 여친은 생긴다는 라노벨 불문율은 본 작가에겐 통용되지 않으니 이런 점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맺으며: 행성 간 항해라든지, 함대라든지 SF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먹히지 않을까 하는 설정이 제법 있습니다. 유녀 전기가 2차 세계대전에 마법을 접목시켜 다소 비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본 작품은 근미래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는 현실성을 보여주는 게 특징입니다. 일러스트 한 장 없어서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문제점으로 다가올 수 있으나 작가의 표현력이 좋아 자연스레 머릿속에 상황이 그려지는 것 또한 특징입니다. 다만 주인공과 그 일행에 관련한 트러블과 이들의 성격을 많이 보여주고, 입만 열었다 하면 사회 비판적인 주인공의 분량이 상당해서 실질적인 전투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요컨대 이 작품의 본질은 궤도 강하라는 SF적인 요소보다 인간관계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함대라든지 궤도 강하 같은 장면들도 다수 있기도 한데 찐빵에서 메인은 팥임에도 이 작품은 겉의 빵에 중점을 둔다고 할까요. 적어도 1권은 그런 느낌입니다. 일단 2권이 나와봐야 진짜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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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녀 전하는 화가 나셨나 봅니다 7 - L Novel
야츠하시 코우 지음, 나기시로 미토 그림, 이진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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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몇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게 있습니다. 우선 여주 '레티시엘'은 1천 년 전 전쟁통에 사망하여 전생하였다는 것, 그리고 그녀를 쫓아 같이 전생을 해온 흑막이 있다는 것, 흑막은 여주를 미워하여 그녀 주변에 이상한 현상들을 일으키고 무언가 일어날 거 같은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여주가 사망하고 1천 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연대기같이 보여주며 마치 그 중심에 여주가 있고 그녀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역설하기도 하죠. 사실 이런 설정들을 기믹이라고도 하는데, 상품을 팔 때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전략을 짜듯, 이 작품도 여주의 환생 문제부터 해서 흑막과 관련된 복선을 투하하며 독자들의 이목을 끌려는 작가의 노력이 매우 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감에 부풀어 상품을 구매했더니 실망한 경우가 있듯이 이 작품도 이번 7권이라는 상품을 뜯어 안을 확인해 보니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단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대충 무작위로 열거해 보면요. 여주가 환생하고 집안이 매우 시끄러웠다는 것, 학원에 입학한 후 주변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일과 현상, 1천 년 전 친구였는지 사제지간이었는지 암튼 여주의 지인이 환생해와서 여주에게 적의를 드러냈다는 것, 그리고 동맹국이었던 이리스 제국은 왜 전쟁을 걸어왔을까. 이리스 제국의 왕이 암살 당하고, 여주가 속한 나라의 왕도 앓아누웠다 것, 정령왕들이 찾아와 경고를 했고, 십수 년 전 어떤 국지전에서 흰 로브를 입을 무리와 꼬맹이의 출연이 시사하는 것은, 여주의 부모와 여동생, 언니가 저질렀던 일들의 배후에 있었던 인물은? 학원에서 일어난 난동 사건은? 이런 일련의 사건 배후를 가리키는 건 단 하나였죠. 그렇담 그걸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야 되지 않을까요. 이전에도 남일처럼 이야기를 진행해왔지만 이번 7권을 읽으며 작가는 기믹이라는 단어의 뜻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복선과 흑막과의 연결고리로서 이리스 제국과의 전쟁 씬은 필요했다지만 필자는 작가에게 묻고 싶은 게 도서의 분량 중 거의 절반을 할애한 그 전쟁에서 여주는 무엇을 얻었느냐입니다. 그저 먼치킨이 되어 적병들을 쓸어버릴 뿐이죠. 여기엔 가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결사의 의지도(여주가 속한 나라가 열세), 전술과 전략의 묘미도 그 어떤 것도 없이 그저 지리멸렬한 이야기만 흐를 뿐입니다(이건 이리스 제국 쪽도 마찬가지). 그러다 총사령관인 왕자의 명령으로 잠입 조사에 나가게 되는데, 결국 종합해 보면 여주를 이리스 제국에 잠입 시키기 위한 명분을 얻기 위해 전쟁 장면이 필요했다는 것만 알 수 있고, 이것을 위해 그토록 많은 분량을 할애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작가도 어느 정도 인식은 했는지 중간에 학원 친구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부여하지만 이것도 지리멸렬하다 못해 비밀 임무 중인 여주를 모른 척 좀 해주지 아는 척까지 해서 발암끼를 유발하는 친구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겨우 이리스 제국에 잠입하고서야 그동안 일어났던 일련의 일들의 배후에 흑막이 있다는 걸 본격적으로 자각하고 그 배후를 쫓기 시작합니다. 이건 또 갑작스럽죠. 그동안 남일처럼 행동해놓고 약간의 단서를 얻은 결과 단숨에 흑막이 있는 장소를 유추하고 쳐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도망간 언니와 재회하는데 도망갈 때 뭔가 대단한 일을 할 거 같이 해놓고 급하게 리타이어 시키는 경우는 또 뭔가 싶군요. 그리고 흑막이 있는 장소에 도착한 여주에게 그동안 일련의 일들과 현상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가에 대해 전해지는데, 작가에게 또 묻고 싶어집니다. 이것 때문에 그렇게 기믹을 난발했습니까? 이 작품 최대 스포일러라서 언급은 힘듭니다만, 뭐 사실 이렇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했었긴 합니다, 그런데 막상 맞아떨어지니 이렇게 허망할 수가...라는 감정을 대체 누구에게 보상받으면 될까요. 다 떠나서 결과가 뻔하면 중간 과정이라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들을 보여주던가요. 필자 주관적이지만 그런 거 없어요.

맺으며: 차라리 황당하더라도 "전생 왕녀와 천재 영애의 마법 혁명"을 하차하지 말걸 그랬군요. 이 작품(왕녀 전하)이 더 황당할 줄이야. 기믹이라는 기믹은 다 뿌려대면서 기대하게 하더니 막상 받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일례로 이번 이리스 제국과의 전쟁에서 여주가 속한 군대에 스파이가 있었는데 이것도 무슨 복선에 흑막이 있을 거 같이 하더니 어디서 굴러먹던 말 뼈다귀인지 모를 캐릭터를 데려와 이놈이 스파이입니다. 하니 황당하죠. 그리고 남주이자 조만간 여주 남친이 될 '지크' 신상에 관련된 복선은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지크와의 관계는 1천 년 전 여주 남편의 환생이 아닐까, 그러해서 여주와 무슨 관계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복선을 넣어놓고 아직 손도 못 잡고 있죠. 둘 다 눈이 오드아이라는 점에서 무슨 실험의 산물인가 하는 복선도 나왔었는데 이건 이젠 언급조차 없고, 잊어버린 건가요? 이건 뭐 수단을 위해 목적이 없어져 버린 케이스가 아닌가 싶더군요. 대체 왕녀는 언제쯤 돼야 화가 나는 걸까요. 그동안 지리멸렬해도 참아왔는데 이번 7권을 계기로 못 참게 되어 하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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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11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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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대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소년은 여행을 떠난다. 동료들을 만나 모험을 한다. 소년은 마물에게 다리를 물어 뜯긴다. 소년은 꿈을 접고 할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온다. 동료들은 불의의 사고를 접하고 저마다 아픔을 간직한 채 뿔뿔이 흩어진다. 소년은 어느 날 숲에서 갓난 아이를 줍는다. 갓난 아이는 여자애다. 여자애는 소년의 딸이 되었다. 천진난만한 딸은 상냥한 아버지의 그림자를 보며 성장한다. 딸은 성장하여 아버지와 그의 동료들이 못다 한 모험가의 길을 걷는다. 소년이 주운 딸을 낳은 건 엘프다. 엘프는 소년의 옛 동료다. 소년은 늘그막에 엘프를 다시 만난다. 엘프는 소년이 주운 딸은 자신이 낳은 딸이라는 걸 전한다. 엘프가 낳은 딸은 소년의 딸이 되었다."

"딸은 위기에 빠진 엄마를 구한다. 엄마는 부조리한 실험의 피해자다. 엘프는 소년과 해어지고 홀로 흑막과 싸워왔다. 딸은 엄마에게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듣는다. 자신의 진짜 정체에 대해. 그리고 엄마가 싸워왔던 흑막에 의해 충격적인 진실을 접하게 된다. 너무나 좋아하는 아버지가 모험가의 길을 접어야만 했던 진실. 소년이 숲에서 주운 갓난 아이는 소년의 다리를 물어뜯은 마물이다. 마물은 여자애다. 마물은 소년의 딸이 되었다. 딸은 아버지의 다리를 물어 뜯은 마물이다. 그로 인해 소년은 미래를 잃어버렸다. 그의 동료들도 미래를 잃어 버렸다. 엄마는 마물을 잉태해야만 했던 부조리한 실험의 피해자다."

이 작품은 묻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빼앗은 존재를 용서할 수 있느냐고. 소년은 다리를 잃지 않았다면 동료들과 근사하고 성공한 미래를 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미래를 빼앗은 존재가 다름 아닌 자신이 인생을 받쳐 키워냈던 딸이라고 밝혀졌을 때. 그러나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가족의 유대는 그렇게 약하지 않다고. 딸에 의해 동료들과 해어져야만 했고, 그 동료들은 아픔을 간직한 채 떠돌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응어리진 마음을 풀기 위해 동료들과 다시 만나게 해준 건 다름 아닌 딸이었고, 엘프(엄마)를 구해준 것도 다름 아닌 딸이었죠. 딸에 의해 인연이 부서졌지만, 그 인연을 다시 엮여준 것도 딸이었습니다. 즉, 여기서 흥미 포인트는 아버지가 다리를 잃어버린 건 사소한 것이고 중요한 건 만남이 있는 인연이라는 걸 역설한다는 것이군요. 결국 잃은 건 하나도 없고 소중한 딸을 얻은 인생이 더 값진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쨌거나 아저씨의 딸이자 여주인공 '안젤린'의 정체를 본의 아니게 밝히긴 했지만 어째서 인간의 모습으로 있는가는 본 작품을 읽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결국 예전에 필자가 리뷰에서 언급했던 정체의 일부가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 있겠군요. 이 점이 참 흥미로운데요. 가족의 유대에 있어서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역설한다는 것이군요. 마왕이면 어떻고, 마물이면 어떻고, 중요한 건 마음이라는 것에서 따뜻함이 묻어났습니다. 흑막에 의해 여주 '안젤린'의 정체가 드러나고, 그 정체에서 아저씨는 자신과 동료들의 미래가 빼앗겼다는 걸 알게 되죠. 엘프(엄마)도 고생을 이만저만한 게 아니고요. 결국 그로 인해 상황은 파탄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에도 아저씨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딸을 구하고자 하죠.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비록 딸(안젤린)의 출생이 어떻든 우리가 살아온 인생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이 아닐까 했습니다. 그리고 보다듬어 주는 포용력, 그로 인해 나아가는 미래가 있다는 것.

맺으며: 뭔가 흑막에 의한 실험으로 재앙 같은 일이 벌어질까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이 작품은 가족애(愛)를 다루고 있는지라 흑막이 뿌려댔던 복선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추리물에서 범인을 유추하며 일이 크게 부풀려지다가도 해답 편을 보면 별게 아닌 것처럼요. 이 작품도 그 옛날 신(神)들과 싸웠다는 솔로몬과 72명의 마왕 그리고 그 유산을 노리는 마법사들 같이 복선을 투하하며 설정이 부풀려지지만 상당한 분량을 가족애에 할당하고 있는지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은 별로 없습니다. 가족애 다음으로는 몽환적인 자연환경 등 시골에서의 삶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며 향수를 자극하는 장면들이 많은데요. 아저씨의 고향인 톨레라에서의 4계절과 겨울 귀부인 등 주변 사물에 대한 표현력이 제법 좋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축제를 열고, 매 끼니 때마다 식사를 치라고 장을 보는 등 소소한 인생을 즐기는 이야기를 보여주죠.

마지막으로 11권까지 다 읽고 나면 도서 제목으로 왜 "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인지를 알게 되더군요. 결국은 아버지와 그의 동료들이 못다 한 모험을 딸이 그들의 미래를 이어받아 모험가가 되지 않았나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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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연금술사의 점포경영 4 - S Novel
이츠키 미즈호 지음, 후미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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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3권에서 아이리스와 케이트의 집안 사정을 해결한 여주 '사라사'는 이 둘에게 빚을 더욱 떠안겨 주게 되었습니다. 1권에서 여주 '사라사'는 채집자(모험가)로서 숲에 들어갔다 마물의 습격으로 크게 다친 아이리스(케이트였나)를 치료해 준 계기로 둘과 인연을 맺었지만 세상엔 공짜는 없다고 하잖아요. 치료할 때 들어간 포션은 아주 비쌌기에 값은 받아야겠습니다.라고 하는 여주인공. 보통 여느 판타지 등을 보면 치료해 주기만 했지 대가를 바란 적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여주는 참 특이하다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막 퍼주다 보면 호의가 권리가 되니까 브레이크 시스템은 있어야 되는 게 맞기도 합니다. 설령 그것으로 인해 독자들에게 악평을 듣더라도요. 물론 빚쟁이는 빚을 다 갚을 때까지 도망은 못 가며, 도망가다 잡히면 노예로 전락한다나요. 아기자기한 파스텔톤 같으면서도 은근히 시리어스 한 면이 있죠. 문제는 둘의 빚이 줄기는커녕 자꾸만 늘어난다는 것이군요.

이번 4권은 재난&조난 이야기입니다. 누가? 아이리스와 케이트가요. 메인 주인공(여주 사라사)은 서브로 돌려지고, 서브 캐릭터였던 아이리스와 케이트가 메인이 되어 샐러맨더 서식지 조사하겠다는 연구자 호위에 나섰다 조난 당하여 한 달이나 땅굴에 갇혀 개고생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사실 아이리스와 케이트는 아기자기한 작품 분위기와 다르게 여유가 없었습니다. 포션 값은 다 갚지도 못했고, 집도 몰락할 뻔했고, 여주 사라사가 집에 보태라며 도와준답시고 샐러맨더(이 작품에서는 거의 최종 보스급)를 잡을 때 그녀(사라사)가 만들어준 각종 장비들 가격까지 합쳐지니 이건 뭐 노예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었거든요. 어째 갈수록 본말 전도되는 느낌이 상당하죠. 그래서 여유가 없었던 둘은 연구자가 내민 큰돈의 호위료에 넘어가 샐러맨더 서식지까지 간 것까진 좋은데, 이미 첫 번째에서 경험이 있으니 두 번째는 낙승이라 여겼겠죠. 연구자가 돌+아이 짓 하기 전까지는요.

이넘의 연구자가 샐러맨더 서식지 조사하러 간다 해놓고 샐러맨더는 왜 리젠 시키는 거지? 먼치킨에 가까운 여주 사라사가 죽도록 고생해서 겨우 토벌했는데요. 아이리스와 케이트는 이걸 믿고 호위를 받아들인 것인데 어째서 이 연구자 놈은 서식지 조사한다 해놓고 강제로 리젠 시키는 거냐는, 연구자 놈이 여주 사라사만큼 강해서 쓰러트리면 아무 문제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연구한답시고 어퍼컷 날려서 화만 돋울 뿐, 남은 건 줄행랑인데 그만 샐러맨더에 의해 동굴이 폭삭, 갇혀서 한 달을 조난 영화를 찍게 되어 버리죠. 현실에서 연구랍시고 불 붙인 폭죽을 말벌 집에 던져 폭파 시키고 눈 뒤집혀 날아오는 말벌들을 바라보며 희희낙락하는 사람을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가 이번 테마입니다. 그나마 미안한 감정이라도 있으면 다행이겠건만, 입만 열었다 하면 연구자니까 연구가 목적이니까 이 연구로 인해 사람들이 구원받을 수 있으니까 같은 궤변만 늘어놓는 소시오패스 같은 말만 해대니 더 졸도할 일.

자, 과연 아이리스와 케이트는 무사히 지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맺으며: 기어코 백합을 찍는군요. 3권에서 갈 때까지 간 거 같기도 한데 일단 전연령가라서 그런지 표현은 없었습니다만. 이번엔 한 발 더 나아가 아이리스&케이트 + 여주 사라사 이렇게 묶어서 결혼 이야기까지 나오는 뭔가 기둥서방 같은 이야기를 그린다고 할까요. 그야 아이리스와 케이트 집안은 귀족이지만 몰락할 뻔할 만큼 빈곤한 삶을 살고 있고, 여주 사라사는 나라에서 적극 육성 중인 '사'자 들어가는 직업에 가게(개인병원)도 개업한걸요. 물론 그동안 밥도 같이 먹으면서 정도 들었고, 정든 사람이 고생하는 걸 보기 좋지만은 않았기에 적자를 감수하고 지원하는 것에서 초반에 돈독 오른 것에 비해 많이 둥굴어졌다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그러니까 백합이 될 수밖에 없지라는 느낌이긴 합니다만. 그보다 가게를 열었으면 거기에 따른 이야기를 보여줘야 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 말이죠. 연금술로 물건을 만들고 팔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조금은 먼 산을 바라보며 여운에 잠긴다 같은 동화 같은 이야기는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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