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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양피지 6 - 늑대와 향신료의 새로운 이야기,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22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외전의 주인공인 콜에게 있어서 뮤리는 어쩐 존재인가? 콜 왈: 가족과 그러는 거 아닙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뮤리가 태어날 때부터 기저귀를 갈아주고 온갖 뒤치다꺼리를 다 해준 콜에게 있어서 뮤리는 친동생 그 이상은 아니었죠. 그래서 조숙하게도 신부가 되겠다느니 하며 콜을 쫓아다녔던 뮤리는 결국 빛을 보는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갈수록 경건한 신앙심으로 똘똘 뭉친 콜은 사람이 점점 고리타분해지더니 끝끝내 꼰대가 되어 이것도 하지 말라 저것도 하지 말라 여자애는 얌전히 등 참견만 하다가 언제까지고 이런 삶으로는 둘의 관계가 끝나지 않을 거 같다며 둘만의 기사단을 결성해서는 관계를 완전히 정립하고야 맙니다. 뮤리 입장에서도 부모의 전례에서 같이 있고 싶지만 같이 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신부 운운은 접어둔 채 사랑하는 오라버니를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에만 충실히 하려 하죠. 그래서 동경했다지만 기사가 되어 기뻐하는 뮤리의 언동에서 조금은 서글픈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호로'와 같은 또 다른 늑대의 화신이 있지 않을까 하는 두근거림을 보여줍니다. 교회로부터 전(前) 영주가 이단이라고 의심받는 영지가 왕국 최대의 보리 산지였고, 불과 얼마 전까지는 불모지였던 곳이 어느 날부터 보리의 산지로 올라섰다는 것에서 콜과 뮤리는 호로가 백수십 년을 보리에 매여 풍작에 관여했던 것처럼 하나의 가설을 세우게 되죠. 여명의 추기경으로 세간의 이목을 받는 콜은 보리의 산지로 가 그 지방을 다스렸던 전(前) 영주가 진짜 이단인지를 알아보는 임무를 부여받게 됩니다. 또한 그동안 꾸준하게 복선으로 나왔던 서쪽 대륙에 대한 이야기도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하는데요. 보리의 산지로 간 콜과 뮤리는 그곳을 다스렸던 전(前) 영주를 만나 또 다른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 대한 단서와 서쪽 대륙에 대한 이야기들 듣게 되죠. 그리고 조사를 진행하면서 인간의 무지와 전(前) 영주의 불행했던 과거가 드러나면서 이야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일단 중대한 스포일러라서 호로와 같은 늑대의 화신이 또 있나는 언급할 수 없지만, 결국은 전(前) 영주가 이단인지 아닌지를 밝혀야 되는 임무에서 왜 그런 소문이 돌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로 넘어간다 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꼬투리를 잡아 왕국에 반격을 가하려 하고, 왕국은 보리의 산지가 이단으로 찍히면 단숨에 형세가 역전될 수 있기에 콜과 뮤리의 임무는 대단히 막중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등장했던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대거 출연하여 이들(콜과 뮤리)에게 힘을 보태주는 등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롭게 흘러갑니다. 그 과정에서 쥐와 새들에게 명령하는 뮤리라든지, 독수리 화신과는 만났다 하면 으르렁거리기 바쁘기도 하고, 양의 화신과는 친하게 지내고, 새의 화신에게서는 그 옛날 로렌스가 그랬던 것처럼 인간(로렌스는 호로)과 살아가기 위해 조언을 들으려는 뮤리의 모습 등 인간이 아니면서 인간다운 모습은 잔잔한 여운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맺으며: 요즘 슬럼프라 리뷰가 엉망진창이군요. 게다가 본 작품은 리뷰하기 까다로워서 더더욱 어려움을 겪는다고 할까요. 전체적으로 보면 앞의 이야기들의 연장선이고 본 이야기는 요점만 간추려보면 별것 아니기에 포인트를 잡기가 많이 힘들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필자만 그럴 수 있지만요. 이번 이야기도 호로와 같은 늑대의 화신이 또 있을까 하는 두근거림을 선사하지만 막상 들춰보면 그거와는 별개로 평범한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이게 잘못되었거나 재미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필자는 본 작품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수작으로 보고 있기도 하니까요.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실력이 제법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전(前) 영주가 이단인 줄 알고 왔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어디에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에 콜과 뮤리는 그를 도와주며 사태를 매듭지어 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거기에는 이단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도 엮여 있고, 아직은 몽상으로 치부되는 서쪽 대륙에 대한 환상을 부풀림으로써 대립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빌미를 제공하여 사태를 꼬이게 만드는 등 사람들의 무지와 이기심을 제법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필자는 사실 그런 것보다 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대거 출연하여 아웅다웅하는 이야기들이 더 흥미로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