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녀 전하는 화가 나셨나 봅니다 7 - L Novel
야츠하시 코우 지음, 나기시로 미토 그림, 이진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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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몇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게 있습니다. 우선 여주 '레티시엘'은 1천 년 전 전쟁통에 사망하여 전생하였다는 것, 그리고 그녀를 쫓아 같이 전생을 해온 흑막이 있다는 것, 흑막은 여주를 미워하여 그녀 주변에 이상한 현상들을 일으키고 무언가 일어날 거 같은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여주가 사망하고 1천 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연대기같이 보여주며 마치 그 중심에 여주가 있고 그녀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역설하기도 하죠. 사실 이런 설정들을 기믹이라고도 하는데, 상품을 팔 때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전략을 짜듯, 이 작품도 여주의 환생 문제부터 해서 흑막과 관련된 복선을 투하하며 독자들의 이목을 끌려는 작가의 노력이 매우 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감에 부풀어 상품을 구매했더니 실망한 경우가 있듯이 이 작품도 이번 7권이라는 상품을 뜯어 안을 확인해 보니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단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대충 무작위로 열거해 보면요. 여주가 환생하고 집안이 매우 시끄러웠다는 것, 학원에 입학한 후 주변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일과 현상, 1천 년 전 친구였는지 사제지간이었는지 암튼 여주의 지인이 환생해와서 여주에게 적의를 드러냈다는 것, 그리고 동맹국이었던 이리스 제국은 왜 전쟁을 걸어왔을까. 이리스 제국의 왕이 암살 당하고, 여주가 속한 나라의 왕도 앓아누웠다 것, 정령왕들이 찾아와 경고를 했고, 십수 년 전 어떤 국지전에서 흰 로브를 입을 무리와 꼬맹이의 출연이 시사하는 것은, 여주의 부모와 여동생, 언니가 저질렀던 일들의 배후에 있었던 인물은? 학원에서 일어난 난동 사건은? 이런 일련의 사건 배후를 가리키는 건 단 하나였죠. 그렇담 그걸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야 되지 않을까요. 이전에도 남일처럼 이야기를 진행해왔지만 이번 7권을 읽으며 작가는 기믹이라는 단어의 뜻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복선과 흑막과의 연결고리로서 이리스 제국과의 전쟁 씬은 필요했다지만 필자는 작가에게 묻고 싶은 게 도서의 분량 중 거의 절반을 할애한 그 전쟁에서 여주는 무엇을 얻었느냐입니다. 그저 먼치킨이 되어 적병들을 쓸어버릴 뿐이죠. 여기엔 가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결사의 의지도(여주가 속한 나라가 열세), 전술과 전략의 묘미도 그 어떤 것도 없이 그저 지리멸렬한 이야기만 흐를 뿐입니다(이건 이리스 제국 쪽도 마찬가지). 그러다 총사령관인 왕자의 명령으로 잠입 조사에 나가게 되는데, 결국 종합해 보면 여주를 이리스 제국에 잠입 시키기 위한 명분을 얻기 위해 전쟁 장면이 필요했다는 것만 알 수 있고, 이것을 위해 그토록 많은 분량을 할애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작가도 어느 정도 인식은 했는지 중간에 학원 친구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부여하지만 이것도 지리멸렬하다 못해 비밀 임무 중인 여주를 모른 척 좀 해주지 아는 척까지 해서 발암끼를 유발하는 친구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겨우 이리스 제국에 잠입하고서야 그동안 일어났던 일련의 일들의 배후에 흑막이 있다는 걸 본격적으로 자각하고 그 배후를 쫓기 시작합니다. 이건 또 갑작스럽죠. 그동안 남일처럼 행동해놓고 약간의 단서를 얻은 결과 단숨에 흑막이 있는 장소를 유추하고 쳐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도망간 언니와 재회하는데 도망갈 때 뭔가 대단한 일을 할 거 같이 해놓고 급하게 리타이어 시키는 경우는 또 뭔가 싶군요. 그리고 흑막이 있는 장소에 도착한 여주에게 그동안 일련의 일들과 현상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가에 대해 전해지는데, 작가에게 또 묻고 싶어집니다. 이것 때문에 그렇게 기믹을 난발했습니까? 이 작품 최대 스포일러라서 언급은 힘듭니다만, 뭐 사실 이렇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했었긴 합니다, 그런데 막상 맞아떨어지니 이렇게 허망할 수가...라는 감정을 대체 누구에게 보상받으면 될까요. 다 떠나서 결과가 뻔하면 중간 과정이라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들을 보여주던가요. 필자 주관적이지만 그런 거 없어요.

맺으며: 차라리 황당하더라도 "전생 왕녀와 천재 영애의 마법 혁명"을 하차하지 말걸 그랬군요. 이 작품(왕녀 전하)이 더 황당할 줄이야. 기믹이라는 기믹은 다 뿌려대면서 기대하게 하더니 막상 받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일례로 이번 이리스 제국과의 전쟁에서 여주가 속한 군대에 스파이가 있었는데 이것도 무슨 복선에 흑막이 있을 거 같이 하더니 어디서 굴러먹던 말 뼈다귀인지 모를 캐릭터를 데려와 이놈이 스파이입니다. 하니 황당하죠. 그리고 남주이자 조만간 여주 남친이 될 '지크' 신상에 관련된 복선은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지크와의 관계는 1천 년 전 여주 남편의 환생이 아닐까, 그러해서 여주와 무슨 관계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복선을 넣어놓고 아직 손도 못 잡고 있죠. 둘 다 눈이 오드아이라는 점에서 무슨 실험의 산물인가 하는 복선도 나왔었는데 이건 이젠 언급조차 없고, 잊어버린 건가요? 이건 뭐 수단을 위해 목적이 없어져 버린 케이스가 아닌가 싶더군요. 대체 왕녀는 언제쯤 돼야 화가 나는 걸까요. 그동안 지리멸렬해도 참아왔는데 이번 7권을 계기로 못 참게 되어 하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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