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11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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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대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소년은 여행을 떠난다. 동료들을 만나 모험을 한다. 소년은 마물에게 다리를 물어 뜯긴다. 소년은 꿈을 접고 할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온다. 동료들은 불의의 사고를 접하고 저마다 아픔을 간직한 채 뿔뿔이 흩어진다. 소년은 어느 날 숲에서 갓난 아이를 줍는다. 갓난 아이는 여자애다. 여자애는 소년의 딸이 되었다. 천진난만한 딸은 상냥한 아버지의 그림자를 보며 성장한다. 딸은 성장하여 아버지와 그의 동료들이 못다 한 모험가의 길을 걷는다. 소년이 주운 딸을 낳은 건 엘프다. 엘프는 소년의 옛 동료다. 소년은 늘그막에 엘프를 다시 만난다. 엘프는 소년이 주운 딸은 자신이 낳은 딸이라는 걸 전한다. 엘프가 낳은 딸은 소년의 딸이 되었다."

"딸은 위기에 빠진 엄마를 구한다. 엄마는 부조리한 실험의 피해자다. 엘프는 소년과 해어지고 홀로 흑막과 싸워왔다. 딸은 엄마에게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듣는다. 자신의 진짜 정체에 대해. 그리고 엄마가 싸워왔던 흑막에 의해 충격적인 진실을 접하게 된다. 너무나 좋아하는 아버지가 모험가의 길을 접어야만 했던 진실. 소년이 숲에서 주운 갓난 아이는 소년의 다리를 물어뜯은 마물이다. 마물은 여자애다. 마물은 소년의 딸이 되었다. 딸은 아버지의 다리를 물어 뜯은 마물이다. 그로 인해 소년은 미래를 잃어버렸다. 그의 동료들도 미래를 잃어 버렸다. 엄마는 마물을 잉태해야만 했던 부조리한 실험의 피해자다."

이 작품은 묻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빼앗은 존재를 용서할 수 있느냐고. 소년은 다리를 잃지 않았다면 동료들과 근사하고 성공한 미래를 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미래를 빼앗은 존재가 다름 아닌 자신이 인생을 받쳐 키워냈던 딸이라고 밝혀졌을 때. 그러나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가족의 유대는 그렇게 약하지 않다고. 딸에 의해 동료들과 해어져야만 했고, 그 동료들은 아픔을 간직한 채 떠돌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응어리진 마음을 풀기 위해 동료들과 다시 만나게 해준 건 다름 아닌 딸이었고, 엘프(엄마)를 구해준 것도 다름 아닌 딸이었죠. 딸에 의해 인연이 부서졌지만, 그 인연을 다시 엮여준 것도 딸이었습니다. 즉, 여기서 흥미 포인트는 아버지가 다리를 잃어버린 건 사소한 것이고 중요한 건 만남이 있는 인연이라는 걸 역설한다는 것이군요. 결국 잃은 건 하나도 없고 소중한 딸을 얻은 인생이 더 값진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쨌거나 아저씨의 딸이자 여주인공 '안젤린'의 정체를 본의 아니게 밝히긴 했지만 어째서 인간의 모습으로 있는가는 본 작품을 읽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결국 예전에 필자가 리뷰에서 언급했던 정체의 일부가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 있겠군요. 이 점이 참 흥미로운데요. 가족의 유대에 있어서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역설한다는 것이군요. 마왕이면 어떻고, 마물이면 어떻고, 중요한 건 마음이라는 것에서 따뜻함이 묻어났습니다. 흑막에 의해 여주 '안젤린'의 정체가 드러나고, 그 정체에서 아저씨는 자신과 동료들의 미래가 빼앗겼다는 걸 알게 되죠. 엘프(엄마)도 고생을 이만저만한 게 아니고요. 결국 그로 인해 상황은 파탄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에도 아저씨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딸을 구하고자 하죠.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비록 딸(안젤린)의 출생이 어떻든 우리가 살아온 인생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이 아닐까 했습니다. 그리고 보다듬어 주는 포용력, 그로 인해 나아가는 미래가 있다는 것.

맺으며: 뭔가 흑막에 의한 실험으로 재앙 같은 일이 벌어질까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이 작품은 가족애(愛)를 다루고 있는지라 흑막이 뿌려댔던 복선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추리물에서 범인을 유추하며 일이 크게 부풀려지다가도 해답 편을 보면 별게 아닌 것처럼요. 이 작품도 그 옛날 신(神)들과 싸웠다는 솔로몬과 72명의 마왕 그리고 그 유산을 노리는 마법사들 같이 복선을 투하하며 설정이 부풀려지지만 상당한 분량을 가족애에 할당하고 있는지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은 별로 없습니다. 가족애 다음으로는 몽환적인 자연환경 등 시골에서의 삶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며 향수를 자극하는 장면들이 많은데요. 아저씨의 고향인 톨레라에서의 4계절과 겨울 귀부인 등 주변 사물에 대한 표현력이 제법 좋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축제를 열고, 매 끼니 때마다 식사를 치라고 장을 보는 등 소소한 인생을 즐기는 이야기를 보여주죠.

마지막으로 11권까지 다 읽고 나면 도서 제목으로 왜 "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인지를 알게 되더군요. 결국은 아버지와 그의 동료들이 못다 한 모험을 딸이 그들의 미래를 이어받아 모험가가 되지 않았나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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