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피자 가게를 열었습니다. 푸딩도 팔고, 빵도 팔고, 햄버그도 팔고. 고아원 애들 대려다 노동도 시키고. 이세계에는 근로기준법은 없는 건가? 이세계물 공통점이 10살쯤 되면 자기 살길 찾아야 한다고 하니까 상관없나? 그런데 가게를 오픈했지만 여주가 하는 일은 없습니다. 자금과 기틀(장소 등)을 만들기만 하고 남에게 다 떠넘겨 버리죠. 이런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불량배들이 보호비 명목으로 돈 뜯으러 올까 내심 기대를 했는데 사전에 귀족 등 뒷배를 단단히 잡아 버리는 바람에 클리셰 에피소드는 물 건너 가버립니다. 그래서 좀 재미가 없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인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해주었군요. 왕하고도 친구 먹고 있습니다. 부럽죠. 뭐 불량배들이 와도 여주가 내지르는 곰 펀치 한방이면 다 정리가 될 테지만요. 그러고 보면 본 작품의 작가는 모험을 좀 무서워하는 듯했습니다. 외모 13살짜리 여자애가 가게를 오픈하고, 오픈에 들어갔을 자금 등을 생각하면 내가 뒷배가 되어 주겠다며 온갖 시정잡배들이 몰려올 만도 할 텐데. 이러면 또 클리셰라고 깠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소문이 퍼지면서 가게는 번창합니다.
그러다 바다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이세계에도 바다가 있고, 해산물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통망이 발달하지 않아 여주가 있는 곳까진 도달하지 않습니다. 마법으로 어떻게 안 되나? 여주는 바다를 보러 산맥을 넘는데, 여기서도 뭐 작가는 모험을 하지 않습니다. 여주에겐 온갖 치트가 있거든요. 작가 사전에 역경이라는 단어는 없나 봅니다. 그러다 산꼭대기에서 얼어 죽기 직전인 어느 부부를 발견해서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여주가 가려는 바닷가 마을에 크라켄과 도적의 출몰로 큰 위기를 맞았다고 합니다. 이거 또 여주가 나설 차례죠. 하지만 여주는 유명해지는 게 싫다는 마인드입니다. 이미 곰 옷이라는 패션 아이템으로 곰 옷 = 여주라는 대명사가 생겨났음에도 유명해지기 싫다며 소문 내지 말라고 하죠. 마을 근처 마물을 싹쓸이하고, 울프 1만 마리 도살하고, 시비 걸어오는 모험가들을 묵사발 내버리는 등 수문이 날대로 다 났음에도 비밀로 해달라는 것에서 얘 혹시 즐기고 있나? 싶습니다. 아무튼 바닷가 마을에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합니다. 크라켄 때문에 바다에 나가질 못하고, 육로는 도적이 있어서 마을은 고사 위기에 빠졌습니다.
맺으며: 이번에도 정형적인 권선징악형 에피스도입니다. 악당은 반드시 곰 펀치를 맞죠. 바닷가 마을에 도착해 보니 악당이 있었습니다. 코난 같이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나는 패턴이죠. 그렇게 사건을 해결하고 사람들에게서 감사의 인사를 받습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 작품의 흥미로운 점이 여주를 신격화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포션빨로 연명 합니다라는 작품에서 여주 카오루는 뭘 해도 사람들이 신격화해서 우상으로 떠받드는데, 이 작품에서는 쪼그마한 애가 뭔가를 한다니까 미심쩍어 하거나 믿어주질 않는 게 일이죠. 그러다 여주가 해내면 우와~하는 원패턴식입니다. 이게 싫다 나쁘다 말하기도 애매한 게 머리 아픈 복선도 없고, 조마조마한 상황도 없으니 가볍게 읽기에 딱 좋다는 것이죠. 반대로 말하면 그것뿐인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일러스트는 귀엽게 나오고 있어서 이것만으로도 가치는 있습니다. 아무튼 유명해지기 싫다면서 눈에 띄는 일은 다 하는 언행 불일치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걸 작가는 아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