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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 여신의 화신 7 ㅣ 책벌레의 하극상 28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정규 옮김 / 길찾기 / 2025년 4월
평점 :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지킬 사람들이 있어서 권력이 필요했다. 평민 가족을 지키고, 가족과 헤어진 직후부터 혼자 지내는 여주를 보살펴준 '페르디난드'를 지키기 위해 영주의 양녀를 넘어 왕의 양녀가 되기로 한 로제마인의 이야기입니다. 이지만, 아직까지 사랑의 세레나데 같은 애틋한 감정은 없습니다. 여주 머리에는 온통 책만 들어찼고 연애 감정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그 소중한 사람 카테고리에 평민 가족이 있고, 페르디난드가 있고, 신전의 고아들이 있고, 측근들이 있고, 의붓동생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주는 자신이 설정한 소중함이라는 울타리를 침범하는 자를 절대 용서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약혼자였던 빌프리트는 낙동강 오리알 된지 오래되었죠. 페르디난드와 바람피운다고 오해한 게 결정적이었을 겁니다 아마? 근데 그 아마가 이번 5부 7권에서 현실이 되어버리죠. 물론 바람피운 게 사실이라는 소리는 아니고요. 사실 신전에 막 맡겨져 내편 하나 없이 마력 셔틀로 이용당할 뻔했을 때, 신식(마력 폭주)으로 죽을 운명이었던 걸 치료해 주고, 귀족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 등 여러 가지로 보살펴 주고, 그러다 쓰리 사이즈와 전생의 기억까지 공유하게 되면서 페르디난드는 여주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이 되었죠. 본인들은 자각 못하고 있지만요.
자, 그 '페르디난드'가 위기에 빠졌습니다. 적지나 마찬가지인 아렌스바흐를 내부에서 무너트리려 했는데 견제를 당하는 바람에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뭐 스파이를 견제하는 건 당연한데, 문제는 부인이 될(페르디난드는 데릴사위) 디트린데가 다른 나라 왕자와 바람이 나버렸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영지 경영은 개판이 되어 버렸고, 망하게 하려고 침투한 스파이였던 페르디난드가 되레 어떻게 해보려 해도 이건 뭐 답이 없어요. 나아가 디트린데는 차기 첸트(왕) 후보가 되었다며 왕족들을 무시하고, 사람들을 상대로 온갖 빌런 짓을 다 해대는 게 보는 이로 하여금 아주 즐겁게 해주죠. 그 왜 있잖아요. 이 빌런이 어떤 최후를 맞이할까 두근 거림 같은 거요. 그 엄마인 게오르기네는 에렌페스트에 앙갚음(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지면상 설명 생략) 해주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중이고, 그래서 에렌페스트는 큰 위기에 빠져가죠. 가지만, 이건 8권 리뷰에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고요. 지금은 그 페르디난드를 구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의 약혼녀였던 디트린데와 그녀의 어머니 게오르기네가 드디어 미쳐버렸거든요.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고, 자기들 마음대로 살아가는 빌런 오브 빌런인 이 모녀가 자기들의 목적(일단은 스포일러라서)을 위해 페르디난드 목숨도 하찮게 여기면서 여주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려버리죠.
리뷰 순서가 바뀌었는데, 여주 로제마인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해 보자면요. 왕의 왕녀로 결정되어 버렸습니다. 뭐 자업자득식 여러 가지 일이 있었죠. 여주 딴에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권력이 필요해서 왕의 왕녀가 되는 걸 마다하진 않았지만(사실 중앙 도서관에 더 흑심) 권력을 손에 넣자 아이러니하게도 소중한 사람들과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사는 곳과 멀리 떨어진 중앙(왕궁이 있는 곳)에 가게 되었거든요. 태풍의 고요함 속에서 치러진 평민 가족과의 마지막 대면은 가슴을 찡하게 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작가는 선물을 주고자 했는지 신(神)과 대면하게 해주었고, 그녀의 신체에 변화가 찾아오죠. 남자가 되는 건 아니고요. 귀여움을 탈피하고 미인이 되어 버렸죠. 이제 이 작품은 팥 없는 찐빵이 되어 버렸습니다. 권력을 손에 넣고, 신체에 변화가 찾아오면서 더욱 막강(?)해진 그녀는 페르디난드를 구하기 위해 총력전에 돌입합니다. 그걸 지켜보는 빌프리트(옛 약혼자)는 씁쓸(약간 각색). 해석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국 바람피운 게 어느 정도 맞아 버렸거든요. 게오르기네의 습격에 대비해서 에렌페스트는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는 반면에 여주는 공격이라는 아주 대담한 결단을 내립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아직 모르지만, 소중한 걸 지키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은 진짜입니다.
맺으며: 이번 5부 7권을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태풍이 오기 전의 고요함이라 하겠습니다. 왕족을 가스라이팅 해서 페르디난드를 에렌페스트에서 떼어 놓았고, 사모하던 외삼촌을 골로 보낸 에렌페스트에 복수하기 위해 그동안 물밑 작업을 해왔던 게오르기네(양아버지 누나니까 여주에겐 고모쯤 됨)가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그리고 페르디난드는 옆 나라 왕자와 바람난 와이프(디트린데)에 의해 독살이라는 최대의 위기에 빠지고요. 페르디난드는 여주에게 있어서 아주 소중한 사람이죠. 아, 이제 큰일 났다라는 느낌이 딱 이런 건가 하는 이야기가 제법 소름 돋았군요. 여주가 눈 돌아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하지 않으세요?라고 작가는 묻습니다. 그리고 8권을 기대하랍니다. 진도를 좀 빨리 뺀다 싶었는데 딱 여기서 끊네?라는 느낌이 장난 아닙니다. 작가가 장사할 줄 안다고 할까요. 이거 궁금해서라도 당장 8권을 구매하고 싶잖아요. 근데 필자는 e북만 구입한단 말이죠? 8권 종이책은 발매 중인데 e북은 몇 달을 기다려야 할까. 아무튼 귀여움을 벗어던지고 어른이 된 여주의 일러스트도 괜찮았습니다. 이건 페르디난드와 맺어지게 하기 위한 개연성이겠죠. 그걸 위해 이번 7권에서도 그와 연결된 이야기(19금적인 이야기도 있고)를 잔뜩 주입 해놓기도 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