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 예술
김점선 지음, 그림 / 마음산책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책 뒤편에 쓰인 서평에서 소설가 박완서는 화가 김점선을 가리켜 이렇게 말한다. ‘아무도 그 여자를 길들이지 못한다’고. 오십견으로 붓을 들지 못하게 된 50대의 노화가 김점선은 이제 아들이 가르쳐준 컴퓨터로 그림을 그린다.
화가를 예술가가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육체 노동자로 여기는 그녀는 언어 대신 시각만으로 사고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며 그림을 그리면서도 끊임없이 더 많이 그리고 싶어할 만큼 만족할 줄 모른다. 또 자신의 그림을 놓고 ‘말같은 것으로 표현하겠다고 덤비지 말라’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이 책은 용감무쌍하고 한없이 자유롭게 일생을 살아온 김점선이 요즘 컴퓨터로 그리기 시작한 10cm짜리 작은 그림들에 자전적 얘기를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친구는 무조건 신뢰하여 친구가 유부남 애인의 부인을 죽이러 가자고 해도 따라나서고 진정한 예술가가 되려면 가난한 사람과 결혼하라는 은사의 말을 듣고 한달만에 가난뱅이와 결혼하기도 했던 이 거침없는 여인이 짧게 끊어 말하는 얘기에는 도발적인 힘과 치열한 삶의 흔적이 담겨있다. 어느 장을 넘기더라도 순간순간 김점선이라는 사람의 카리스마가 흘러나온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더러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을 정도로 자신의 내면에 충실하게 살아온 이 화가의 삶이 극단적이라고 느껴질 지라도 그가 던지는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작가는 이 얄팍하고 짧은 에세이집 전체에 걸쳐 힘차고 굵직한 목소리로 이렇게 묻고 있는 것만 같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그것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쏟아붓고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