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런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공자는 제나라에 갔다가 고대 순(舜)임금이 제작했다는 소(韶)라는 곡(曲)을 듣고 감탄해서 외쳤어요. 자신이 생각했던 그 이상이었기에 절로 나온 감탄이었지요. 공자는 고기를 먹어도 고기 맛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소에 심취했어요.

 

 공자가 감탄했던 소를 오늘 날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실제 듣게 된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따분해서 하품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언젠가 아악(雅樂)을 들은 적이 있는데 곡조가 너무 느려  절로 하품이 나오며 눈꺼풀이 무거워지더군요. 모르긴 해도 순임금이 제작했다는 소도 필시 아악류의 점잖은 음악일테니, '하품 운운'이 무리한 추측은 아닐듯 싶어요.

 

 그런데 점잖은 음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건 고대인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맹자>에 이런 고대인에 관한 일화가 나와요. 맹자가 양나라 혜왕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칭찬하자, 양혜왕이 낯빛을 붉히면서 이렇게 말해요: "저는 선왕(先王)의 음악 - 소같은 류의 - 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올시다. 세속의 음악을 좋아할 뿐입니다." 양혜왕이 즐겼던 세속의 음악이란 오늘 날 우리가 즐기는 대중가요 같은 걸 거예요. 한 나라의 왕이 이러니 일반인들이야 더하지 않았겠어요? 점잖은 음악을 듣고 감탄하며 고기 맛을 잊었던 공자는 특별한 사람이에요.

 

사진은 소무원(韶舞園)'이라고 읽어요. '소무'는 위에서 말한 '소'를 가리켜요. 보통 노래는 춤과 동반되기에 춤추다란의 의미의 '무'를 추가해서 부르죠. '원'은 동산이란 뜻이구요. 소무원의 일차적인 의미는 '순임금의 음악 소무를 즐기는 동산'이란 의미이고, 이차적인 의미는 '고상한 음악을 즐기는 곳' 혹은 '풍류 동산'정도가 될 듯 싶어요. 이름이 특별해서 인터넷으로 관련 자료를 찾아 보니 이곳 주인되는 분이 전직 성악가였다고 나오더군요. 서양 음악을 하신 분이지만 동양 음악에도 조예가 있으신 듯 싶어요. 어찌됐든 주인에게 어울리는 동산 이름이에요. 해미에서 예산 가는 길에 찍었어요.

 

오늘 날 음악은 개인 취향으로 치부되지만 과거에는 치국(治國)과 관계된 중요한 문화로 취급되었지요. 왕조가 바뀌면 음악을 정비하곤 했던 것이 그런 이유죠. 공자만 해도 자신이 정치를 한다면 정성(鄭聲, 정나라의 음악. 음란한 음악의 대명사)을 추방하겠다고 했는데, 음악을 치국과 밀접하게 인식했기에 나온 발언이죠. 우리도 70년대 '건전 가요'운운하며 대중가요를 단속한 적이 있는데, 일면 이런 전통과 맥이 닿아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음악을 개인 취향으로 치부하든 치국의 도구로 생각하든 명심할 점이 있어요. 그 명심할 점을 맹자는 이렇게 말했어요: "타인과 함께 즐겨라!" 이것을 명심한다면 개인 취향이 갖게 될 문제점인 자폐성이나 치국의 도구가 갖게 될 문제점인 강제성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 같아요.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音(소리 음)과 召(紹의 약자, 이을 소)의 합자예요. 순임금이 제작한 음악이란 의미예요. 音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召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순임금의 음악은 전대(前代) 요임금의 맥을 이은 음악이란 의미로요. 순임금음악 소. 의미를 확대하여 '풍류'라는 뜻으로도 사용해요. 풍류 소. 韶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韶代(소대, 태평한 세대), 韶警(소경, 총명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舛(어그러질 천)과 無(없을 무)의 합자예요. 춤춘다는 뜻이에요. 발을 전후좌우로 옮긴다는 의미의 舛으로 춤춘다는 뜻을 표현했어요. 無는 음을 담당해요. 舞를 상형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양 손에 깃털 장식물을 들고 춤추는 모습을 그린 거라고 봐요. 춤출 무. 舞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舞踊(무용), 舞臺(무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口(에워쌀 위)와 袁(옷길 원)의 합자예요. 과수원이란 의미예요. 口로 뜻을 표현했어요. 과수원은 타 구역과 구분 짓기 위해 울타리를 쳐 에워싼다는 의미로요. 袁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과수원의 울타리는 대개 길다는 의미로요. 일반적으로 '동산'이란 의미로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동산 원. 園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庭園(정원), 果樹園(과수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韶 순임금음악(풍류) 소   舞 춤출 무   園 동산 원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臺   (   )代   果樹(   )

 

3. 좋아하는 음악이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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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08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ㅡ 글 창에 사진의 위부분만 보이곤하잖아요 . 글을 클릭하면 완전창이 뜨고요 . 윗부분만 보곤 먹구름이 잔뜩이네 하며 원글을 보니 웬걸 나무였네요.^^
재미진 이야기 잘 듣고 갑니다~^^

찔레꽃 2017-02-08 13:56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 지난 번 그장소님의 ‘선배와의 조우‘ 이야기는 단편소설처럼 읽었습니다. 역시 필력이... 그나저나 그 글에서 크게 아프셨던 일이 있었던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늘 건강 유의하셔요~

[그장소] 2017-02-08 18:41   좋아요 0 | URL
아 ㅡ 고맙습니다.^^ 그 덕에 집순이 다된걸요. ㅎㅎ 찔레꽃님도 건강 조심하시고요!
 

 

"여보, 여기 당신 좋아하는 거!"

 

지난 토요일 오후 광화문 광장. 촛불 집회 참석 전 여러 설치물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앞서 걷던 아내가 소리쳤어요. 오뉴월 소불알처럼 대답했지요: "내가 좋아하는 거?" 그러자 아내가 번갯불에 콩볶듯 말했어요: "와 봐!"

 

사진은 광화문 광장 바닥에 설치한 대자보(?)예요. 한자가 씌어 있는 것을 보고 아내가 반색을 했던 거예요. 방민구심방해(防民口甚防海). 백성들의 입을 막는 것은 바다를 막는 것 보다 어렵다. 원문은 "방민지구 심우방천(防民之口 甚于防川, 백성들의 입을 막는 것은 냇물을 둑으로 막는 것보다 어렵다)"인데, 전달 의미 - 민의를 수용하라 - 를 강조하기 위해 천(川)을 해(海)로 바꾸고 조사 '지(之)'도 빼면서 압축해 표현했어요.

 

주(周)나라 여왕(厲王)은 국정을 비방하는 자가 있으면 적발하여 가차없이 죽였어요. 백성들은 공포에 떨며 입을 닫았죠. 여왕은 중신 소공(邵公)에게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어떻소? 내 정치하는 솜씨가. 나를 비방하는 자가 한 사람도 없지 않소. 소공은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둑으로 시내를 막는 것 보다 더 어렵습니다. 흐르는 시내를 억지로 막으면 언젠가는 둑이 무너지고 이로 인해 많은 인명이 희생될 것입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백성을 다스리는 이는 백성들이 마음놓고 말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방민지구 심우방천"의 유래예요. 주 여왕은 어떻게 됐을까요? 소공의 우려대로 분노한 백성들에게 쫓겨 수도를 떠나야 했어요. 이후 주나라에서는 왕의 자리가 비어 14년동안 신하들이 협의하여 국정을 운영하는 '공화정(共和政)'이 이뤄져요. 주나라 역사상 초유의 사태였죠.

 

최근 박 대통령이 구차한 자기 변명을 하고 있죠. 게다가 수구 매체들과 친박 단체들이 왜곡 보도를 해가며 대통령의 구차한 변명에 힘을 실어주고 있구요. 이런 일들은 정론(正論)을 입막음하려는 행위라고 할 거예요. 저 여왕의 행위와 다를 바 없는 행위이죠. 정론의 둑이 터지는 날 - 탄핵 결정과 사법 처리 - 저 구차한 변명과 왜곡 보도는 만인의 지탄을 받으며 가뭇없이 사라질 거예요.

 

防과 甚 두 자만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阝(언덕 부)와 方(모 방)의 합자예요. 둑이란 의미예요. 둑은 언덕처럼 높기에  阝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方은 음을 나타내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方은 본래 두 대의 배가 나란히 있는 모양을 나타낸 것 이에요. 이같이 둑은 수면과 대등한 높이로 쌓아 올린다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해 주고 있어요. '막다'라는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둑 방. 막을 방. 防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堤防(제방), 防禦(방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甘(달 감)과 匹(짝 필)의 합자예요. 자신의 배우자를 좋아한다란 의미예요. 지금은 '심하다'란 의미로 사용해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배우자를 매우 좋아한다는 의미로요. 심할 심. 甚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甚大(심대), 甚深(심심, 매우 깊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防 막을 방   甚 심할 심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大   (   )禦

 

3. 다음을 읽고 뜻을 풀이해 보시오.

 

   防民口甚防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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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08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대통령 행세한 사람에게 ‘여왕’, ‘공주’라는 수식어까지 붙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무능력하고 독단적인 사람입니다.

찔레꽃 2017-02-08 13:33   좋아요 0 | URL
ㅋㅋ Cyrus님, 윗 글의 여왕은 女王이 아니고 厲王입니다. ^ ^

cyrus 2017-02-08 17:3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알고 있습니다. 여전히 그녀를 여왕처럼 떠받들고 보호하려는 사람들이 한심해서 한 말입니다. ^^;;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세요?"

 

"남자는 그저 처자식 안굶기고 밤일만 잘하면…."

 

윤봉길 의사의 부인 배용순(裵用順) 여사의 묘소 안내판을 보면서 불경스럽게(?) 영화 "수상한 그녀"의 대사 한 대목이 떠올랐어요. 노년의 오말순(나문희 분)은 청춘을 돌려주는 사진관에서 젊은 오두리(심은경 분)로 변한 뒤 뜻하지 않은 여러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젊은 PD 한승우(이진욱 분)와의 연애죠. 한승우는 젊은 외모에 비해 성숙한 말과 행동을 하는 오두리에게서 모성애를 느끼죠. 그러던 어느 날  오두리에게 본격적으로 구애하기 위해 위 물음을 던졌다가 너무도 뜻밖의 대답을 듣고 순간 공황 상태에 빠지죠. 그러다 이내 폭소를 터뜨리죠. 걸쭉한 농담으로 받아들인 거죠. 그러나 오두리의 대답은 농담이 아닌 그녀의 삶에서 체득한 진실한 대답이었어요.

 

배용순, 16살에 1살 어린 신랑 윤봉길에게 시집 와(1922년) 7년간 같이 살면서 2남 1녀를 두었고 10년 뒤인 26살에 남편을 잃었으며(1932년) 시부모와 많은 시동생을 거느린 맏며느리로 살다 82세로(1988년) 생을 마감한 여인. 이 여인에게 남자/남편이란 어떤 존재일까를 생각할 때, 저 오두리의 대답이 가장 적확한 답이 아닐까 싶더군요.

 

그래서 그랬을까요? 배용순 여사는 자신을 의사(義士)의 아내로 여기는 주변의 시선에 부담을 느꼈어요.

 

"덕산면 우리 집에는 봄과 가을이면 소풍 온 학생들이 마당 가득히 들어서서 '윤 봉길 의사'를 기렸다. 나는 학생들이 들이닥칠 때마다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내가 내 남편의 '장엄한 죽음'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며, 자랑으로 여길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남편의 동상이 효창 공원에 세워질 때에도 그 자리에 나가기를 꺼려했고 그 밖에도 남편과 관계된 자리에는 되도록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한 불행한 아낙네의 삶에 씌어지는 가당찮은 비단옷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털어놓고 하는 말, 뿌리깊은 나무: 1978, 191쪽)

 

조국을 위해 산화한 한 의사의 아내가 한 말이라기엔 너무도 초라해 보이는 말이에요. 그러나 이건 가감없는 진솔한 고백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녀가 원한 것은 저 오두리가 말한 그런 남편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지 지사의 아내라는 화려한 호칭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녀에게 지사의 아내라는 화려한 호칭은 남편잃은 자신에게 가해진 또 하나의 고초였던 셈이죠.

 

그러나 저는 그녀의 이런 고백이 되려 의사의 아내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거짓으로 남의 기대에 부응하기 보다는 진솔하게 자기 마음을 표현했기 때문이죠. 경우가 약간 다를 수 있지만 한 친일파의 후손이 내뱉은 다음 궤변과 비교해 보면 그 진솔함은 더 빛을 발하죠: "우리 할아버지가 친일파라면 일제 강점기 중산층은 다 친일파다(이인호 KBS 이사장)."

 

배용순 여사는 돌아가서도 남편과 같이 있지 못해요. 배용순 여사의 묘소는 예산의 충의사에 있고, 윤봉길 의사의 묘소는 서울 효창공원에 있거든요. 한 평생을 한되이 보낸 여인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 싶어요. 명예라는 이름으로.

 

 

배 여사의 한자 이름을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衣(옷 의)와 非(아닐 비)의 합자예요. 특별히 길게 늘어진 옷을 가리켜요. 衣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非는 음을 담당해요(비→배). 옷치렁치렁할 배. 서성거리다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늘어진 옷처럼 걸음이 늦춰져 있다란 의미로요. 서성거릴 배. 裵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裵回(배회, 서성거림. 徘徊와 통용)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은 卜(점 복)과 中(가운데 중)의 합자예요. 점을 쳐 합당한[中] 결과를 얻었기에 시행에 옮긴다는 의미예요. 쓸 용. 用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用度(용도), 使用(사용)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頁(머리 혈)과  川(내 천)의 합자예요. 머리를 숙여 공손한 태도를 취한다란 의미예요. 頁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川은 음을 담당해요(천→순). 순할 순. 順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順從(순종), 順序(순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裵 옷치렁치렁할(서성거릴) 배   用 쓸 용   順 순할 순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使(   )   (   )回   (   )序

 

3. 배용순 여사의 구술(口述) 생애를 찾아 읽고 느낌을 말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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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mm8319 2017-02-06 10: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국어선생을 했습니다만 순수한 우리말만 고집해서는 우리 문화의 상당부분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배용순‘여사의 성함만으로도 한문 한자를 헤아려보게 함에 감탄합니다. 게다가, 배용순 여사 생전의 말씀들까지 소개해 줌으로써 무엇이 옳은 삶인지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찔레꽃 2017-02-05 10:38   좋아요 2 | URL
이렇게까지 깊은 관심을... 좋은 댓글은 항상 힘이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무심이병욱 2017-02-06 1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주 글 보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너희가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요."

 

수년 전. 한 지인의 집을 방문했는데, 거실에 아이들 배냇 저고리를 액자로 만들어 걸어 놓았더군요. 당시 지인의 아이들은 대학생과 중학생이었어요. 특별한 액자라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더니 위와 같이 답하더군요. 지인은 자녀 관리(?)가 특별한 사람이었는데, 액자에서도 그 일면을 보게 됐어요. 아이들 배냇 저고리가 있긴 한 것 같은데 어디 처박혀 있는지도 모르는 우리 처지가 떠올라 슬그머니 부끄러워 지더군요.

 

사진의 한자는 은호(誾湖)라고 읽어요. "온화한 호수"란 의미예요. 전고가 있는 말은 아니고 조어(造語)인 듯 싶어요. 그렇지만 어감도 좋고 의미도 좋은 것 같아요. 이곳에 표구를 맡기면 왠지 기품있게 만들어줄 것 같은 느낌이에요(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실제로도 표구를 제작하는 분이 실력있는 분이라는 평이 있더군요). 인사동에 갔다가 찍었어요.

 

사진을 찍으며 문득 어머니의 바느질 가위와 자 그리고 아버지의 한지한의사 면허증이 생각났어요. 지인의 배냇 저고리처럼 그것들을 액자로 만들어 걸어 놓으면 어떨까 싶더군요.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뭔가 의미있는 기억을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거죠. 괜찮은 생각같지 않나요? 만일 하게 된다면 이 표구사에 맡겨 봐야 겠어요.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言(말씀 언)과 門(문 문)의 합자예요. 온화한 태도로 간언하여 바른 길로 인도한다는 의미예요. 言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門은 음을 담당하면서(문→은)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문을 잘 열어 사람들의 출입을 원활하게 하듯 온화한 태도로 간언하여 상대를 바른 길로 인도한다는 의미로요. 온화할 은. 誾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誾誾(은은, 화기애애한 모양. 조용히 시비를 토론하는 모양)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는 氵(물 수)와 胡(턱밑살 호)의 합자예요. 호수란 의미예요. 氵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胡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늘어진 턱밑살처럼 평온한 물이 호수란 의미로요. 호수 호. 湖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湖水(호수), 湖畔(호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誾 온화할 은   湖 호수 호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誾(   )   (   )畔

 

3. 표구나 액자로 만들고 싶은 소중한 물건이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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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01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자가 예스럽고 딱딱한 느낌이 나지만, 그래도 의미가 있는 명칭을 붙일 때 한자를 사용하면 나름 간지가 납니다. ^^

찔레꽃 2017-02-01 17:18   좋아요 2 | URL
맞아요~ ^ 6 ^
 

 

적설(積雪)과 한월(寒月)을 대비적(對比的) 배경(背景)으로 삼은 다음에라야만 고요히 피는 이 꽃의 한없이 장엄(莊嚴)하고 숭고(崇高)한 기세(氣勢)에는, 친화(親和)한 동감(同感)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굴복감(屈伏感)을 우리는 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매화는 확실(確實)히 춘풍(春風)이 태탕(駘蕩)한 계절에 난만(爛漫)히 피는 농염(濃艶)한 백화(百花)와는 달라, 현세적(現世的), 향락적(享樂的)인 꽃이 아님은 물론이요, 이 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가장 초고(超高)하고 견개(狷介)한 꽃이 아니면 안 될 것이다. 

 

김진섭 선생의 '매화찬' 일부예요. 만연체 문장의 대표적인 글 중 하나죠. 인용문만 해도 한 문장으로 돼있어요. 지금 이런 글을 쓰는 분이 있다면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거예요. 하하.

 

선생의 문장이 길긴 하지만 핵심 요지는 간단해요. 굴복감 · 초고 · 견개가 핵심 단어인데, 이 단어로 위 문장을 정리하면 이래요: "매화는 초고하고 견개한 꽃이기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굴복감을 느끼게 한다."

 

확실히 매화는 사랑스럽거나 다정스럽기 보다는 고고하고 굳센 느낌을 주는 꽃이에요. 김진섭 선생이 말한대로 "적설과 한월을 대비적 배경으로" 피는 꽃이기 때문이죠. 만일 매화가 "춘풍이 태탕한 계절에" 핀다면 아마도 "난만히 피는 농염한 백화"와 다를 바 없는 느낌을 줄 거예요. 매화를 지사(志士)에 견주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지사는 혹독한 세월을 배경으로 할 때 빛이 나지 그렇지 않은 시절에는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잖아요?

 

사진은 "요지부시설 위유암향래(遙知不是雪 爲有暗香來)"라고 읽어요. "멀리서도 알겠네. 눈이 아님을/ 그윽한 향이 스며오고 있으니"라고 풀이해요(해석 인용: http://blog.naver.com/brdaniel/60020642074). 북송 시인 왕안석의 '매(梅)' 일부예요. "적설"을 배경으로 하얗게 피다보니 멀리서 보면 하얀 눈과 구분이 안될 것 같지만 발산하는 향기 때문에 절로 구분이 된다고 말하고 있어요. 단순히 매화의 특징을 그린 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지사가 발하는 아우라를 비유적으로 그렸다고도 볼 수 있어요. 낙관의 한자는 "갑신 중추 소재(甲申 仲秋 愫齋)"라고 읽어요. "갑신 중추"는 "2004년 8월"의 의미이고, "소재"은 글씨 쓴 분의 아호예요,

 

벚꽃 대선이니 철쪽 대선이니 하는 말들이 횡행하고 있어요. 더불어 후보자간 이합집산이 가시화되고 있고요. 유권자들이 지사적 의식을 가지고 후보자들을 대해야 대통령을 제대로 뽑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야 내년 겨울 매화를 대하며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아요.

 

사진의 한자를 낱글자 읽어 보고, 낯선 자들 서너 자 자세히 살펴 볼까요?

 

遙知不是雪   멀 요/ 알 지/ 아니 불/ 이 시/ 눈 설

爲有暗香來   될 위/ 있을 유/ 어두울 암/ 향기 향/ 올 래

甲申 仲秋 愫齋   첫째천간 갑/ 아홉째지지 신/ 버금 중/ 가을 추/ 정성소/ 집 재

 

 

는 辶(걸을 착)과 䍃(항아리 요)의 합자예요. 거리가 멀어 왕래하기 어렵다는 의미예요. 辶으로 의미를 표현했고,  䍃로 음을 나타냈어요. 멀 요. 遙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遙遠(요원), 逍遙(소요,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日(날 일)과 音(闇의 약자, 어두울 암)의 합자예요. 햇빛이 비치지 않아 어둡다란 의미예요. 어두울 암. 暗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暗黑(암흑), 明暗(명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禾(黍의 약자, 기장 서)와 日(甘의 약자, 달 감)의 합자예요. 기장(오곡의 한 종류)의 향기가 좋다[甘]란 의미예요. 향기 향. 香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香水(향수), 芳香(방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忄(마음 심)과 素(흴 소)의 합자예요. 진심, 정성이란 의미예요.  忄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素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흰색에는 순결하다 혹은 잡스런 것이 섞여있지 않다란 의미가 들어 있는데, 이 의미로 본뜻인 진심 · 정성을 보충해주고 있는 것이지요. 愫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悃愫(곤소, 정성), 情愫(정소, 정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香 향기 향    愫 정성 소   遙 멀 요   暗 어두울 암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水   情(   )   明(   )暗   (   )遠

 

3. 다음을 읽고 뜻을 말해 보시오.

 

   遙知不是雪    爲有暗香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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