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1&articleId=5363052>

 

"오늘부터 이 집의 소유자는 당신이 아니고 나요! 여기서 산다면 방 한 칸은 내주겠소. 그러나 꼬박꼬박 세를 내야 하오. 분명히 알아 두시오! 이 집의 소유자는 당신이 아니고 나요!"

 

어제는 일제가 대한제국을 병합했던 경술국치(1910) 106년이 되는 날이었어요. 경술국치란 바로 위의 상황 아닐까 싶어요. 뜬금없이 낯선 사람이 와서 집을 강탈하고 원주인에게 방 한칸 내주는 것. 게다가 그 방 한칸 내주는 것을 무슨 시혜나 베푸는 것 처럼 말하는 것. 이런 강도에게 여러분은 어떻게 대하시겠어요? 격렬히 싸우거나 아니면 잠시 침묵을 지키고 상황을 지켜 보지 않을까요? 그러나 결코 자신의 목숨을 끊지는 않을 거예요. 더구나 이런 말을 하면서요. "그간 이 집이 나를 잘 보호해 줬는데, 이제 남의 집이 되었다. 그간 나를 보호해 줬던 집을 생각하니, 이 집을 빼앗긴 마당에 누군가 한 사람은 죽어야 집에 대한 의리인 것 같다."

 

매천 황현이란 분이 있어요. 경술국치일을 맞아 자결했던 분으로 지식인의 한 표상처럼 여겨지는 분이죠. 어제가 경술국치일이라 그런지,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 분을 추모하는 글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더군요. 한때는 저도 이 분의 죽음에 경의를 표하며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지식인의 변절이 난무하는 세상에 살다보니 지조를 위해 목숨을 버린 것에 경외심을 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최근에 와서 이 분의 죽음이 지니는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매천은 유서에서 자신의 죽음이 갖는 의미를 이렇게 말했어요: "국가가 선비를 양성한 지 5백년이 되는데 국치일을 맞아 죽는 선비가 없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훌륭한 말 같지만, 위에서 든 비유를 생각한다면, 이 말은 결코 훌륭한 말이 될 수 없어요. 외려 자학에 가까운 부끄러운 말이에요. 자기 집[나라]을 되찾기 위해 열심히 싸우거나 잠시 관망하며 반격할 기회를 찾아야지 왜 죽냔 말이지요. 강도 앞에서 자해하거나 자살한다고 강도가 물러 나나요? 잠시 놀라기야 하겠지만, 그 뿐 아닐까요? 제 집[나라]을 강탈한 강도[일제] 앞에서 자살하는 것은 결코 아름다운 행위가 될 수 없어요. 늘질지게 싸우는 것만이 아름다운 행위지요. 매천의 자결은 결코 지조있는 지식인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진은 구례의 한 초등학교에 있는 매천 황현의 시비예요. 그가 죽으며 남긴 <절명시(絶命詩)>의 한 부분이에요. 아마도 학생들에게 지식인의 지조를 배우라고 세워놓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자칫 자학적인 지조를 심어주지 않을까 우려돼요. 물론 변절 지식인에 비해서야 매천의 행위가 더없이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배움의 표상이 되기엔 미흡하지 않나 싶은 거지요.

 

사진의 한자를 한 자씩 읽어 볼까요?

 

秋燈掩卷懷千古  가을 추/ 등불 등/ 가릴 엄/ 책 권/ 품을 회/ 일천 천/ 옛고

難作人間識字人  어려울 난/ 지을 작/ 사람 인/ 사이 간/ 알 식/ 글자 자/ 사람 인

 

낯선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扌(손 수)와 奄(가릴 엄)의 합자예요. 손으로 가린다는 의미예요. 가릴 엄. 掩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掩蔽(엄폐), 掩護(엄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忄(마음 심)과 褱(품을 회)의 합자예요. 물건을 품속에 간직하듯 항상 잊지 않고 생각한다는 의미예요. 품을 회. 懷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懷抱(안을 포), 懷姙(회임, 임신을 높여 부르는 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전설의 새인 난새를 그린 거예요. 그런데 이 난새는 성인이 출현할 때만 모습을 드러내기에 평소에는 보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보기)어렵다'란 뜻도 갖게 됐지요. 지금은 거의 어렵다란 의미로만 사용해요. 어려울 난. 難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困難(곤란), 難易(난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상대방 마음의 진위 여부를 안다란 의미예요. 言(말씀 언)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말[言]은 마음의 표현이기에 그 말로 상대방 마음의 진위를 파악한다는 의미를 표현했어요. 오른 쪽 부분은 음을 담당해요(직→식). 알 식. 識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認識(인식), 常識(상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掩 가릴 엄   懷 품을 회   難 어려울 난   識 알 식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易   (   )護   常 (   )   (   )抱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秋燈掩卷懷千古 /  難作人間識字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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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8-30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운 날이 무참하게 끝이 난 요즘~
언제 더웠다고...? 하겠죠?^^
여러 생각이 드는 글 ㅡ잘 읽고 가요!^^

찔레꽃 2016-08-30 08:08   좋아요 1 | URL
`무참하게`, 참 적절한 표현이에요. ^ ^ 어이구, 그 놈의 더위.... 아침 저녁으론 날씨가 꽤 차갑습니다. 감기 조심하셔요~

[그장소] 2016-08-30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그 놈의 추위 차롈까요~~^^;;
찔레꽃 님도 감기 조심하시길~^^

sslmo 2016-08-30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운 날씨에 안녕하셨는지요~^^
그동안 적조하셨다고 하려고 들렀는데,
적조했던 건 저였고, 꾸준히 글을 올려주셨네요.

님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꾸준함을 이길 것은 없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찔레꽃 2016-08-30 10:14   좋아요 0 | URL
아니, 사실 적조했습니다. ^ ^ 더위에 지쳐서요. 양철나무꾼님은 어떻게 여름 나셨나 모르겠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덥더군요. 처음으로, 네, 처음으로 에어컨을 살까 생각해 볼 정도로요. ^ ^ 그나저나 `아우구스투스`는 어떻게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