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②                                            ③

 

유명 조선국 현록대부남연군겸오위도총부도총관 증시충정 완산이공휘구지묘 군부인여흥민씨 부좌

 

② 성상원년칠월 영의정조두순계언 남연군사판의시부조 역의개정미시 대왕대비교왈 충경독지지성 근

   신겸약지행 누조예우 금일 종사지뢰지 막비적선여 부조개시충정 이현양덕미 영세무두 시희이유현각 

   금자별수표비 이기시부조명 비후인첨모징신 세세무궁운이 숭정기원후사 을축 삼월 일 립

 

③ 남 흥선대원군 하응 근서

 

 

혹 징크스 있으신지요? 전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시험보는 날은 세수도 안하고 손톱도 안깎았어요. 세수하고 손톱 깎으면 공부한 것들이 다 날아가 버린다고 생각해서 그랬지요. 하지만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에 자신있는 날은 일부러 세수도 하고 손톱도 깎았어요. 

 

징크스에 연연했던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시험 성적은 차이가 있었을까요?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일부러 징크스를 깬 날 시험을 더 잘 봤던것 같아요. 징크스는 스스로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만들어낸 미신이었던 셈이죠.

 

 

풍수지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어디 어디에 터를 잡으면 발복하고 어디 어디에 터를 잡으면 흉사가 생긴다는 것은 일종의 징크스를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싶은 거죠. 발복한다는 곳에 터를 잡으면 왠지 실제 발복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이와 반대의 경우엔 괜히 불안할 것 같아요. 이른바 지관이란 사람들은 이런 징크스를 건드려 이득을 취하는 이들이 아닐까 싶구요. 정말 발복할만한 일을 한다면 그 어떤 곳에 터를 잡더라도 복을 받지 않을까요?

 

 

대원군은 풍수지리에 관한 징크스를 믿었던 사람이죠. 그랬기에 경기도에 매장된 그의 아버지 남연군의 시신을 충청도에 옮겨 매장했죠. 2대 천자가 나온다는 지관의 말을 믿고서 말이죠. 그리고, 알려진 것 처럼, 이후 실제 2명의 천자(고종, 순종)가 나왔죠. 하지만,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보면, 굳이 충청도에 이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의 아들은 왕좌에 오를 가능성이 많았어요. 하지만 대원군은 이런 상황조차 이장 덕분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지난 토요일 덕산에 있는 가야산을 찾았다가 남연군 묘에 들렸어요. 사진은 남연군 묘 옆에 있는 비석을 찍은 거예요. 음은 위에서 소개했으니 뜻만 좀 알아 볼까요? ①은 남연군의 벼슬 이름과 그의 부인 여흥 민씨를 소개한 내용이라 딱히 풀이할 것이 없고, ③도 묘비명을 쓴 대원군 자신을 소개한 것이라 딱히 해석할 것이 없네요. ②만 한 번 풀이해 보도록 하죠.

 

 

"성상(고종) 원년(1864) 칠월에 영의정 조두순이 상소했다. "남연군의 신주는 마땅히 부조묘(일정한 기간이 지나도 폐기하지 않고 계속 제사를 받는 신주. 나라에 큰 공이 있는 경우 특별히 허가)로 하여야 할 것이며 시호도 새로 아름다운 시호를 내려할 것입니다." 이에 대왕대비(조씨)께서 전교를 내리셨다. "(남연군의) 충경 · 독지한 성품과 근신 · 겸약한 행실은 여러 조정에서 예우를 받았다. 금일 종사가 그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은 그 적선의 여택 아님이 없다. 부조묘로 하고 시호를 충정으로 바꿔 덕의 아름다움을 현양하여 영원토록 없어지지 않게 하라." 이전에 (영)희라는 시호로 세워진 묘비가 있기에 이제 여기에 별도의 비를 세워 부조묘에 들고 시호를 바꾸게 한 (대왕대비의) 명을 기록하여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우러러 사모하고 신뢰하도록 하게 하나니 길이 영원하길 빌 뿐이다. 숭정 기원후 4년 을축(1865) 모일에 세우다."

 

 

대원군은 자신의 아들 고종이 왕좌에 오른 이듬 해 이 비를 세웠어요. 당시 대원군은 고종의 후견인으로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으니 얼마나 기세 등등 했겠어요! 그런데 대개 권력을 잡게 되면 자신의 가계를 미화하죠. 이 비문에서도 남연군에 대한 미화를 엿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남연군은, 여기 기록된 내용과 달리, 흠결이 많은 사람이더군요. 남연군은 자식 잘 둔 덕에 우상화(?)됐다고 봐야 할 거예요.

 

아마도 대원군은 이 비를 세우던 날 너무도 감격에 겨워 잠을 못 이뤘을 것 같아요. 지난했던 이장의 결단 과 실행 그리고 숨죽이며 파락호처럼 살아온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을 거예요.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이장이 정말 잘한 일이었노라 다시 한 번 확신을 가졌겠죠.

 

대원군이 권력을 잡은 것은 정말 이장의 영향이었을까요?

 

 

 남연군묘 앞에 있는 석등 구멍으로 바라 본 풍경을 하나 찍었어요. 전하기로 이 석등은 정밀한 계산하에 세워진 것으로, 사방으로 바라보는 풍경이 풍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게 세운 것이라고 하더군요.

 

 지금 남연군 묘는 잡초만 무성해요. 대원군 집권 당시와 고종 순종 때는 결코 지금과 같지 않았을 거예요. 모든 것을 무화시키는 세월의 힘을 실감케 하죠.

 

 

어려운 한자가 많아서 다 공부하기는 그렇고 핵심 한자들만 몇 자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 , , , , 만 자세히 살펴 보도록 하죠. , , , ,은 비문의 핵심 내용이고 , 은 비문을 쓴 대원군의 이름이라서요.

 

 

은 示(神의 약자, 귀신 신)과 兆(窕의 약자, 으늑할 조)의 합자예요. 으늑한 곳에 마련한 시조신의 신주를 모신 사당이란 뜻이에요. 祧는 후에 신주를 옮긴다는 의미의 '천묘할 조'로 사용하게 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것이죠. (시조신의) 신주를 옮겼다는 의미로요. 천묘할 조. 祧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祧廟(조묘, 먼 조상을 합사(合祀)하는 사당), 宗祧(종조, 역대 임금과 왕비의 위패를 모시던 왕실의 사당)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言(말씀 언)과 皿(그릇 명)과 兮(어조사 혜)의 합자예요. 먼저 皿과 兮에 대해 설명해야 겠네요. 皿은 器(그릇 기)와 같은 의미로 남에게 양도하지 않는 물건이에요. 여기서는 타인에게 양도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됐죠. 兮는 감탄의 종결사인데 여기서는 고인에 대한 감탄과 현창(顯彰)의 의미로 사용됐어요. 종합해 볼까요? 諡는, 고인에게 부여하는, 후세에 길이 전할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뛰어난 호칭이란 의미예요. 시호 시. 諡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諡號(시호), 諡法(시법, 시호를 정하는 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화려한 머리 장식이란 의미예요. 頁(머리 혈)로 의미를 표현했고,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해요. '드러나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머리 장식이 두드러져 보인다는 의미로요. 드러날 현. 顯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顯著(현저), 顯考(현고, 돌아간 아버지의 존칭)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손으로 물체를 높이 들어 잘 보이게 한다란 의미예요. 扌(손 수)로 뜻을 표현했고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해요. '드날리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드날리려면 물체를 높게 들어 올려 잘 보이게 해야 하지 않겠어요? 드날릴 양. 揚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揭揚(게양), 擧揚(거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日(날 일)과 正(바를 정)의 합자예요. 夏(여름 하)의 옛 글자예요. 여름 하. 夏 모양으로 들 예는 많지만 이 글자 모양으로 들만한 예는, 대원군처럼 특별히 이름자에 쓴 경우를 빼고는, 딱히 없네요. 대원군의 이름에 夏의 옛 글자를 쓴 것은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렇지 않고서 굳이 많이 사용하지 않는 옛 글자를 사용할리 없잖겠어요? 그 특별한 의미는 뭘까요? (알아서 알려 드려야 하는데... 죄송. 임께서 아시면 좀 알려 주셔요.)

 

은 心(마음 심)과 雁(기러기 안, 모양이 약간 변했죠)의 합자예요. 무리지어 날면서도 질서를 잘 유지하는 기러기처럼 상호간에 마찰없이 생각이 잘 합치된다는 의미예요. 응할 응. 應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應答(응답), 應援(응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천묘할 조   시호 시   드러날 현    드날릴 양   여름 하   응할 응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擧(   )   (   )答   (   )著   (   )號   (   )廟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改諡忠正  以顯揚德美  永世無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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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5-18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고 갑니다~^^

찔레꽃 2016-05-18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드려요~ ^ ^

cyrus 2016-05-18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묏자리를 잘 골라야 대손 운세가 좋아진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요. 조상 묘 관리 제대로 못해서 안 좋은 일을 연달아 겪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찔레꽃 2016-05-19 0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생각도 그러신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