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처 작은 아버지 댁을 찾았어요. 안사람이 아이를 낳을 적에 처 작은 아버지 댁 신세를 많이 졌죠. 어려울 때 도와 주신 것을 잊을 수 없어 명절 때마다 찾아 뵙죠. 처 작은 아버지께선 약주를 좋아하시는데, 제가 술이 약해, 충분히 대작을 못해드려 늘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이번 추석도 마찬가지였죠. 소주 두어 잔을 마셨는데 힘들더군요. ㅠ ㅠ

 

처 작은 아버지께서 건네주신 술잔에 글씨가 써 있어 사진을 찍었어요. 沃은 물댈옥 奉은 받들봉, 옥봉이라고 읽어요. 沃奉은 물과 흙을 반죽하여 두 손으로 정성껏 그릇을 만든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어요(추측이라 정확하진 않습니다. ㅠㅠ). 네모진 부분의 글씨는 沃奉陶藝(옥봉도예)라고 읽어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지명도가 있는 도예가의 공방이름이더군요.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氵(물수)와 夭(芙의 줄임자, 연꽃부)의 합자에요.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흐르도록 한다는 의미에요. 관개(灌漑)의 뜻이지요. 夭는 음만 담당하는데 음가가 많이 변했지요(요-->옥). 沃은 '기름지다, 윤택하다'의 의미로도 쓰여요. 이런 뜻은 모두 본 뜻에서 연역된 것이지요. 沃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沃灌(옥관, 물을 댐), 肥沃(비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두 손으로 옥(玉)을 받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거에요. 奉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이 있을까요? 奉仕(봉사), 奉養(봉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물댈옥, 받들봉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肥(    ), (    )養

 

3. 술과 술잔에 얽힌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해 보시오.

 

 

인터넷을 찾아보니 戒盈杯(계영배)라는게 있더군요. 일정한 양이 차면 술이 새도록 만든 술잔인데, 과음(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만든 술잔이더군요. 제환공(齊桓公)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처세를 잊지 않기 위해 만들었다고 해요. 이 그릇으로 공자께서도 제자들에게 한 말씀 하셨구요: "총명하면서도 어리석음을 지킬 줄 알고 공을 세우고도 겸손할 줄 알며..." 중용의 도를 강조하신 거지요. 내년에는 처 작은 아버지께 이 계영배를 선물해 드릴까 합니다. 조금은 술을 덜 하셔야 할 것 같아서... 그런데 애주가이신 처 작은 아버지께서 좋아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 ^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뵙겠습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장소] 2015-10-07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사가 남다른 분이 아니시라면. 건강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드시는 술이야 뭐가 나쁘겠어요. 기분이 안좋을 적에 마시는 술 만큼 헤로운게 없죠.
과유불급이라...옥봉을 주셨는데..계영배를 내미는
손아래 (아..제가 이 부분에 약한데요..가계항렬.서열)는 마땅치 않다..여겨집니다.^^ 순전히 노파심에..끄적거려봅니다. 멋진 글 ..잘 읽고 갑니다.

찔레꽃 2016-01-03 15:45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 ^ (극적극적) 처 작은 어머님이 하도 처 작은 아버님 건강을 걱정하셔서... 주사는 안하시는데 보통 하루에 소주 1병 이상을 드신다는군요. 처 작은 아버님 왈 ˝뭔 불만이 있냐? 내가 잘못하는 거 있으면 말해라, 고칠테니까.˝ 하시면 ˝아무 불만없다. 그냥 먹으면 기분이 좋아서 마신다˝ 하신대요. ^ ^

[그장소] 2015-10-07 19:24   좋아요 0 | URL
그치만 풍류가 느껴져서 저는 개인적으로 좋았답니다.^^
정치적이거나 위아래를 가리는 사람이 아니라면..그저 염려로만 받아들여..도.
무척 기쁘고 진기한 선물일것이 틀림없어요. ㅎㅎㅎ

cyrus 2015-10-07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술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찔레꽃 2015-10-07 19:30   좋아요 1 | URL
댓글도 주시고...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