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너희 세상에도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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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물은 볼 때 오! 오! 탄성을 연발하며 읽거나 보지만 끝난 후 나도 모르게 한 번씩 스며드는 오싹함이 있기에 즐겨보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은 그들만의 상상의 세계가 궁금할 때가 있다. 특히나 잔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요즘 나에겐 뭔가 색다른 것이 필요하다.

하긴 작년 즈음엔가 정유정 작가의 「완전한 행복」을 보고는 며칠 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당시 약간은 시일이 흐른 후이긴 했지만 세간에 떠도는 끔찍한 살인 사건이 있었다. 이혼 후 재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전 남편을 만나 살해하고 당시 두번째 남편의 아이까지 죽여야 했던 한 여자. 그녀의 이야기를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기에 나는 밤 중에 자다말고 실눈을 뜬 상태에서 벽에 비친 작은 그림자에도 바들바들 떨었다.

아주 더운 한여름이라 나는 창문을 열어놓은 후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고 있었는데 하필 그날 가족들이 모두 차박을 간 것이다. 내가 잠을 깬 이유는 선풍기 바람이 더 이상 내 더운 살갗에 닿지 않음을 자각한 것이었고 벽에 비친 작은 그림자의 정체는 집 앞에 서있는 나뭇가지였다. 소설에 등장하는 그 여자의 기괴한 행동들과 목소리들이 자꾸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같아서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던 나. 다 큰 어른인데도 그게 그렇게 무서웠던지 지금 생각해 보면 마냥 웃음만 나온다. 사실 나는 그 책이 우리 집에 있는 것조차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책을 다 읽자마자 내가 자주 이용하는 기부처에 바로 보내버렸다. 표지만 언뜻 보여도 무서움증이 몰려와서 견딜 수가 없었으니까.

사람들이 무서움을 느끼는 포인트는 무엇일까. 나는 그 지점은 현실과 얼마나 맞닿아 있느냐가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남의 나라에서 아무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들, 지진에 허리케인으로 날려간다고 한들 피부에 와닿지 않으니 공포를 느낄리 만무하다. 공포보다는 연민을 느끼지 않을까. 공포는 멀리서 가져오는 게 아니다. 공포는 바로 내 앞에 있을 때 느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서 언급한 책은 세기의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었으므로 나에게 더 많은 공포감을 주었던 것이다. 당시 작가는 그 책을 마치며 자신의 소설이 그 사건과는 무관함을 밝히긴 했으나 누가 보아도 그 소설의 모티브는 그녀의 것이었다.

나는 최근 또 다른 호러소설을 만났다. 총 8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은 남유하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인 「부디 너희 세상에도」이다. 사실 이 대제목은 8개의 단편 중 가장 마지막 단편소설의 제목이다. 작가에 의해 쓰여지고 있는 소설의 등장인물이 작가에게 전하는 메시지라고나 할까. 앞의 7개 단편소설의 시점이 조금 멀다면 마지막 단편은 독자들이 좀 더 가까이에서 인물들을 살펴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독창적인 시도가 좋았다.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작가의 단편들은 모두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소재로 한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바이러스나 세균같은 전염성이 있는 미생물들 혹은 괴물에 빗대어 소설을 써내려간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3년 이상 우리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19가 작가의 작품에 큰 영향을 준 것임에 틀림없다.

나는 내가 읽은 책들에 대한 스포를 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첫째로 그것이 작가가 힘들게 만들어낸 그들의 작품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둘째로 같은 책을 읽었다할지라도 독자들의 느낌은 내가 느끼는 바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각 단편들을 읽으며 생각한 사회적 이슈들, 느낀 바와 나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은 다음과 같다.


<반짝이는 것>

사람들은 언젠가 모두 죽는다. 다이웰? 잘 죽는다는 게 무엇이지? 나는 죽어가는 순간 어떤 반짝이는 것을 보게 될까.


<에이의 숟가락>

우리가 살면서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뇌의 나무>

자연은 모든 사람 앞에 펼쳐져 있는 단 하나의 책이라고 했던 루소의 말이 떠오른다.


<화면 공포증>

화면없이 요즘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하다.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는 노트북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타이핑 중이니까.


<미래를 기억하는 남자>

유일하게 내가 단정짓기 어려운 소설이다. 이 남자가 기억하는 '미래'라는 것은 본인이 만들어낸 망상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이름 먹는 괴물>

내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님의 시 "꽃"이 떠오른다.


<목소리>

개인적으로 단편들 중 가장 소름끼쳤던 소설.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의 끝은 어디인가.


이 단편들의 또 다른 특징은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들이 현재 실존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양재천, 꽃시장, 고속터미널, 삼성역 등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곳들로 마치 실제 상황인양 피부에 와닿는다. 소설을 읽는동안 나는 양재천을 걸었고 꽃시장과 고속터미널을 다녀왔으며 삼성역 주변 커다란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만큼 나에겐 익숙한 공간들로 언젠가 그곳을 지나가게 된다면 이 소설이 생각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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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 그 높고 깊고 아득한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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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차피 걸어야할 길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걷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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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 그 높고 깊고 아득한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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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시간을 따라 걷는 하나의 순례라면 당신은 지금 어느 녘에 있습니까. 그동안 걸어온 길이 많이 힘들지는 않으셨는지요. 지금 서 계신 곳은 평안하신지,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게 느껴지지는 않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말벗이라도 필요하지는 않으신지요.

 

티베트 언어로 '몸'은 자루를 나타내는 말로 임시 거처를 뜻다고 한다. 임시 거처는 다른 말로 잠깐 들르는 곳의 의미일텐데 무엇이 들렀다 그렇게 급하게 떠나버리는걸까. 우리의 삶에 마지막이 있다면 우리의 삶 이후 우리는 과연 어느 곳에 머무르게 될까. 부디 내 삶의 끝 어디론가 가야한다면 정처없이 떠도는 바람이고 싶다.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작은 화분에 심은 나팔꽃이 점점 자라 벽과 창문을 타고 천장으로 넘어갈 때즈음 나는 그 존재를 잊어버린 것 같다. 나에게는 그때 이미 또 다른 재미거리가 있었으니까. 살아있는 것은 말없이 그렇게 눈길 한번을 기다리는데 변해버린 마음은 그를 돌볼 여력이 없다.

 

나팔꽃의 원산지가 히말라야라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움'을 지닌 나팔꽃은 어려움 없이 넘어가는 히말라야. 왜 인간에게 그곳은 그렇게도 모진 곳일까. 나는 '촐라체'를 등반했다가 많은 손가락과 발가락을 잃은 산악인을 어느 강연에서 만난 적이 있다. 처음에 나는 왜 산을 가지? 무엇을 위해서 그 높은 산을 갔을까. 잃어버린 손가락과 발가락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분은 산이 불러서 갔다고 하셨다. 또 그리웠고 뭔가 찾고 싶어서 그곳에 갔다고도 하셨다. 강연이 끝날 때즈음엔 나도 모를 뜨거운 눈물이 흘렀고 그 분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우리는 어디로 흘러가는걸까. 사람은 어디에서 와서 또 다시 어디로 가는걸까. 아니 가야만 하는걸까. 거창하게 인문학적인 질문이라 이름 붙이고 싶지는 않다. 오늘 밤 나는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설 <<은교>>의 박범신 작가가 이번에 세상에 내어놓으신 산문집 「순례」의 모티브는 '길'이다. 태초에 있었던 '말씀'을 태초에 있었던 '길'로 풀이한 이 책은 박 작가가 히말라야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 그리고 눈 앞에 놓여 있는 남은 인생의 순례길을 걸으며 작가의 인생 얘기를 들려주는, 말 그대로 작가의 인생 전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서전과도 같은 책이다.

 

작가는 순례길을 하나 하나 걸어가며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을 살핀다. 오고 가는 대화를 하듯이 한 번씩 불러주는 상대방의 이름은 K형. 내 이름의 이니셜과도 겹치는 이 알파벳 하나에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진다. 위로를 받기 위해 히말라야에 오고 또 실패하기 위해 히말라야에 온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산'이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려준다. 고요한 히말라야에서 어머니의 포근한 품 속을 느끼지만 때로는 버릇없는 자식으로는 키우고 싶지 않아 근엄한 표정으로 엄중하게 자식의 죄를 벌로 다스리는 어미의 모습이 되기도 하는 히말라야.

 

산은 세상 누구에게도 공평하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가는 것이라는데 그래서 윤동주 시인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세상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겠다 다짐했나 보다. 어떤 기분일까, 히말라야 순례를 하는 기분은...

 

우리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댐이 들어서기 전 날 나는 식구들과 함께 물에 잠기기 전 마을을 구경하러 갔다. 사람들은 물론 세간살이를 다 들어낸 마을은 그야말로 귀신이 나올 것같은 모습으로 어두침침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저녁이었고 전기가 모두 끊긴 상태였으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는 없었다. 나는 무서운 마음에 가족들에게 얼른 집에 가자고 떼를 썼다. 아마 긴 시간 오가며 마을의 온기를 경험하셨을 부모님들은 쉽게 발을 뗄 수 없으셨으리라. 정이라는 게 손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던 나에게는 그저 빨리 떠나고 싶은 장소였다. 다음 날 어김없이 엄청난 양의 물이 마을을 덮었고 또 다시 그 며칠 후 식구들과 다시 찾아간 그곳은 그저 '평화'였다. 푸른 물이 넘실거리고 위로는 다리가 긴 하얀 새들이 파란 하늘 위를 유유히 날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같았다. 시간이 흘러 밤이 되자 별빛이 쏟아지는 물가를 걸으며 삶이라는 것은 어쩌면 죽음과도 맞닿아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티베트인은 성씨를 따로 쓰지 않고 가문을 인정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모든 생명은 언젠가 내 어머니였던 적이 있고 너의 조상이 언젠가 나의 조상이었으니 이렇게 저렇게 굳이 핏줄을 나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말 자유롭고도 아름다운 사상이 아닌가. 그렇게 모두가 하나가 된다. 티베트인들의 이 자유로움은 죽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대부분 메마른 암반층으로 땅을 깊이 팔 수 없는 티베트 고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천장, 조장, 견장, 아니면 어장을 한다고 한다. 천장은 시신을 독수리가 와서 먹도록 하는 장례풍습으로 시신이 하나도 남겨지지 않아야 자유로운 영혼으로 다음 세상에 다시 올 수 있다고 믿는다니 한 편으로는 끔찍하기도 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세 번 울음을 터뜨린 작가의 마음을 책에 늘어놓으신 문장들을 읽으며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인생길에서는 나를 위해 아무도 화살표를 그려주지 않으니 내 스스로 화살표를 그려야 한다는 말씀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렇게 총 3개의 장을 통해 히말라야 순례길들과 산티아고 길을 보여주던 작가는 우리에게 그가 지금 새로운 순례길의 초입을 걷고 있음을 알린다. 이 순례길에 대한 언급은 굳이 하지 않기로 한다.

 

우리는 모두 누구나 순례자로 태어났기에. 오늘도 우리는 우리의 남은 생을 순례한다.

 

덧붙이는 말 : 작가님의 마지막 순례길, 부디 꽃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아내분께 고백하는 글이 참 감동이었습니다. 건강하세요!

 

※ 산문에 대한 미학을 느끼게 해 준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감사히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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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의 말 한마디
필 M. 존스 지음, 이지혜 옮김 / 생각의날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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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안녕하세요, OOO 고객님 ~"

 

아차! 뭐지! 내 폰이 왜 이번에는 어디서 걸려온 전화인지 알려주질 않았지.. 뭐가 잘못됐나. 으.. 하며 바로 대답한다. "네, 저 OOO 맞습니다."

 

"이번에 좋은 상품(핸드폰 모델 또는 보험상품 등등)이 나와서요. 그냥 넘어가기엔 고객님께 너무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전화드렸습니다."

 

"죄송하지만 지금 제가 시간이 없어서.."

 

"네, 고객님 요즘 많이 바쁘시죠? 지금 당장 가입/구매 하시라는 건 아니구요."

 

엥? 지금 안 해도 된다고? 그럼 좀 더 들어볼까나.. 갑자기 마음이 기운다.

 

"이 상품의 장점은 첫째... 둘째... 셋째... "

 

아녜요. 아뇨. 그거야 지금 가지고 있는 상품/폰도 이미 그런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지금 가지고 계신 상품의 이름/모델명이 무엇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제가 비교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오.. 비교까지 해주신다고? "제가 갖고 있는 상품/폰이 뭐냐면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무엇인지 바로 알려주고 있는 나.

 

"고객님, 지금 제가 소개해 드리는 상품은 고객님이 가지고 계신 상품에는 없는 보장내역/새로운 기능이 있는... 이 기회를 놓치신다면... 지금 바쁘시다면 언제 다시 연락드릴까요? 편하신 시간에 맞춰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부분은 내 귀가 팔랑팔랑 거리지 않지만 가끔 아! 이거 지금 바로 가입/구매 해야할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불현듯 스치며 오히려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의 말 한마디」 책을 읽고 나니 그때 그 순간 내가 왜 호구(?)가 되었는지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사람을 혹하게 만드는 그 상담원분들은 회사로부터 이 책을 한권씩 넘겨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난다.

 

아주 조그만 이 책은 체구에 걸맞지 않게 엄청난 위력을 지녔다. 추천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나는 이 책을 모두 다 읽는데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군더더기가 한 줄 아니, 단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대체 이 책 뭐지?

 

옛 말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요즘 세상의 말로 생각해 보면 말 한마디 잘 하면 물건 하나 팔 것을 백개 천개 팔 수 있다는 말로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매일 가지고 다녀야 할 것 같다. 물건을 파는 세일즈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통령부터 자신을 세일즈맨이라고 하는데 우리 중 세일즈맨이 아닌 사람이 누가 있으랴. 우리는 물건이나 서비스, 하다 못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감정을 팔기도 한다. 나는 특히 프레젠테이션을 할 일이 많은 사람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한 마디로 설득력 있게 상대방을 움직이는 방법. 이 책에 그 비법이 있다.

 

이 책은 총 3개의 파트로 나누어진다.

 

파트 1은 상대의 결정에 내적인 동기를 부여하는 나의 말 한마디 (7개 문장)

파트 2는 상대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나의 말 한마디 (8개 문장)

파트 3은 나의 선택이 상대에게 최고의 결정이 되게 하는 말 한마디 (8개 문장)

 

총 23개의 마음을 움직이는 명문장이 담겨있다. 우리말과 영문이 함께 적혀있으니 해외 비즈니스 시에도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겠다. 나는 해외에서 발표를 할 때 사용하면 좋을 문장들을 나의 작은 노트에 메모해 두었다.

 

이 23개의 문장 중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세 가지 문장만 소개를 하자면,

 

파트 1 - 1번 문장.

당신이 원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말을 들었다고 상상해 보자. 이 말은 신기하게도 말을 듣고 있는 나의 부담을 줄여준다. 원할지는 모르겠지만 부담없이 한 번만 들어보세요. 이게 바로 당신이 원하는 것 아닐까요? 하는 말이 뒤에 숨어있는 것만 같다.

 

당신이 이 책을 원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지 않고는 못 배기실걸요? :)

 

파트 2 - 14번 문장.

사람들 대부분은.. 우리 중 누구도 '대부분의 사람들' 밖으로 분리되고 싶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구요? 그럼 나도.. 이런 심리가 작동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요. 어때요? :)

 

파트 3 - 17번 문장.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이 질문은 대화의 주도권을 다시 나에게로 가져오는 효과가 있다.

 

이 책이 읽기 싫으시다면, 그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음... :)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대화의 주도권은 언제나 질문을 던지는 사람에게 있다. 또 대답을 할 때는 단순하고 명료하게,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자. 절대 상대방이 호구가 된 것처럼 느끼게 하면 안 된다. 상대방이 자신의 결정으로 지금 나의 상품을 혹은 서비스를 아니면 감정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 참 재미있고 임팩트가 있는 이 쪼그만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다 읽고 필요한 부분은 노트에 메모한 후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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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의 탄생 - 호구력 만렙이 쓴 신랄한 자기분석
조정아 지음 / 행복에너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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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세상에 나같은 호구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어쩜 호구의 종류도 이렇게나 다양한지..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 유능한데 자신감이 없는 사람, 무대뽀로 우기는 사람에 늘 당하는 사람... 프롤로그를 보면서 점점 화가 차올랐다. 그러면서도 그 와중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바보천치가 나만이 아니었어!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보면서 왠지 감정이입이 되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학교 수업 시간 중 발표를 하는 시간이 가장 싫었고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때 잠시 그런 나를 극복해 보고 싶어서 일부러 모든 수업마다 손을 들고 발표를 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하다. 그때의 나 칭찬해. ^^) 지금도 발표하거나 나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예전보다 훨씬 무게감 있는 발표를 해야하고 누군가의 섭외로 공개적으로 나의 의견을 주어야 할 때도 있다. 뭐니 뭐니 해도 6년여 전에 있었던 유럽 어느 회의장에서 영어로 발표를 했던 순간이 가장 피크였던 순간이다. 인생 최대의 발표 순간이었는데 오히려 그때는 그다지 떨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극복해나가는 중이다.

 

어린시절의 나. 그땐 왜 그랬을까 곰곰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엄청난 일도 아닌데 왜 그래야만 했지? 이 책을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본다.

 

일란성 쌍둥이인 나는 어딜 가나 주목을 받았다. 지금이야 난임 시술 등으로 쌍둥이가 아주 많지만 내가 어렸을 적에는 쌍둥이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큰 동네에서 살았던 것도 아니었던 데다 엄마는 늘 우리에게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똑같은 옷을 입혀 내보내셨다. 머리끈이나 구두, 시계, 손목에 장식 등등 어느 하나 다른 것이 없었다. 엄마는 그렇게 우리가 쌍둥이인 것이 너무 좋으셨던거다.

 

길을 가는 사람들마다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어떤 경우는 우리에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예쁘다 귀엽다 하시기도 했다. 길 위에서 생전 처음 만난 사람들까지도 우리를 좌우 번갈아 가며 수도없이 도리질을 해댔고 누가 언니인지 동생인지 꼭 확인을 하고 나서야 가던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는 그런 상황이 너무 싫었던 것 같다. 몇 번을 망설이다 엄마께 제발 같은 옷 좀 입히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렸다. 그 후로 우리는 똑같은 옷을 입지 않았지만 나와 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닮은 언니, 이 두 사람의 모습에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은 여전했다. 그런 경험은 커가면서도 지속적으로 반복되었는데 우리가 자라면서 그런 분들께 쓰다듬을 수 있도록 머리를 내어줄 일은 없었지만 어딜 가나 유독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다.

 

아마 그런 이유로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해야 하고 무엇을 해도 잘 해야 하고 그런 사람으로 성장해 갔던 것 같다. 이런 부분은 부모님의 영향도 컸다. 고등학교 교사셨던 아빠는 매달 가족회의를 주최하셨다. 가족회의 때마다 식구 구성원 하나 하나는 이전 한 달동안 본인이 잘한 일과 반성할 일,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발표 아닌 발표를 해야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참 좋은 교육방식이었다.) 그리고 어느 곳을 가도 OOO 선생님 쌍둥이 딸 XXX구나. 그런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워낙 시선을 받으니 무엇을 해도 잘 해야할 것 같은 부담이 있었다. 지금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지만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는 시험을 볼 때마다 교무실 벽에 전교 1등부터 50등까지 순위대로 학생의 이름을 대자보로 붙여놓았다. 당시 언니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던 내가 조금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아니 학교만 같았던 것이 아니라 우린 같은 반이었다. 오죽하면 선생님들도 우리 반에 들어오시면 이번에는 쌍둥이 중 누가 성적이 더 좋네 지난 번에는 누가 성적이 더 좋았는데.. 라고 하셨고 친구들도 교무실만 다녀오면 이번엔 누가 이겼네 졌네 하는 말도 안 되는 입방아에 오르기 일쑤였다. 스트레스, 스트레스, 또 스트레스..

 

그때는 너무나 스트레스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내 발전의 가장 큰 원동력은 늘 언니였던 것이다. 지금은 서로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어서인지 크게 비교될 일은 없고 오히려 몸이 점점 커가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더없이 느끼고 있다. 직장 생활로 받는 스트레스를 함께 반으로 나누고 좋은 일은 두 배로 불린다. 오랜만에 옛날 생각을 하니 참 우습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 저자는 호구의 종류를 아주 다양한 예를 들어 알려준다. 때론 아 이것도 호구의 일종이구나 하는 것도 있다. 신드롬의 종류도 어찌나 많은지 햄릿 신드롬, 중간아이 증후군, 므두셀라 증후군 등등 신드롬의 종류별로 그 특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각 장마다 제발 이러지 맙시다! 하는 Let's not do it! 을 제시한다.

 

답답한 심정은 책의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 사이다로 바뀐다. 어떻게 더 지혜롭게 폭발할 것인가, 착하면서도 가시를 세우는 방법, 못된 사람을 대하는 방법 등 실질적인 조언들이 있다.

 

사회적으로 착한 사람이 많아져야 하는 건 옳은 얘기다. 하지만 나만 착해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저자의 말대로 효율적이고 건강하게 분노하자.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 역시 갑자기 확 바뀔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죽을 때가 가까워.. :)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내려준 처방대로 조금씩 조금씩 변해간다면 어느 날 더 행복해진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명심하자. 내가 행복해져야 세상도 행복하다.

 

※ 앞으로 조금씩 실천해야 할 숙제가 담겨있는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주관으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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