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인간
알도 팔라체스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나는 가볍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가벼움'이라는 것. 우리 사회에서 가볍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응, 그 사람 참 가벼운 사람이야." 물론 문자 그대로 체중이 적게 나간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겠으나 어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국어의 뉘앙스는 완전히 다른 뜻이 되버린다. 생각이 가볍거나 몸가짐이 신중하지 않은 한 마디로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아니다. 모든 것을 다 뒤로 하고 여러분에게 누군가 "당신 참 가벼운 사람이군요!" 라고 말한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은가? 누군가 나에게 그렇게 말을 한다면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날 밤 잠은 이미 다 잔거나 매 한가지이다. 나는 아마 '내가 뭘 잘못했나?' '나의 일 처리가 신중하지 못했나?' 하며 이리 고민 저리 고민하느라 밤새 뒤척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가볍다는 것은 은연 중에 좋지 않은 의미로도 해석이 될 수 있어서인지 몰라도 우리 대부분은 무거워지려고 노력한다. 더 커다란 집을 소유하고 싶어하고 더 많은 돈을 우리 주머니에 채우고 싶어한다. 점점 더 무거워지면서 무거워진 사람들끼리 옥신각신하며 이 땅에 살고 있다.

1885년생인 알도 팔라체스키는 이탈리아가 아끼는 미래파 작가로 1911년 「연기 인간」의 초판을 써낸다. 옮긴이의 의도에 따라 오늘 내가 읽은 이 한국어 버전은 바로 그 초판을 번역해낸 책이지만 원제목은 「페렐라의 법전」으로 독자에게 좀 더 깊이 있게 다가서기 위해 「연기 인간」으로 명패가 바뀌었다.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이력이 있는 작가는 아마도 전쟁에서 느낀 바가 많은 듯 하다. 그가 살다 간 일생 중 50년이라는 세월을 이 책을 다섯 번 쓰는데 보냈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연극의 형식이다. 처음 읽을 때는 조금 어색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무대 배경을 설명해주는 듯한 각본이 참 매력적이다. 일일이 주인공의 입을 빌려 말할 필요가 없다. 배경은 배경일뿐이니까.

작가에게 '가벼움'이란 전혀 다른 의미이다. 그가 생각하는 가벼움은 우리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이제 작품 속으로 들어가보자.

바람 속에 곧 흩어져 버릴 것만 같은 회색 외투를 걸친 사나이. 모자를 눌러쓰고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인간이다. 그는 연기로 만들어진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굴뚝 위에서 33년간 머물다가 세 명의 할머니 페나, 레테, 라마가 들려주는 전쟁, 사랑, 철학에 대한 소리가 사라지자 아래로 내려온 이 연기 인간의 이름은 '페렐라'.

왕궁의 사람들은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고 그를 신성시한다. 초상화를 그려주겠다는 화가, 사진을 찍기 위해 신문 읽는 포즈를 취해달라는 둥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는 사진작가,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는 은행가 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동경한다. 국왕은 페렐라를 새로운 법전 편찬위원회의 세번째 위원으로 지명한다.

자신의 무거움을 한껏 자랑하는 남자들. 여자들의 다과회는 또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남성사회에서 소외된 여자들. 그 여자들 안에서도 '페렐라'에 대한 동경은 이어진다. 서로를 시샘하기도 하고 자신의 아픈 사랑에 대해 혹은 불멸의 사랑에 대해서도 털어놓는다. 페렐라의 눈에는 그저 여성들의 무리는 날개가 잘려나간 크고 검은 새들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페렐라는 하느님을 만나기도 무도회에 참가하기도 하며 수녀원에도 방문한다. 독자는 이 책을 읽어나가며 장면이 하나씩 바뀔 때마다 전쟁, 사랑, 철학에 대한 의문을 계속 품을 수밖에 없다. 나에게 가장 철학적으로 다가온 문장은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은 인생의 가장 나쁜 순간에 죽습니까, 아니면 죽음이 인생의 가장 나쁜 순간입니까?

본문 145 페이지

이 문장을 몇번이고 다시 읽어보았다. 그렇지만 난 아직도 그 답을 알 수가 없다.

사랑에 대한 묘사로 가득한 사랑의 초원에서는 세상 가장 빛나고 다채로운 주제인 사랑의 언어로 충만하다. 사랑은 말이 필요없다는 그 문장도 참 좋았다. 왕이 죽으면 나머지 사람들 중 가장 부유한 사람이 새로운 왕이 되는 규칙 아닌 규칙. 더러운 술꾼 이바가 왕위에 오르게 되는 과정은 우리에게 씁쓸함만을 남긴다. 전쟁은 어느 쪽에도 승리로 남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페렐라의 가벼움에 대한 추앙심이 극에 달하자 왕궁의 하인 우두머리는 그를 닮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취한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의 상징인 왕궁의 지하에서 가벼워짐을 꿈꾼다. 이것을 계기로 페렐라에 대한 사람들의 평판은 그 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화한다. 어리둥절한 페렐라. 재판장 앞에서 본인은 아주 가볍다는 말만 되풀이하지만 서로간 의견은 좁혀지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그를 지키려는 후작 부인. 사람들은 부인을 미친 사람으로 취급한다.

결국 법의 심판으로 법전과 장화만 남기고 떠나는 그는 다시 더 가벼운 존재로 세상에서 사라진다.

가벼움과 무거움. 당신은 어느 것이 더 가치있다고 여기는가.


※ 새로운 시각을 선사해주는 이 소설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1900년대 초에 쓰인 이 작품이 2020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되새겨보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지성의 1만 킬로미터 - 그들은 왜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나는가?
이지성 지음 / 차이정원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있어서는 안 되지만 지금도 진행형인 이야기. 우리는 우리에게 자유가 주어진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지성의 1만 킬로미터 - 그들은 왜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나는가?
이지성 지음 / 차이정원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언제 자유를 느끼는가. 나 홀로 떠난 여행에서 자유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테고 또 많은 사람들 속에서 다른 종류의 자유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오히려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자유'가 없음을 즉, 자유롭지 않음을 더 느끼는 편인데 바로 얼마 전이 그랬다.

장거리 출장을 가면서 비교적 높은 굽의 구두를 신었던 나는 어쩔 수없이 하루종일 그 신발 하나로 버텨야했다. 중요한 회의인데다 나의 업무에 대한 소개를 해야하기에 후줄근한 차림으로 갈 수는 없었기에 내가 가진 구두 중 가장 맵시있는 아이로 골랐던 것이다. (패션의 완성은 구두라고 했던가?) 늦은 시간 집으로 복귀한 나는 왼쪽 새끼발가락 옆에 물집 하나가 잡혀있는 것을 확인했고 며칠 간 고생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역시 그 작은 물집 하나는 나의 온 신경을 건드렸다. 지름 5 mm도 안 되는 녀석 하나가 나의 이 거대한 (물집에 비해 아주 거대한) 몸을 좌지우지하다니.. 역설적이게도 나는 그때 내 몸이 충분히 자유롭지 않음을 느꼈다. 어쩌면 자유라는 것은 그것을 빼앗겨보지 않은 이상 현재 자신이 자유로운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자유의 사전적인 의미는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로 '구속'이나 '억압' 등이 반의어가 될 수 있다.

「1만 킬로미터 - 그들은 왜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나는가?」 이 책의 작가는 우리에게 「꿈꾸는 다락방」으로 유명한 이지성님이다. 이 책은 북한을 탈출한 아니, 자유를 향한 용기를 가진 이들이 한국으로 오기 위해 중국과 동남아를 거치는 그 모든 과정을 다룬다. 책 표지의 입술 윤곽선 같은 별자리는 그들이 이동하는 경로를 상징화 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 입술로 그들은 우리에게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하다.

책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성경 구절 속 살해될 사람을 도우라는 잠언 말씀과 국제사법재판소 판사였던 토마스 버겐탈의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대한 고백을 우리와 나눈다. 프롤로그와 함께 시작된 이 책은 총 9개의 장으로 나누어지며 이 모든 내용이 끝맺으며 3개의 부록을 싣는다.

수퍼맨 목사가 북한 탈주민을 도우며 겪은 에피소드들과 북한 내의 처절한 현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브로커들의 사기행각과 자유를 향한 갈망을 다룬다. 이런 과정들이 쉽게 진행된다면 오죽 좋으랴. 수퍼맨 목사는 중국 공안에 의해 여러 번 체포되고 감옥살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높으신 분의 자비로움이 없었다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었을까.

예전 어느 목사님의 설교 말씀으로 나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조금은 알고 있다. 그때 목사님도 설교시간이 유튜브로 생방송이 되고 있으며 북한 탈주민의 실명이 공개되면 혹여라도 그 사람들의 신변에 나쁜 영향을 줄 수가 있음을 걱정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왠지모를 공포심을 느꼈고 또 그런 상황에서도 그곳을 탈출하려고 어떻게든 노력하는 북한 주민들이 너무나 가여웠다.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책 속의 서울 송파구 간첩 살인사건의 이야기를 보면 북한의 현실은 너무나 끔찍하다. 여느 탈북인들과 똑같이 살아가다가도 어느 날 북의 지령을 받으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다른 탈북인들 죽여야 한다. 만약 그 지령을 거스르면 북에 있는 자신의 가족들과 친척들이 수용소로 끌려가고 본인은 남한 내에 있는 또 다른 탈북인에 의해 목숨을 부지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과연 북한에는 '자유'라는 것이 있기는 한걸까. 아마 소수의 몇 명에게만 허락된 단어일 것 같다.

아직까지 죽지 않고 살아서 찬송가를 부를 수 있음에 감사 기도를 드리는 한 선교사의 편지를 보면서 괜실히 코 끝이 찡하다. 나는 이렇게 간절한 기도를 한 적이 있었나.. 이렇게 절실한 사람들을 속여 돈을 뜯고 또 더 나쁜 짓을 일삼는 브로커들이 있다니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2018년 나는 독일 베를린에 출장을 다녀왔다. 너무나 궁금한 마음에 베를린 장벽을 보러 갔는데 생각보다 낮은 그 벽의 높이와 그 낮은 벽을 사이에 놓고 동과 서로 나누어져 있었다는 것이 믿기 어려웠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인 대한민국. 분단과 동시에 서독에서는 엄청난 돈을 동독에 지불하고 동독 수용소에 수감된 정치범을 서독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단 한 명의 국군포로도 데려오지 않았다고 한다.(p. 113)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게 현실일까 싶을정도로 이 책에 빼곡히 적혀있는 엄청난 글들을 다 읽고 나면 부록 1, 2, 3으로 이어진다. 나는 독자들이 부록은 꼭 모두 읽어보길 바란다. 우리에게 주어진, 어쩌면 이것이 자유인지도 모른 채 그저 살고 있는 우리는 지금 사실 너무 사치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똑같은 인간으로 세상에 내려왔건만 누구에게는 주어지고 또 누구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자유. 하지만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도 자유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 마음아픈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대견한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것입니다.

쫑쫑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렌즈 베트남 - 최고의 베트남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해외여행 가이드북, ’23~’24 프렌즈 Friends 14
안진헌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바쁜 직장생활로 여행보다는 출장으로 많이 가게 되는 해외 여행. 그마저도 나의 출장은 유럽과 미주에 편중되어 있다보니 동남아시아는 가본 곳이 별로 없다. 손으로 꼽고도 손가락이 많이 남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올 여름휴가에는 꼭 동남아시아로 가서 편하게 쉬다오는 것이 목표인데 회의와 교육이 많이 잡혀 있어서 안타깝지만 나의 꿈이 실현이 될지는 솔직히 미지수이다.

 

2012년인가 아니면 2013년경 나의 직장 동료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쌤! 우리 이번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는데 사람들도 별로 없고 바다도 무지 깨끗하고 쉬다오기 딱 좋았어요. 언제 시간되면 쌤도 가족들이랑 한번 가봐요." 나는 그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동료는 '다낭'이라고 했다. 어디 있는 곳이냐고 하니 베트남에 있는 곳이란다. 그때 나는 '다낭'이라는 곳을 처음 들어봤다. 한번 가봐야지 하고는 아직까지 가보지 못했다.

 

프렌즈 시리즈는 정말 친구처럼 포근한 책이다. 우선 표지의 노란색이 자꾸 나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만든다. 얼마 전에는 프렌즈 싱가포르를 읽으며 싱가포르를 갈 계획을 짜고 있었는데 「프렌즈 베트남」을 보다보니 이젠 또 베트남에도 가보고 싶다. :) 욕심쟁이 ㅎㅎㅎ

 

프렌즈 베트남은 베트남의 유명 관광지 총 25개 도시의 여행정보를 소개한다. 본격적인 여행 속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저자는 베트남어가 한국어, 영어와 함께 병기되어 있는 이 책을 쓰며 베트남에서 더 이상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한자 표기를 찾아내는 데 아주 고생을 했다고 적어두었다. 저자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드린다.

 

베트남이라고 하면 나는 가장 먼저 베트남 전쟁과 고엽제가 떠오른다. 우리 아빠가 알고 계신 참전용사들 모두 고엽제 후유증으로 돌아가셨고 아빠만 유일하게 살아남으셨다. 푹푹 찌는 듯한 더위에 헬기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을 온 몸으로 맞으려 웃통을 벗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동료들에 밀려 거처에서 나가시지 못한 것이 우리 아빠를 살렸다. 그 시원한 물이 고엽제였다는 것을 그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다.

 

시간은 흘러 흘러 상상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베트남은 인구 구조가 젊은 층이 많고 그만큼 변화의 속도는 우리의 그것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 경제력이 높은 인구, 일할 수 있는 청년이 많은 나라이다 보니 많은 소위 잘 사는 나라들의 기업들이 공장을 세우고 진출하고 싶어하는 국가이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어느 도시를 가보는 게 좋아요?" 라고 묻는다면, 프렌즈 베트남에서는 베트남 여행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과 업무로 바쁜 사람들을 위해 꼭 방문해봐야 하는 도시를 간략하게 소개해 준다. 또 우리가 여행 일정을 짜다보면 '하루(1 day)'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데 그 하루가 앞, 뒤로 하나가 붙거나 빠지는 데 따라서 일정은 바뀔 수 밖에 없다. 프렌즈 베트남은 기간별로 추천 코스를 제시해 준다. 기간에 따라 여길 가야하나, 저길 가야하나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

 

서평의 앞 단에서도 언급했지만 볼거리, 레스토랑, 숙소명 등에 베트남어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현지 여행에서 이 책을 꼭 쥐고 다녀야한다는 이유가 된다. 프렌즈 싱가포르에서도 언급했지만 간혹 영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 내가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방문했을 때 함께 한 일행 중 반드시 탱고장을 찾아가서 탱고를 추겠다는 일념으로 그곳에 오신 분이 있었다. 나는 춤에는 1도 소질이 없지만 호기심에 함께 따라나섰는데 도통 탱고장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영어가 통하지 않자 그 분은 옆을 지나가는 할머니께 종이에 스페인어로 탱고장의 이름을 적어서 보여주었는데 그 할머니는 바로 우리의 손을 잡고 탱고장으로 인도해주셨다. 역시 현지어가 최고라는 생각을 그때 했다.

 

책 속 베트남에서 볼거리들은 넘쳐나고 숙소도 생각보다 아주 다양했다. 요즘은 구글맵이 워낙 훌륭하긴 하지만 책에서 보여주는 지도를 따라 간다면 곤란한 일을 겪을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저자는 발전속도가 아주 빠른 베트남이기 때문에 이전에 본인이 집필한 책에서 조금 업그레이드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 쓴 것 같다고 말한다. 코로나까지 겪었으니 오죽하랴. 여행산업이 3년 이상을 잠들어 있다가 이제 막 다시 깨어났으니 그사이 쓰러진 가게들도 부지기 수일 것이다.

 

책을 보다보면 간간이 저자가 노란색 형광펜을 칠해둔 곳들이 보인다. 한번 더 체크할 필요가 있거나 저자가 독자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들이다. 가볼만한 곳들에는 별표시가 되어 있는데 오래도록 베트남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저자가 준 별의 갯수를 눈여겨 보자. (이력을 보니 적어도 10년을 베트남 여행에 투자하신 분이었다. 부럽다. :)

 

저자가 책에 실어준 생생한 사진들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오늘 밤 꿈에는 베트남 다낭으로 가봐야겠다. ^^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훑어보고 개인적인 주관으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 - 평생 성장하는 가게를 위하여, 개정 증보판
백종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득 2016년에 발간된 「백종원의 장사이야기」를 열심히 메모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그 책을 읽었던 때는 2017년이었고 그때 나는 잠시 직장을 쉬고 있었다. 직장을 쉰 것이 그때가 처음이라 하루에 열두 가지 생각도 더 떠올라 힘든 나를 나스리기 위해 집어든 그 책에는 단지 장사에 대한 노하우만 들어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힘든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백종원님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살피며 나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은 최대한 적용해보려고 노력했다. 특히, 지점들마다의 맛이 모두 달라서 그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였는지가 내 머리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백종원님은 그렇게 나에게 고마운 분이다.

 

「백종원의 장사이야기」 개정증보판이 나온다는 소문에 나의 마음은 구름 위에 둥실둥실 떠다녔다. 이번에는 또 어떤 가르침을 주실지 기대도 되었고 무엇보다 2016년판을 읽었을 때의 나의 상황과 2023년판을 읽는 나의 상황은 말 그대로 180도 변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7년이나 세월이 흘렀으니 강산이 완전히 변하지는 못했어도 70%정도는 변했을테니까, 아무렴.

 

책 앞 표지에 백종원님은 사라졌다. 대신! 나는 운 좋게도 속지에 백종원님의 친필사인이 똭! 들어가있는 개정증보판을 받았다. :)

 

코로나19로 많은 요식업이 쓰러졌지만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물어온다면 저자는 그저 "버텨야 한다."고만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내가 요즘 책을 읽을 때마다 위기의 순간을 버텨낸 사람만이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더라. 얼마 전 미셸 오바마의 책 「자기만의 빛」에서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수많이 위기가 지나가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꾹 참고 버티라는 문장을 읽었다. 역시 '인내심'이 답인가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나누어진다.

 

1장은 먹는 장사를 시작하기 전 고민해봐야 하는 것들을 다룬다. 특히 메뉴는 아주 단순하게 가져갈 것을 조언해 주고 내가 파는 음식은 반드시 내가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대목은 우리가 반드시 눈여겨 봐야하는 것이다. 가령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본인의 일에서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으니까. 때로 책임감을 느끼게 해주는 경험들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가치를 선물하는 것 같다.

 

변치 않는 맛을 내는 비법! 홍콩반점 0410의 레시피 규격화 스토리가 이 책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7년 전 나의 고개를 가장 많이 끄덕이게 했던 바로 그 내용이다. 들쭉날쭉한 맛을 어떻게 하나로 잡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여러분도 자세히 봐주길 바란다. 나는 이 내용을 나의 업무에 적용하였다.

 

2장은 잘 되는 가게가 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사항들을 하나씩 알려준다. 하루 하루 얼마를 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직원 관리가 아주 중요하지만 어차피 끝까지 남는 사람은 직원이 아니라 사장이기에 사장으로써 어떤 마음가짐으로 장사를 해야하는지가 적혀있다. 사장이 가장 먼저 나가버리는 회사는 있을 수 없을테니 사장으로써 어떤 일을 하든지 도움이 되는 장이다.

 

3장은 조금 더 나아가 식당을 하고 있는 사장이 프랜차이즈로 영역을 확대하고 싶을 때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을 다룬다. 프랜차이즈의 특성상 독특한 한 부류의 입맛만 사로잡는 것은 의미가 없기에 가장 대중적인 입맛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가게의 인테리어에 대한 조언도 함께 들어있다. 또한 본사로써 가맹점과 어떻게 파트너쉽을 가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이 장에서도 양념의 레시피화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다. "어제 맛있어서 오늘 다시 왔는데 오늘은 어제의 그 맛이 아니네요." 라는 말을 들으면 안 되지 않겠는가. 시간이 걸리고 시행착오를 수도 없이 겪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또 한 가지! 메뉴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하니 손님들이 메뉴의 진가를 알아주기까지 힘겹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것.

 

마지막 장인 4장은 대박을 낼 수 있는 외식업으로 도약하는 노하우를 알려준다. 아마 독자들 중에서는 이 4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저자는 항상 초심을 잃지말고 평생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생각에는 이 책을 모두 읽고난 후에 반드시 1장을 한번 더 읽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사를 시작할 때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7년 전에 읽어본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에서 느낀 감동이 점점 옅어질 즈음 이 책을 다시 만나고 그 감동은 배가 되었다.

 

※ 멋쟁이 백종원님의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