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지성의 1만 킬로미터 - 그들은 왜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나는가?
이지성 지음 / 차이정원 / 2023년 4월
평점 :
우리는 언제 자유를 느끼는가. 나 홀로 떠난 여행에서 자유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테고 또 많은 사람들 속에서 다른 종류의 자유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오히려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자유'가 없음을 즉, 자유롭지 않음을 더 느끼는 편인데 바로 얼마 전이 그랬다.
장거리 출장을 가면서 비교적 높은 굽의 구두를 신었던 나는 어쩔 수없이 하루종일 그 신발 하나로 버텨야했다. 중요한 회의인데다 나의 업무에 대한 소개를 해야하기에 후줄근한 차림으로 갈 수는 없었기에 내가 가진 구두 중 가장 맵시있는 아이로 골랐던 것이다. (패션의 완성은 구두라고 했던가?) 늦은 시간 집으로 복귀한 나는 왼쪽 새끼발가락 옆에 물집 하나가 잡혀있는 것을 확인했고 며칠 간 고생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역시 그 작은 물집 하나는 나의 온 신경을 건드렸다. 지름 5 mm도 안 되는 녀석 하나가 나의 이 거대한 (물집에 비해 아주 거대한) 몸을 좌지우지하다니.. 역설적이게도 나는 그때 내 몸이 충분히 자유롭지 않음을 느꼈다. 어쩌면 자유라는 것은 그것을 빼앗겨보지 않은 이상 현재 자신이 자유로운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자유의 사전적인 의미는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로 '구속'이나 '억압' 등이 반의어가 될 수 있다.
「1만 킬로미터 - 그들은 왜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나는가?」 이 책의 작가는 우리에게 「꿈꾸는 다락방」으로 유명한 이지성님이다. 이 책은 북한을 탈출한 아니, 자유를 향한 용기를 가진 이들이 한국으로 오기 위해 중국과 동남아를 거치는 그 모든 과정을 다룬다. 책 표지의 입술 윤곽선 같은 별자리는 그들이 이동하는 경로를 상징화 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 입술로 그들은 우리에게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하다.
책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성경 구절 속 살해될 사람을 도우라는 잠언 말씀과 국제사법재판소 판사였던 토마스 버겐탈의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대한 고백을 우리와 나눈다. 프롤로그와 함께 시작된 이 책은 총 9개의 장으로 나누어지며 이 모든 내용이 끝맺으며 3개의 부록을 싣는다.
수퍼맨 목사가 북한 탈주민을 도우며 겪은 에피소드들과 북한 내의 처절한 현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브로커들의 사기행각과 자유를 향한 갈망을 다룬다. 이런 과정들이 쉽게 진행된다면 오죽 좋으랴. 수퍼맨 목사는 중국 공안에 의해 여러 번 체포되고 감옥살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높으신 분의 자비로움이 없었다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었을까.
예전 어느 목사님의 설교 말씀으로 나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조금은 알고 있다. 그때 목사님도 설교시간이 유튜브로 생방송이 되고 있으며 북한 탈주민의 실명이 공개되면 혹여라도 그 사람들의 신변에 나쁜 영향을 줄 수가 있음을 걱정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왠지모를 공포심을 느꼈고 또 그런 상황에서도 그곳을 탈출하려고 어떻게든 노력하는 북한 주민들이 너무나 가여웠다.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책 속의 서울 송파구 간첩 살인사건의 이야기를 보면 북한의 현실은 너무나 끔찍하다. 여느 탈북인들과 똑같이 살아가다가도 어느 날 북의 지령을 받으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다른 탈북인들 죽여야 한다. 만약 그 지령을 거스르면 북에 있는 자신의 가족들과 친척들이 수용소로 끌려가고 본인은 남한 내에 있는 또 다른 탈북인에 의해 목숨을 부지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과연 북한에는 '자유'라는 것이 있기는 한걸까. 아마 소수의 몇 명에게만 허락된 단어일 것 같다.
아직까지 죽지 않고 살아서 찬송가를 부를 수 있음에 감사 기도를 드리는 한 선교사의 편지를 보면서 괜실히 코 끝이 찡하다. 나는 이렇게 간절한 기도를 한 적이 있었나.. 이렇게 절실한 사람들을 속여 돈을 뜯고 또 더 나쁜 짓을 일삼는 브로커들이 있다니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2018년 나는 독일 베를린에 출장을 다녀왔다. 너무나 궁금한 마음에 베를린 장벽을 보러 갔는데 생각보다 낮은 그 벽의 높이와 그 낮은 벽을 사이에 놓고 동과 서로 나누어져 있었다는 것이 믿기 어려웠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인 대한민국. 분단과 동시에 서독에서는 엄청난 돈을 동독에 지불하고 동독 수용소에 수감된 정치범을 서독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단 한 명의 국군포로도 데려오지 않았다고 한다.(p. 113)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게 현실일까 싶을정도로 이 책에 빼곡히 적혀있는 엄청난 글들을 다 읽고 나면 부록 1, 2, 3으로 이어진다. 나는 독자들이 부록은 꼭 모두 읽어보길 바란다. 우리에게 주어진, 어쩌면 이것이 자유인지도 모른 채 그저 살고 있는 우리는 지금 사실 너무 사치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똑같은 인간으로 세상에 내려왔건만 누구에게는 주어지고 또 누구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자유. 하지만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도 자유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 마음아픈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대견한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것입니다.
쫑쫑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