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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험지옥에 빠지다 - 팔도 최고의 족집게 선생부터 기상천외한 커닝 수법까지, 처음 읽는 조선의 입시 전쟁
이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읽는 독자들에게 이보다 더 유쾌하게 조선시대 입시의 수난사를 알려주는 책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작금의 입시지옥은 엊그제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대단한 나라입니다.
조선시대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읽어보면 지금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 더 많은 사교육과 방대한 교육 양에 더욱 허덕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대표 실학자 정약용 역시 유배지에 가서도 자녀들에게 독서와 학문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숱하지 구구절절 편지를 보냈던 분이었습니다.
'지금 고생하면 남은 인생은 편하게 살 수 있다.'라며 속삭였고, 높은 관직에 올라 부와 명예, 권력을 쥐는 것을 인생 최고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과연 조선시대에는 어느 정도의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일단 사서 <논어>, <맹자>, <중용>, <대학>과 삼경 <시경>, <서경>, <주역>을 외워야 했습니다.
그다음 송나라의 학자 사마광이 쓴 294권짜리 <자치통감>을 외워야 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나라의 역사가 사마천이 쓴 130권짜리 <사기>도 외워야 했다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그래서 이 시대에도 공부법이 있었습니다.
공부법은 지금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시험에 잘 나오는 유명한 경전들의 요점정리 100번 읽기, 과제문, 즉 기출문제와 답안지 보기 등으로 이것조차도 요약본이 있었고, 결국 반복 학습을 하라는 것이 최고의 공부법이었습니다.
거기에 조선시대 시험은 붓과 먹으로 글을 썼어야 하기에 지우개로 지울 수도 없고, 복사하여 붙여넣기 또한 할 수 없기에 지금의 우리로서는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수준이라 하겠습니다.
조선의 임금이라면 어떤 엘리트 교육을 받았을지도 궁금해졌습니다.
태어났더니 원자이고, 세자였을 뿐인데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국왕이 되기 위한 국가적인 프로젝트가 가동됩니다.
할 수 있는 모든 사교육을 세자에게 퍼붓습니다.
교육 목표와 컨설팅 모두 단연 최고 수준이었고, 세자가 무엇을 얼마나 공부할지는 임금과 고관들이 모여 의논할 정도로 중대한 국가 현안이었다고 하니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낯가림 있는 세자는 무릎에 앉혀놓고 글을 읽기 시작했고, 아침 조강, 점심 이후 주강, 저녁에는 석강을 듣습니다.
그리고 더 어두워지면 야간수업까지 있었다 하니 '학대'에 가까운 수준이었다고 저자는 표현합니다.
이렇게 애써 가르치는 세자가 늘 똑똑하고 천재였으면 좋으려만, 꼭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공부 실력이 꽤나 형편없었던 소현세자의 경우 선생들이 중국까지 따라갔으나, 공부에 영 진척이 없었다고 기록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인종은 달랐습니다.
인종은 열심히 공부해 일곱 살에 소학, 대학을 모두 읽을 정도로 뛰어났으나 왕위에 오른 지 8개월 만에 31세 나이로 요절했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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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공부에 대한 열망은 끝이 없는듯합니다.
평생을 과거에 급제하여 입신양명을 이루고자 했던 조선시대의 치열한 역사가 그대로 살아있는 <조선, 시험지옥에 빠지다>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