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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 - 수만 가지 죽음에서 배운 삶의 가치
오은경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평점 :
'죽음'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무겁습니다.
한동안은 주변 친구들의 결혼 소식이 들렸고, 그 뒤로는 돌잔치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느 순간 주변 지인들의 부모님 부고 소식이 요즘엔 더욱 잘 들립니다.
세월이 흐르기에 누군가는 삶의 끝에 다다르기 마련이고 죽음만큼은 탄생처럼 대비할 수 없기에 그 무게가 어느 것보다 무겁게 느껴집니다.
죽음과 관련된 책들은 많지만, 이 책은 수간호사가 겪고 마주했던 생생한 죽음의 순간은 물론 남겨진 이들로 하여금 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22/pimg_7230741404539930.jpg)
큰 기대 없이 펼치고 읽었는데, 정말 눈물 콧물을 쏙 빼며 읽었습니다.
죽음에 관한 개인의 생각 정도가 남긴 에세이일거라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마주하는 죽음에 대한 생생함에 너무 몰입이 돼서 죽음을 마주하는 가족, 배우자의 모습에 마치 제 일인 것인처럼 눈물이 흘렀습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도, 가족들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시간 앞에 너무 막연하기도 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라는 것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은행의 프라이 VIP 고객이었고, 은행장까지도 나와 90도로 인사를 했었다는 환자는 대장암 말기이자 곧 생을 마감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왜 갑자기 잘 살고 있던 내 인생에 암이 생겼는지, 술도 담배도 입에 대지 않았고 음식도 좋은 것만 먹고 그렇게 몸을 챙겼는데 왜 하필 내가 죽음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 모습을 저자가 옆에서 보고, 한순간 사람에서 시체가 되어버리는 현실 앞에서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었을지도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늘 그런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런 상황을 글로 마주하자니 힘든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죽음은 그 환자뿐만 아니라 나의 결에도 언제나 머문다.
생이 우리의 곁에 머물 듯이.
물론 그렇다 해도 죽음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억울하기만 하다. (p.188)
존엄한 죽음이 과연 있을지, 죽음을 앞두고 영화에서처럼 멋진 유언을 남기거나 혹은 아주 유쾌하게 남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다가 갈 수 있는 일은 없을 듯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몸이 보내는 신호 앞에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연명의료'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는 주제를 던져줍니다.
이상과 현실 앞에서의 간극을 어떻게 대해야 하고, 대비해야 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저도 물론 연명의료를 받으며 생을 연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죽음을 앞두고 당사자가 그 모든 걸 결정한다는 건 불가능하기에 평화로운 죽음을 위해 미리 문서로 이를 남겨두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인데, '장기기증'만을 신청한 저로서도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저자가 이를 위해 많은 일을 해오고 있는 이유가 책 속에 가득 담겨있어서 책을 덮는 순간 삶의 마지막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면서 비관할 것이 아니라, 좋은 죽음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수만 가지 죽음에서 배운 삶의 가치 <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