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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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 인플루엔셜

📘2025. 3.10-14


☀️서평 쓰며 가제본 도서는 받아 보았지만 티저북은 처음 받아본다. 원제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에 수록된 두 단편이 빨간 표지를 입고 도착했다. 한 두 시간이면 충분히 다 읽을 내용이라 얕잡아 봤건만 세 번이나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저자인 줄리애나 배곳은 창의성과 독창성을 살린 하이콘셉트의 작품을 쓰는 작가다. 짧은 분량임에도 시선을 사로잡는 아이디어와 뛰어난 플롯으로 영상화에 최적화된 단편을 써서 이미 넷플릭스, 디즈니, 파라마운트 같은 대형 제작사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이 책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의 수록작들 또한 넷플릭스 등에서 영상화로 진행 중이다. 


📣포털


📍어느 여름 사방에서 포털이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포털이란 어떤 공간에 갑자기 생겨나는 우주로 향하는 구멍이다. 장소도, 개수도 제각각이다. 소파 밑, 텅 빈 수영장 바닥, 수풀 속, 타이어 그네 등. 피어나는 궁금증 속에 포털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포털을 경험하는 사람도 생긴다. 구멍 속으로 손을 넣었더니 바람이 불었다는 사람,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음악을 들었다는 사람, 죽은 아버지 얼굴의 까칠까칠한 수염을 만졌다는 사람, 포털 속의 ‘아무 것도 없음’이 엄마의 손을 먹어버리더니 점점 끌어당겨 급기야 엄마를 먹어버려 사라졌다는 목격담까지 속출한다. 


p8.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되었다. 슬픔은 우주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고. 그리고 우리에게는 슬픔이 부족하지 않았다. 


📍포털은 애잔한 슬픔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미지의 공간이었다. 지나가던 차에서 쏜 총에 맞다 죽은 아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아들을 죽이고 사고로 위장했지만 범행이 발각되자 자살한 남자, 약물 과용으로 사망한 노숙자, 폭탄이 터져 길거리에서 사망한 사관학교 학생. 세상엔 슬픔이 너무 많았다. 


📍애도와 힘든 일에 대처하는 심리적 기제가 무너지며 우주에 구멍을 낸 것이라 믿었던 주인공은 포털을 발견하게 되면 그리운 사람을 보게 되리라 기대한다. 짝사랑했던 콜렛이 자동차 사고로 죽었지만 그녀를 좋아했다는 걸 티내고 싶지 않았기에 슬픔을 꽁꽁 싸매고 있던 그의 마음엔 언제부턴가 단단한 응어리가 맻혔다. 


📍친구 에이든과 포털을 찾아낸 그는 콜렛을 다시 만나리라는 기대를 품고 공허한 구멍 속으로 손을 집어 넣는다. 그리고 엄청난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역노화


📍주인공은 아홉 살 소년이 된 아빠와 함께 숲 속의 냇물에서 올챙이를 낚고 있다. 다가올 미래에는 죽음을 앞둔 사람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소생술과 역노화.


📍주인공의 아버지는 역노화를 선택했고, 80세 노인의 경우 대략 하루에 10년씩 젊어진다. 젊은 시절 여성 편력으로 엄마와 이혼한 아버지에게 원망을 갖고 있던 주인공이 아버지의 역노화 참관자로 지명된다. 


📍역노화 시설에 머물며 매일 눈에 띌 만큼 젊어가는 아버지가 낯설지만 주인공은 70대로, 60대로, 50대로, 40대로 변해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본다. 원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에게도 아름다운 청년 시절과 할아버지에게 학대받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며 주인공은 아버지를 용서한다. 


💭포털 속 우주는 어쩌면 역노화 속 미래 시공간이 아닐까. 두 이야기는 묘하게 닮아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가 떠올랐다. 역노화라는 제목 때문이리라. 


💭연세가 많아질수록 점점 더 순수해지는 부모님을 보면서 어쩌면 나이를 먹는 건 아이로 돌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 언짢은 하루를 보내며 이 책을 다시 읽었다. 내 마음을 심란하게 했던 사건도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슬픔이 우주에 구멍을 낼 때까지 감정을 옥죄고 있을 수는 없기에 나는 그냥 훌훌 털어버리기로 했다. 


💭오래 전 재미있게 봤던 환상특급을 다시 보는 듯 했다. 다른 단편들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넷플릭스에서 영상으로 만들어진다면 더없이 반가울 것 같다. 


-인플루엔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느낌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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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25주년 기념판) - 진정한 나와 대면하는 변화의 기술
구본형 지음 / 김영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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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구본형 / 김영사

📘2025. 3. 3 - 3. 8


💁‍♂️故구본형 소장은 변화경영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소개한 사상가이자 작가이다. 서강대에서 역사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후 한국IBM에서 20년간 경영 기획과 혁신을 담당했다. 돌연 회사를 떠난 그는 1인 기업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세워 나답게 살기 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멘토 역할을 했다. 2013년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그는 우리 마음에 불을 지피는 많은 책들을 출간했다. 특히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곳에서의 아치>과 더불어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는 2000년대 초반 IMF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러 일으켰다. 


💁‍♂️미래엔 노동 시간이 아닌 개인의 계발된 인적 자본을 기준으로 값이 매겨질 것이고 자신의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스스로 채권이나 주식을 발행할 수 있을 것이며 네트워크로 자신의 재능을  팔 수 있는 완벽한 시장이 형성될 거라 했던 그의 날카로운 예측은 지금 현실화 되었다. 


📖불안한 노동시장, 시시각각 바뀌는 세계 정세와 사회 변화 속에서 예나 지금이나 개인은 발 디디고 설 곳이 없다. 평생 직장 개념이 남아 있던 2000년 초반, 그는 앞으로 전통적인 고용 형태가 급격하게 사라질 것으로 보았다. 개인은 스스로 몸값을 높이는 1인 기업 형태가 되어야 생존할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껍데기를 훌훌 벗어 던지고 ‘새로운 나’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AI시대,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생기는 변화의 바람 속에서 우리는 또 다시 2000년의 칼바람보다 더 무서운 회오리 바람 앞에 서 있다. 역사는 돌고 돈다. 트렌드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 AI시대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강력한 개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이렇게 소개한다 


📍자기다운 것을 찾아 자기 혁명 지도를 만들어라.

나의 기반이 된 시원, 나의 재능과 취미, 나의 직업,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등을 적어 보며 ‘나’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만들 것.


📍변화하라. 

평범과 비범 사이에 존재하는 변곡점에서 변화의 다짐을 하라. 3년 동안 자기 혁명의 시간을 통해 변화의 씨앗을 만들어 내라. 새벽 하루 2시간 이상을 반드시 확보하라. 변곡점을 지나면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스스로에게 암시하라. 


📍당신만의 고유 브랜드를 만들어라.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전문성을 증명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계발하라. 아무리 작은 목소리라도 내적 혁명을 부르짖기 시작하라. 


모든 사람은 자신의 내부에 엄청난 보물이 매장되어 있지만 이를 알아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당장 큰 돈을 벌지 못하지만 자신의 강점을 살려 열정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라. 시간이 지날수록 부유해 질 것이다. 


💭25년 전 출간된 책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만큼 작금의 상황에도 충분히 대입해 봄직한 내용이었다. 특히 하루 중 새벽 두 시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계발의 시간으로 만들어 하루 24시간이 아닌 22시간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이 책을 처음 접했던 25년 전 나는 일개 회사원이었다. 명예 퇴직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동료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걸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 보았다. 그들이 떠난 자리를 소수의 인원으로 바쁘게 채우면서도 다음 명퇴 대상은 내가 아닐까 싶어 가시 방석 위에서 어쩔 줄 몰랐다. 지금 나는 1인 원장으로 구본형 소장의 1인 경영자로서의 타이틀은 얻었지만 과연 구색에 맞게 잘 경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좀 더 편하게 일하면서 수익은 극대화할 수 없는지 잔꾀를 부렸던 것 같다. 자기 계발 및 경영의 고전이라 불릴 수 있는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를 다시 읽으며 다시 한 번 3년 자기혁명노트를 작성해 보았다. 왠지 가슴이 뛴다. 


💭아쉽게도 구본형 소장은 이제 세상을 달리하기에 그의 주옥 같은 문장과 열띤 목소리를 더이상 만날 수 없지만 그의 예전 책들 덕분에 나 같은 자기계발러는 여전히 보물선에 올라타 항해를 지속할 수 있다.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gimmyoung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주관적 후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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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의 기술 - 최소 노력으로 삶에 윤기를 더하는
이노우에 신파치 지음, 지소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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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꾸준함의 기술 

📗이노우에 신파치 / 알에리치코리아

📘2025. 3. 1 -  3. 3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뭘까?” 라는 질문에 나는 “꾸준함”이라 답한다. 시작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데 그놈의 꾸준함이 부족해서 모든 일이 용두사미로 끝나고 마는 내 일상이 답답할 때가 많았다. 어느 날 인스타그램을 뒤적거리다 매일 꾸준히 하는 일과가 26가지나 된다는 저자의 책소개를 만났다. 


💁‍♂️조깅 25년, 손 글씨로 일기 쓰기 22년, 복근 운동 15년, 블로그 3년 반, 인스타그램에 하늘 사진 올리기 3년, 춤 연습 2년 10개월, 하루 한 권 책 읽기 2년 8개월, 스트레칭 2년 반 등 수많은 일을 꾸준하게 짬을 내어 지속하고 있는 저자의 노하우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꾸준함이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라.


너무 잘하려다 보면 쉽게 지치고 끝내 그만 두게 된다. 제대로 하려 하지 말고 대충, 작게, 겸사겸사 하기를 권한다. 습관화하면 지속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제일 싫어하는 운동을 양치질과 묶어서 2주간 지속해 보았다. 양치를 하며 노는 다리로 스쿼트를 30개 하는 것이었다. 희한하게 양치만 하러 욕실에 들어가면 저절로 스쿼트를 진행하는 내 다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운동 효과도 좋아서 다음 날 다리가 뻐근하기까지 했다. 


📍목표를 버려라.


나는 특히 뭔가를 시작하기 전 그 일을 완료했을 때의 엄청난 결과물을 미리 예상하고 하루치로 나누어 도전하는 편이다. 가끔 그 결과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았으나 막상 하루치 일을 진행하려 하면 하기 싫을 때가 많았고 그러다 보면 이틀, 사흘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이에 부담스러운 목표 세우기를 버리고 그냥 즐겁게 매일 조금씩 하라고 한다.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싶어서 매일 단락글을 쓰고 있는데 글의 흐름도 맞춰야 하다보니 그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으면 다 때려치우고 며칠씩 쉬기도 했던 터라 이 책을 읽으면서 그냥 하루에 한 줄 정도라도 매일 써 보기로 했다. 결과야 어떻든 부담스럽지 않아 다음 날도 그 한 줄에 덧대어 또 다른 한 줄이 완성되곤 했다. 


📍기록하라.


저자는 기록의 중요성을 매 챕터마다 강조한다. 하늘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아름다운 사진첩이 되었고 매일 읽은 한  권의 책도 멋진 블로그로 변신했다. 기록의 중요성이야 말해 무엇하는가. 기록을 하다보니 관찰력도 생기고 아무런 감흥 없던 순간이 다시는 올 수 없는 소중한 순간으로 탈바꿈하는 걸 여러 번 느끼게 된다. 


📍하루 5분이면 충분하다.


춤 동작 하나를 매일 5분씩만 연습하면 나도 아이돌 비슷하게나마 멋들어진 춤을 출 수 있지 않을까. 춤 연습도 운동의 연장선상이니 꼭 도전해 보리라 다짐해 본다. 


💭5분은 멍 때리다 흘리기 딱 좋은 시간이다. 할 때도 있고 못 할 때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냥 보내기 쉬운 오전 시간을 하나씩 습관으로 엮다 보면 1년 후 나는 꾸준함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으리라. 


💭일본 자기계발서답게 술술 읽혔고 여러 가지 꿀팁들이 귀여우리만치 신선했다. 읽으며 <아주 작은 습관>이 자주 떠올랐다. 중간중간 파란 줄이 쳐져 있는 문장만 읽어도 대충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어서 오히려 파란 줄이 읽는 데 방해가 되었던 것 외에는 모든 게 흡족했던 시간이었다. 


-이 책은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를 증정받아 읽고 쓴 자유로운 제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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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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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 문예출판사

📘2025.3.1-3.2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처음 읽었던 24살의 나는 막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사회에 적응하느라 바빴던 나는 상사들의 커피 심부름까지도 잘 하고 싶었던 의욕적인 회사원이었다. 무슨 은행에서 이율 0.1%를 더 주더라는 말에 예치했던 돈을 몽땅 빼 가는 단골 고객의 모습과 주식형 상품은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서약서에 자필 서명을 했음에도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하며 내 돈 돌려 놓으라는 협박을 하던 고객의 모습은 인간의 추악한 속물 근성을 깨닫게 했다. 그때 즈음이었을 것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만난 것은. 


💭그때는 다 속물로 보였다. 존경받는 퇴직 교장도, 큰 기업의 대표도, 대형 학원 원장도, 반지르르한 양복을 맞춰 입고 들어서자마자 지점장부터 큰 소리로 찾아대던 시의원도 모두. 그들이 순서도 지키지 않고 디밀던 전표를 먼저 처리하며 왜 순서대로 일처리를 하지 않느냐고 항의하던 일반 고객의 언성을 온 몸으로 받아내면서도 머리가 땅에 닿도록 미안해 하던 것도 우리같은 힘없는 일개 직원이었다. 한마디로 모든 게 부조리하게 여겨졌다. 


💭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학원을 운영하며 홀든처럼 답답한 교육현실에서 매일같이 학교와 선생님을 욕하는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30년 전 기성 세대들에게 불만을 느끼던 나도 이제는 그런 기성 세대 중 한 명이 되어 꼰대 소리나 지껄이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문학 작가라는 고된 작업을 그만 두고 시나리오 작가로 전향하여 헐리우드로 건너 가 부와 명예를 누리는 형, 돈 버느라 바빠 자녀들에겐 관심도 없는 아버지,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신경쇠약에 걸린 어머니는 홀든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했다. 


📖자랑스러운 동생의 죽음에 삶의 의욕을 잃고 거짓과 허위에 가득 찬 환경에서 벗어나려 발악하는 홀든의 모습이 너무 우스꽝스러워 슬퍼졌다. 홀든의 입으로 묘사되는 그 많은 등장인물 중 그나마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인물이 식당에서 만난 수녀와 의지를 굽히지 않다가 투신 자살한 반친구, 그리고 여동생 피비 뿐이라는 사실이 가슴 저릿했다. 


📖넓은 호밀밭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아득한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호밀맡의 파수꾼이 되기를 꿈꾸는 홀든의 순수함은 소설 전반에서 흐르는 우스꽝스런 냉소와 대비된다. 겉으로는 어른인 체 바에서 술을 시키고, 여자와 시시덕거리고, 담배를 피우고 창녀를 불러들이기도 하지만 그의 속내는 꽁꽁 언 겨울 연못에서 갈 곳 없는 오리를 염려할 정도로 부드럽고 따뜻하다. 


📖퇴학을 당하고 현실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도피를 선택한 홀든의 강렬한 의지는 그 무엇으로도 꺾이지 않다가 순진무구한 여동생 피비의 만류로 잦아든다. 피비가 회전 목마를 탄 채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행복감을 느끼는 홀든에게서 다시 삶에의 의지가 피어올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 노자의 도덕경과 장자 필사를 하고 있다. 샐린저는 작가로서의 명성을 한창 누릴 무렵 동양사상을 접했다. 이후 자신이 쫓던 사회적 명성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가를 깨닫고 말년까지 사회를 기피하며 살다 칩거하다 생을 마감했다는 걸 알고 이 책을 읽으니 책 전체에 흐르던 공허함과 허무함 마저 가깝게 느껴진다. 


✍️좋은 어른이 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모두가 내 목소리만 높일 뿐 상대방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만나면 내 목소리를 줄이고 아이들의 마음의 소리를 좀 더 들으려 애써야겠다. 비록 그 소리가 의미없는 헛소리여도. 


-문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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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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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 다산책방

📘2025. 2.27-3.1


💁‍♀️따뜻한 오후, 햇살이 내리쬐는 거실 한쪽 벽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 위, 벗어 둔 청바지 하나가 무심하게 턱 걸쳐져 있다. 따뜻한 갈색 계열의 하드커버 <자기만의 집>을 포장지에서 벗겨내며 괜히 설레었다. 사랑과 상실, 욕망과 모순으로 뒤엉킨 복잡한 인간 내면과 관계를 탐구하는 작가인 전경린의 소설이 처음이라 그랬던 것 같다.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그녀의 작품은 줄곧 삶의 균열 속에서 자기만의 길을 모색하는 여성의 생애를 그려왔다. 


📖이번 작품도 이혼이라는 삶의 균열 속에서 성장하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어렸을 적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주인공 호은은 밖으로 표현은 하지 않아도 배신감과 상실감을 안고 있다. 어느 날 연락도 자주 하지 않던 아빠가 호은의 학교로 찾아와 호은의 배다른 동생인 승지를 엄마에게 당분간 맡겨 달라는 말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다.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한 엄마 윤선은 호은과 승지를 데리고 아빠를 찾아 나선다. 집, 직장, 친구 집, 갈 만한 곳은 다 가 보았지만 아빠의 행적은 묘연하기만 하다. 윤선은 할 수 없이 승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고 이때부터 세 여자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이혼한 부모, 재혼한 아빠, 재혼녀의 죽음, 엄마의 애인, 재혼녀의 사춘기 딸이 불러온 사태의 복잡성, 관계의 복잡성, 해결할래야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정립이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호은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소설의 배경인 호은의 집에서 세 사람은 살을 부대끼며 차츰 서로에게 적응하며 가족인 듯 가족 아닌 듯 모호한 정을 나눈다. 함께 백화점에 가서 옷을 사고, 승지의 첫 생리를 축하하고, 승지가 좋아하는 음식을 요리하며 세 사람은 점점 더 가까워진다. 


💭어린 호은을 친정 부모님께 맡기고 밤낮없이 일하여 번 돈으로 마련한 작은 집은 엄마에게는 오랜 꿈을 저당 잡히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곳이다. 그런가 하면 호은에게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 받았던 상실감과 아픔을 치유하는 곳이다. 승지에게는 따뜻한 돌봄을 받는 낯선 공간이기도 하다. 


💭민주화 운동을 하며 청춘을 불살랐지만 세상과 차마 타협할 수는 없었던 386세대 아빠와 그런 아빠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엄마에게 오랜 시간 품고 있던 원망이 기묘한 동거 속에서 조금씩 해소되는 과정이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책을 읽고 있으려니 일요일 아침 느지막히 일어나 엄마가 만들어 준 부침개를 먹고 아무데나 누워 딩굴거리던 나른한 일상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아침밥 먹고 나서서 남의 돈 한 번 벌어보겠다고 종일 방긋거리다 지친 몸 이끌고 돌아오면 반겨주는 나만의 집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먼지가 쌓이고 지저분해도 내 집의 따스함은 세상 시련을 다 잊게 만들어준다. 


📍’부모가 내게 무슨 짓을 했건, 우린 그것을 원망하기보다 극복해야 한다.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의 운명을 가엾게 여기고 자신의 자아를 강화하는 것이다. 자기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을 긍정하며 스스로를 키워야 한다.‘ 


💭책 속 구절처럼 호은과 승지는 어른들을 점차 이해하며 성장해 나간다. 처음엔 언니 동생으로 부르는 것도 멋쩍어 하던 두 사람이 언니 동생으로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에 가족 같지 않은 새로운 가족의 탄생의 서막이 살짝 엿보인 건 나만의 착각일까? 


-다산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좋은 소설을 선물해 주신 다산책방 출판사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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