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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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 다산책방

📘2025. 2.27-3.1


💁‍♀️따뜻한 오후, 햇살이 내리쬐는 거실 한쪽 벽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 위, 벗어 둔 청바지 하나가 무심하게 턱 걸쳐져 있다. 따뜻한 갈색 계열의 하드커버 <자기만의 집>을 포장지에서 벗겨내며 괜히 설레었다. 사랑과 상실, 욕망과 모순으로 뒤엉킨 복잡한 인간 내면과 관계를 탐구하는 작가인 전경린의 소설이 처음이라 그랬던 것 같다.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그녀의 작품은 줄곧 삶의 균열 속에서 자기만의 길을 모색하는 여성의 생애를 그려왔다. 


📖이번 작품도 이혼이라는 삶의 균열 속에서 성장하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어렸을 적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주인공 호은은 밖으로 표현은 하지 않아도 배신감과 상실감을 안고 있다. 어느 날 연락도 자주 하지 않던 아빠가 호은의 학교로 찾아와 호은의 배다른 동생인 승지를 엄마에게 당분간 맡겨 달라는 말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다.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한 엄마 윤선은 호은과 승지를 데리고 아빠를 찾아 나선다. 집, 직장, 친구 집, 갈 만한 곳은 다 가 보았지만 아빠의 행적은 묘연하기만 하다. 윤선은 할 수 없이 승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고 이때부터 세 여자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이혼한 부모, 재혼한 아빠, 재혼녀의 죽음, 엄마의 애인, 재혼녀의 사춘기 딸이 불러온 사태의 복잡성, 관계의 복잡성, 해결할래야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정립이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호은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소설의 배경인 호은의 집에서 세 사람은 살을 부대끼며 차츰 서로에게 적응하며 가족인 듯 가족 아닌 듯 모호한 정을 나눈다. 함께 백화점에 가서 옷을 사고, 승지의 첫 생리를 축하하고, 승지가 좋아하는 음식을 요리하며 세 사람은 점점 더 가까워진다. 


💭어린 호은을 친정 부모님께 맡기고 밤낮없이 일하여 번 돈으로 마련한 작은 집은 엄마에게는 오랜 꿈을 저당 잡히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곳이다. 그런가 하면 호은에게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 받았던 상실감과 아픔을 치유하는 곳이다. 승지에게는 따뜻한 돌봄을 받는 낯선 공간이기도 하다. 


💭민주화 운동을 하며 청춘을 불살랐지만 세상과 차마 타협할 수는 없었던 386세대 아빠와 그런 아빠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엄마에게 오랜 시간 품고 있던 원망이 기묘한 동거 속에서 조금씩 해소되는 과정이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책을 읽고 있으려니 일요일 아침 느지막히 일어나 엄마가 만들어 준 부침개를 먹고 아무데나 누워 딩굴거리던 나른한 일상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아침밥 먹고 나서서 남의 돈 한 번 벌어보겠다고 종일 방긋거리다 지친 몸 이끌고 돌아오면 반겨주는 나만의 집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먼지가 쌓이고 지저분해도 내 집의 따스함은 세상 시련을 다 잊게 만들어준다. 


📍’부모가 내게 무슨 짓을 했건, 우린 그것을 원망하기보다 극복해야 한다.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의 운명을 가엾게 여기고 자신의 자아를 강화하는 것이다. 자기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을 긍정하며 스스로를 키워야 한다.‘ 


💭책 속 구절처럼 호은과 승지는 어른들을 점차 이해하며 성장해 나간다. 처음엔 언니 동생으로 부르는 것도 멋쩍어 하던 두 사람이 언니 동생으로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에 가족 같지 않은 새로운 가족의 탄생의 서막이 살짝 엿보인 건 나만의 착각일까? 


-다산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좋은 소설을 선물해 주신 다산책방 출판사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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