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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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 문예출판사

📘2025.3.1-3.2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처음 읽었던 24살의 나는 막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사회에 적응하느라 바빴던 나는 상사들의 커피 심부름까지도 잘 하고 싶었던 의욕적인 회사원이었다. 무슨 은행에서 이율 0.1%를 더 주더라는 말에 예치했던 돈을 몽땅 빼 가는 단골 고객의 모습과 주식형 상품은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서약서에 자필 서명을 했음에도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하며 내 돈 돌려 놓으라는 협박을 하던 고객의 모습은 인간의 추악한 속물 근성을 깨닫게 했다. 그때 즈음이었을 것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만난 것은. 


💭그때는 다 속물로 보였다. 존경받는 퇴직 교장도, 큰 기업의 대표도, 대형 학원 원장도, 반지르르한 양복을 맞춰 입고 들어서자마자 지점장부터 큰 소리로 찾아대던 시의원도 모두. 그들이 순서도 지키지 않고 디밀던 전표를 먼저 처리하며 왜 순서대로 일처리를 하지 않느냐고 항의하던 일반 고객의 언성을 온 몸으로 받아내면서도 머리가 땅에 닿도록 미안해 하던 것도 우리같은 힘없는 일개 직원이었다. 한마디로 모든 게 부조리하게 여겨졌다. 


💭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학원을 운영하며 홀든처럼 답답한 교육현실에서 매일같이 학교와 선생님을 욕하는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30년 전 기성 세대들에게 불만을 느끼던 나도 이제는 그런 기성 세대 중 한 명이 되어 꼰대 소리나 지껄이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문학 작가라는 고된 작업을 그만 두고 시나리오 작가로 전향하여 헐리우드로 건너 가 부와 명예를 누리는 형, 돈 버느라 바빠 자녀들에겐 관심도 없는 아버지,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신경쇠약에 걸린 어머니는 홀든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했다. 


📖자랑스러운 동생의 죽음에 삶의 의욕을 잃고 거짓과 허위에 가득 찬 환경에서 벗어나려 발악하는 홀든의 모습이 너무 우스꽝스러워 슬퍼졌다. 홀든의 입으로 묘사되는 그 많은 등장인물 중 그나마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인물이 식당에서 만난 수녀와 의지를 굽히지 않다가 투신 자살한 반친구, 그리고 여동생 피비 뿐이라는 사실이 가슴 저릿했다. 


📖넓은 호밀밭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아득한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호밀맡의 파수꾼이 되기를 꿈꾸는 홀든의 순수함은 소설 전반에서 흐르는 우스꽝스런 냉소와 대비된다. 겉으로는 어른인 체 바에서 술을 시키고, 여자와 시시덕거리고, 담배를 피우고 창녀를 불러들이기도 하지만 그의 속내는 꽁꽁 언 겨울 연못에서 갈 곳 없는 오리를 염려할 정도로 부드럽고 따뜻하다. 


📖퇴학을 당하고 현실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도피를 선택한 홀든의 강렬한 의지는 그 무엇으로도 꺾이지 않다가 순진무구한 여동생 피비의 만류로 잦아든다. 피비가 회전 목마를 탄 채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행복감을 느끼는 홀든에게서 다시 삶에의 의지가 피어올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 노자의 도덕경과 장자 필사를 하고 있다. 샐린저는 작가로서의 명성을 한창 누릴 무렵 동양사상을 접했다. 이후 자신이 쫓던 사회적 명성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가를 깨닫고 말년까지 사회를 기피하며 살다 칩거하다 생을 마감했다는 걸 알고 이 책을 읽으니 책 전체에 흐르던 공허함과 허무함 마저 가깝게 느껴진다. 


✍️좋은 어른이 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모두가 내 목소리만 높일 뿐 상대방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만나면 내 목소리를 줄이고 아이들의 마음의 소리를 좀 더 들으려 애써야겠다. 비록 그 소리가 의미없는 헛소리여도. 


-문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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