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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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 인플루엔셜

📘2025. 3.10-14


☀️서평 쓰며 가제본 도서는 받아 보았지만 티저북은 처음 받아본다. 원제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에 수록된 두 단편이 빨간 표지를 입고 도착했다. 한 두 시간이면 충분히 다 읽을 내용이라 얕잡아 봤건만 세 번이나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저자인 줄리애나 배곳은 창의성과 독창성을 살린 하이콘셉트의 작품을 쓰는 작가다. 짧은 분량임에도 시선을 사로잡는 아이디어와 뛰어난 플롯으로 영상화에 최적화된 단편을 써서 이미 넷플릭스, 디즈니, 파라마운트 같은 대형 제작사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이 책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의 수록작들 또한 넷플릭스 등에서 영상화로 진행 중이다. 


📣포털


📍어느 여름 사방에서 포털이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포털이란 어떤 공간에 갑자기 생겨나는 우주로 향하는 구멍이다. 장소도, 개수도 제각각이다. 소파 밑, 텅 빈 수영장 바닥, 수풀 속, 타이어 그네 등. 피어나는 궁금증 속에 포털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포털을 경험하는 사람도 생긴다. 구멍 속으로 손을 넣었더니 바람이 불었다는 사람,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음악을 들었다는 사람, 죽은 아버지 얼굴의 까칠까칠한 수염을 만졌다는 사람, 포털 속의 ‘아무 것도 없음’이 엄마의 손을 먹어버리더니 점점 끌어당겨 급기야 엄마를 먹어버려 사라졌다는 목격담까지 속출한다. 


p8.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되었다. 슬픔은 우주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고. 그리고 우리에게는 슬픔이 부족하지 않았다. 


📍포털은 애잔한 슬픔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미지의 공간이었다. 지나가던 차에서 쏜 총에 맞다 죽은 아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아들을 죽이고 사고로 위장했지만 범행이 발각되자 자살한 남자, 약물 과용으로 사망한 노숙자, 폭탄이 터져 길거리에서 사망한 사관학교 학생. 세상엔 슬픔이 너무 많았다. 


📍애도와 힘든 일에 대처하는 심리적 기제가 무너지며 우주에 구멍을 낸 것이라 믿었던 주인공은 포털을 발견하게 되면 그리운 사람을 보게 되리라 기대한다. 짝사랑했던 콜렛이 자동차 사고로 죽었지만 그녀를 좋아했다는 걸 티내고 싶지 않았기에 슬픔을 꽁꽁 싸매고 있던 그의 마음엔 언제부턴가 단단한 응어리가 맻혔다. 


📍친구 에이든과 포털을 찾아낸 그는 콜렛을 다시 만나리라는 기대를 품고 공허한 구멍 속으로 손을 집어 넣는다. 그리고 엄청난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역노화


📍주인공은 아홉 살 소년이 된 아빠와 함께 숲 속의 냇물에서 올챙이를 낚고 있다. 다가올 미래에는 죽음을 앞둔 사람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소생술과 역노화.


📍주인공의 아버지는 역노화를 선택했고, 80세 노인의 경우 대략 하루에 10년씩 젊어진다. 젊은 시절 여성 편력으로 엄마와 이혼한 아버지에게 원망을 갖고 있던 주인공이 아버지의 역노화 참관자로 지명된다. 


📍역노화 시설에 머물며 매일 눈에 띌 만큼 젊어가는 아버지가 낯설지만 주인공은 70대로, 60대로, 50대로, 40대로 변해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본다. 원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에게도 아름다운 청년 시절과 할아버지에게 학대받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며 주인공은 아버지를 용서한다. 


💭포털 속 우주는 어쩌면 역노화 속 미래 시공간이 아닐까. 두 이야기는 묘하게 닮아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가 떠올랐다. 역노화라는 제목 때문이리라. 


💭연세가 많아질수록 점점 더 순수해지는 부모님을 보면서 어쩌면 나이를 먹는 건 아이로 돌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 언짢은 하루를 보내며 이 책을 다시 읽었다. 내 마음을 심란하게 했던 사건도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슬픔이 우주에 구멍을 낼 때까지 감정을 옥죄고 있을 수는 없기에 나는 그냥 훌훌 털어버리기로 했다. 


💭오래 전 재미있게 봤던 환상특급을 다시 보는 듯 했다. 다른 단편들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넷플릭스에서 영상으로 만들어진다면 더없이 반가울 것 같다. 


-인플루엔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 느낌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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