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
이훤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 속 사진산문집이라는 말을 통해서, 사진들과 함께 여러 산문들이 있는 책일 줄 알았는데 나의 대단한 착각이었다. 오히려 사진과 함께하고 있는 글은 산문보다는 시처럼 다가왔다. 사진 역시 단순히 물체의 형상을 보여주기보다는 곰곰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하나의 텍스트처럼 느껴졌다.

 

포커스가 되는 사진 속 사물들은 특별하지 않다.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단순한 선, , 틀 등이다. 그렇지만 평범한 사물을 다른 시선으로 관찰한 사진들과 그 사진들 사이에 있는 짧은 글들. 다른 책들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많은 사진과, 너무 짧은 글이 실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쉽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못할까. 마치 전시전에 와 있는 그런 기분이었다. 사진 앞에서 계속해서 바라보며 마음 속 생각을 곱씹어본다.

 

말로 섬세하게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감정들을 사진이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한 마디의 말보다도 한 장의 사진이 그렇게 마음을 울릴 때가 있다.

사진들을 보며, 아니 느끼며 마음이 차분해진다.

 

보기보다 읽는 것에 가까운 순간이 있다.
최소의 언어로 읽히는 광경들이.

사물의 입장을
사진으로 읽고 싶었다.
시 아닌 형식으로 시에 가까운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 P4

살을 다 잃어버린 날은 혼자 견디기 어려워
떨어져나가는 것들 위해 누군가 먼저 처음이 되기로 했어요.
전부 다 내어주고 갔어요. - P127

그리고 다시 돌아왔어요 - P128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속내가 되지 말자
서로에게 어떤 속내도 되지 말자
서로에게
서로가 아닌 무엇도 되지 말자 - P3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문보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보자마자 아, 작가는 사람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미워할 일도 없으니 말이다.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다. 상대를 미워하려면 일단 관심이 있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문보영 시인의 산문집이다. 물론 작가는 지금도 20대이지만 20대 초년생 때 쓴 일기를 모아서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일기와 소설의 경계라고 해야 할까. 일기라고 하면 단순히 여러 일상이 나와야 할 것 같은데 그러기엔 너무 추상적이고, 소설이라고 하기엔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완전히 허구라고 할 수도 없는 글들. 여러 독특한 표현들이 생소하면서도 작가의 솔직한 마음들이 절절하게 들어있기에, 이래서 시인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이래서 청춘이구나 하는 생각 역시 들었다. 되돌아보면 청춘이 미화되어 보이겠지만, 사실 청춘의 시기를 보내는 그때 그 시절이 늘 밝고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작가는 이미 알고 있어 보인다. 청춘의 삶 속에서 내면의 상처를 다시 바라보면서 자신에 대해서 올곧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저때의 나는 과연 내 자신에 대해서 깊은 성찰을 해봤던가.

 

어쩌면 마음속에 많은 생각과 감정을 품으면서 작가는 소위 마음의 병을 얻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내면의 아픔을 보여주는 글을 남에게 공개한다는 것부터, 큰 용기가 필요한 행동 아닐까. 이를 통해 작가가 조금씩 자신의 우울을 극복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누군가를 미워하기 위해 시를 쓰기 시작했다는 말을 통해서, 작가는 정말 진심을 다해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많은 사랑을 하고, 많은 상처를 받고, 그 마음을 속에 가만히 담아둘 수가 없어서 글로 표현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보영 작가의 시집을 읽고 싶어졌다. 그녀의 시 속에는 어떤 여러 감정들이 표현되어 있을지 궁금해진다.

 

나에게 일기는 사실을 기록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가장 자유로운 글쓰기다. - P9

시가 뭐냐고 생각하느냐고 묻기에 대답을 구하다가, 시는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있어야 시를 쓸 수 있는 거냐고 다시 묻기에 지나치게 사랑한 사람이 있었다는 뜻이었다고 풀어 설명하고 좀 후회했다. - P22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두렵겠지. 인생이 다시 망할지도 모르니까."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헤어졌다. - P25

슬픔의 용도에는 관심이 가지 않는다. 슬픔은 오롯이 슬픔이기만 하면 좋겠다. - P48

나는 나대로 살고 싶다. 내 속도대로, 내키는 대로, 침대와 벽 사이 아늑한 공간에서 여생을 보내는 나의 널브러진 브라자처럼. - P74

시간이 약이다, 라는 말은 반만 참이다. 시간은 독이고 시간은 약이기 때문에, 시간은 양날의 칼같이 무서운 놈이다. 뱀에 물렸을 때는 시간이 약이 아니다. 방치는 독이다. 마음의 병도 마찬가지다. 상처를 봉합하지 않고 방치하면 시간이 상처를 곪게 한다. - P124

왜 사람들이 웃을 때 나는 웃지 못할까? 생각해보면, 세상이 웃는 방식으로 내가 웃었다면, 애초에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이 미소 짓지 않는 방식으로 내가 미소지었으므로 시를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슬픈 이야기다. - P1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소유 - 양장본
법정스님 지음 / 범우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취미는 사람들의 얼굴만큼이나 다양하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선택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누구도 무어라 탓할수 없다. 남들이 보기에는 저런 짓을 뭣하러 할까 싶지만, 당사자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성을 지니게 된다.
그 절대성이 때로는 맹목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지나치게 낭비적이요 퇴폐적인 일까지도 취미라는 이름 아래 버젓이 행해지는 수가 있다. - 14쪽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다른 목소리를 통해 나 자신의 근원적인 음성을 듣는 일이아닐까. -69쪽

 아름다움이란 떨림이요 기쁨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 106쪽

죽음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영원한 이별이기에 앞서, 단 하나뿐인 목숨을 여의는 일이기 때문이다. - 131쪽

말씨는 곧 그 사람의 인품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또한 그 말씨에 의해서 인품을 닦아갈 수도 있는 거야. 그러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 주고받는 말은 우리들의 인격 형성에 꽤 큰 몫을 차지한다. -134쪽

너의 하루하루가 너를 형성한다. - 137쪽

-

스님은 무소유를 강조하셨지만, 아직 무소유의 깨달음을 얻지 못한 나는 이제서야 스님의 책을 구해서 읽어본다. 수업시간에 읽었던 ‘무소유’의 내용만 알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스님이 여러 좋은 문장들이 많이 있어서 이제서야 완독을 한 스스로가 부끄럽다.

단지 소유의 욕망이 아니더라도 그동안의 나는 스스로의 욕망을 위해서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왔다. 물론 앞으로도 그 취미의 욕망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줄여 나가야겠다고 오늘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마지막으로 고른 문장처럼 오늘의 하루가 나에게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죽음에 관한 문장도 마음에 박혀왔다.

바른 언행과 바른 행동, 그리고 바른 마음가짐. 항상 마음 속에 새기고 살아야겠다. 앞으로 형성될 나를 위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에서 의미를 찾았다면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지.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 하게 돼. 174쪽

과연 나는 모리 교수처럼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지금 내 삶, 내 가족, 내 친구들과의 소중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81016-181017

필요한 책 주문하다가 금액 채울 겸 같이 주문했던 책.
작가 이력만 대충 알고 있던 터라 제목만 보고 본인의 서점을 차리게 된 과정인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큰 줄기는 책방 열기전 남편과 함께 갔던 일본 책방 투어라서 초반에 읽을 때는 ‘아, 낚였다‘ 싶었다.

그래도 글을 쭉 읽으면서 자신의 일상을 벗어나기까지, 하고 싶은 일을 직접 실행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가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아직 나는 내가 앞으로 뭘 할 지 정확히 모르겠다.
그래서 앞으로 다양한 책을 열심히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