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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해방 - 세계적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의 담대한 제언 ㅣ 아포리아 6
피터 싱어 지음, 함규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세계적 실천 윤리학자 피터 싱어의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가 1975년 출간한 '동물해방'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동물복지부터 세계
빈곤까지 다룬 저자의 철학은 개인의 윤리적 책임
은 물론 동물복지의 수준을 높였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벌면 자신의 생활에 초점을 맞춰
생활하고 일부는 쓸 만큼 쓰고 남은 돈을 기부하게
된다. 그런데 피터 싱어의 외침은 다르다.
우리가 여기의 생명에 기울이는 것과 같은
관심과 주의를 저쪽의 생명에도 기울여야 하지
않겠냐고 요구한다. 모든 생명은 똑같은 가치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기 위한 극단적 사례
몇 가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신장을 자발적으로 기부한 사람들..
신장 하나만으로 살다 사망할 확률은
4,000분의 1이라고 한다. 가족 간의 기증도
쉽지 않은데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내 몸의 일부를 기증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결심이다. 장기기증을 하는 이들과
헌혈을 주기적으로 하는 마찬가지다.
우리가 하루에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
먹다 버리는 음식물, 유행 지나서 버리는 옷
망가지진 않았지만 필요 없어서 버리는 가전제품,
샤워하며 흘려버리는 물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반면에 전 세계 7억 명 이상이 음료수 한 잔 값보다
적은 돈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저자는 약 40년 이상 기아와 빈곤 문제에
대해 생각하며 글을 써왔고 효과적인 기부를
알리기 위해 온라인 강의와 팟캐스트, 텔레비전,
책을 을 통해 그 방법을 알려왔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1960년에는 2,000만 명의
유아가 5세 되기 전 빈곤 때문에 사망했고
2009년엔 970만 명, 2017년 통계로는
유아 사망자 수가 540만 명으로 아직도 매년
540만 명의 5세 이하 유아가 죽어간다고 한다.
그중 절 반은 간단하고 비용도 얼마 안 드는
조치로 살릴 수 있었다. 요즘 같은 부유한
시대에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빈곤으로 죽어가는
생명이 이토록 많다는 현실이 참 애석하다.
저자는 부유한 국가의 사람들이 생활 수준을 크게
낮추지 않으면서 쉽게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다만 더 많은 사람들이 기부에 동참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고
한다. 전에 유니세프 방송을 보며 너무 마음이
아파서 얼마 동안 주기적으로 기부금을 보냈다.
우리 시어머니는 아직도 매달 아프리카 어느
지역의 소녀에게 기부를 하고 계신다. 대부분의
사람들 아니 나조차도 일면식도 없고 가볼 일도
없는 나라의 낯선 사람들을 위해 지갑을 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힘들어
하는 당장 내 눈앞에서 죽어가는 그 생명이
나의 가족이라면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죽도록 살리고 싶지만 가족을 위해 그럴 방법이
도저히 없는 빈곤층의 마음은 어떨까? 예전
어느 소설에서 자신의 다리를 잘라서 파는
이를 보게 되었다. 도울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그 해답은 책을 읽다 보면 알 수 있다. 제대로
기부할 수 있는 방법과 선한 일을 하는 단체들의
리스트가 책에 나와있다.
요즘엔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못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유기견 유기묘 살리는 일에
내 모든 것을 걸었다. 아이가 6개월 즈음부터
시작해서 5살이 될 때까지 매달려 온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길고양이 밥과 유기견 돌봄은
꾸준히 하고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써왔던
돈을 환산하면 꽤 크지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일들을 겪으며 내가 누린 기쁨이 훨씬 크다.
어떤 이들은 동물보단 사람이 귀하다며 하지
말라고도 하고 그 돈을 차라리 난민들에게
쓰라고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모든 생명은
귀하고 나에게 가치가 있기에 또 다른 기회가
생긴다면 내 기부의 삶은 또 달라질 것이다.
시간과 돈 그리고 가족 간의 불화 등 많은 것을
소진하고 잃기도 했지만 나의 작은 수고로
아이들의 삶이 달라졌다. 우리나라에서 학대
받고 고통 속에서 살던 아이들이 외국 대자연
을 뛰놀며 가족과 함께 여행도 다니고 캠핑과
유치원 생활을 즐긴다. 그 모습을 보며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닌 나의 수고로 아이들의 삶이
바뀌었다는 게 참 감사하고도 슬프다.
누군가는 살리려고 애를 쓰는데 누군가는
생명을 함부로 여기고 학대한다. 죽이려는
누군가가 있으면 살리려고 애쓰는 누군가도
존재한다. 누군가는 나의 가족 내 눈앞의
이익에 매달리는데 저자는 빈곤에
무감각해진 우리들의 경종을 울린다.
책을 통해 빈곤의 실태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들을 배울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내가 지금 호화롭게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경각심을 세우게 됐다. 단순한 이론서가
아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 담긴 책이라
빈곤에 무감각해진 나의 삶을 돌아보기에
정말 좋은 책이었다. 나 자신의 기부의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점검할 수 있었고 경쟁이 난무한
시대에 많은 이 들이 이 책을 읽고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