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과 함께 먹는 아이스크림
유종선 글, 이명옥 그림 / 도서출판 진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아이들 시험도 이번 주에 끝나고 저도 마음이 조금은 한가해져서 오래간만에 동시집을 접하게 되었어요. 제목은 '해님과 함께 먹는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이 녹는 걸 해님과 함께 먹는다고 표현한 것이 재밌어요. '개미'에선 벽을 타고 올라가는 개미의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 글자를 한 글자씩 세로로 썼더군요. 

 맨 처음에 읽게 되는 시, '비 오는 날 집 보기'는 맞벌이를 하고 있는 주부들이 읽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시였어요. 혼자 집을 지키면서 무서운데도 이모의 전화에 무섭지 않다고 대답하는 씩씩한 모습, 자기 아이가 생각나 울컥할 수도 있겠더군요. '전 아기가 아니에요.'도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옛날을 회상하게 하게 되었거든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긴 컸으니 아기가 아닌데 왜 다른 어른들은 자길 아기라고 부르는지 이해를 못 했지요.
 
 그리고 만나는 시, '이모'. 처음에 왜 엄마는 우시는데 이모는 그저 웃으실까 궁금했어요. 하지만 시의 밑부분을 읽으면 이해가 되더군요.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이모, 사진 속의 이모라서 시간이 고정되어 말 없이 웃고 계신 모습이 누가 읽더라도 세상을 떠나신 가족을 떠올리게 해요. 

 콩벌레는 사람들의 고함 소리에 기절을 하고 먼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못 찾아 뵈서 죄송하다고 전화를 드리면 전화효자가 되는 거라네요. 목욕탕에서 엄마 손은 지우개이고 잠들기 전 엄마 이야기는 안 좋았던 마음을 가라앉히는 지우개가 된다고 해요. 엄마는 엉덩이가 뜨거웠던 후라이팬이었고 재도 되었던 가슴이며 파란 불꽃을 견디는 존재라는데 책임감을 느끼게도 되어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작아져 가는 옷들, 엄마는 신바람이 나고 자폐아인 아홉살 시은이가 마침내 '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엄마'라고 얘기한다고 감격하는 모습들 속에서 세상의 천사는 주위에 있는 엄마들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는 모기들, 백원이면 아프리카 어린이 한 끼의 식사, 손가락이 더 밝은 이들의 세상인 점자와 사이다를 마신 컵이 숨을 쉬고 수다를 떠는 모습의 표현을 읽으면 어른들도 아이들도 일상 속에서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또한 욕심을 채우는 만큼 다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달'과 내 뿌리는 어떤 모양일까, 얼굴 표정을 보면 마음의 뿌리가 보인다는 '뿌리'를 읽으면서 남을 배려하기 위해 욕심을 덜어내는 노력을 하고 마음의 뿌리를 아름답게 가꿔야 겠다는 반성도 했어요. 

 예쁜 시를 읽으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사람들과 가족, 나무, 돌, 벌레도 오늘은 잠시 다르게 보고 싶어지게 하는 동시집이예요. 마음 속의 잡초를 씻겨 내려가게 하는, 어린이에서 어른이 된 맘 속 예쁜 동심을 찾는 좋은 동시집이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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