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어김없이 벚꽃이 피고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봄날 매주 상담을 받았다. 총 12번을 받을 수 있는데 나는 문제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 6번에 끝낼 수 있었다. 듣기에 기분 좋은 이야기다. 또한 이렇게 끝내면서 대기자가 많으니까 내가 양보해야 겠다는 그런 마음도 있었다. 마지막에 선생님이 책 두 권을 추천해 주셨는데 그 중 한 권이 이 책이었다. 한겨레 상담 코너 '형경과 미라에게'게시판에 질문을 올렸던 독자들의 이야기와 조언을 풀어 낸 것인데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하지만 읽으면서 비슷한 고민이라든가 유년기의 아픈 경험을 통해 지금의 행동들에 관한 설명을 통해 공감을 하고 많은 도움이 되는 걸 느껴 안도했다. 

 내가 반성하고 깨달아야 할 점들은 이런 것들이다.

 타인에게 너무 큰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자아가 강해져야 문제와 맞설 수 있다.
 타인의 싫은 점은 자신의 내면이다.
 엄마처럼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욕망이다.
 환상 속에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우리 자신 밖에 없다.-괴테(각종 자기계발 프로그램에서 제1법칙으로 삼는 원칙)
 만일 당신이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당신은 그 사람 안에서 당신의 일부인 그 어떤 점을 발견하고 미워하는 것이다. 우리자신의 일부가 아닌 것은 아무것도 우리를 괴롭힐 수 없다.-헤르만 헤세

 감정이 아니라 이성과 합리를 바탕으로 한 관계 맺기, 자기 주장보다는 상사의 지시에 따르는 수직적 관계 맺기,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관계 맺기 등의 방식을 습득해야 하며 불편한 간섭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거절하기, 상사와 다른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기, 내심으로 싫으면 겉으로 죽이 맞는 듯 행동하지 말고 적절한 거리 두기, 상대가 정말 인격적으로 미숙하고 나쁜 사람이라면 그와의 관계를 철수하기 등의 방법들이 있다는데 나 또한 미숙하여 사회 생활 하면서 배워야 할 중요한 대처방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뼈가 아프더라도 자신을 잘 보고, 자신을 개선해나가야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을 이기는 것이 '힘 있음'이라면 자기를 이기는 것은 진정한 '강함'이다.-노자
 문제는 언제나 상상력이다.-작자 미상
 상상력은 영혼의 방부제이며 청량제이다.
 우리는 죽는 날까지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동시에 죽는 법도 배워야 한다.-스콧 펙의 '끝나지 않은 길'에 나오는 구절이며 에리히 프롬의 1955년 저서 '건전한 사회'에서 인용, 에리히 프롬은 고대 철학자 세네카의 책에서 따왔다고 한다. 
 건강한 성격의 출현을 위한 첫째 요건은 유아기의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관심'이다.-듀에인 슐츠

 부부 사이에는 갈등을 조절하고 욕구를 협상하는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결혼 초기의 부부들이 피터지게 싸우는 것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두 사람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고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란다. 싸우는 부부가 건강하며 전혀 갈등이 없다면 부부 중 한 쪽이 희생하고 있거나 제3자를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는 뜻. 가족 구성원 누군가가 희생양이나 문제아가 되지 않도록 해야 겠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어떤 과목보다 부모의 죽음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에이브러햄 매슬로
 소중한 일들이 사소한 일들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괴테
 서른 살이 넘으면 부모를 원망해서는 안 된다.-미국 격언
 너의 천복(bliss)을 따르라, 그 과정에서 두려움이나 죄의식을 갖지 마라. -조셉 캠벨'신화의 힘'
 사랑은 기생적 의존도, 가학적 지배도 아니다.-카렌 호니
  '이상적인 남편'의 환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옆집 남편, 친구 남편과 비교하며 우울해 하는 것, 나 자신을 부끄럽고 슬프게 하는 행동이다. 오랜 기간 우울하게 보내는 사람은 생의 에너지 중 많은 부분을 분노를 억누르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체력이 약해진다고 한다. 자주 야외로 나가 햇빛을 쬐고 산책처럼 가벼운 것부터 운동을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온 가족이 놀이 공원에 가서 아이처럼 노는 일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돌보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하는데 놀이공원을 무지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문장을 읽으면서 즐거웠다. 
 수잔 포워드의 '흔들리는 부모들' 원제 '유독한 부모(Toxic Parents)' 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이 책도 읽어보면 도움이 되겠다.
 고독(solitary) 그리고 연대(solidary)-알베르 까뮈
 까뮈의 단편집 '추방과 왕국'에 '일하는 미술가'라는 단편에 나오는 문장이란다. 안 읽어 본 책이니 이 책도 잊지 않도록 해야지.
 남자에게 생존의 전부를 걸지 않기.-동감한다. 그만큼 실망하는 것도 많기에. 뭐 남자도 나한테 실망할 것들이 수두룩하겠지만.^^;
 사랑이 '원래'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다.-로빈 로우드의 '너무사랑하는 여자들'
 모든 사랑은 '남는 장사'다-작자 미상. 
 우리는 누구도 타인에게 그토록 잔인할 권리가 없다.-빅터 프랭클(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학자)
 성적 관계, 그런 것은 없다.-자크 라캉(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그 어떤 직접적인 '관계'도 없다.)
 '내가 나인 것이 좋다'고 마음에 새긴다. 과거에 그리고 지금 하는 행동들,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해도 내가 나인 것을 좋아해야 겠다. 
 나는 내가 되고자 추구하는 바로 그것이다.-고든 올포트
 성숙하고 건강한 성격에 대해 연구했다고 하는데 확고한 자기 개념과 자기 정체감을 갖는 것, 자존감을 느끼는 것, 개방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줄 수 있는 것, 정서적 안정을 느끼는 것, 삶의 의미와 방향감을 주는 목표를 갖는 것'을 건강이라고 제안했단다.
 상담하면서 느낀 점들 중 하나가 표현에 서툴러서 쌓아 두고 속상해 한 적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내면의 분노를 단계적으로 표현하라는 저자의 말을 새겨 들어야 겠다.
 분노를 품과 사는 것은 독을 품과 사는것과 마찬가지다.-틱 낫 한
  자신을 죽이고 싶어하는 욕망이 실은 타인에 대한 지극한 적개심과 살해 욕망의 뒷면이라는 점은 놀라운 말이었다. 무의식 깊은 곳에서 누군가에 대해 죽이고 싶을 만큼 무거운 분노를 품고 있다는 뜻인데 외부로 표출하지 못한 분노는 내면으로 돌려져 천천히, 꾸준히 자기 자신을 죽인다고 한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은 일기를 쓰지 않는다면서 저자가 초등학생 5~6학년 때 일기장에 욕을 많이 썼다는 고백을 했다. 아이들이 사춘기 때 속상해서 욕을 일기장에 쓰더라도 모른 척 하고 가만히 지켜봐야 겠다고 다짐했다. 

 화는 보살핌을 간절히 바라는 자신의 아기다.-틱 낫 한
 화가 날 때는 그것을 맞이해주는 게 가장 좋고 타인의 분노를 담아줄 때는 공감을 하란다.
 그래, 네 말이 맞아.-작자 미상
 남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자신을 평가한다고 생각될 때, 내면에서 저항감이 일 때 이렇게 중얼거리라고 하는데 타인의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드는 기회라고 조언한다. 어둡고 부슬부슬 비 오는 아침에 어떤 메일이  기분 나쁘게 했는데 상대방의 말이 맞다고 인정하는 답장을 짧게 썼다. 그 후 이 대목을 읽었는데 참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인의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든 것이겠지?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글을 쓴다.-레이몬드 카버-미국작가 이삭 데니슨에게서 인용
 중립적인 말투로 처음에 거절할 것. 명심해야 겠다. 
 처음에 거절하는 것이 더 낫다.-레오나르도 다 빈치 
 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단테
 남편이 오해 받고 있는 상황에 나는 상대방에게 변명의 답장을 보내려고 했지만 남편은 가만히 놔두는 게 현명한 행동이라며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만들라고 했다. 나는 오해 받고 있다는 것을 꼭 해명해야 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남편의 행동은 단테의 말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써 놓고 보니 적어 두고 싶은 말이 많아서 두서가 없지만 나중에 두고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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