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주례사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법륜스님 지음, 김점선 그림 / 휴(休)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자유를 누리게 되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는 것.

 인터넷에 한 편의 주례사로 올려진 것을 수년 전인가 보고 인쇄까지 해서 동생 결혼하면 주려고 남겨놓았었던 주례사가 서문에 있고 그 다음에 김점선화가의 그림과 법륜스님의 자세한 조언이 있다. 결혼하거나 하지 않거나 그건 모두 선택의 문제라고 한다. 그리고 먼저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두번째로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업을 바꿔야 한단다. 그게 바로 수행의 길이다. 

 다른 남편, 그리고 아내를 부러워하면 나만 손해다. 인생관이 분명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선택이 주는 행복과 불행이 달라진단다. 자기의 삶을 늘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고 늘 놀이로 생각한다는 멋진 말이 가능하다면 인생도 행복해진다고 하는데 말은 쉽지 우리에겐 일상이 고되고 짜증나는 일 가득이다.

 술 먹는 남편의 허전한 마음을 부모가 자식 돌보듯 다독거려 주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술 좋아하면 술 사다주고, 속 쓰리다 하면 해장국 끓여주면서 보살피면 마음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렇다. 마음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왜 우리가 남편의 술 마시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할까? 그건 다 남편의 몸을 위해서 그런 것인데! 알코올이 들어가니까 몸을 버릴까봐 걱정하는 것인데 말이다. 술이 보약이라면 당연히 우리 아내들은 기뻐했을 것이다. 다 남편 사랑하니까 걱정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 뭣이냐 알코올중독자인 캐서방(그 분의 이름이 생각 안 난다.)이 나오는 영화 말이다. 주인공 여자는 캐서방이 알코올중독으로 몸을 버릴 것을 알면서도 술을 끊으라고 바가지를 긁지 않는다. 하지만 결과는 당연히 죽음이다. 뻔한 결과이지만 술 좋아한다고 술만 가득 사다줄게 아니라 그냥 아내가 남편의 마음을 보듬어주면서 술이 아닌 다른 음료수를 즐길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싶다. 나도 남편이 하도 여름에 매일 맥주를 두 병 이상 마셔대길래 여름이 다 끝나갈 때쯤 안되겠다 싶어서 다른 음료수로 대체하라고 조언했다. 그랬더니 파워에이드나 알로에를 마시겠다고 했다. 아닌게 아니라 맥주 배가 불룩하게 나와서 살도 찌고 보기에도 영 아니었다. 그런데 다른 음료수로 바꿨더니 내가 무거운 음료수를 사오느라 힘들긴 하지만 좀 나아졌다. 물론 물 마시면 가장 좋겠지만 술이 아닌 게 감지덕지라는 생각에 열심히 사 오고 있다.

 마음이 행복해지면 여유가 생긴다고 한다. 상대를 이해하기 쉽고 자녀나 남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고 조언한다.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또 다른 기쁨이라고 한다. 항상 실천하기 무지 어려운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 정말 마음이 편해졌다. 좀더 아들들과 남편을 이해하기로 했다. 완벽하게 아이들에게 자상하게 한 것은 아니지만서도. 왜냐고? 그냥 웃으면서 받아줬다가는 인터넷 게임 중독에 빠져 패륜아의 길로 갈테니까. 그래서 좀 소리지르고 화는 냈지만 어느 정도 조절은 되었다. 속으로는 '괜찮아, 나 화난 거 아니야.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를 나쁜 길에 빠뜨리니까.'라고 생각했다. 요즘 특히 남자애들 인터넷, 컴퓨터 통제하지 않으면 안된다. 심각해진다. 

 결혼상대는 항상 순위를 매기고 평가하면서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생각을 간과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후회없이 문제를 해결한다는데 스스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면 미혼자도 멋진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을 바꾸려는 이유는 늘 남의 인생, 남의 생각에 간섭하려 들기 때문이라는데 나도 남편과 아이들을 바꾸려고 많이 애쓴다. 알겠다. 남편의 단점 바꾸지 않으려고 노력하겠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내가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하겠다. 여기서 같이 살 거면 상대를 그냥 날씨나 꽃처럼 생각하라고 하는 그 말이 인상적이었다. 날씨나 꽃, 날씨나 꽃, 그래 그냥 보고 웃을 수 밖에.^^

 행복도 불행도 다 내가 만드는 것이란다. 한 걸음 물러나서 바라보면 쉬울텐데 그게 어렵다. 결혼하는 것은 그래서 결혼하지 않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라 느낀다.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나를 돌아보고 자기 속의 스트레스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항상 가족들이 상처 입지 않도록 연습해야 한다. 자신의 작은 말과 행동에 좀더 신경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 오늘도 아들은 내가 놀리는 말을 했다고 화를 냈다. 그게 아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했나 보다. 화가 나서 내 잘못을 인정하기 힘들었지만 아들을 재우고 여기 앉으니 내가 그랬나 보다 싶다. 그런데 그 순간엔 인정을 못 하겠으니 원. 

 심신이 건강한 사람이 나오려면 애 키울 때 부모의 마음이 안정되어야 한단다. 정신수양을 더 많이 해야 겠군. 재미난 것은 여기서 성격 급한 사람의 좋은 점을 들었는데 그게 참 의외라는 것이다. 사기 치는 사람 못 봤단다. 그럼 난 못 친다는 결론이다. 성질이 더러우면 사기를 못 친단다. 사기꾼은 친절하고 잘 생겨야 하고 속을 알기가 어려워야 한단다. 맞는 말이네! 결론을 보니 웃기다. 성격 급하고 성질 더러운 사람의 장점이 여기 있구나 하고 감탄한다. 

 항상 현재, 지금에 깨어 있으면서 늘 자기를 되돌아보면서 점검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상 살면서 자기를 변화시키고 계속 갈고 닦아야 겠다. 순간적으로는 슬프지만 슬픔에 빠지는 대신, 실패하면 그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나라고 한다. 이것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며칠 전 어떤 결과가 나오기를 바랐는데 이루어지지 않아 슬펐다. 아, 그 실패를 딛고 일어서야 겠다. 자책감에 빠져서 계속 우울하게 있을 수는 없다. 인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계속 연습해 가는 과정이 수행이란다. 찰나에 깨어 있어라. 적어도 남편에게 어제 오늘은 화 안 냈다. 그것만은 성공이다. 아들 둘과의 갈등이 남아 있는 편이지만 벌써 과거다. 내일은 좀더 나아지겠지? 아들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입을 다물고 들어줘야겠다. 

 뭔가 베푸는 사람이 주인이고 도움 받는 사람은 객이라고 한다. 먼저 주는 사람이 될 때 비로소 주인이란다. 그동안 주위 친구들에게서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아왔다. 그리운 얼굴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나는 이제 어떻게 베풀어야 할까.

 김점순 화가의 맑은 그림들과 스님의 긴 주례사가 결혼을 하는 예비부부 뿐만 아니라 청소년, 그리고 결혼하고 가족들과 갈등이 많은 부부에게도 깊은 깨달음을 준다. 특히 가족들의 단점을 바꾸려는 욕심과 불만을 떨쳐버리고 나를 바꾸려는 그 생각에 책을 읽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내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나는 이제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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