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면 미운 오리 새끼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언니,오빠들과 다른 보르카, 기러기이긴 하지만 완전한 기러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너무 슬퍼서 키다리 갈대가 우거진 밭에 들어가 엉엉 울었다는 보르카. 책을 읽어주면서도 감정이입이 되어 제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답니다. ㅠ.ㅠ 존 버닝햄과 헬렌 옥슨베리(아내)를 뵙게 되어 싸인을 받았는데 어쩜 그렇게 이 책을 쓰신 분의 이미지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존 버닝햄 할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이 책을 다시 보니 따뜻한 존 할아버지의 맘씨가 그림과 글에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보르카는 다른 기러기들이 못살게 구는 바람에 같이 어울리지 않았답니다. 엄마가 털옷을 만들어 주었지만 물에서 헤엄치고 나면 털옷이 다 마를 때까지 시간이 너무 걸렸기 때문에 그만 두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또 물에 젖은 털옷은 얼마나 무거웠겠어요? 보르카의 노력을 알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을까요? 보르카가 따뜻한 곳으로 날아가는 기러기들을 바라보고 방울방울 눈물을 흘릴 때 아, 자기가 빠진 것을 알아주지 않고 신경 쓰지 않는 가족들과 다른 기러기들에 대한 절망감을 저도 함께 느꼈답니다. 미운오리새끼는 자기가 밉다고 생각하고 집을 떠나 이런 저런 모험을 하게 되는데 보르카도 가족과 동료에게 버림을 받고 어떤 배에 타게 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공짜로 타는 것은 아닙니다. 부리로 밧줄을 감고 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들을 주으면서 선장을 도와준다고 합니다. 친구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런던의 큐 가든에 오게 된 보르카는 거기서 친절한 기러기들만 만나게 된답니다. 이 부분에서도 미운오리새끼와 비슷한 점을 느꼈습니다. 미운오리새끼도 어느 공원 연못에서 다른 백조들과 어울리게 되고 물에 비친 자기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도 런던의 큐 가든에서 자신을 그냥 기러기 친구로 인정해주는 착한 기러기들을 만나게 되는 결말이 안스럽게 읽던 저와 아이를 무거움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보르카처럼 좀 이상하게 생긴 사람이나 몸이 좀 불편한 사람도 주위 사람들이 큐 가든의 기러기처럼 친절하게 대해준다면 좋겠습니다. 무시하지 않고 놀리지 않는 것, 그걸 아이들과 제가 배우면 좋겠습니다. 그림은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색깔로 되어 있는 게 아니라 회색, 짙은 녹색, 주황색 등의 진한 서정적 풍경의 그림들입니다. 몸이 불편한 이들을 보통 사람처럼 생각하고 무시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제 아이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제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오던 현재의 삶이 보르카에 비하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하는 걸 느끼게 됩니다. 행복은 그만큼 가까이 있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