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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래티샤 콜롱바니 저자, 임미경 역자 / 밝은세상 / 2022년 10월
평점 :
불의의 사고로 프랑수아를 잃은 레나. 레나는 그런 현실을 도피하고자 인도의 벵골만에 면한 코로만델 해안으로 떠나온다. 해안에 앉아 울렁이는 바다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레나는 바다를 향해 몸을 던졌고, 이 사건을 통해 연을 날리던 랄리타와 레드 브리게이드 단원들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교사 출신의 레나는 그곳에 머물려 학교 설립을 준비하는데...
레나의 과거 극복기와 희생정신이 인상 깊었던 소설. 타국에서 외국인의 신분으로 지역민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는 그녀의 노력과 인내에 박수를! 《연》은 공식적으로는 없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인도의 몇몇 곳에 잔존하는 신분제도와 희생양이 된 아이, 여성에 대한 내밀한 진실을 담고 있다.
책 속 여성 연대 단체인 ‘레드 브리게이드’와 이를 이끄는 강인한 인물 ‘프리티’ 또한 존경스럽다. 그녀의 과거 이야기가 너무도 안타까워 더욱 응원하게 된다.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도 나면서, 이들을 착취의 대상으로만 보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에 화도 났다. 이것은 랄리타와 자나키의 이야기를 통해 더욱 마음을 후벼판다. 레나가 결국 인도에 머물며 학교를 지켜나가게 되었지만 그들에게 앞으로 닥쳐올 시련은 더욱 고난할 것만 같아서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 모두 행복하고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살아가길. 닥쳐온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더욱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 작품 《세 갈래 길》과도 이어진다고 하는데 꼭 읽어봐야겠다.
□ 불필요한 전통과 관습
자크 프레베는 말했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있다. 빼앗긴 것만 빼면.’ (p.20)
내가 생각하기로 《연》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오랜 관습과 전통을 따르는 사람들’이다. 왜 본인의 자식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줄 생각보다는 본인과 같은 삶을 살아가길 강제하는 것일까? 왜 스스로 자식을 좌절의 구렁텅이로 몰아세우는 걸까?
물론 지금까지 선구자가 한 명도 없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과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더욱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삶을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이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내가 겪는 일은 부당하며, 이것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어린아이들이 지금 내가 겪는 현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말이다. 교육이 필요한 것은 어른도 마찬가지다. 당장의 삶이 고난하더라도 그 어린아이들을 일터로 몰아내 착취하고, 채 20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을 팔듯이 결혼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 신분제도와 자유
왜 없어진 신분제도에 연연할까? 사회는 피라미드를 구성하기 때문에 이 부당함에 들고 일어나야 하는 것은 수가 우세한 가장 하위층이다. 하지만 왜 스스로 본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일까? 물론 이것도 어릴 때부터 받아온 세뇌 교육의 여파겠지만 말이다. 지금이라도 깨닫고 움츠렸던 몸을 펴길, 불행을 이어가지 않길 바란다.
□ 여성연대
사실 여성과 아이들을 멸시하는 태도는 우리나라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관련 내용은 책 《이상한 정상가족》에 아주 잘 나와 있으니 참고 바란다. 이 점에서 ‘레드 브리게이드’는 책 속에서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에도 가장 시급한 단체가 아닐까 싶다. 대가 없이 서로를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연대, 나는 아닐지라도 나와 같은 여성들이 겪는 부당함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연대는 정말로 필요하다. 내 옆의 사람이 겪는 일이 곧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