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소설, 잇다 1
백신애.최진영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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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란 영원한 것이 아니고 찰나가 연장해가는 것이니까 이 순간 아무리 사랑하지마는 다음 순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라지요. (p 47)

📝 그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을, 외롭고 불안한 하루하루를, 망하고 계속 망할 뿐이라는 평범한 삶을 기꺼이 살아갈 수 있다. (p 229)

작가정신의 첫 번째 소설, 잇다 시리즈.

책에 소개된 백신애 작가의 작품은 주로 1인칭 시점이다. 주인공의 독백에 가까운 문장들이 이어지는데 당시엔 1인칭 시점이 유행했던 것인지, 작가의 스타일인지 알 수 없으나 요즘 소설들은 3인칭 관찰자 시점이 대부분이라 나에겐 신선한 느낌이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름다운 노을>. 주인공의 사랑에 대한 고뇌가 잘 표현되어있는데,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이입을 많이 했다.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성별도 없는 거라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으면서도.. 뭐가 문제야! 싶으면서도..
상상만으로도 이렇게 심란한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그럴까 생각하면서도, 아니야 그건 범죄야! 라는 생각도 든다. 나로서는 끝끝내 결론을 낼 수 없는 주제가 좋았다.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를 읽으며 그들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들에겐 사랑이 도대체 뭐길래 끝내 남는 건 사랑밖에 없다는 걸까. 그들은 무엇을 얼마나 사랑하는 걸까. 그 사랑 나에게도 좀 알려주길, 나눠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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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책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앤솔러지
기 드 모파상 외 지음, 최정수 외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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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다양한 사랑을 보여주는 책. 로맨스만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가장 좋았던 단편은 기 드 모파상의 <달빛>과
대프니 듀 뮤리에의 <낯선 당신, 다시 입 맞춰 줘요>.
두 작품은 총 17편의 고전 단편소설이 실린 《사랑의 책》에서 첫 번째, 두 번째로 나오는 단편이다.
나에겐 뒤 15편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강렬했던 소설.

특히 <달빛>이 인상적이었는데, 내게 소중한 사람이 자신을 갉아먹는 고뇌에 빠져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 언니, 우리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랑을 사랑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 그리고 그날 밤 언니의 진정한 애인은 달빛이었던 것 같아. (p 15)

다소 고전적인 문체와 어려운 이름들로 읽기 까다로운 작품들도 많았으나, 고전을 좋아하거나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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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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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쓴다는 것은 태어남과 죽음 사이의 시간을 삶으로 채워 넣는 일이고, 삶을 감각하는 일이다. 당신이 알고 있는 그 풍경과 느낌을 아는 사람이 당신만은 아니라고, 나도 알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독자를 안아주는 일이다. (p 122)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는 소설가 23인의 소설 예찬 즈음 되는 에세이집이다.
누구 한 명쯤은 정말 소설 쓰기엔 마진이 얼마나 남는지 알려주는 줄로만 알았는데..!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며 읽은 책.

23명 중 《0영ZERO零》의 김사과 작가님과 《작은 동네》의 손보미 작가님, 워낙 유명하신 최진영 작가님 세분만 알고 있었는데 다른 작가님들과 그들의 소설까지 궁금해진다.

23편의 작품들 중 최진영 작가님의 <입구도 문도 자물쇠도 비밀번호도 없는 시작>이 가장 인상 깊었다. 아래와 같이 좋았던 문장들을 기록해둔다.

📝 나는 오늘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읽고 오늘 쓸 수 있는 글을 씁니다. 나는 소설을 좋아하는 나를 좋아합니다. (p 193)

📝 만약 십 년 뒤에도 내가 글을 쓰고 있다면, 첫 문장을 고민하며 서너 계절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사람으로 존재한다면, 그때에도 누군가가 당신은 어째서 소설을 쓰느냐고 묻는다면, (p 193)

이 작품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또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문장들이 자리 잡고 있다.

에세이들을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작가들이 마치 수정 한 번 거치지 않은 것처럼 투박하고 거칠게 글을 써 내려갔다는 것이다.
와일드한 문체에 집중이 흐려지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산문들도 많았다.
그래서일까 작가들의 개성과 그들의 내밀한 생각을 알 수 있는 책. 다시 말해, 그들의 '작가정신'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책 속 '작가의 말'만 모아둔 것 같은, 아쉬우면서도 충만한 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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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
황의정 지음 / 세미콜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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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여러 책이 있다. 너무 재밌었지만 두 번 다시 펼쳐보지 않는 책, 잔잔한 여운으로 두고두고 다시 보는 책, 내 취향은 아닌 책 등등..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는 흔히 볼 수 없는 인디고블루 색감 때문인지 청량하고 시원한 제주 바람을 맞으며 읽는 느낌이었고, 더불어 줄간격이라든지, 사철제본이라든지 여느 책들과 다른 느낌이 신선하여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책이다. 한줄로 요약하자면 나는 이런 책도 있다?!라며 어깨가 으쓱해지는 책.

책의 주된 내용은 두식이라는 반려견과 함께 제주도를 새로운 고향으로 자리잡으며 그 속에서의 에피소드, 새로운 털복숭이 가족들과의 만남이다. 나 역시 그랬듯 제주에서의 삶은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보았을 것이다. 제주살이 선구자가 쓴 글이라 그런지 더욱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책.

나는 '또 만나자'라는 말이 너무 좋다. 불안한 미래에 누군가를 잃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날려주는 말. 나는 다시 보고싶은 사람이구나를 일깨워주는 말. 그래서 이 책이 좋기도 하다. 제목부터 나를 사로잡아버렸으니!

어떤 이야기보다 학대당한 덕천이와 관한 내용이 뇌리에 깊게 박혔다. 충격적인 내용이라 그런건지.. 읽으면서 눈물이 찔끔났고, 얼굴도 모르는 덕천이를 품에 와락 안아주고싶었다. 이런 아이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저릿하다. 주어는 생략합니다. 부디 유병단명하세요.

읽는 내내 작가님의 어휘력에 감탄했다. 정말 본투비 작가가 아니신지.. 세련되고 몽글몽글한 단어들에 폭 파묻혀 허우적거리며 읽었다. 간결한 문장과 멋진 단어들이 이 책의 매력이라 말할 수 있다.

제주에서 사랑하는 이(사람이든, 반려동물이든)와 함께하는 삶은 누구나 바라거나 바랐던 일일 것이다. 언젠가 꿈꿔본 제주살이를 떠올리며 한껏 기대하며 읽은 책인데 더할나위없이 충족시켜준 책. 다가오는 제주여행을 더욱 기대되게 만들어주는 산문이다. 100점 만점에 10,000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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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티샤 콜롱바니 저자, 임미경 역자 / 밝은세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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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사고로 프랑수아를 잃은 레나. 레나는 그런 현실을 도피하고자 인도의 벵골만에 면한 코로만델 해안으로 떠나온다. 해안에 앉아 울렁이는 바다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레나는 바다를 향해 몸을 던졌고, 이 사건을 통해 연을 날리던 랄리타와 레드 브리게이드 단원들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교사 출신의 레나는 그곳에 머물려 학교 설립을 준비하는데...

 

 

레나의 과거 극복기와 희생정신이 인상 깊었던 소설. 타국에서 외국인의 신분으로 지역민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는 그녀의 노력과 인내에 박수를! 은 공식적으로는 없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인도의 몇몇 곳에 잔존하는 신분제도와 희생양이 된 아이, 여성에 대한 내밀한 진실을 담고 있다.

책 속 여성 연대 단체인 레드 브리게이드와 이를 이끄는 강인한 인물 프리티또한 존경스럽다. 그녀의 과거 이야기가 너무도 안타까워 더욱 응원하게 된다.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도 나면서, 이들을 착취의 대상으로만 보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에 화도 났다. 이것은 랄리타와 자나키의 이야기를 통해 더욱 마음을 후벼판다. 레나가 결국 인도에 머물며 학교를 지켜나가게 되었지만 그들에게 앞으로 닥쳐올 시련은 더욱 고난할 것만 같아서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 모두 행복하고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살아가길. 닥쳐온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더욱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 작품 세 갈래 길과도 이어진다고 하는데 꼭 읽어봐야겠다.

 

불필요한 전통과 관습

자크 프레베는 말했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있다. 빼앗긴 것만 빼면.’ (p.20)

내가 생각하기로 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오랜 관습과 전통을 따르는 사람들이다. 왜 본인의 자식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줄 생각보다는 본인과 같은 삶을 살아가길 강제하는 것일까? 왜 스스로 자식을 좌절의 구렁텅이로 몰아세우는 걸까?

물론 지금까지 선구자가 한 명도 없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과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더욱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삶을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이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내가 겪는 일은 부당하며, 이것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어린아이들이 지금 내가 겪는 현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말이다. 교육이 필요한 것은 어른도 마찬가지다. 당장의 삶이 고난하더라도 그 어린아이들을 일터로 몰아내 착취하고, 20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을 팔듯이 결혼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신분제도와 자유

왜 없어진 신분제도에 연연할까? 사회는 피라미드를 구성하기 때문에 이 부당함에 들고 일어나야 하는 것은 수가 우세한 가장 하위층이다. 하지만 왜 스스로 본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일까? 물론 이것도 어릴 때부터 받아온 세뇌 교육의 여파겠지만 말이다. 지금이라도 깨닫고 움츠렸던 몸을 펴길, 불행을 이어가지 않길 바란다.

 

여성연대

사실 여성과 아이들을 멸시하는 태도는 우리나라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관련 내용은 책 이상한 정상가족에 아주 잘 나와 있으니 참고 바란다. 이 점에서 레드 브리게이드는 책 속에서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에도 가장 시급한 단체가 아닐까 싶다. 대가 없이 서로를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연대, 나는 아닐지라도 나와 같은 여성들이 겪는 부당함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연대는 정말로 필요하다. 내 옆의 사람이 겪는 일이 곧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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