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을 쓴다는 것은 태어남과 죽음 사이의 시간을 삶으로 채워 넣는 일이고, 삶을 감각하는 일이다. 당신이 알고 있는 그 풍경과 느낌을 아는 사람이 당신만은 아니라고, 나도 알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독자를 안아주는 일이다. (p 122)《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는 소설가 23인의 소설 예찬 즈음 되는 에세이집이다.누구 한 명쯤은 정말 소설 쓰기엔 마진이 얼마나 남는지 알려주는 줄로만 알았는데..!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며 읽은 책.23명 중 《0영ZERO零》의 김사과 작가님과 《작은 동네》의 손보미 작가님, 워낙 유명하신 최진영 작가님 세분만 알고 있었는데 다른 작가님들과 그들의 소설까지 궁금해진다.23편의 작품들 중 최진영 작가님의 <입구도 문도 자물쇠도 비밀번호도 없는 시작>이 가장 인상 깊었다. 아래와 같이 좋았던 문장들을 기록해둔다.📝 나는 오늘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읽고 오늘 쓸 수 있는 글을 씁니다. 나는 소설을 좋아하는 나를 좋아합니다. (p 193)📝 만약 십 년 뒤에도 내가 글을 쓰고 있다면, 첫 문장을 고민하며 서너 계절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사람으로 존재한다면, 그때에도 누군가가 당신은 어째서 소설을 쓰느냐고 묻는다면, (p 193)이 작품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또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문장들이 자리 잡고 있다.에세이들을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작가들이 마치 수정 한 번 거치지 않은 것처럼 투박하고 거칠게 글을 써 내려갔다는 것이다.와일드한 문체에 집중이 흐려지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산문들도 많았다.그래서일까 작가들의 개성과 그들의 내밀한 생각을 알 수 있는 책. 다시 말해, 그들의 '작가정신'을 알 수 있는 책이다.책 속 '작가의 말'만 모아둔 것 같은, 아쉬우면서도 충만한 에세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