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능력자 -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우수상 수상작 ㅣ 책깃노블
함설기 지음 / 책깃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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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설기 작가의 첫 작품 《이상능력자》는 시작부터 독자를 소설의 한가운데로 밀어 넣는다. “내가 폭발했다.” 이 한 문장은 단순한 사건의 발화점이 아니라, 세계가 균열되는 순간의 선언처럼 들린다.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우수상 수상작이라는 수식이 과장이 아님을, 페이지를 넘길수록 자연스레 납득하게 된다.
이 소설의 세계에서는 몸의 폭발이 곧 능력의 각성이다. 초능력자는 ‘살아 있는 폭탄’으로 불리며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작가는 자극적인 설정에 머물지 않는다. 주인공 수안의 위태로운 사투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능력의 크기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시선의 무게를 더 오래 생각하게 된다. 초능력과 비초능력의 구분은 선명하지만, 선과 악의 경계는 끝내 단순해지지 않는다.
특히 인상 깊었던 지점은 조력의 방식이다. 같은 상처를 지닌 사람만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통념을 이 작품은 조용히 뒤집는다. 배경이 다르고 경험이 달라도, 누군가의 곁에 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완벽한 공감이 아니라 배우려는 태도와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임을 보여준다. 어떤 말은 서툴러도 괜찮고, 어떤 위로는 완전하지 않아도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이 서사 속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휘몰아치는 전개와 숨 막히는 반전은 분명 강력한 흡인력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오래 남는 이유는 속도감 때문만은 아니다. 혐오와 공포로 규정된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힘,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쉽게 편향된 시선에 기대어 타인을 단정해왔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이 중심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성인판과 청소년판으로 함께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특정 연령을 겨냥한 판타지가 아니다. 폭발 이후 달라진 세계를 통해 결국 인간을 묻는 서사이기에, 어른과 청소년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몰입해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이상능력자》는 능력의 이야기를 빌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묻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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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가해자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손현주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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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 작가의 《친밀한 가해자》는 범죄를 다루지만, 추적이나 반전의 서사로 독자를 끌어들이지 않는다. 대신 이 소설은 한 사람의 선택이 만들어내는 윤리의 파문을 집요하게 바라본다.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해지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특별한 누군가의 비극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너무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10대 소년 준형을 절대적인 가해자도, 완전한 피해자도 아닌 자리 위에 세운다. 그 모호한 경계 위에서 독자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라면 신고할 수 있었을까?”, “부모로서 내 아이를 경찰서로 보낼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은 쉽게 답할 수 없고, 소설은 끝까지 그 답을 대신 말해주지 않는다.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가족 내부의 균열이다. 보호하려는 아버지와 설득하려는 어머니, 그리고 그 사이에 쌓여온 감정의 결핍과 오해. 이 작품에서 가족은 안전한 울타리가 아니라, 때로는 진실을 미루고 책임을 흐리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준형이 끝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과정에는 혈연도 제도도 아닌, 그러나 가장 정직한 목소리가 등장한다. 그 관계는 이 소설이 완전히 절망으로 기울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빛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친밀한 가해자》는 읽고 여운이 오래 남았다. 사건보다 태도가, 결말보다 질문이 더 선명하게 남는다. 가해는 언제나 멀리 있지 않다. 가장 가까운 관계, 가장 익숙한 사랑의 언어 속에서 조용히 시작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끝까지 불편할 수밖에 없고, 그 불편함은 이 작품이 독자에게 건네는 가장 정직한 윤리적 요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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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J ㅣ 달달 옛글 조림 1
유준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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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재 작가의 그림책 《루돌프 J》는 고전 산문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달여 건네는 달달 옛글조림 시리즈의 첫 책이다. 홍우원의 「노마설」에서 출발한 이 이야기는 ‘빛을 잃어버렸다’고 느낀 이들에게 조용히 다가와 말을 건넨다.

“네 빛은 사라지지 않아. 네 안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어.”

그 속삭임은 단지 루돌프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다. 역할을 잃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관계 속에서 길을 헤매는 이들에게, 변화 앞에서 작아지는 이들에게 건네는 오래되고도 새로운 위로다.

홍우원의 「노마설」에서 들려온 노마의 지혜처럼, 유준재 작가는 우리 안의 ‘본래의 힘’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스스로의 발굽으로 길을 찾고, 스스로의 빛으로 어둠을 걷어내는 존재. 바로 우리 자신이다.

《루돌프 J》는 화려한 크리스마스의 이야기로 포장되지 않는다. 대신 고요하고 단단한 철학을 품고 있다. 다시 빛난다는 것은 사라졌던 빛을 되찾는 일이 아니라,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만나는 일이라는 것.

어떤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금 당신의 빛이 희미해졌다고 느낀다면, 이 고요한 그림책을 펼쳐보라고. 오래된 고전의 지혜가 오늘의 따뜻한 언어와 그림에 녹아, 다시 걸어갈 작은 불빛 하나를 건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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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이라는 돌
김유원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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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을 사랑하는 마음은 늘 비슷한 자리에서 시작된다. 작은 공과 둥근 배트가 만나 만들어내는 순간의 기적, 세 개의 루를 돌아 긴 여정을 완주해야만 홈에 닿을 수 있는 질서, 그리고 그 질서가 무너지지 않도록 묵묵히 경기를 지켜내는 사람들. 나는 오래전부터 그 사람들—선수는 아니지만 경기의 리듬을 완성하는 존재들—특히 심판들의 호쾌한 외침과 손짓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껴왔다. 그래서 이 소설을 펼쳤을 때, 이미 마음 한쪽을 고요히 내어준 상태였다.

28년 차 프로야구 심판 홍식. 그는 오랜 세월 경기의 질서를 유지해온 베테랑이다. 정확한 판정, 성실한 태도, 가정에서는 한결같은 가장. 그러나 날아온 타구에 쓰러진 하루가 그의 세계를 뒤흔들어 놓는다. “심판 때문에 졌다.”
그 한 문장이, 규칙과 질서를 위해 평생을 걸어온 남자의 마음을 정면으로 갈라놓는다.

AI가 인간의 역할을 가볍게 대체해버리는 시대. 심판은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 중 하나로 지목되고, 가장으로서의 권위 역시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홍식은 묻는다. ‘그럼에도 인간은 왜 여전히 필요한가?’
소설은 이 질문을 형식적이거나 거창하게 던지지 않는다. 인물의 삶과 서사의 리듬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그래서 더 오래 마음을 울린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야구를 사랑해온 나의 이유들이 문장 곳곳에서 되살아나는 기분을 경험했다. 규칙을 배워가는 재미, 낭만과 철학이 깃든 플레이, 홈을 향한 인간의 완주 본능 같은 것들. 심판의 한 동작에 실린 묵직한 책임감 역시. 특히 소설이 담아낸 유머는 눈물겹도록 인간적이었고 <심판원에 대한 일반지시>를 읽을 때에는 작은 지침 하나에도 인간의 품격이 깃들 수 있다는 걸 다시 실감하며 뭉클했다.

AI 시대가 던지는 질문들 앞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인간의 자리와 존엄을 생각하게 됐다. 이세돌을 응원하던 과거의 나처럼, ‘홍식’을 응원하고 싶어 손을 꼭 쥐게 되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이 소설은 판정을 다루지만, 결국 인간을 바라본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인간을 다시 믿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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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키우는 행운 종묘사 1 ㅣ 소원을 키우는 행운 종묘사 1
브로콜리 2호 지음, 혁구 그림 / 춘희네책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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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키우는 행운 종묘사 1》은 사춘기의 문턱에 선 아이 마음을 아주 조용히, 그러나 뚜렷하게 비춘다.
살이 찌자 예민해지고, 말 한마디가 자꾸만 뒤틀려 나가던 나영이는 엄마와의 실랑이 속에서 스스로를 더 작게 만든다. 친구들 앞에서도 마음과 다른 말이 튀어나와 점점 외톨이가 되어가는 그 모습은,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불안과 흔들림을 그대로 닮아 있다.

그런 나영에게 어느 날, 수상한 아이가 신비로운 스티커 하나를 건넨다. 스티커를 방문에 붙이는 순간 열린 곳, 행운 종묘사.
“농작물을 키우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믿기 어려운 제안 앞에서 나영이는 방울토마토 모종을 심는다. 아이돌처럼 예뻐지고 싶다는 간절함은 어떻게 자라날지 직접 확인해 보길 권한다.

이 작품이 말하는 ‘성장’은 외모의 변화가 아니다.
방울토마토를 돌보며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 흔들리는 자존감, 그리고 작은 변화들이 모여 나영에게 다시 자기를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만들어준다.

특히 <행운 종묘사>를 지키는 미스테리한 인물과 그곳을 둘러싼 어둠과 빛의 일러스트는 이야기를 한층 더 깊고 신비롭게 만든다. 그림 속 음영은 나영의 마음과 맞닿아 있고, 빛이 번지는 장면들은 아이가 다시 자기 삶을 가꿀 용기를 찾아가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어린이들의 고민을 가볍게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감당하고 있는 무게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소원을 키운다는 은유로 “스스로를 돌보는 힘”을 보여준다.

읽는 동안 나 또한 궁금해졌다. 유라 언니는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까? 행운 종묘사는 왜, 누구를 위해 존재할까? 그리고 유라언니에게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어린 친구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어른 독자에게는 잊고 지낸 감정의 결을 되돌려주는 작품. 나의 작은 고민 하나도 씨앗이 되어 자랄 수 있다는 믿음을 건네는, 다정한 성장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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