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니주의보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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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 작가의 신작 《찌니주의보》는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마치 구성진 남도소리를 듣는 듯한 정겨움으로 다가온다. 35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작가는 이번에도 '사람'과 '공동체'라는 가장 오래된 주제를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평균 연령 78세의 수평마을에 서울에서 온 두 젊은 여자, '찌니들'이 이사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세상의 혐오와 상처를 피해 시골로 왔건만 오지랖 넓은 '윤선생'의 폭로로 다시 상처를 마주하고 만다. 그러나 그 안에서 서로의 서사를 이해하고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가슴 한편을 뭉클하게 만든다. 특히 목차에 적힌 "누구나 비밀은 있다", "누구나 조금씩 나쁘다", "누구나 이상한 구석이 있다", "누구나 자기 기준으로 산다", "누구나 이유가 있다", "누구나 모르고 안다"라는 문장들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읽는 내내 그 말들이 결국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임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에는 어르신 세대가 품고 살아온 서러움과 짠함이 있다. 동시에 소수자와 이방인이 느끼는 외로움과 두려움도 담겨 있다. 그러나 소설은 상처를 드러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서로를 향한 오해와 편견을 넘어, 곁을 내어주고 마음을 건네는 과정을 통해 연대가 가진 힘을 보여준다. 문고리에 걸린 호박전 한 접시처럼 소박하지만 진심 어린 다정함이 작품 곳곳에 배어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누구도 완벽한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마다 비밀이 있고, 모순이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순간 사람들은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찌니주의보》는 혐오와 갈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웃다가 울고, 울다가 다시 웃게 만드는 이 소설은 결국 사람의 온기를 믿게 한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물론이고, 상처를 보듬는 공동체의 힘과 다정한 연대의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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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 HiP 시리즈
정보라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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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의 《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는 세 편의 단편을 통해 상실과 폭력,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품집에 실린 「내 이름을 불러줘」, 「바늘 자국」, 「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는 서로 다른 세계와 인물을 그리고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지워지거나 외면된 존재들의 목소리를 끝내 기억하려는 시선이 깔려 있다.
작품을 읽으며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여성들이 감당해야 했던 삶의 무게였다. 이름을 빼앗긴 사람들, 태어날 때부터 희생을 강요받는 존재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는 판타지와 괴담의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놀랍도록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특히 정보라 작가는 공포를 단순히 독자를 놀라게 하는 장치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해지지 못한 상처와 억압, 사회가 외면해 온 고통을 드러내는 언어로 활용한다. 작가가 한 강연에서 "귀신 이야기는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말할 수 없었던 상처를 기억하는 방식"이라고 말한 이유를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세 작품 가운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표제작 「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였다. 길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예상보다 훨씬 비참하고 잔혹했다. 대한민국에서 고양이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길 위의 삶이 얼마나 불안하고 위태로운지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소름이 돋았다.
이 작품집은 공포소설집이라기 보다는 상실을 기억하고, 상처 입은 존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문학이다. 읽는 동안 불편하고 아프지만, 그래서 더욱 오래 남는다. 공포와 환상 너머에 숨겨진 사회적 메시지와 인간의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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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김선미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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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작가의 신작 《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는 제목만 보았을 때는 반짝이고 사랑스러운 성장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유명 인플루언서 진다이아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과잉기억증후군을 앓는 이다니가 그녀의 추모 영상 제작을 위해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드러나는 수많은 이야기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진다이아를 기억하고 있었고, 그 기억들이 쌓일수록 오히려 진실은 더 깊은 안개 속으로 숨어든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화려함 뒤에 감춰진 인간의 추악한 면모를 서서히 드러내는 방식이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이들 가운데 정말 범인이 있는 것인지,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궁금증이 커질수록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도 빨라졌다. 《비스킷》과 《촉법소년》으로 청소년의 현실을 날카롭게 그려낸 김선미 작가가 이번에는 어떤 진실을 준비해 두었을지, 많은 독자들이 함께 추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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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아래 올리브 (사인인쇄본)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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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의 신작 《태양 아래 올리브》를 읽기 전 내가 알고 있던 정보는 단 세 가지였다. 김초엽의 신작이라는 것, 버디물이라는 것, 그리고 스포일러 금지. 특히 마지막 조건은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단순한 버디물은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과 함께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겼다. 《지구 끝의 온실》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던 독자로서, 이번 작품 역시 망설임 없이 펼쳐 들었다.
소설은 로드버디물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보여 준다. 어떤 조직에 쫓기며 목적지를 향해 가는 두 여성의 여정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이 놀랄 만큼 다른 성향을 지녔다는 점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도 다르지만, 이 관계는 점점 특별한 빛을 띤다. 위기의 순간마다 서로를 이해하고 지켜 주는 모습은 로드무비 특유의 속도감과 어우러져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소설이 독자에게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되고도 어려운 물음을 건낸다는 것이다. 인물들의 여정과 선택을 따라가며 스스로 생각해 보게 만드는데, 책장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그 질문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태양 아래 올리브》는 로드버디물이 주는 재미와 감동을 충실히 담아내면서도, 인간과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를 놓치지 않는 작품이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어 많은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김초엽이라는 이름을 믿고 펼쳐도 좋을 소설이라는 말만은 자신 있게 남기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아무 정보 없이 이 여정을 시작해 보기를 권한다. 그때 이 작품이 선사하는 놀라움과 감동이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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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달리 멍멍타로 보름달문고 106
은소홀 지음, 김수영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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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소홀 작가의 《남달리 멍멍타로》는 《5번 레인》에서 보여주었던 따뜻한 성장의 시선을 이번에는 반려동물과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개의 마음을 읽는 달리와 강아지 레오의 반려인 제인이 함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면서도 다정했다.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지만, 귀여운 삽화와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야기 덕분에 어린 독자들의 마음도 단번에 사로잡는다. 우리 집 꼬맹이 역시 잠자리 독서로 이 책을 선택해 매일 한 챕터씩 읽으며 다음 이야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외로움을 품고 있던 한 아이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함께 웃고, 함께 마음 아파할 수 있었다. 따뜻한 위로와 설렘, 그리고 성장의 기쁨이 담긴 《남달리 멍멍타로》는 동물을 사랑하는 어린이뿐 아니라 마음이 자라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모든 독자에게 즐거운 선물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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