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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풍경
장강명 지음 / 해냄 / 2026년 10월
평점 :
#근미래의풍경
자동차가 하늘을 날고, AI가 글을 쓰고, 로봇이 사람을 돌보고, 알고리즘이 내가 볼 콘텐츠를 골라주는 세상. 절대 오지 않을 상상속의 세상일 것 같았지만 더이상 낯설지만은 않은 세상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생활은 편리해지고 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인류가 더 편리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행복해질까? 장강명 작가의 《근미래의 풍경》은 기술이 바꿔 놓을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편리함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책에는 출산과 육아부터 노동, 인간관계, 장례와 정치까지 기술이 일상 곳곳에 스며든 근미래를 그린 짧은 소설 24편이 담겨 있다. 이야기들의 중심에는 거대 기업 ‘네카팡’이 등장한다.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제공하는 기업이지만,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선택과 판단까지 조금씩 맡기게 된다. 기술이 발전한 사회의 모습이 지금의 우리 사회와 너무 닮아 있어 전혀 낯설지 않아 오히려 조금은 무섭게 느껴졌다.
기술은 단순히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 사이의 관계와 감정까지 바꾼다. 부모의 모습을 학습한 육아 안드로이드가 아이를 돌보고, 인공지능이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며, 세상을 떠난 사람의 아바타와 대화를 나누고 제사를 지내는 모습은 언젠가 실제로 가능해질 것처럼 느껴진다. 기술이 발전하면 지금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들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잃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육아와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지나치기 어려웠다. 부모를 대신해 완벽하게 아이를 돌보는 로봇이 등장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아이를 돌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고, 부모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 줄 수도 있겠지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단순히 루틴에 맞게 양육을 하는 돌봄 뿐일까? 서툴더라도 서로 마음을 맞춰 가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함께 고민하며 쌓아 가는 유대감이 각 개개인의 성향을 만들며 다양성을 만들어 가는건 아닐까? 편리함만으로는 대신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기술의 발전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만은 아니다. 기술은 분명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 위험을 줄이고, 불편을 해소하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수도 있다. 다만 기술을 만들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길 것인지,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누가 소외될 수 있는지까지 함께 고민해 봐야 하겠다. 좋은 기술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어떤 사회적 기준과 가치관 속에서 사용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짧은 이야기들이라 한 편씩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지만, 오히려 생각할 거리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이야기 속 기술이 정말 현실이 될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만약 그런 세상이 온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지 나의 선택도 궁금해진다. 지금도 우리는 편리함을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추천 알고리즘이 골라 준 콘텐츠를 보고,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며 살아간다. 그러니 책 속 미래는 아주 먼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변화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도 있겠다.
《근미래의 풍경》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려는 책이라기보다 기술이 만들어 갈 세상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집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어야 한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얻는 대신 인간다운 관계와 스스로 판단할 자유를 너무 쉽게 내어주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래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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