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오세요, 저승길로 로컬은 재미있다
배명은 지음 / 빚은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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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행궁동 골목에 있는 낡은 집.
운영은 그곳에 카페를 열기로 한다.
제 손으로 바닥을 뜯고, 벽에 페인트를 바르며
삶의 경로를 다시 그려보려는 작은 시도였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그 골목이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잇는 공간,

망자들이 오가는 길목 ‘저승길’이라는 사실


처음엔 황당했던 설정이 조금씩 구체화된다. 
삶을 마치고도 ‘장사’를 이어가는 귀신들,
그들 사이에 엮이게 된 운영의 고군분투,
상처 많은 인간과 사연 많은 망자들이 어색하게 마주 앉은 이 공간은
이상하리만큼 따뜻하다.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망설이고,
타인의 시선과 가족의 기대 속에서 방향을 잃기도 했던 운영은
이 낯선 공간에서 누구보다 단단해진다.

저승길에서 만난 이들은 다정하거나, 까칠하거나,
때로는 고집스럽지만 결국엔 연대할 줄 아는 존재들이다.
운영은 귀신들과 함께 ‘사람과 귀신 상생 프로젝트’를 꾸려가며
결국 이승과 저승 모두에 발 딛고 설 수 있게 된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경로 조정일 뿐이라는 말,
내가 내 인생의 방향을 다시 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
‘나만 잘 되자’는 마음이 아닌, ‘같이 잘 살아보자’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

이상한 설정과 기묘한 인물들 속에서
이야기는 오히려 현실을 이야기한다. 
귀신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국 사람을 말하고,
죽음을 둘러싸고 있지만 삶의 태도를 묻는다.


내 삶의 결계는 어디쯤 무너졌을까.. 어쩌면 나는 이미 저승길 초입쯤을 걷고 있는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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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섬의 전설 2 - 그림자 안개 속으로 연꽃섬의 전설 2
크리스티나 순톤밧 지음, 원유미 그림, 김영옥 옮김 / 베틀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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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럼과 친구들은 수련의 두 번째 단계로 보카티섬에 도착한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숲,
그 안에선 작은 혹버섯 하나, 보카티나무 한 그루가
섬 전체의 생명들과 이어져 있다.

전기톱 소리.
숲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그 소음은,
한 그루의 나무를 넘어서
전체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신호였다.

가디언 수련생들에게 내려진 과제는 단순하다.
‘작은 혹버섯을 따라 숲을 지켜라.’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각자의 힘을 시험받고,
서로 다른 능력들이 하나의 연결로 이어지며
섬의 생명을 지키는 커다란 울림이 되어 간다.

플럼은 여전히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숨도, 손도, 심장도 아닌
설명할 수 없는, 그러나 분명 존재하는 힘.
친구들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연결의 힘.
처음에는 그 다름이 불안했지만,
함께일 때 비로소 빛나는 그 힘은
결국 이 섬을 지켜낼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연꽃섬의 전설은 판타지라는 장르 안에서 자기이해, 관계 속의 성장,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전해준다.


하나가 베이면 그 고통을 함께한다는 보카티나무의 말이 계속 맴돈다. 이말은 숲에만 국한되는 거은 아니다. 

타인의 상처, 외로움, 불안 역시 결국은 모두 연결되어있다. 
플럼과 친구들이 어떤 모험을 하며 어떤 성장을 할지.. 3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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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워커 3 - 다람쥐 소녀의 비밀 우드워커 3
카챠 브란디스 지음, 클라우디아 칼스 그림, 윤영철 옮김 / 가람어린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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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로도, 인간으로도 완벽해지기 어려운 아이들의 이야기.
『우드워커 3권: 다람쥐 소녀의 비밀』에서는 조금 더 깊어진 감정과 관계들이 펼쳐진다.

이번 이야기의 중심에는 다람쥐 소녀, 홀리가 있다. 평소와 다른 그녀의 행동은 작은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의심은 곧 사건으로 이어진다. 도난 사건의 흔적이 그녀의 흔적과 겹칠 때, 카락은 혼란 속에서도 친구를 향한 믿음과 진실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고 관계의 균열과 믿음에 대한 질문이 깊어진다.


늘 그렇듯, 우드워커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변신족이라는 특별한 설정을 통해 인간 세상의 이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동물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은 더이상 당연하지않고, 때론 어리석고, 때론 이상하다. 


카락이 인간과 퓨마 사이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모습은, 단지 성장 중인 소년만의 고민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매일 다른 역할을 살고 있고, 그 속에서 ‘진짜 나’는 누구인지 헤매곤 한다.

카락은 인간일 때와 퓨마일 때의 자신이 다르다고 느끼고, 그 사이에서 계속 갈등한다. 

그리고 그 고민은 꼭 카락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우리도 매일 다른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친구 앞에서의 나, 가족 앞에서의 나, 혼자 있을 때의 나. 그 안에서 진짜 나는 누구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홀리의 비밀도 그렇다. 겉보기엔 씩씩하고 엉뚱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두려움과 외로움이 있다. 친구라는 이름 아래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고민들. 우정이란 건 서로를 안다고 믿을 때 생기는 틈에서 더 깊어지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물음, 그리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에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우드워커3. 다음 권에서는 또 어떤 친구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게 될지, 조심스럽게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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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문회 한자능력검정시험 6급 한 권으로 끝내기 - 초등 문해력까지 키워주는 한자 3박자 연상 학습법
박정서.박원길 지음 / 시대에듀(시대고시기획)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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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자 학습은 늘 '언젠가는 해야지' 하며 미뤄두기 쉬운 영역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어휘력 문제로 문장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가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문회 한자능력검정시험 6급 한 권으로 끝내기》는 그 시작을 도와준 책이다. 단순히 급수 자격증을 따기 위한 교재라기보다, 한자라는 언어가 가진 구조와 맥락을 함께 보여주는 책에 가깝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3박자 연상 학습법’이라 불리는 방식이다. 한자의 어원을 통해 의미를 이해하고, 함께 익혀야 할 한자들과 연결시키며, 실제 어휘에 적용하는 과정이 한자 학습의 부담을 덜어준다. 예를 들어, 어떤 글자에 ‘밭전(田)’이 들어 있다는 설명처럼, 글자 하나하나를 구조적으로 해석해 주는 방식은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새로운 접근이었다.

쓰기 연습도 칸이 지나치게 많지 않아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었고, 실력 체크 퀴즈와 모의고사는 어느 정도 익혔는지 자연스럽게 점검하게 해준다.  사자성어, 동음이의어, 유의어·반의어 등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응용 파트까지 책 안에 모두 들어 있다는 점이었다. 시험 대비는 물론, 언어에 대한 감각을 다지는 데도 유익했다.

부록으로 제공되는 소책자와 MP3, PDF 파일들도 알차다. 정리된 빈출 한자와 함께 반복해서 보고 들을 수 있으니, 혼자서도 충분히 학습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아이와 함께 매일 한두 페이지씩 읽고 쓰며 나아가다 보면, 이 공부가 단순히 자격증 한 장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언어의 뿌리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사고의 깊이도 함께 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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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분은 사과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1
김지현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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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아이, 이경은 늘 타인의 기분을 먼저 살핀다. 한마디를 건네기 전에도 머릿속으로 여러 번 계산하고, 혹시라도 상처를 줄까 봐 조심스럽다. 관계에 서툴고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 너무 어렵고 버거운 이경. 그 조심스러움이 낯설지 않았다.

등장하는 친구들은 모두 단단해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모두 복잡한 마음을 안고있다. 다정했던 유림의 배려는 쉽게 무너지고, 시끄럽고 당당한 솔의 관계는 벽이 있는 듯 늘 한 걸음 물러나 있다. 가까운듯 멀게 느껴졌던 규리와의 관계도 오해와 솔직함 사이에서 다시 이어진다. 그렇게 이경은 조금씩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소소하게 얽혀있는 복잡한 감정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장면일 수도 있지만, 이경에게는 ‘말하지 못했던 나’를 드러내는 용기의 순간이다. 부끄럽고 두려운 감정이 뒤섞인 채로 꺼낸 문장, 그걸 받아주는 친구들. 결국 그렇게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마음의 문을 연다.

책을 덮고 나니, “우리 아이 머리 위엔 어떤 아이콘이 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누군가는 웃는 얼굴, 누군가는 울고 있는 얼굴일지도 모른다. 감정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법이라고, 누군가가 내민 손을 알아보는 법은 결국 마음의 감도를 높이는것임을 책은 말해준다. 

청소년뿐 아니라, 여전히 관계 속에서 나를 숨기는 데 익숙한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일 이야기. 지금의 기분을 꼭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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